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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쿤1 님의 서재입니다.

처용과 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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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쿤1
작품등록일 :
2015.03.24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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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9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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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24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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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세기말 증후 37

DUMMY

이란고원을 중심으로 번성한 애쉬커니 왕국은 중국 한나라나 인도에는 안식국으로 알려졌다. 안식국의 명성은 페르시아 이전의 대국인데 국경은 남쪽으로는 이란고원을 위시해 북쪽으로는 소그드국과 투르크메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메르프와 서쪽으로는 이라크와 터키가 있고 동쪽으로는 대월국인 쿠샨왕조, 더 나아가면 중국이 있었는데 당시 중국은 한나라였다.

아직 한나라에는 불교가 들어가지 않았는데 인도에서 파생한 불교가 페르시아를 거쳐 중국으로 들어갔다. 당시 페르시아는 바로 안식국을 의미했는데 안식국은 서기 224년에 망하고 사산조 페르시아가 들어섰다.

페르시아를 대표하는 종교는 조로아스터교와 불교, 그리고 마니교가 있었는데 이 모든 종교는 중국에 크나큰 영향을 끼쳤다. 한나라 진나라 수나라 당나라는 안식국의 종교적 망명가들을 적극 받아들였다. 대표적으로 달마대사는 바로 안식국의 왕족승려였고 안 씨 성을 가진 고대의 인물들은 대부분 이란계였다.

그런 이란은 정치적 종교적으로 아랍과는 차이가 많았다. 아랍을 지배하는 정치적 수장을 칼리파라고 했었다. 4대의 칼리파는 독재적 전횡을 일삼아 결국엔 내전으로 멸망하고 마는데 메카의 최대 가문인 우마이야조는 칼리파제도를 계속 유지하려고 한 반면 호라산일대를 근거로 한 시아파 압바스조는 칼리파 대신 이맘을 종교적 지도자로 내세웠다. 그러나 세간에서는 칼리파와 이맘의 차이점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해 그냥 둘을 혼용했었다.

순니파는 칼리파의 대물림을 메카출신의 쿠라이쉬 가문에서 나온 자들을 지지한 반면 시아파는 가문이 아니라 혈족에서 칼리파가 나와야한다는 주의였다. 4대 칼리파는 알리인데 그 이전의 칼리파는 순니파 주장대로지만 시아파는 제 4대 알리만을 칼리파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알리만 인정되는 이유는 그가 아브라함의 사위인 혈족이었기 때문이었다.

압바스조는 우마이야조에 비해 과격하고 무자비했다. 그러나 그것은 이슬람 내부에 대해서 만이었다. 시아파는 이교도들에게는 함부로 무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페르시아는 멸망했지만 조로아스터교와 마니교 는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서기 750년에 아랍권을 통일한 압바스조는 쉽게 페르시아도 점령했다. 구세력인 사산의 잔존세력은 구심점이 없는 고로 대규모의 군대를 거느린 아브무슬림의 무력 앞에 페르시아는 무릎을 꿇고 말았다.

아랍의 100여년 걸친 내란을 종식시킨 아브무슬림은 천민 출신이었다. 과격한 테러리스트로서 그가 이끄는 검은 깃발 부대는 평원을 휩쓸고 다녔는데 사막을 횡단하는 대군은 페르시아 인민들의 환영을 받기도 했다.

페르시아의 자유민은 자기가 부치던 농토를 포기하고 이 군대를 따라 다니기도 했었다. 한때 페르시아에서 유행했던 아비틴 황태자가 검은 깃발을 휘날리며 사막을 질주해 올 거라는 환상은 아브무슬림의 모습을 보고 착각이나 혼동을 했을 거란 말이 지배적이었다.

아브무슬림은 대군을 이끌고 다마스쿠스에 웅크리고 있던 우마이야조의 심장을 공격해 그들을 아프리카대륙으로 밀어냈다. 우마이야는 스페인 남방까지 도망가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기도 했다.

아브무슬림은 잔존 우마이야를 처단한다는 미명하에 대규모의 학살을 단행했다. 그때의 전투지휘를 담당한 장군이 알사파였는데 그의 이름은 잔혹한 처형자란 별명으로 전해지게 되었다.

