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1화 근육 마법사
마법사쪽을 보고 온 김에 근육 마법사들도 한 번 봐주고,
겸사겸사 강철기사단까지 보려고 발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둘 다 같은 장소에 있으니까.
그래서 찾아봤는데...
“하낫! 둘! 하낫! 둘!”
“모두들 앞으로 한 바퀴!”
“오!!!”
운동장을 돌고 있는 근육질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죄다 대머리지?
심지어 구리빛 피부인데...
저것도 복제인간인가?
아님 분신술?
아니야.
미묘하게 다르게 생겼는데,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 같은 건가?
음...
물어보면 알겠지.
“거기! 운동 중인 마법사들? 맞지?”
“이게 누구십니까! 최현석님 아니십니까!”
“그래. 너희들은 마법사들 맞지? 예전에 근육 키우겠다는 그 집단.”
“맞습니다! 근육과 마법은 일심동체! 이 터질 듯한 근육은 마법사의 상징! 어떻습니까! 멋지지 않습니까!”
언제부터 근육이 마법사의 상징이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부분으로 반박하기 시작하면 나만 귀찮아질 것 같으니 패스하고,
다른 거나 물어봤다.
“근육은 그렇다고 치고, 그 모습은 뭐냐? 대머리에 갈색 피부? 요즘은 그런 패션이 유행인 거야?”
“유행 같은 게 아닙니다! 이 모습이야말로 사나이의 상징! 강인한 남자의 모습 아니겠습니까!”
강인한 남자의 모습이라...
게임에서도 대머리 갈색 피부 근육질 전사가 나오긴 하니까...
그럴 수도 있지.
어디서 뭘 보고 단체로 따라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물어보면 더 귀찮아질 것 같으니까 다른 쪽 질문이나 했다.
“그래. 모습은 그렇다고 치고, 요즘 뭐하고 지내는지나 들어보자.”
“운동 중입니다!”
“그건 그냥 봐도 아니까 다른 건?”
“매번 머리를 미는 게 귀찮았기에 탈모 마법을 개발했습니다!”
와...
탈모 마법을 개발했다고?
그런 끔찍한 마법을 개발하다니...
이 녀석들 앞에서 입을 잘못 놀리면 대머리로 변하는 건가?
개무섭네.
하지만 나한테 쏘진 않겠지.
“그런 의미에서 최현석님도 어떻습니까! 시원하게 머리도 밀어버리고, 같이 근육을 키우며, 뜨거운 열정을 키워보지 않겠습니까?”
“하지 마. 날 대머리로 만들었다간 너희들 목을 날려버릴 수도 있어.”
“알겠습니다! 취향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군요! 목이 날아가긴 싫으니, 강제로는 하지 않겠습니다!”
뭐야.
내가 아니었으면 강제로 대머리를 만들 생각이었냐?
이것들도 꽤 미친놈들이네?
“하아... 지금부터 황제 대리로서 명령한다. 어떤 놈이든 강제로 대머리를 만들면 내 손에 뒤질 거 각오해라.”
“머리카락 따위는 하나도 쓸모없는 쓰레기...”
“이건 명령이야. 듣지 않겠다면, 너희 전원 목을 날려버릴 테니까 각오해.”
“알겠습니다!”
“그래도 해명 정도는 들어줄게. 대머리에 집착하는 거냐?”
“당연하지 않습니까! 머리카락이 자랄 때마다 근손실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근손실?”
“근육에 가야 할 영양분이 머리카락으로 가고 있는 겁니다! 그게 근손실이 아니면 뭐겠습니까!”
아...
그런 거냐?
근육에 미친놈들이 대머리에도 미쳤다고 생각한 거였는데,
그냥 근육에 미친놈들인 거였구나?
어휴...
얼마나 근육에 미쳤으면 근육 성장에 방해된다면서 탈모 마법까지 개발할 지경이 되는지...
“그 외에도 머리카락의 단점은!...”
“됐어. 거기까지. 더 안 들어도 되겠다.”
“그럼 머리카락의 쓸모없음을 알아주시는 겁니까?!”
“아니. 아까 명령 그대로 다시 말해줄게. 강제로 대머리 만들다가 걸리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내가 직접 처벌하러 올 수도 있으니까.”
