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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로간다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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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로간다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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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0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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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4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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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인 180화

DUMMY

눈을 감고 다시 뜨자 친구의 모습은 사막에서나 본다는 신기루처럼 사라진 상태였다.

그 쓸쓸함에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이동했다. 거실에서 컵을 꺼내 정수기에 갖다 대자 얼음이 쏟아졌다. 이내 진열장을 열어 양주를 꺼내 가득 부었다. 자신의 슬픔만큼 깊이 말이다.


아마 이것의 절반도 못 먹겠지만 이것을 먹지 않고서는 도저히 잠들 수가 없었다. 의사가 먹지 말라고 했지만 이런 밤에 먹지 않고서는 가슴이 아파 잠들 수가 없었다.


“하아. 마음의 빚이라는 건가.”


결국, 자신이 옳았고 현명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죽마고우를 팔아버렸다는 죄책감은 가슴에서 떠나지 않았다.

남파공작원이 남한으로 내려오던 시절의 이야기였다.


자금을 모아서 사업을 했던 친구에게는 두 가지 집착하는 게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다름 아닌 북한 서적이었다.


친구는 북한 서적을 모았고 그 정보는 안기부에 들어간 상태였다. 그때 당시 안기부는 말 그대로 사람을 죽이기도. 그리고 살리기도 하는 저승차사와 같았다.

그리고 북한 서적에는 북한 지도자를 찬양하고 공산주의를 염원하는 동시에 미국과 한국을 불구대천의 원수로 선전하는 책들이 많았다.


남파공작원 사건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는 안기부에 끌려갔고 김맹구는 정부 관계자에게 하나의 제안을 받았다.

회사는 건드리지 않을 테니 회사 자금을 내놓으라는 협박이었고 면회로 친구에게 알리자 격렬하게 반대하던 친구.


친구가 집착했던 다른 하나는 다름 아닌 돈이었다. 자신은 나갈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지만 그 당시 군사정권에 대적은 죽음과도 연결되었다.


이내 돈은 은밀하게 전달되었고 몇 주 지나지 않아 친구는 가루가 되어 돌아왔다.

사망 사유는 심장마비였고 유가족이 없다는 이유 하나로 안기부에서 화장까지 해줬는지 그가 받은 것은 친구의 유골이 든 유골함이었다.


회사의 자금 중 90%를 내놓고 받은 게 유골함이라니. 뭐라고 항의하고 싶었지만, 권력자의 한마디에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을 본 이상 간 크게 군사정권에 대적하는 어리석음 모습을 보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친구가 사망한 이유를 알기 위해서 백방으로 수소문하던 중 관계자에게서 그날의 진실을 들을 수 있었다.

친구는 회사를 넘기라는 말에 마지막까지 저항했다가 죽었다는 게 그날의 진실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과거의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친구가 북한 서적을 모았던 이유를 다른 친구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아버지가 원래 북한 사람이었는데 6·25 때 내려와서 살다가 북한에 계신 할머니를 모셔온다고 월북한 이후 돌아오지 못했다는 이야기였다.


그 아픔이 북한 서적을 읽으면서 기억도 나지 않는 아버지를 떠올리는 소중한 순간이라고 했다.


“바보 같은 놈.”


맹구는 친구에게 불안한 시국 때문에 북한 서적을 몇 번이나 태워버리라고 했지만, 친구는 끝내 서적을 숨겼고 돌이킬 수 없었다.


아버지가 떠나고 나서 친구는 천애 고아가 되었다. 어릴 때 자신을 낳으시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서 키워주셨던 할머니와 아버지. 남한에서 친구가 사진도 없는 아버지를 그리워할 수 있던 유일한 시간은 아버지의 말투를 떠올리는 북한 서적이었다.


안 그래도 북한 서적을 모았다는 증거와 아버지가 북한에서 내려오지 않았다는 정황까지 확인되면서 그를 고문하기에 충분했다.


“하아.”


술을 먹자 머리가 멍해지면서 눈이 감기기 시작하면서 잠에 빠져들었다. 그 순간 조용히 잠들어 있는 김맹구를 향해서 천천히 다가가는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재빨리 김맹구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순간 인기척을 느낀 김맹구가 눈을 뜨려는 순간 프로포폴이 묻은 천으로 그의 코와 입술을 막았다.