알사파는 시아이슬람의 선봉이 되어 타락한 이슬람 일파를 처단한다는 대의명분을 가지는 희망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 사건으로 과거 암울했던 칼리파 통치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한 많은 페르시아 사람들은 잠시 희망을 꿈꿨었다.


“폐하! 아브무슬림에 대한 소문이 너무 괴괴해서 입에 담기가 송구스럽습니다.”


이맘은 종교지도자이면서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폐하의 칭호를 얻고 있었다.


“무슨 말인데 서론이 그런가?”


“처음엔 반시아파에게 한 치의 여유도 남기지 않고 호되게 공격했는데 지금은 반시아파뿐만 아니라 우리 시아파에게도 그런 성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려하는 사람이 많이 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그런 성향을 보인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외람된 말씀이오나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호라산을 중심으로 독립왕국을 건설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그럼 그것은 나에게 반역이라도 한다는 말인가?”


왕조의 지배자인 이맘은 머지않아 자신의 아들인 마문에게 왕국의 정통성을 주려고 계획 중이었는데 가장 골치를 썩는 문제가 바로 아브무슬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브무슬림의 반역의 실마리가 있다는 첩보를 점하자 판도를 뒤흔들 계획을 세우게 된다.

우마이야조를 무찌르기 위한 압바스의 군대는 호라산 주변에서 자생한 정치단체였고 대부분 아랍에서 정식으로 설립된 것이 아닌 페르시아 인민들과 시리아 인민들의 연합단체였었다. 그런데 호라산의 한 가지산을 중심으로 이맘의 사촌이 왕국을 설립하기 위해 압바스조에 반기를 들었다는 첩보가 왔다.

한때 이맘은 내전이 없는 평화로운 시대가 그리워 아브무슬림의 호전적인 작전들이 맘에 들지 않았다. 이맘은 아브무슬림에게 왕족의 반란을 퇴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아브무슬림은 쉽게 반란을 정복했고 이를 이맘에게 보고하기 위해 바그다드에 입성하게 되었다. 이맘을 현장에서가 아닌 모스크에서 처음 알현하게 된 아브무슬림은 홀로 무장을 해제하고 모스크로 입성했다. 그러나 세워 둔 말에는 반란군 장수의 수급이 담긴 보따리가 메여 있었다. 이는 종교적 수장인 이맘에게는 경우에도 없는 개념 없는 짓이란 걸 나중에 알게 된다.


“폐하! 호라산의 반란을 잠재우고 반란군의 수장인 알 케마르의 수급을 자져왔습니다.”


아브무슬림은 창밖의 말에 손을 가리켰다.


“수급을 가져왔다고?”


이맘은 버럭 화를 냈다.


“폐하! 반란군을 완벽하게 소탕했는데 뭐가 잘못된 부분이 있습니까?”


“이봐 아브무슬림. 알 케마르는 내 사촌이야. 아무리 반란군이라지만 내 형제일족인데 죽일 것까지는 없잖은가 말이다.”


“케마르의 반군의 저항이 거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사촌의 죽음에 대해선 송구스럽습니다.”


“그게 미안하단 말로 되는가? 비록 반란을 일으켰지만 잘 구슬리면 우리 아군에 큰 힘이 될 것이고 우리 압바스조의 세력이 아라비아를 섬멸할 정도로 커질 수 있는 건데 왜 그런 경솔한 일을 저지른 거야?”


“죄송합니다.”


아브무슬림은 얼떨결에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현재 이맘은 유럽을 정복하기 위해선 아브무슬림과 같은 백전노장이 반드시 필요한 정국인데 아브무슬림의 개념 없는 알현과 반란진압의 소동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브무슬림은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당황되어 고개도 못 들고 이맘의 다음 호령이 떨어지길 기다렸는데 아무 반응이 없었다.

이미 이맘은 용상을 비워두고 자리를 피했다. 미리 대기한 자객들은 쇠스랑과 장칼을 소리 없이 뽑아들고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왔다. 아브무슬림이 알 케마르를 목을 베고 수급을 가지고 온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부터 이맘은 이런 계획을 꾸몄던 것이다.

