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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쿤1 님의 서재입니다.

처용과 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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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쿤1
작품등록일 :
2015.03.24 22:14
최근연재일 :
2015.03.29 22:27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5,807
추천수 :
224
글자수 :
257,916

작성
15.03.24 22:23
조회
736
추천
8
글자
7쪽

세기말 증후 11

DUMMY

전철역에서 밖으로 나가는 길은 그리 혼잡하지 않았지만 여느 때완 다른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그 뚜렷한 감을 인지하지 못한 허준(22)은 무기력한 몸을 이끌고 계단을 다 올랐다. 눈부신 태양은 말 그대로 작렬했고 왁자지껄한 소음 속에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듯이 두 명의 여자가 찰싹 달라붙는다. 탄산수와 같이 청량한 기운이 코끝을 덮쳤다.


“잠시 말씀 좀 나눌 수 있어요? 공덕이 많아 보이시네요.”


“얼굴이 훤하신 게 복덕이 많아 보이십니다. 선생님.”


옆에 있던 또 다른 여자도 거들었다. 말투가 시원스럽게 들렸지만 약간 퉁명스럽고 사무적이었다. 매일 반복해야하는 일상에 다소 지친 목소리라 여겨졌다.


“어머! 정말이지 인상이 참 좋으십니다. 좋은 말씀 나눌 시간 좀 내주십시오.”


먼저 다가온 여자가 준의 팔을 휘감았다.


“난 선생이 아니고 학생이야, 학생! 뭐하는 거야 이거!”


아니다 싶었다. 아무리 호객행위라지만 종교의 외피를 쓴 이 일은 팔을 잡아당긴 일은 없었다고 생각했다. 준은 잡힌 팔을 높이 치켜들어 눈을 흘겼다. 하지만 여자는 잡은 팔을 놓치지 않으려고 더 세게 끌어안다시피 하여 그녀의 가슴은 준의 팔뚝에 밀착되면서 짓이겨졌다.


“아유~. 복을 많이 타고 나서 그러니 그렇게 보는 것도 무린 아니지요. 훤칠하셔서 그만 실수했습니다. 너그러이 용서해 주세요, 점잖게 보이니 선생님이란 말이 자연스레 나왔습니다. 죄송합니다. 그것도 오복의 하나예요. 공덕이 있으니 동안을 유지하는 거 아니겠어요?”


단어 하나하나에 조리 있게 발음하는 것이 가히 얄미울 정도였다. 그러나 입가에 지은 미소는 흔들리지 않았다. 다분히 연습된 상황일거란 추측이 가능했다. 준은 더욱 화가 나서 소리쳤다.


“동안? 동안이라고!”


준은 잡힌 팔을 휘둘러 그녀의 속박에서 벗어나려 했을 뿐인데 여자는 비명을 지르며 내동댕이쳐지듯 넘어졌다.


“선생이라면 늙수그레하게 보인다는 말인데 동안이라고? 장난 하냐? 너 그런 식으로 사람들 등쳐먹는 거야?”


“우린 그냥 얘기나 하자는 거지, 원하지 않는 걸 강요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여자가 말을 받으며 넘어진 동료를 부축했다. 한바탕 소란이 일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몰려들었다. 준은 자기가 불리한 일에 휘말렸단 예감이 들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당신들 꾐에 넘어오면 또 그럴 거 아냐? 집안에 우환이 끼었네, 그걸 방비하려면 정성을 들여야 하네, 상을 차리는데 얼마네, 부적을 쓰는 데 얼마네 하면서 돈을 갈취할 거 아냐! 매일같이 사람들을 이런 식으로 후리는데도 아직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거야? 모금액 충당이 덜됐어? 차라리 세월호 성금 모금이나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금을 해서 돈을 챙기지 그래?”


입에 거품을 물 듯 거침없이 내뱉고 나니 속은 시원했다만 군중들 속에서 다가오는 남자들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한 남자가 준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또 다른 남자는 넘어진 여자를 일으켜주고 준을 압박하기라도 하듯 다가와 에워쌌다.


“거 듣자하니 민망해 못 참고 왔시다. 이거 너무한 거 아뇨? 그냥 얘기나 좀 하자고 한 걸 가지고 그래, 그걸 사기꾼, 강도로 몰다니 이건 해도 너무 한 것 아니오? 그것도 힘없는 여자한테 말이야. 우악스럽게 그렇게 밀어대니까 연약한 여자가 넘어지잖아. 저러다 다치면 어쩌려고? 아이구~.”


준은 참지 못하고 힘을 과시하는 상대를 똑같은 방법으로 잡아 당겼다. 상대는 깜짝 놀랐지만 내색을 하지는 않았고 그냥 준의 가슴을 밀어내기만 했다.


“이거 운동 좀 했나 본데.......”


