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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쿤1 님의 서재입니다.

처용과 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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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쿤1
작품등록일 :
2015.03.24 22:14
최근연재일 :
2015.03.29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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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29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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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변혁의 소용돌이 22

DUMMY

866년 신라 경문왕 재위 5년에 백관들은 화백회의를 개최했다. 그동안 화백은 많은 사람들을 모아야 가능한 것이기에 웬만해선 열리지 않았었다. 백관들은 열변을 토하고 있었고 그 분위기를 능숙하게 리드해나가는 사람은 바로 이찬 김윤흥이었다.


“보시오 들, 화백이 무엇이오? 누천년을 이어온 우리의 고귀한 전통 아닙니까? 단군 이전부터, 삼한이전부터 정치를 주도하는 자들을 망라해서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도록 만장일치를 요하는 훌륭한 정치제도인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게 되었어요. 왠지 아십니까?”


“왜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까? 귀족들의 의사가 결집이 안 되는 게........”


“만장일치를 이루지 못하면 화백의 제도가 유명무실해 집니다. 삼 년 전부터인가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의결을 본 게 뭐가 있나하고 생각해 보니 하나도 없더라고요. 꼭 한 두 표가 비는 데 그렇다고 반대표의 내용을 확인하고 추궁하지도 못하니 그걸 악용하는 겁니다.”


대신들이 윤흥의 말에 선뜻 동의를 하지 못하자 참지 못하고 막내인 숙흥이 끼어들었다.


“아니, 그러니까, 오래전부터 만장일치의 의결을 못보고 있다는 것은 사실에 관한 말씀이시고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 것입니까, 아찬대감?”


그러나 대신들은 숙흥을 외면하고 오로지 윤흥에게만 의구심을 토로했다.


“삼 년 전인가 전하의 대관식에서 발표한 정계 임용안을 보면 아실 겁니다. 그때 상대등에 임명된 세자저하가 기껏해야 나이 세 살입니다. 무슨 정국을 운영할 나이가 되겠습니까? 말귀나 알아듣는다고 무리를 이끌고 갈 중차대한 상대등의 일을?”


“그건 관례가 그러니까 문제라고 하기엔 좀 그런 거 아닙니까? 그 전에도 얼마든지 상대등에 오른 사람이 두 살 세 살 그랬었죠.”


“그러나 그땐 상대등이고 뭐고 젖먹이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만장일치가 가능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다르단 걸 아셔야 합니다.”


계흥도 말에 끼어들자 김윤흥의 삼형제는 회의를 주도하고 있다는 인상을 확실하게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맞소이다. 그땐 대신할 사람이 없었고 그냥 사표로 아니 아예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 걸로 인정했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게끔 꼭 표결에 참여를 한다 이거요.”


김현도 윤흥의 언표에 참여를 했다.


“그러나 그건 명백한 악법입니다.”


“지금 그렇게 된 이유는 김정 상대등의 표를 귀인인 상대등의 숙모가 행사하기 때문입니다. 일부러 어깃장을 놓기 위해서 참여를 하는 것입니다.”


계흥은 이것을 위해 화백을 열도록 주선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윤흥의 입만 바라보았다.


“화백회의는 이제 꼭두각시놀음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전통은 만장일치를 가장 우수한 기안 장치로 생각하지만 이렇게 사회가 복잡해지면 그런 표결은 무의미해지는 것입니다.”

윤흥은 더 이상 아우들에게 맞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아!”


“그럼 왕궁에서 수렴첨정식의 표결을 하시는 것은 무슨 의도로 보고 있습니까? 어깃장을 놓는다고 하셨는데 그 내용이 정확히 뭡니까?”


대신들은 다시 의구심을 표현했다.


“뻔하지 않습니까? 화백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놓고 족당이 영구히 집권해 누리려는 속셈이죠. 우리 귀족들의 의견이 수렴될 가능성을 고사시키는 겁니다. 그러면 왕궁에서 추진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는 거죠. 수순이 그렇게 됩니다.”


“막아야 합니다.”


숙흥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강하게 말했다. 사람들은 일제히 숙흥을 쳐다보았다.