이상한 낌새에 고개를 쳐든 아브무슬림은 입이 떡 벌어졌다. 열 명도 넘는 자객들이 흉악한 무기를 앞세우고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그들이 휘두른 무기는 아무리 백전노장이라도 피할 구멍이 없었다. 그러나 아브무슬림의 무공을 모두가 알고 있는 처지라 자객들도 겁에 질려 마구 난도질을 해대고 말았다.

아브무슬림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암살당했다. 이 순간 페르시아의 꿈은 박살이 난 것이다. 시아 페르시아는 급속히 쪼그라들었고 수니즘이 아라비아 반도를 뒤덮어버렸다. 그 여파로 인민들의 염원은 아비틴 황태자 신화를 만들어 내게 된 것이다.

압바스는 페르시아에 총독을 임명해 정치적 관할로 직속시켰고 그 시대는 약 100여년을 지속했다. 그러나 압바스의 마지막 세기에 야쿱라이스가 파르스 왕국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서기 850년 이후에는 압바스 왕조의 기세는 왕성해져서 다시금 중국과 유럽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야쿱라이스가 파르스 왕국을 설립하자 이맘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총독을 파견하던 과거의 양식에 변화를 주어 원주민을 안심시키려 하였다. 그러나 야쿱은 이를 완강히 거부하고 전쟁을 선포했다. 그 도화선은 바로 체르케스의 화공의 아이디어인 것이다.

알메르 총사는 야쿱은 성질이 포악하고 호전적이라 머지않아 바그다드를 침공할 것이라고 호언하였다. 이에 아랍도 상응하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주전파인 무파사는 오천의 군사를 진군시켜 호라산을 평정하겠다고 이맘의 안심을 샀다. 이맘은 막강한 야전사령관을 호라산으로 보냈다. 호라산 야산에서 불타 죽은 선구자들을 위혼하기 위해서 충성을 맹세하도록 했다.


“폐하! 전 장군은 헤라트의 바로 앞까지 진격해서 적의 코앞에서 화공에 휘말려 패했기에 우리는 다른 작전으로 접근하겠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화공에 성공한 다음에 수 백리 밖으로 전선을 확대하기 위해 석성을 지었다고 들었다. 우리가 올 것을 대비하고 있겠다는 뜻이니 쉽게 접근하면 안 되지. 그들의 조상이 과거 전 세계를 호령했던 사산 페르시아가 아니더냐.”


알메르는 길을 안내하는 충실한 부관이 되어 장군 무파사의 뒤를 도왔다. 무파사는 바그다드를 출발해 하마단에서 일박을 했다. 곧 사막을 횡단해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사막행군을 이틀에 걸쳐서 완료하고 아스파한으로 입성했다.


“알메르 부관. 내 생각에는 호라산 산채를 박살을 내고 메르브도 경영하는 게 좋다고 보는데......... 자넨 어떤가?”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나 그 산적들은 호라산에서 기원했지만 지금은 헤라트로 수도를 옮겼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가는 길이 카스피해를 경유한다는 게 불합리해졌습니다.”


“불합리하다고?”


“예, 장군님. 카스피 해를 따라 돌아가는 길은 반드시 다마반드산을 넘어야 합니다. 해발 오천 육백 고지입니다.”


“오천육백? 그걸 군마를 이끌고 넘어야 한다고? 불가능이네. 도대체 그걸 넘은 자가 있을까?”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오천육백고지라는 말도 나온 것 아니겠습니까?”


“누가 과연 그런 업적을 세웠나?”


“들은 얘기지만 약 100년 전에 당나라 장군 고선지가 파미르고원을 넘어 타슈켄트까지 왔었다고 합니다.”


“거긴 여기와 다르잖아?”


“예, 물론 다르지만 다마반드보다 히말라야를 넘는 게 더 어렵다고 정평이 나 있습니다. 그 둘의 고지는 비슷합니다.”


“젠장. 그럼 우린 이산을 피해가려면 아래쪽을 공략해야 하는데 여긴가?”


