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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찬 님의 서재입니다.

사내 이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지찬
작품등록일 :
2022.01.02 22:13
최근연재일 :
2022.07.11 13:55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216,613
추천수 :
4,975
글자수 :
427,558

작성
22.03.18 15:51
조회
3,161
추천
79
글자
12쪽

14. 보상 그리고 깊어지는 인연들

DUMMY

한편, 크롬웰 소장을 배웅하고 자신의 방으로 향하던 제시카는 발길을 릴리 중위의 방으로 돌렸고, 마침 자신의 방에서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던 릴리는 제시카의 방문에


“대위님, 커피 드릴까요?”


“커피는 방금 마셔서 됐고, 릴리 뭐 좀 부탁하려고 하는데”


“네, 말씀하세요” 라며 궁금해하는 릴리 중위에게


“릴리! 남자친구인 정보과 존슨에게 부탁해서 한국군인 이산 하사에 대한 자료 좀 볼 수 없을까?”


“대위님이 맡고 있는 그 한국군인이요?”


“응!”


잠시 생각하던 릴리가


“그렇지 않아도 존슨이 같은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자기가 정말 감탄을 한 한국군인이 있다는 얘길 했어요”


“그래? 그게 언젠데?”


“어제 전화로 잠깐 통화할 때 놀란 목소리로 얘기해 주더군요”


“그러면 아마 맞을거야, 릴리 부탁해, 내가 커피 쏠게!”


자존심 강한 제시카의 부탁에 의아해하며


“네! 제가 존슨을 구슬려 볼게요”


“고마워 릴리”


“천만에요”


릴리의 방에서 나온 제시카는 기대에 찬 설레임을 가지고 방으로 돌아왔다. 병원에서 나와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온 크롬웰 소장은


“부사령관님, 사령관님께서 전화 부탁하신다고 하셨습니다”


비서 신디의 전달에 캠벨을 보며


“샌더스가 똥줄이 타는 구먼” 하고 피식 웃자


“왜 안 그러겠습니까? 백악관 입성이 코앞인데 이 일이 잘못되면 그동안 공들인 모든 게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삐끗하면 넘버원과 본인에게도 치명타 아니겠습니까?”


글렌피딕 두 잔을 따른 후 한잔을 캠벨에게 주며


“물론 나도 군 생활에 오점으로 남겠지만, 샌더스는 정치는 말할 것도 없고 군생활에도 결정적 치명타가 되겠지, 그러니 저리 안달이고”


건배를 한 후 한 모금씩 마신 후


“후후! 자네나 나나 이런 식으로 워싱턴 물이 드나보네”


자조적인 웃음을 띄며 말하자


“워싱턴을 상대 하려니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님 번번히 덤태기만 쓰다 버려지고 말겠지요”


캠벨의 뼈 있는 멘트에


“하긴 그래 내가 샌더스의 부탁으로 이곳에 와서 현장을 누빌 때 이놈아는 뻔질나게 워싱턴을 오가며 입으로 작전을 하고 공을 쌓아서 결국은 본인의 바램 대로 백악관으로 들어가게 됐지, 이곳에 있는 우리들의 희생을 바탕 삼아서, 참 웃기는 이야기야, 전쟁은 우리가 하는데 과실은 워싱턴에서 입과 펜을 들고 있는 인간들이 다 가져가고 우리에게는 허울좋은 훈장이나 던져주고, 이놈의 정치적인 전쟁 언제 끝나려나, 재미없어” 하며 잔을 비웠다.


“그래도 이왕 시작했으니 끝을 보고 그 끝은 우리의 승리가 되어야 하지 않겠나? 캠벨”


“당연하신 말씀이십니다”


“그래 또 가보자고, 신디 워싱턴 연결 해”


“네! 부사령관님”


“워싱턴 나왔습니다”


“오케이, 샌더스 나야”


“그래 어찌되었는가?”


“의식이 회복되어 좀 전에 만나서 전후사정을 잘 얘기했다네, 아무튼 잘 봉합될거

야, 채 장군에게도 내 따로 얘기해 놓은 게 있고”


“그래, 고생했네 넘버원의 성격이 워낙 급해서 자네를 재촉하게 됐네, 수고 많았네, 그럼 나머지 절차는 내 부관이 캠벨에게 연락해서 바로 진행하도록 하겠네, 그리고 자네 축하하네!”


“내가 무슨 축하를 받는단 말인가?”


“자네 특별진급이 결정됐네, 당연히 사령관도 맡게 되고”


“내가 특별 진급이라니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린가?”