“막는다는 것은 동의합니다만 어떻게 막느냐가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밖으로 보이는 것을 신경 써야합니다. 무엇을 막으려 하느냐는 물음에도 답할 수 있도록 의견을 일치시켜야 합니다. 지금 할 수 있는 방법은 화백밖에 없습니다. 그야말로 화백에서 상대등의 표만 빼고 만장일치를 끌어내야 나중에 뒤탈이 없을 겁니다.”


연로대신중 하나가 차분하게 일갈했다.


“화백을 비켜가는 방법을 택해야 합니다.”


숙흥이 비장한 각오로 탁자를 내리쳤다.


“지금 당장 어떻게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백관이 이 문제로 다 모이기도 쉽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 이렇게 합시다. 서로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 연판장을 돌려 만장일치는 아니더라도 한번 빠른 시일 내에 의견을 끌어내 봅시다. 지금 신라에서 내로라하는 귀족들은 모두 오셨습니다. 귀족의 단합된 힘은 왕권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근원입니다. 각기 친분이 있는 분들과 연통을 해서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는 것이 같다는 인식을 공유하도록 활발하게 전개해 봅시다.”


그러나 윤흥은 당장의 적극적인 행사를 할 생각은 없었다. 서서히 시기를 기다리는 편이었다.


“연판장을 돌리는 거 그거 괜찮은 방법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해 봅시다.”


“잠깐만 생각해봅시다. 소신은 이런 일은 세밀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신속하게 하려면 연판장을 하나로 하면 안 되고 여기 지금 모인 사람이 일곱이니 모두 일곱 장을 작성합시다. 결정적인 순간에 이 일곱 장을 모으면 우리의 의지가 만천하에 공개되는 것으로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도 절약할 수 있을 겁니다.”


윤흥형제는 서로 눈치를 주고받았다. 이런 행동에 대한 일종의 지침이 있는 모양이었다.


“솔직히 연판장을 일곱 장이나 만들자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었는데 지금 보니 그게 탁월한 선택인 것 같소이다.”


“그럼 일곱장을 만들어 다음에 약속한 대로 연서로 약속을 하십시다.”


연로한 대신이 먼저 말을 꺼냈다. 백관은 동의의 표시로 고개를 숙였다. 윤흥형제도 차례대로 고개를 숙였다.

같은 시각에 내전에선 왕비 연화와 현화공주가 같이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김윤흥이 이찬인데 손수완이 뛰어나 우리 궁중으로 들어오는 안식국의 풍물들을 들여오는 대상들을 거래한다고 한단다.”


왕비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 사람 혹시?”


“혹시 뭐?”


“김윤흥이란 사람. 부족하지만 제왕의 기운이 조금 있습니다.”


“제왕의 기운이라고? 그럴 리가? 하긴 그자도 진골이니 그런 욕심이 있을 수도 있겠다.”


“언니. 이쯤에서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다섯용의 욕심도 욱일승천하는 형국이니 토목공사가 필요한 시점이에요.”


“그 다섯용이란 누구를 말함이냐?”


“언니. 난 사람들의 얼굴을 다 보지 못해서 그런지 그게 누군지는 정확하게 몰라요, 하지만 이름을 듣고 그 기운이 점쳐지니 그는 그 다섯용 중의 하나임은 분명하네요.”


“토목공사는 어떻게 하는 거냐?”


현화공주는 연화중전의 귀에 대고 낮은 소리로 작전을 꾸몄다. 이때 대전에선 응렴과 소싯적에 같이 주유산천하던 범교사와 예흔랑, 숙종랑, 요원랑, 계원랑이 담소를 나누고 돌아갔다. 경문왕은 친구들을 배웅하고 돌아오다 용상에 편히 앉질 못하고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돌기만 했다.


“폐하!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무슨 언짢은 일이라도........”


“그래?”


경문왕은 얼른 용상에 앉았다. 그러나 시름은 가시지 않았다.


“폐하! 어서 침소로 드시지요.”


“이보게 환수.”


“예, 폐하!”