무파사는 지도를 보며 지휘봉을 가리켰다. 그러나 알메르는 더 아래쪽으로 손가락을 가리켰다.


“여기 시라즈가 좋습니다.”


“왜 이렇게 멀리 돌아가는 거야?”


“예즈드 성을 치고 들어가는 게 가장 수월하지만 문제는 두 개 의 사막이 앞에 있습니다. 그러나 시라즈를 통해 가면 아래로 이란고원이 있어 좁은 산길이지만 수월합니다.”


“젠장. 시간만 많이 축내게 생겼군.”


“장군! 조급해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뭐 좋은 수라도 있는가? 난 머리를 굴려서 좋은 방안을 내놓는 것보다 정면승부해서 이기는 주의야.”


“아직 닷새의 여유가 있습니다. 이맘전하께서 사파르에 사신을 보내 전에 보냈던 화합의 조건을 확인할 것입니다. 그들은 뭐라도 대답을 해야할 것이고 우리는 그동안 성문 밖에서 대기하면 그만입니다. 마당이 우리가 벌린 게 아니라면 전면전은 고려해야할 상황이 아니라고 봅니다. 장군.”


“그래. 그건 네 말이 옳다. 그러니 우린 서둘러 시라즈까지 가보자.”


“네. 장군!”


“아! 잠깐. 시라즈까지 전속력으로 달리면 며칠 소요되나?”


“쉬지 않고 가면 이틀밤낮이고 휴식을 취하면서 가면 삼일입니다.”


“야즈드는?”


“거긴 가까우니 하루 반나절이면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럼 양동이다.”


무파사는 지략을 겸비한 지장이었다. 우스갯소리로 전면전을 얘기했지만 야전에서는 누구보다도 머리를 잘 쓴다고 정평이 나있었다. 야즈드의 수비군이 200이 채 되지 않을 것이란 첩보에 맞춰 100명을 선발해 기습을 명했다. 나머지 군사는 쉬라즈를 향해 쉬지 않고 진군했다.


야쿱라이스 형제는 곧 다가올 전쟁을 대비하기로 결정을 했지만 경험이 태부족이라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일리드는 능숙하게 지휘했지만 그도 실전의 경험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전에 총사로 와있던 알메르가 눈물을 흘리며 떠나던 것을 떠올리니 괜히 소름이 돋았다. 그들은 분명히 대책을 마련하고 오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아랍에서 화친을 제의하는 사신이 다시 왔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래. 제의의 조건이 변경됐다는 소식이라고?”


야쿱은 은근히 전쟁을 피하는 수가 오려나 기대를 했었다.


“페하! 이전의 조건보다는 낙타의 조공에서는 좋아진 면은 있지만 질자의 문제는 더 고약하게 되어 있습니다.”


“조건이 어떤데?”


이븐이 조바심이 나서 소리를 질렀다.


“낙타는 백 마리로 줄었고 대신 특산물을 바치라고 되었습니다.”


“특산물이 뭔데?”


“정해진 바는 없습니다.”


“삼백이었지 아마?”


“예, 폐하! 삼백 마리가 백 마리로 줄었습니다.”


“질자문제는 어떻게 되었나?”


“셋을 넷으로 증가 시켰고 대신 세 수도에 분산시켰던 것을 하마단 한 곳으로 한정시켰습니다.”


“네 명이나?”


“이런 천하에 쳐 죽일!!!”


사신으로 온 세 명의 총사들은 야쿱이 심한 욕설을 하자 모진 눈매로 고개를 쳐들었다. 야쿱을 노려보는 눈이 분명했다. 일리드는 순간 자기로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상황에 빨려들어갔다. 이븐이 제일 먼저 발견하고는 눈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아니! 저 놈들이 고개를 세우고 노려보고 있어!”


“뭐야?”


“말씀을 삼가시오, 쳐 죽인다는 말은 예의에 어긋납니다.”


“에라이! 오랑캐 놈들이 별 소릴!”


