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세마라
“다행이에요 회장님! 저희가 이겼어요!”
전투 승리. 튜토리얼 종료.
방주도시에 닥친 괴물 ‘이상체’의 위협이 제거되었다.
살아남았다는 기쁨에 겨워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분홍 머리 여자를 시작으로 다른 동료들이 ‘회장’에게 한 마디씩 건넨다.
“회장 덕분이야! 잘 싸우던데?”
“훌륭한 지휘였습니다.”
“의심해서 죄송했습니다, 회장님. 일전의 무례는 용서해 주시길.”
상황은 여전히 절망적이었다.
현재 도시의 각성 인구는 5명.
이상현상은 끝나지 않았고, 도시 바깥에 남아있는 이상체의 숫자 역시 가늠할 수 없었다.
고작 5명으로 세계에 창궐한 괴물을 전부 없애는 건 꿈도 꾸기 힘든 상황.
하지만 회장과 함께 이번 전투에서 승리하면서 그들은 희망을 얻었다.
더 나아질 거란 희망.
계속해서 인류를 지킬 수 있을 거란 소망.
다른 방주도시의 근황까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설렘.
어쩌면 괴수의 멸종까지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까지 품는 이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들뜬 모습에 반응하는 대신.
침묵을 유지하던 회장은 손에 쥐고 있던 단말기의 화면을 툭툭 건드린 뒤 입을 열었다.
“또 리세네.”
일종의 권태감마저 느껴지는 목소리.
그 목소리엔 기쁨도 안타까움도 없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금발 머리의 회원이 묻는 말에 회장은 권총을 꺼냈다.
“■■■■■.”
회장은 뜻 모를 말을 중얼거리며 방아쇠를 당겼다.
탕!
그리고 말릴 틈도 없이, 총성이 울렸다.
회장의 머리가 산산이 부서졌고, 머리가 부서진 자리에선 피와 살점 대신 나비 떼가 후드득 쏟아져 나와 사방으로 흩어졌다.
인도주의적 자살장치의 위력과 기이한 나비 무리를 확인한 회원들은 멍한 표정으로 말을 잃었다.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모두가 이 불가해한 상황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도시를 관리하는 인공지능의 안내방송이 그들의 정신을 일깨웠다.
[신규 회원 각성이 완료되었습니다.]
[회장님을 비롯한 선임 회원분들은 신규 회원을 따뜻한 시선으로 맞이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최초의 방주 에리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공교로운 타이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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