환수는 어쩔 줄 몰라서 허리를 연신 구부렸다.


“내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던 말이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못하고 말았네.”


왕은 환수의 얼굴을 보는 게 아니라 멀리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환수는 왠지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폐하! 분부만 내리시옵소서.”


“전에 선제께서 임종하시던 순간.”


순간 환수의 표정이 경직되고 조금씩 떨렸다.


“벌써 일 년이 지났는데 아직 해결이 되지 않은 모양이구나.”


“폐하!”


환수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털썩 엎드렸다.


“폐하! 제발. 소신은 더 이상 그 일에 대해선 영원히 함구하고 싶습니다. 그렇지 못한 불충을 제발...... 선제 폐하님과의 언약이고 지엄하신 명령입니다. 그건 폐하께 부담을 드리지 않으리라는 엄명이시기에.......”


“그건 자네와 선제 폐하와의 약속이고 짐이 개입한다고 해서 그 약속을 어기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그리고 짐은 곧 이 나라의 주군이니 뭐든지 알고 있어서 명이 서질 않겠느냐?”


경문왕은 매우 강직한 어조로 천천히 읊조렸다. 서슬이 퍼렇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지만 환수는 그래도 완강히 버텼다.


“물론 그러하십니다만 소신의 맹약이기에 목숨을 걸만한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부디 통촉하여 주십시오,”


“태양이 영원한 게 아니다. 다시 뜬 태양은 어제의 태양과 다른 것이다. 알겠느냐? 너의 일이 짐이 알면 또 잘 해결될 수도 있는 일 아니냐? 너의 허물은 없는 것이다. 선제께선 이미 돌아가신 거고.”


“폐하. 하지만 소신은 선제께 약속한 일을 목숨을 바쳐 수행할 것입니다. 만약 소신이 미덥지 않으셔서 내치신다 한들 아니 죽이셔도 좋습니다. 그러나 소신은 그 약속을 변함없이 평생을 가지고 갈 것입니다. 물론 죽고 나면 그 분부를 수행할 수는 없겠지만요. 폐하! 통촉해 주시옵소서.”


경문왕의 굳은 표정은 전혀 풀리지 않고 긴 한숨으로 바뀌었다. 이때 현화공주가 들어오다 멈추고 이야기를 몰래 듣고는 사라졌다. 대전은 어둠속에 잠기고 하늘에는 조각달이 떠올랐다.

이튿날 왕비는 현화공주를 대동하고 직접 대전에 올랐다. 이미 대전은 백관들과 왕의 친우들인 다섯 국선이 자리하고 있었다.


“왕비마마 납시오!”


환수는 두 왕비의 등장을 알리고 일동은 정문을 바라보았다. 중전들은 들어오면서 백관들의 얼굴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둘째 중전은 김윤흥일파와 김현의 얼굴에서 유난히 긴 시간을 끌었다.


“어서오시오들.”


경문왕은 대신해 인사를 전했다. 왕비들은 곱게 고개를 숙였다.


“무슨 일로 오셨소이까?”


“여근곡에 물이 말라간다는 말을 듣고 급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이렇게 왔습니다. 폐하!”


“여근곡에 물이 말랐다는 게 뭐 그리 중한 이야기라도 된답니까?”


“폐하! 자고로 여근곡은 우리 신라의 중요한 지리적 가치를 가진 저수지가 있습니다.”


“예. 저수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는 있습니다만 그게 중요하게 다루어야할 정도입니까?”


“장차 갈수기에 크게 가뭄이 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전이 예지력이 남다른 것은 이 몸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물이 마르면 미리 방비할 방법도 있다는 것입니까?”


신하들은 일제히 둘째 중전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현화 중전은 신하들의 표정을 보지 않고도 김윤흥과 형제들은 물론이고 김예와 김현까지 두루 파악하고 있었다.


“자고로 여근곡의 물은 차갑고 많은 것으로 예부터 유명한데 웬만해선 마를 일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폐하! 그리고 황후마마!”


“나의 앞을 보는 에지를 믿지 않는 거란 말씀이죠? 이찬 김예 대감인가요?”