야쿱은 더 이상 참지 못했다.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뽑아들고 뛰어 내달아 세 사신의 목을 그대로 그어버렸다. 붉은 피가 솟구치며 허공을 더럽혔다. 가장 놀란 것은 이븐이었다. 자신이 가장 다혈질이었는데 눈 깜짝할 새에 큰형님인 야쿱라이스 전하가 손수 사신의 목을 베어버린 것이다.


“페하!”


“형님!”


성문 밖에는 또 다른 사신 셋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리드는 사신들의 수급을 비단 보자기에 싸서 대기하고 있던 전령들에게 주어 본국으로 호송할 것을 명했다. 전령들은 수급을 안고 쉬지 않고 바그다드로 달렸다. 직선으로 가는 길은 야즈드를 통과하는 길이 유일했다. 그러나 무파사가 급파한 백 명의 돌격대는 전령들이 가지고 가는 수급을 확인하지도 못하고 으슥한 밤을 틈타 야즈드 성을 넘었다.

채 이 백이 안 되는 병력임에도 야즈드의 성주인 엠버장군과 케르네 장군은 안일하게 모든 병사들에게 불을 밝히고 잠을 잘 수 있도록 허락한 것이었다. 물론 불침번을 서게 해둔 것은 있지만 형식적인 것이었다.

옹성위로 누각에 횃불이 밝혀 있지만 번을 서고 있는 병사들은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질 않았다. 돌격대의 선봉은 바로 타구 안으로 밧줄을 던져 넣었다. 잘 걸리게 잡아당겨보니 팽팽하게 걸렸다. 아무 방해 없이 여장에 내려온 선봉은 주위를 살펴 번이 없는 것을 재차 확인하고 성문을 잠근 쇄기를 뽑았다. 쉽게 성문이 밖으로 열렸다. 이를 신호로 백 명의 돌격대는 짓쳐들어왔다.

엠버와 케르네는 잠을 자면서 변을 당했고 기껏 창을 든 병사들은 바지에 오줌을 싸면서 번듯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항복하고 말았다. 아랍의 입장에서는 병사들의 목숨을 헤칠 필요는 없었다. 여차하면 아군으로 활용할 방안도 계획에 있던 것이다.

돌격대의 대장은 쉬라즈 성으로 전령을 보냈다. 쉬라즈에 안착한 무파사는 군영을 정비하는 도중에 야즈드 성을 함락시킨 승전보를 접했다. 입가에 미소가 번진 무파사는 야즈드로 군사 오백을 추가해 보냈고 나머지는 쉬지 않고 헤라트로 전진시켰다.

한편 헤라트에서는 가능하면 전쟁을 늦추어 겨울을 나기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대장군 일리드는 작전의 오류를 지적했다.


“적의 농간에 놀아난 것 같습니다.”


“농간에?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나? 짐이 성급하게 사신의 목을 베서 그대는 실망했는가?”


야쿱은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 고개를 제대로 두지 못하고 좌우로 흔들었다.


“페하! 그런 게 아니옵고 가능한 한 겨울에 전쟁을 하는 게 우리에게 유리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을이 되기도 전에 전쟁을 하게 되면 시간을 끌기가 어렵게 됩니다.”


“곧 추수절이 돌아오니 차라리 군량미를 확보 차원에서 유리한 게 아닐까?”


“그런 문제라면 우리나 그들이나 똑같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불리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뿐만 아니라 메르브나 타히르에서도 군수품을 출연 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로지 우리 군량미만 쓸 수 있습니다. 그러니 추수하기 전에 이 싸움을 끝내야만 합니다,”


일리드의 말은 상황을 더 어려운 쪽으로 끌어갔다.


“저에게 군사 오백을 주십시오. 당장 바그다드를 쳐들어가 쑥밭을 만들어 버리겠습니다.”


이븐은 기회를 엿보는 승냥이처럼 벌떡 일어섰다.


“이븐 대장군! 또 그 소리요?”


“어차피 전쟁을 할 거면 기다리는 것보다 먼저 쳐들어가겠다는 데 뭘 망설이십니까? 저에게 선봉을 맡겨 주십시오. 후발대가 안 와도 좋습니다. 화끈하게 몰아붙여 반드시 저 아랍 놈들의 코를 짓뭉개 버리겠습니다.”