“내가 사령관은 맡고 있었지만 실질적인 현장지위는 그동안 자네가 다 하지 않았나, 그 덕분에 많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고, 더욱이 이번 작전의 성공에 자네의 헌신이 큰 기여를 해서 넘버원이 자네의 특진을 결정했네, 그리고 캠벨 중령도 이번 정기 인사 때 대령으로 진급하게 될 걸세”


햐! 이제보니 나와 캠벨에게 사탕을 줘 사전에 입을 틀어막아 후환을 없애고 혹시라도 동영상 유출 등으로 문제가 생기면 꼬리로 이용해 자르시겠다. 정말 워싱턴다운 일처리고 인간들이었다.


“아니, 한일도 없고 더구나 더블트랙도 사전에 몰라서 애꿎은 부하들만 희생시킨 내가 무슨 자격으로 특별 진급인가 진급은?”


크롬웰의 의문에


“이보게 크롬웰, 이게 정치이고 워싱턴 아닌가? 그냥 모른척하고 받아주게. 이미 발생한 일이고 잘 마무리하면 되지 않겠나, 그리고 이미 결제까지 다 난 사안일세, 마틴에 대한 보상과 희생자들에 대한 포상 모두를 포함해서”


옛말에 정치하는 인간들 하고는 아예 인연을 맺지 말라더니 정말 가슴에 와 닿았다. 받아들이자니 꼼짝없이 같은 배를 타게 되고, 안 받아들이자니 일이 완전 꼬이고, 옆에서 통화를 듣고 대충 짐작을 하고 있을 캠벨을 보니 그 역시도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때 문득 이산의 멋진 영어가 떠올랐다.


‘컴위드 고우위드, 그래 같이 가고 같이 죽자 문제되면 나와 캠벨을 먼저 쳐내겠지만 저희들도 무사하진 못할거다’ 라고 결심하며


“알았네! 넘버원에게 감사하다고 전해주고 자네에게도 고맙네”


‘으잉! 이 독일전차가 웬일로 이렇게 순순히 미끼를 덥석 물을까?’ 하는 생각에 의구심도 생겼지만 일단은 방패막이를 만들어 놓았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지라 샌더스는


“알았네, 내 그렇게 넘버원에게 전하고 바로 사령장과 모든 절차가 진행될 테니 그리 알게, 다시한번 축하하네”


“고맙네” 하며 통화를 끝낸 크롬웰 소장은 술을 한잔 더 따르고 캠벨에게도 따라주며


“나나 자네나 코 꼈네”


“네? 제가요?”


“그래, 자네도 진급시켜 준다는 군 이번 정기 인사에서”


이걸 좋아해야 할지 머리 아파해야 할지 난감해하는 캠벨을 보며


“캠벨 무슨 좋은 생각 없나?”


“너무나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사령관님”


“사령관은 무슨 개뿔, 무슨 사령관이야? 바람막이고 얼굴마담인데”


“죄송합니다만 사령관님은 왜 그렇게 쉽게 답을 주셨습니까?”


“휴우, 일단 넘버원인지 도날드인지의 결제가 이미 났다고 샌더스 저놈이 뻥을 치는데다가 갑자기 마틴의 멋진 말이 떠오르더군”


“어떤?”


“컴위드, 고우위드, 그래서 갈때까지 같이 가고 문제가 터지면 같이 죽자라고 생각해서 순순히 받아들였지”


크롬웰 소장의 대답에 수긍이 된 캠벨이


“그럼 만약의 사태를 준비해 놓겠습니다”


“그래, 그래야 미국 국민들에게 우리만 죽일 놈이 되지 않지” 하며 건배를 하고 한모금에 털어 넣었다.


제시카는 충격을 받았고,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제시카만이 아니고 옆의 릴리도 걷잡을 수 없는 눈물에 어쩔 수가 없었고, 영상을 몇 번이나 본 존슨 역시 이번에도 눈시울이 붉어질 수밖에 없었다.


릴리의 남자친구인 정보과 존슨 대위는 보안등급상 보여줄 수 없다고 버팅겼지만 그럼 보안과 자기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는 릴리의 말도 안되는 협박에 동영상을 줄 수는 없고 보여주기만 하는 걸로 타협을 해 문제의 동영상을 보게 된 제시카와 릴리는 참혹한 전투현장과 끔찍한 참수장면, 그리고 그 모든것을 덮어버리는 동료들을 위한 한 사내의 처절한 사투와 인성에 감동과 감탄을 넘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물결에 휩싸였다.