현화중전이 이찬의 이름까지 거명하며 말을 하는 통에 일동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 시중 위진이 나섰다.


“신 시중 위진이 아뢰옵니다. 중전마마!”


“뭐요?”


중전은 일부러 차갑게 위진을 대했다. 그러자 백관들은 내심으로 위진의 편을 들게 되었다. 그러나 이미 위진은 두 왕비와는 내통이 있었다.


“여근곡은 물의 양이 충분히 많은 곳입니다만 갈수기를 대비해서 물을 가둘 양이라면 바닥을 더 파거나 골을 넓혀야 합니다.”


“왜 그래야 하죠?”


현화는 짐짓 모르는 체하며 물었다.


“골짜기가 굽은 말굽 형이기 때문에 깊이 파지 않으면 넘치게 되어 인근 마을이 자주 홍수에 시달리기도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물속을 깊이 파는 일이 쉽지는 않을 텐데요?”


“사실 그렇습니다. 깊이 보다는 넓이가 오히려 쉬운 경우가 그렇습니다. 인근 지역은 사유지라 마구 파놓기도 걱정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누군가가 먼저 말을 하기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내 평생을 살면서 여근곡이 마른다는 것은 본 적이 없습니다. 홍수로 피해가 일어난다는 것은 많이 봐 왔죠. 치수는 군자의 으뜸 도리인 것은 확실하나 그건 홍수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는 말이지 가뭄해소를 위한 어떤 것도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이찬벼슬을 한고 있는 김윤흥이 드디어 입을 열어 자신의 의견을 말하니 백관들은 드디어 올게 왔다는 식으로 중전과 김윤흥의 대립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방패막이인지 위진이 사사건건 앞으로 나왔다.


“홍수피해는 물길을 사방으로 몰아서 사라지게 하는 게 그 관건입니다만 가뭄으로 인한 피해는 어떻게 줄일 수가 있겠습니까? 보통 다 알고 있듯 홍수는 국지적인 상황입니다만 가뭄은 전국적인 상황이기에 어느 지역만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가능한 방법이 있기에 이렇게 사전에 방비를 하자는 것입니다.”


“방법이 있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만 아까처럼 강바닥을 파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물이 없는 곳을 깊게 파서 장차 생길 물을 가둔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윤흥이 역시 논리적인 반박을 시도했다. 경문왕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중전을 바라보았다. 연화 중전은 아무 일 없는 듯이 응렴을 바라보고 다시 아우를 믿음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김윤흥이 가장 왕성한 기운이 있어. 잠재적이지만 제왕의 기운이 있다는 구나.’


‘다섯용은 곧 여의주를 물려고 하고 있어요. 사전에 막아야 합니다.’


‘토목공사? 그게 그 토목공사를 해야 할 이유냐?’


‘너의 예지력을 나는 믿는다. 그러나 그 다섯용에서 현 주상전하는 이미 여의주를 물었지 않느냐?’


‘아셨어요? 언니가 바로 여의주였어요.’


‘난 네가 여의주가 될 거로 보았는데........’


‘빨리 손을 써야 합니다. 언니.’


‘그래 토목공사라면 어떤 일이냐?’


두 중전이 전에 마주보며 대화를 나눈 장면이 스쳐지나갔다. 이미 중전들은 이 상황에 대해 해결책을 마련해 두었던 것이다.


“여근곡 주변에 자인이라는 곳이 있는데 거긴 깊은 골짜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이 말라있습니다. 참으로 희한한 곳입니다. 게다가 거긴 홍수나 가뭄의 피해가 거의 없는 곳입니다. 여근곡의 물길을 그리로 돌린다면 홍수의 피해를 막을 수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가뭄에도 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백관들의 얼굴표정이 황당함을 넘어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아니! 어떻게 그런 생각까지......”


김윤흥의 놀라움은 그저 가벼운 놀람이 아니라 경이의 표정이었다.


‘여근곡 가까이에 자인이라는 골짜기가 있습니다. 마른 골짜기라 물이 필요한 곳이지만 지금은 김윤흥의 소유로 농사를 짓지 않는 노는 땅입니다.’