야쿱이 얼른 중재에 나서 일리드와 이븐이 말싸움 일변도로 갈 것을 미리 막았다.


“아니다. 오백은 너무 많다. 하기야 전쟁은 지금이 적기다. 바그다드는 여기서 너무나 멀고 오백이 나가있을 때 놈들이 침공하면 여기는 수비하기도 만만찮다. 삼백만 가지고 나가라.”


“삼백?”


이븐은 삼백의 병사를 이끌고 바그다드로 진군했다. 가장 날랜 돌격대를 꾸리자 걱정되는 것은 수비군의 사기가 형편없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야즈드와 시라즈에 파견된 군사도 오백이나 되니 이제 헤라트 수비는 천명에 달하나 오합지졸이라는 한계가 노출되고 만 것이다. 그건 도외시하고 이븐은 무자비한 속도를 요구하며 병사들을 다그쳐 바그다드로 진격했다.

이븐은 대상을 이끌고 사막을 횡단하던 차에 발견한 협로를 활용하기로 했다. 같이 캐러번을 했던 부하들은 쾌재를 불렀다. 아무래도 사막의 지형에 자신이 있는 차에 바그다드로 가는 직선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막을 피해 산악지대를 누볐다.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협로를 개척해 하마단을 피해 바로 바그다드를 코앞에 두게 되었다. 이 협로는 갈수기에 드러나는 강바닥의 모래와 자갈이 있는 길이었다.

이븐은 바그다드 앞에서 숲에 숨었다. 성문을 열 방도를 만들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침 아랍의 대상이 짐을 잔뜩 꾸리고 바그다드로 입성하는 무리를 발견했다. 이븐은 먼지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대상의 뒤를 따랐다.

바그다드의 성문이 열렸다. 대상은 긴 행렬을 이루기 때문에 좀처럼 성문을 폐쇄할 시간은 없을 것이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븐은 번개처럼 내달렸다. 그를 따르는 심복들도 무리를 지어 뒤를 따랐다. 성문 수비대가 이븐을 발견한 것은 대상의 중간위치에 이븐이 칼을 뽑아들고 달려오고 있을 때였다.


“적이다! 성문을 닫아라!”


그러나 대상들도 자신들의 안위를 서두르니 문을 닫을 수가 없었다. 이미 이븐과 그의 심복들은 수비대를 제압했다. 심복들은 성문을 확보하고 돌격대가 마저 들어올 수 있도록 기다려주었다. 대상들은 어수선하게 성안으로 들어왔다. 이븐은 대상들을 성벽으로 몰아세웠다.


“너희를 죽일 생각은 없으니 조용히 여기에서 다음 명령이 있을 때까지 기다려라! 알겠나?”


“예, 알았습니다. 제발 목숨만.........”


그러나 소식을 들은 성안 수비군들이 활을 쏘며 포위망을 좁혀왔다. 이븐의 돌격대가 다 들어오지 못했는데 수비군의 저항을 받으니 이븐은 몸을 숨길 수가 없었다. 이미 여장은 확보했지만 총안이 밖으로 나 있으니 쓸모가 없었고 상대는 육축이 거대하게 가로막고 있어서 매복에 유리했다.


“대장! 여기서 이러면 우리가 훨씬 불리합니다. 우린 화살도 없고요.”


“그러게. 놈들이 신속하게 몰려오니 정신을 차릴 틈이 없군.”


“놈들이 빨리 온 게 아니라 수가 많은 모양입니다.”


“그럼 밖으로 유인해 내자.”


이븐은 퇴각명령을 내렸다. 부하들은 긴 방패를 빼앗아 높이 들어 화살을 막으면서 천천히 퇴각했다. 다행히 퇴각하는 동안의 불상사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백의 군사는 나무숲 뒤로 몸을 숨기고 적군이 나오길 기다렸지만 바그다드의 수비대는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이제 전투는 소강상태로 들어가 작전회의를 시작했다.


이븐이 돌격대를 가지고 바그다드를 침공한 직후 헤라트에는 무파사가 대군을 이끌고 성 밖을 포위했다.