“으음?”


옆에 있는 세 남자가 이상한 물체로 그의 팔과 다리를 억제했다. 크고 두터워 보였는데 혹시나 난동을 부리다가 몸에 찰과상이라도 나는 것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김맹구는 발악했지만 건장한 남자가 달려들어 제압하자 어떻게 할 방도가 없었다. 이내 3분 정도 지나자 서서히 정신을 잃기 시작했다.


그가 정신을 잃고 축 늘어지자 그를 번쩍 들더니 침대로 이동시켰다. 이내 그들은 옷을 들추어서 혹시나 찰과상이 있는지 확인했다.


“팔 이상 없습니다.”

“왼 다리 이상 없습니다.”

“오른 다리 이상 없습니다.”

“마취제는 언제 해소되지?”

“지금부터 10분 후 마취성분은 완전히 분해됩니다.”


죽이는 순간 마취성분은 체내에 남기에 분해가 될 때까지 그를 살려야 했다.

투명한 비닐로 김맹구의 전신을 묶기 시작했다. 움직일 수 없게 단단히 고정한 상황.

10분이 지나고 서서히 정신을 차리는 김맹구. 즉효성에는 좋지만, 지속력에서 약한 마취제였기에 정신을 차리자마자 주변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


“누구지.”

“소리쳐도 주변에 사람은 없다. 감시 카메라도 작동 중지가 된 걸 알고 있지.”

“```보통 놈들이 아니군.”


오늘 낮에 갑작스럽게 전기합선으로 인하여 감시 카메라고 작동이 중지되었다. 그것을 알고서 침투해 들어왔다는 것만 봐도 놈들의 정보력이 상상 이상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북조선의 고전 노래라는 책이 있을 거다. 그게 어디있지?”

“북조선의 고전 노래?”


친구의 집에서 찾은 마지막 책. 그 책을 친구의 유산처럼 갖고 있었다.


“그걸 왜 찾는 거지?”

“내놔라. 가족들이 죽기 싫으면.”

“지금 나를 협박하는 건가!”

“내가 하는 게 협박이라고 생각하나?”

“```.”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살기였다. 과거 군사정권에서 장군 휘하 특수부대원에게서 느껴지던 살기가 그에게서 느껴졌다.


그것도 저렇게 여유롭게 웃으면서 살기를 내뿜을 수 있는 미친놈은 군대에서도 없었다. 저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본능이 외치고 있었다.


이내 그자가 손을 까닥하자 노트북에서 영상이 출력되었다. 영상에는 집이 여러 개 보였는데 그 집이 아내의 친정과 자식들의 집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화면 구석에 보이는 검날은 번뜩이고 있었다.


“그걸 주면 가족들은 무사한 건가?”

“그건 두고 봐야지.”

“나로 끝낼 수 있나.”

“그럴 수 있지. 그 서적을 준다면 말이야.”

“서재 우측에서 3번째 서랍에 철학의 지혜라는 겉표지가 자네들이 찾는 책이라네.”


서재로 달려가서 철학의 지혜라는 책을 가지고 오자마자 대장에게 전달했다. 책을 펼쳐 내용을 확인하던 그는 이내 만족했는지 미소를 지으면서 책을 부하에게 던졌다.


“우리가 찾던 책이군.”

“그럼 조용히 가는 건가.”

“그러면 좋겠지만. 우리를 알아차린 이상 그냥 가기에는 힘들군.”


이내 품속에서 하나의 병을 꺼내 들었다. 작은 병에는 하얀 액체가 들어가 있었다.


“이것을 먹는 순간 너는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해.”

그 말이 죽음을 의미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것은 먹는 즉시 분해되어 혈관을 망가트리는 신물질이지. 뇌출혈로 보기에 독살이라고 의심도 못 하지. 그럼 선택하게나. 자네 혼자 죽거나. 일가족 전부가 죽거나.”

“내 선택은 하나뿐이군.”


맹구는 떠나간 친구를 떠올리면서 입을 벌렸다. 이내 병에서 하얀 액체가 흘러나와서 그의 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때 김맹구의 입으로 떨어지던 액체가 중력을 무시한 채 거슬러 올라오더니 공 형태를 이루었다. 그와 함께 가장 먼저 도망치는 대장. 하지만 이미 상대방의 손은 대장의 얼굴을 잡은 상태였다.