‘그럼 여근곡에?’


‘음기가 매우 강한 곳입니다. 그곳이 승하면 김씨 집안 중에 윤흥의 세도가가 흥할 상입니다. 그 기운을 미리 꺾을 필요가 있습니다.’


‘김윤흥이라면 지금도 그 어느 세도가 부럽지 않을 거침없는 집안이지.’


‘지금 갈수기라 곧 가뭄이 들 것입니다. 대대로 여근곡에서 가까운 저수지에 많은 물을 모으는 일을 했었고 또, 기우제를 지내기 전에 물을 많이 모은다는 명목으로 저수지를 확충하면서 물을 가둔다고 하면 모두들 의심 없이 수긍할 것입니다. 그 공사를 진행함과 동시에 저수지 반대사면을 막고 있는 버드나무군락을 모두 베어버리고 성토한다는 명목으로 메워야합니다.’


‘김윤흥이 눈치 못 채게 일을 도모할 수 있을까?’


‘성토작업이 문제이지만 치수에 능한 위진이 시중으로 영입되었으니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반대사면? 거기는 버드나무를 베어 버리면 그 자리로 홍수가 날 텐데.......’


‘바로 그것입니다. 버드나무를 지탱하던 사면이 물에 쓸려 사라질 겁니다. 그걸 따라 김씨 집안의 운도 떠내려갑니다. 덕분에 비도 많이 올 거고? 진골 하나가 사라지는 대신 백성들은 풍요를 기약하고요. 호호호!’


‘그거 멋진 계책이다. 내가 주군께 상정하마. 내 똑똑한 동생이구나.’


연화중전은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중전은 다시 경문왕을 배알하고 동생의 술책을 사소히 설명을 하자 경문왕 응렴은 귀가 솔깃했다.


“그건 시중 위진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니까 그에게 충분한 사전 협약이 필요할 겁니다.”


“제가 다시 아우와 함께 시중어르신을 만나 사정을 하겠습니다. 신라 국운이 거기에 있다고 사료됩니다. 아마도 필시 그분은 그런 충의를 깨달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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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변혁의 소용돌이 23 15.03.29 504 7 28쪽
» 변혁의 소용돌이 22 15.03.29 321 7 17쪽
28 변혁의 소용돌이 21 15.03.28 585 7 17쪽
27 변혁의 소용돌이 17 +1 15.03.27 529 9 13쪽
26 변혁의 소용돌이 16 15.03.27 466 5 17쪽
25 변혁의 소용돌이 15 15.03.27 261 7 14쪽
24 변혁의 소용돌이 14 15.03.27 614 7 15쪽
23 변혁의 소용돌이 13 15.03.27 648 8 21쪽
22 변혁의 소용돌이 12 15.03.27 586 6 20쪽
21 변혁의 소용돌이 11 15.03.27 589 8 32쪽
20 세기말 증후 37 15.03.24 665 10 26쪽
19 세기말 증후 36 15.03.24 228 5 25쪽
18 세기말 증후 35 15.03.24 484 5 25쪽
17 세기말 증후 34 15.03.24 471 8 18쪽
16 세기말 증후 33 15.03.24 479 7 17쪽
15 세기말 증후 32 15.03.24 420 6 17쪽
14 세기말 증후 31 15.03.24 355 7 22쪽
13 세기말 증후 29 15.03.24 610 6 17쪽
12 세기말 증후 28 15.03.24 697 4 18쪽
11 세기말 증후 27 15.03.24 418 9 20쪽
10 세기말 증후 26 15.03.24 579 5 27쪽
9 세기말 증후 25 15.03.24 597 8 18쪽
8 세기말 증후 24 15.03.24 454 10 20쪽
7 세기말 증후 23 15.03.24 249 6 15쪽
6 세기말 증후 22 15.03.24 460 7 5쪽
5 세기말 증후 21 15.03.24 480 9 15쪽
4 세기말 증후 14 15.03.24 657 9 26쪽
3 세기말 증후 13 15.03.24 611 9 10쪽
2 세기말 증후 12 15.03.24 620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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