“한 사오천은 돼 보입니다.”


전령이 일리드에게 고했다.


“적이 몇이나 됩니까, 대장군?”


야쿱이 일리드에게 물었다.


“약 이천은 넘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의 두 배가 넘습니다.”


“어느 길로 왔지?”


이때 시라즈에서 전령이 왔다. 남루한 차림에 몸에서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


“시라즈에서 왔습니다. 성이 함락되었습니다.”


전령은 임무를 마치고 자리에 쓰러졌다. 일리드는 부상을 치료하게 명하고 야쿱에게 갔다.


“폐하! 전령에 의하면 시라즈와 야즈드가 모두 적의 수중에 들었다고 합니다. ”


“모두 당했어? 지휘관들은?”


“모두 사망했습니다. 전투 중에 순직했다고 합니다.”


야쿱은 괴성을 지르며 괴로워했다. 자신의 실수로 네 아들이 모두 전사한 것이 괴로웠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돌격대로 간 이븐의 소식이 궁금했다.


“이븐은?”


“이븐 돌격대장이 바그다드로 떠난 뒤 바로 놈들이 성을 공격했다고 합니다.”


“그럼 놈들은 이븐을 보지 못하고 이리로 곧장 온 거네?”


야쿱은 순간 번뜩이는 감이 있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뭔가 유리한 상황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 모양이었다.


한편 이븐은 소강상태를 활용해 바그다드 성을 예리하게 관찰했다. 성 밖에 사는 천민들은 당연히 성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내부소식에는 민감할 것이라는 육감이 있었다. 반대쪽 성문근처에서 배회하는 우루(이라크)의 천민을 포박해왔다. 그에게서 들은 정보는 매우 유용했다.


“성을 수비하는 놈들은 백여 명이 전부다. 그러나 여기에 이맘이 거주한다면 호위군사가 더 있을 것이다. 직접 격돌하면 위험하니 우리는 화공을 한다.”


“화공이면 불을 지른다는 말씀이죠?”


“와! 아까 대상들을 그냥 놔두는 게 아닌데........”


“그래. 나도 그 점이 안타깝지만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야지.”


우루의 천민이 이때 손짓을 했다. 뭔가 알려줄 정보가 더 있다는 뜻이었다.


“뭔데?”


심복 중 하나가 천민과 밀담을 나누더니 환하게 밝아진 표정을 했다. 그는 바로 이븐에게로 달려왔다.


“뭔데?”


“장군! 성 뒤편에 석유창고가 있다고 합니다.”


“석유?”


“석유를 뭍인 걸레를 보관하는 곳이라 냄새가 요동한다고 합니다. 마침 우리가 저 자를 데려올 때도 악취가 많이 났었습니다.”


이븐은 손뼉을 치며 신중하게 명령했다.


“좋다. 이쯤에서 다른 작전을 계획하기로 하고 일단 본국으로 전령을 보내라. 곧 바그다드를 함락시킬 수 있으니 기대하라고.......”


“지원병을 추가 파병해달라고 할까요?”


“아니다. 내가 돌격대만 데리고 간다고 말했잖니. 추가는 필요 없다고.”


전령은 두 명이 한조가 되어 호라산으로 향했다. 그들은 아스파한을 지나 쉬라즈와 예즈드의 갈림길에서 고민을 했다. 처음처럼 샛길로 가는 것이 빠를지 모르나 예즈드 성에 도착하면 말을 바꿔 탈 수 있으니 어느 방법이 현명한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사막을 가는 것이 모험이라고 생각한 전령들은 쉬라즈로 향했다. 성에 도착하니 폐허가 된 쉬라즈는 말을 바꿔 탈 형편이 아니었다. 그들은 신속하게 헤라트로 향했다. 그러나 그 앞에서 무파사의 경계병에게 체포되고 말았다.


“뭐라고? 바그다드가 침공 당했다고?”


전령들은 놀라서 고통스러워하는 무파사를 놀리기로 작심했다. 얼굴에 야비한 미소를 지으며 빙글빙글 야유를 퍼부었다.