“끄아아아아!”


하얀 손가락이 주는 압도적인 괴력! 단숨에 피부를 뚫고 들어가 뇌를 뭉개버리는 듯 어마어마한 고통이 전신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제로 이마에서 뼈가 바스러지는 소리도 들렸다.


그는 다급히 손을 뻗어 자신의 머리를 부수는 손을 부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강철 기둥을 만지는 듯한 감각이 손 끝을 통해서 전달되었다.

그는 눈동자를 돌려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쓰러져 있는 자신들의 부하를 볼 수 있었다. 자신들의 부하는 정말 뛰어난 전투요원들이었다.


신음도. 타격음도, 그리고 기척도 없이 잡혔다는 점에서 그는 아직도 믿어지지 않았다. 거기다가 자신을 붙잡은 자의 체격이 자신보다 작다는 점에서 믿을 수가 없었다.

힘이란 결국 체격과 근육의 밀도로 판가름 난다. 이런 왜소한 체형으로 자신을 번쩍 들 정도의 힘이 있다고 믿어지지 않았다.


“자신들이 왜 잡혔는지 신기한가 보군.”


이내 손을 내려서 옆으로 던져버리는 영수.


“컥!”


바닥과 부딪치면서 어마어마한 고통이 전신을 강타했다. 마지막에 낙법을 써서 머리를 보호하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기절했을지도 몰랐다.


“덤벼봐. 실력의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보여줄 테니 말이야.”


그는 아무 말 없이 발에 힘을 주고 뒤로 튕기면서 창문으로 도망쳤다. 그때 그의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


“너무 늦는데.”

“커억!”


단번에 목이 붙잡히는 순간 전신이 마비되어가고 있었다. 기를 통해서 혈도의 신경을 마비시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따 이야기하자고.”


이내 제압한 그들을 한쪽으로 밀어낸 후 김맹구를 바라봤다.


“자네는 저들 편이 아닌가.”

“당신의 과거는 용서할 수 없는 일을 했다. 하지만 살기 위한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질문에 대한 답변이 아닌 엉뚱한 대답에 순간 이해를 못 했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바로 자신의 친구 이야기라는 걸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전쟁에 나간 병사가 적을 죽이는 살인은 정당한 법이야. 그 시대에 살았던 자들이 독재자의 명령에 따르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지금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총과 칼로 위협하고 사람을 죽이던 군사정권의 독재 시절이었다. 비겁하다고 할 수 있지만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었다. 그 누가 그를 두고 비겁하고 겁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친구의 제사는 물론이고 그 아버지와 할머니의 제사까지 지내는 것은 그에게 마음의 빚이 있는 거겠지.”


매해 친구의 기일에 맞추어서 제사를 지내는 이유도 아마 그러한 이유였을 거다. 그것 말고도 김맹구는 탈북민 자선단체 기부와 보육원과 양로원은 물론이고 어려워하는 이웃들에게 회사 수익 일부를 매년 기부해왔다.


그리고 연락이 끊어진 친구의 부모님과 할머니의 사연도 백방으로 수소문해서 들었다. 북한으로 건너간 친구의 아버지는 할머니를 찾았지만, 남한으로 내려가는 그들을 주민이 신고했고 결국 붙잡혀 사형 당했다는 비참한 결말이었다.


그래서 친구의 부모님은 물론이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제사까지 친구 기일에 맞추어서 같이 해주고 있었다. 최소한 양심은 있는 사람이었다.


“죽는 그 순간까지. 지금의 마음을 잊지 마라.”


그리고 영수는 그들을 데리고 공간이동을 했다.

그 순간. 김맹구는 자신의 전신을 억압했던 비닐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어나 두리번거렸지만 그 어디에도 그들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꿈인가?”


꿈이라고 하기에 조금 전 일이 거짓말처럼 생생했다.



영수가 은밀하게 사용하는 아지트. 그곳에는 꿈틀거리고 있는 사인방이 있었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할까.”


어디에서 준비했는지 왕좌로 보이는 의자에 앉아 있는 영수.




선호작, 추천, 댓글은 작가의 양분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이더스의 능력 완결*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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