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3화 아리아의 행복
“우선 아이들 이야기지만... 어떤 아이들이라고 생각하세요?”
“어떤 아이들이냐고?”
잠시 아리아와 있던 아이들을 생각했다.
흑인, 황인, 백인 골고루 있었고,
외모도 다양했다.
그렇기에 아리아가 직접 낳았다고 가정하면...
아니지.
아무리 남편이 많아도 아리아는 1명.
아이를 낳을 몸이 1개인 이상 이 정도로 많은 아이를 낳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게다가 아리아가 결혼했다면 내가 몰랐을 리가 없지.
아무리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 없다고는 해도,
종족 대표자의 결혼 소식이다.
그 정도는 확인하고,
결혼 축하 정도는 해주러 갈 생각인데,
그런 내가 남편 소식을 모른다?
아직 결혼도 안 했다는 소리다.
그러니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입양이지?”
“네. 제가 돌보고 있는 아이들은 전부 부모를 잃은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모아서 키워주고 있어요.”
“키워준다라... 몇 명이나 돌보고 있는 건데?”
“대략 5천 명 정도겠네요.”
“5천? 그 정도로 많다고?!”
“네.”
“아무리 그래도 너무 많지 않아? 그 정도로 많으면 전부 다 관리할 수도 없잖아.”
“괜찮아요. 판타지아 주민 모두가 도와주고 있고, 성장한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으니까요.”
“그 정도면 감당할 수는 있겠지만... 진짜 괜찮겠어? 그 정도로 돌봐주고 있으면 인력과 비용이 장난 아닐 텐데?”
“그런 문제는 없어요. 게다가 아이들을 돌보는 건 모든 정령들이 원하는 일이기에 힘들지도 않아요.”
“정령 전체가 원하는 일?”
“놀이공원 판타지아를 세운 것도, 고아가 된 아이들을 데려오는 것도, 목적은 같으니까요.”
“아... 그러네. 정령은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다. 어린아이들과 놀고 싶다. 그걸 위해서 세운 게 놀이공원 판타지아였지?”
“네. 오히려 저희 목적만 따지면 거대한 고아원이 어울렸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놀러 온 사람들은 떠나지만,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은 저희 곁을 떠나지 않으니까요.”
그렇겠네.
정령들의 목적은 아이들과 노는 것.
그런 점에서 보면 놀이공원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놀이공원은 하루 놀고 떠나는 장소다.
잠깐 노는 거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우정을 나누고, 진정한 친구가 될 시간은 없지.
그에 비해 고아원은 성장할 때까지 계속 지내는 장소다.
어린아이들과 같이 놀 수도 있고,
깊은 우정을 나눌 시간도 충분하지.
그렇기에 정령들의 목적만 생각한다면,
놀이공원보다 고아원이 더 좋은 선택이었을 수도 있었다.
“그럼 처음부터 고아원이었던 게 좋았으려나?”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이유는?”
“몇 명 정도의 아이들은 수익이 없어도 키울 수 있어요. 하지만 5천 명 정도의 규모라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제대로 된 교육을 해주고, 좋은 장난감을 주고, 갈아입을 옷은 선물하고,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려면 돈이 필요해요. 그러니 판타지아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반드시 필요해요.”
“그래도 지원금이 있다면 운영할 수 있잖아? 베르니카 제국도, 사성그룹도, 정령들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다고 보는데?”
“아이들을 키우는 건 저희들이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요. 남의 손을 계속 빌린다면 양심이 아팠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긴 하겠네.”
“네. 그러니 최현석님께 감사드려요. 판타지아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해주며, 저희도 즐겁게 돈을 벌 수 있는 곳이에요. 그리고 그 돈으로 아이들을 키울 수 있다는 거에 기쁨을 느끼고 있고요.”
아리아는 엄청나게 기쁜 표정으로 말하는데...
일해서 번 돈으로 자선단체를 운영하는 수준 아닌가?
만약 인간들이 저러고 있었다면 너무 착해서 미쳐버린 호구 수준이지 않았을까 싶은데...
정령들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인간 기준으로는 봉사활동이지만,
정령 기준으로는 취미생활이자, 삶의 목표 수준이니까.
그러니 저대로 냅둬도 상관없었고,
본인들이 행복해하면서, 남까지 돕고 있으니 좋은 게 좋은 거지.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
“잘 지내는 수준이 아니에요. 만약 판타지아가 없었다면 이런 행복은 느껴보지도 못 했을 거에요. 그러니 최현석님은 저희들의 은인이자 구세주세요!”
“그 정도로 말할 것까지는 없는데...”
“아니에요! 오히려 지금의 모습도 최현석님의 계획인 거라고 생각해요. 판타지아로 벌어들인 수익금을 고아원에 쓸 거라는 걸 예상하시고, 제안해주신 거죠?”
그런 생각은 1도 없었는데...
솔직하게 말하면 놀이공원이면 애들도 좋아하고, 정령들도 잘 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으로 선택한 거였기에,
고아원으로 진화할 거라는 건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물론 플레타는 예상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난 그딴 거 예상한 적 없지.
“그런 거 아니니까 너무 과대평가할 필요 없어. 그냥 놀이공원 만들면 잘 놀 거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추천한 거니까.”
“너무 겸손하시네요. 최현석님의 위대함은 저희 모두가 아는 사실이고, 플레타 여신님을 통해서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플레타가?”
“네. 플레타 여신님께서 세상에는 부모가 없어서 힘든 아이들이 존재하고, 고아원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려주셨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저희들을 이쪽 방향으로 인도해줬던 거였는지도 모르겠네요.”
플레타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겠네.
난 생각 없었지만,
플레타 넌 계획이 다 있었구나?
[네. 전부 다 계획대로입니다.]
‘그러냐... 그래서 이번 일을 실행한 목적은?’
[정령들은 행복하고, 사성그룹의 별도의 비용 없이 자선사업을 했다는 실적이 생깁니다.]
‘실적?... 아... 판타지아도 사성그룹에 포함된 장소였지?’
[네. 판타지아가 여러모로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꿈과 희망의 놀이공원이라는 것 덕분에 이미지도 좋고, 가장 앞장서서 고아들을 구조하는 자선단체라는 평가도 좋습니다.]
역시 플레타.
정령도 도우면서, 사성그룹의 이미지 사업까지 생각하다니.
사성그룹 회장님에 걸맞는 좋은 안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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