“이놈들이 단체로 미쳤구나? 네깐 놈들이 바그다드를 침공할 병력이라도 있다냐?”


“우린 오백이 넘는 돌격대를 편성했다. 가장 날랜 병사들이지. 지금 성을 지키는 사람들은 민간인들이 더 많아. 너희들도 태반이 여기와 있는 것 다 알고 있다. 하하하!”


무파사는 화가 나 칼을 뽑아 두 전령의 목을 그었다.


“모두 퇴각한다. 빨리 바그다드로!”


그렇게 무파사의 오천 군대는 헤라트 점령을 코앞에 두고 철군하고 말았다. 그들은 사막을 가로질러 바그다드로 곧장 달렸다.


야쿱은 무파사가 되돌아 간 것을 모르고 전투가 벌어지지 않자 탐색을 위해 수색대를 파견했다. 수색대는 보고를 하고 일부는 계속 남하해 적군의 뒤를 쫓았다. 하루를 꼬박 뒤를 쫓아도 보이지 않더니 쉬라즈 성까지 오게 되었다. 그곳에서 이미 시신으로 남은 전령을 발견했다. 그들의 품에서 바그다드 침공의 내용을 확인한 수색대장은 바로 헤라트로 들어갔다.


“그럼 우리가 이렇게 있을 게 아니라 이븐을 도와야 한다.”


“하지만 폐하. 그곳 상황을 확인할 수 없고 우리의 수비도 게을리 할 수 없습니다.”


“수비가 뭐가 필요해. 이천이 넘는 놈들이 다 빼고 갔다는 것은 바그다드가 함락위기라는 반가운 소식인 거야, 모르겠어?”


“물론 그럴 가능성이 크지만 그 반대의 가능성도 배제하면 곤란합니다. 저들의 술수일 수도 있습니다.”


야쿱은 입술이 바싹 타들어갔다. 사랑하는 막내 이븐이 사지에 놓여있는데 대장군인 일리드와 아우 아무로는 수비만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가마!”


“형님!”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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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용과 용신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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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변혁의 소용돌이 24 15.03.29 448 10 16쪽
30 변혁의 소용돌이 23 15.03.29 504 7 28쪽
29 변혁의 소용돌이 22 15.03.29 321 7 17쪽
28 변혁의 소용돌이 21 15.03.28 585 7 17쪽
27 변혁의 소용돌이 17 +1 15.03.27 529 9 13쪽
26 변혁의 소용돌이 16 15.03.27 466 5 17쪽
25 변혁의 소용돌이 15 15.03.27 261 7 14쪽
24 변혁의 소용돌이 14 15.03.27 614 7 15쪽
23 변혁의 소용돌이 13 15.03.27 648 8 21쪽
22 변혁의 소용돌이 12 15.03.27 586 6 20쪽
21 변혁의 소용돌이 11 15.03.27 589 8 32쪽
» 세기말 증후 37 15.03.24 666 10 26쪽
19 세기말 증후 36 15.03.24 228 5 25쪽
18 세기말 증후 35 15.03.24 484 5 25쪽
17 세기말 증후 34 15.03.24 471 8 18쪽
16 세기말 증후 33 15.03.24 479 7 17쪽
15 세기말 증후 32 15.03.24 420 6 17쪽
14 세기말 증후 31 15.03.24 355 7 22쪽
13 세기말 증후 29 15.03.24 610 6 17쪽
12 세기말 증후 28 15.03.24 697 4 18쪽
11 세기말 증후 27 15.03.24 418 9 20쪽
10 세기말 증후 26 15.03.24 579 5 27쪽
9 세기말 증후 25 15.03.24 597 8 18쪽
8 세기말 증후 24 15.03.24 454 10 20쪽
7 세기말 증후 23 15.03.24 249 6 15쪽
6 세기말 증후 22 15.03.24 460 7 5쪽
5 세기말 증후 21 15.03.24 480 9 15쪽
4 세기말 증후 14 15.03.24 657 9 26쪽
3 세기말 증후 13 15.03.24 611 9 10쪽
2 세기말 증후 12 15.03.24 620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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