“명심하겠습니다!”
“그래야지.”
“하지만 권유 정도는 괜찮지 않습니까?”
“1번 정도는 허용한다. 그 이상부터는 강요야.”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또 뭔짓거리 하고 있냐?”
“숟가락을 50kg으로 만드는 마법을 개발했습니다! 이걸로 식사 중에도 운동할 수 있습니다!”
“오!!! 정말 좋은 마법이로군! 식사 중에도 운동할 수 있다니 참신한 발상이야!”
이 운동에 미친놈들...
밥 먹을 때까지 운동이라니...
끔찍하네...
“다음.”
“저는 자고 있는 동안에도 강제로 몸을 움직이게 하면서 운동하는 마법을 개발했습니다!”
“오!!! 그 마법이라면 24시간 운동도 가능하겠어!”
이놈들은 휴식이라는 개념이 없는 건가?
사람은 24시간 움직이면 죽어.
피로가 계속 쌓인 근육은 언젠가는 파멸.
더럽게 쓸모없는 마법을 개발했네.
“다음.”
“전 닭가슴살에 마법을 담아 맛있는 고기로 느껴지는 마법을 개발했습니다! 스테이크 맛! 불고기 맛! 어떤 거든지 가능합니다!”
오... 그나마 쓸만하잖아?
편식하는 어린이들한테도 써먹을 방법...
“그딴 쓰레기를 개발하다니! 당장 파기해라!”
“옳소! 닭가슴살이야말로 궁극의 음식! 사나이의 맛을 모르는 애송이 녀석은 맛을 논할 가치도 없다!”
“죄송합니다! 바로 폐기처분하겠습니다!”
이 미친놈들이?!
그거 폐기처분하지 마!
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바로 연구자료를 꺼내면서 불태우고 있었다.
“폐기 완료했습니다!”
“좋다! 앞으로도 근육에 매진하도록!”
“알겠습니다!”
“와... 그래... 너희들은 그러고 놀아라...”
이 녀석들...
처음에는 괜찮은 마법을 만들어서 쓸모있는 줄 알았는데...
지금은 뇌에 근육으로 가득 차서 이상한 마법만 개발하는 변태 집단이잖아?
하아...
언제 한 번 물갈이 좀 해야 하나?...
아니면 그냥 방치하는 편이 좋나?...
어차피 이 녀석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봤자...
연구실에서 근육! 근육! 거리면서 다른 놈들을 전염시킬 것 같은데...
그럴 바에는 차라리 한 곳에 모아두고 격리시키는 게 맞나...
어휴...
그래...
차라리 격리가 답이겠다.
그러니 이 녀석들은 무시하고,
강철 기사단이나 찾았다.
“그래. 너희들은 그대로 운동이나 하고, 강철 기사단은 뭐하고 있냐?”
“최현석님은 소식 못 들으셨습니까?”
“무슨 소식?”
“강철 기사단 전원 초거대 함선이 만들어진 기념으로 우주여행을 떠났습니다!”
“우주여행?”
“그렇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우주 로봇 대전을 즐겨본다면서 떠났습니다!”
아...
그렇겠네.
로봇들이 주로 싸우는 전장이라고 하면 역시 우주니까.
“그럼 돌아오는 건?”
“모릅니다! 2년 전에 떠난 뒤로 돌아오질 않고 있습니다!”
“다 죽은 건 아니겠지?”
“주기적으로 연락은 한다고 들었습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행성에서 로봇 생산 기지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잘 살아있기는 한 모양이네.
한 번 만나러 가볼까 싶긴 했지만,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행성까지 찾아가는 건...
불가능은 아니겠지만, 귀찮은 짓.
그러니 잘 살아있다는 소식만으로 만족해야지. “잘 알았어. 그럼 난 가본다.”
“예! 전원! 최현석님 가시는 길에 인사한다!”
“근! 육!”
단체로 머슬 자세를 취하면서 근육이라고 인사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진짜 근육 변태들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하아...
적당히 놀 생각으로 왔다가 땀내나는 근육질 변태들만 보다니...
빨리 다른 곳 가서 눈 정화 좀 시켜줘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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