한참을 그렇게 둘이서 몇 십장의 휴지를 써가며 닦아냈던 눈물과 콧물을 멈춘 후, 릴리가


“이런 사람은 영화나 드라마에나 있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내 눈앞에 존재하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네” 라며 탄복해 말하자


“그래! 같은 남자인 나도 부럽고 반할 수밖에 없는 사내야”


존슨이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두사람의 대화에도 아무 말없이 그저 멍하니 자신만의 생각에 잠겨있던 제시카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며


“존슨! 릴리! 정말 고마워, 내가 다음에 인사할게” 하고 먼저 나가는게 아닌가?

남은 존슨과 릴리는 서로를 쳐다보며


“제시카 대위가 많이 충격 먹었나 보네” 라는 존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릴리는


“아마 뭔가 이유가 있었나 봐, 그러니 자존심이 세기로는 둘째가라면 눈 흘길 제시카가 나에게 부탁을 했지, 그건 그렇고 자기 고마워 부탁 들어줘서” 라며 존슨의 팔짱을 끼고 애교로 감사를 표시하자 입이 헤벌쭉해진 존슨이


“그럼 내 부탁도 들어줘” 하며 두사람의 달콤한 밤이 시작되었다.


두사람을 남겨두고 혼자 나온 제시카는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보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물론 동영상의 여러 장면과 이산의 목숨을 건 사투에도 충격을 받았지만 제시카가 훨씬 더 충격을 받은 것은 이산의 행동이 아닌 남을 위해 자신의 목숨조차 걸었던 마음과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말을 하는 인성이었다.


자기는 크롬웰 소장과 이산의 대화를 낱낱이 들었다. 그때는 무슨 얘기지? 하는 내용을 동영상을 통해 모두 깨달을 수 있었다. 이산의 말만 듣고 동영상을 보지 않았으면 말뜻은 이해했더라도 거짓말이라고 생각해 이산의 말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동영상이 이산의 말을 증명하고 있고 이산이 구해준 죠와 토니가 증언하지 않았는가?


제시카는 이산과 자신을 비교하기 시작하였다. 자신은 어떤가?


자메이카 출신의 미인 이였던 엄마가 돈 많은 백인 바람둥이에게 속아 자신을 낳고 미혼모로 홀로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10살때쯤부터 남자에 대한 경계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특히 자기가 엄마를 닮은 미모가 확 피어난 고등학교 시절부터는 수많은 늑대들이 주위를 항상 어슬렁대며 기회를 엿봤고, 한번은 믿고 쫓아 간 파티에서 강제로 당할 뻔한 적도 있었다.


술에 약을 타는 것을 우연히 보지 못했으면 자신도 엄마와 같은 처지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 그런 일을 몇 번 겪고 나자 남자들에 대한 경계와 자기자신에 대한 보호본능이 강해졌고, 엄마의 투잡, 쓰리잡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집안사정에 이를 악물고 보란듯이 미국 최고의 의대 중 하나로 꼽히는 명문 존스홉킨스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학비와 생활비 그리고 젊어서 무리한 탓에 병이든 엄마의 병원비와 약값을 벌기 위해 정말 30분도 짬 낼 틈 없이 공부하고 일만 했지만 학자금 대출은 늘어만 갔다. 그래서 결국엔 대출을 갚고 대학원 진학을 위해 입대해서 여기까지 왔다.


물론 대학생활 동안 남자를 사귀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심할 정도의 경계심과 보호본능 때문에 문제가 생겨 몇 번을 헤어진 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이산 저 사람은 왜 남들을 위해 목숨까지 걸고 저런 말도 안되는 무모한 행동을 했는지 자신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거기다 영상 마지막 부분에서 죠가 왜 그랬냐고 물으니까 ‘컴위드, 고우위드’라고 한 말은 감동적이긴 해도 받아들이기엔 힘들었다.


거기에다 크롬웰 소장이 만약 적을 다 죽이지 못해 본인이 죽게 되었을 때 생각은 안 해봤냐는 질문에도 같은 답을 한 이산의 말을 믿기는 하지만, 머리로는 동의를 할 수가 없었다.


만약에 자기가 이산의 상황이었으면 어땠을까?


이산 같은 능력이 있더라도 과연 이산같이 행동했을까?


지금의 대답은 노였다. 그리고 앞으로의 대답은 이산을 만나보며 생각을 해봐야겠다 라며 머리속을 정리한 제시카가 어느덧 병원 근처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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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보상 그리고 깊어지는 인연들 22.03.18 3,162 7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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