“옳지! 너희들 모두 한 패구나. 사기꾼, 강도라....... 내가 그런 말을 했던가? 하지도 않은 말을 마치 한 것처럼 읊어대는 걸 보니 너희들은 아주 작정을 하고 사람들을 이렇게 몰아치는 거야. 선량한 사람을 얽어매는 방법이야 그게? 그게 너희들 매뉴얼에 있는 거야?”


준은 사내를 밀어서 벽에 등을 붙였다. 행인들은 좋은 구경거리가 생기자 구름같이 모여 들었다.


“하지도 않은 말을 마구 뒤집어씌우는 수법은 싸움에서 유리해지는 방법이긴 한데 그것도 상대 나름이지. 너희들 그냥 지나가는 행인 1, 2, 3으로 위장은 했지만 옷차림이고 말투고 다 똑같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너희들 한 패지? 어디 꼬리 자르고 도망갈 생각은 애초에 말아라.”


형석이 전철역 계단을 올라오다 현장을 발견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동시에 도로에서는 검은 색 세단이 급하게 정지하고 창문만 내리고 현장을 살피는 모습이 보인다.


“아가씨, 볼 것 없습니다. 여기 시장 통은 가끔 싸움이 일어나곤 합니다. 불량배들일 거예요.”


운전수가 뒤를 보며 말을 했다. 문이 열리며 미모의 여성이 뒷좌석에서 나왔다.


“어이쿠~! 내리진 마십시오. 위험합니다.”


“잠시~.”


“아가씨. 전 여기에 주차가 안 되니 저 앞으로 가서 기다리겠습니다.”


차는 갓길로 움직이고 여자는 군중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준과 대치를 하고 있던 사내는 다시 힘을 모아 준의 손아귀를 비틀어 보지만 준의 아귀힘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이게 어디서 행패야. 너 깡패냐?”


사내는 힘에 부치자 발을 굴러 몸을 던져 준의 얼굴을 머리로 들이받았다. 쩍~하는 소리가 났지만 준은 한 손으로 눈을 비비며 잠시 뒤로 물러설 뿐이었다. 나머지 손은 상대가 더 다가오지 못하도록 손바닥을 펴 보이며 앞을 막고 있었다. 준은 다시 손아귀를 벌리고 상대에게 다가가 멱살을 움켜잡았다.


“그래? 그렇게 쳤어? 어디 한번 여기서 깨져보자. 쳐라! 쳐보라고!”


“야! 허준! 그만해!”


형석이 멀리서 소리치고 달려온다. 준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형석을 돌아보았고 뒤쪽에서 다가오던 연지는 준의 이름을 듣고 놀라며 달려온다.


“준아? 너 허준이지? 나야, 형석이. 너 왜 그래? 이 손 놓으십시오.”


형석은 둘 사이에 들어와 서로 멱살을 움켜잡은 손가락들을 풀어 헤쳤다. 사내들은 형석을 알아보고는 흠칫 놀라서 뒷걸음질을 친다.


“아! 형석아!”


준은 형석을 알아보고 멱살을 잡은 손의 힘을 풀었다. 무리들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 사라진다. 연지는 멀리서 이를 지켜보다가 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앞으로 나서자 검은 색 세단이 그녀 옆에 정차한다. 연지는 손사래를 치며 말을 던지고 앞으로 뛰어 나갔다.


“아저씨! 먼저 들어가세요.”


“아가씨! 이러시면 안 됩니다. 돌아오세요! 회장님께 보고하겠습니다.”


“마음대로 하세요.”


차 밖으로 나온 기사는 더 이상 그녀를 따라가지 못하고 다시 안으로 들어가 휴대폰을 연결했다. 연지가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모여든 군중들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그녀의 신경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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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변혁의 소용돌이 24 15.03.29 447 10 16쪽
30 변혁의 소용돌이 23 15.03.29 504 7 28쪽
29 변혁의 소용돌이 22 15.03.29 320 7 17쪽
28 변혁의 소용돌이 21 15.03.28 585 7 17쪽
27 변혁의 소용돌이 17 +1 15.03.27 529 9 13쪽
26 변혁의 소용돌이 16 15.03.27 465 5 17쪽
25 변혁의 소용돌이 15 15.03.27 261 7 14쪽
24 변혁의 소용돌이 14 15.03.27 613 7 15쪽
23 변혁의 소용돌이 13 15.03.27 648 8 21쪽
22 변혁의 소용돌이 12 15.03.27 586 6 20쪽
21 변혁의 소용돌이 11 15.03.27 588 8 32쪽
20 세기말 증후 37 15.03.24 665 10 26쪽
19 세기말 증후 36 15.03.24 228 5 25쪽
18 세기말 증후 35 15.03.24 483 5 25쪽
17 세기말 증후 34 15.03.24 470 8 18쪽
16 세기말 증후 33 15.03.24 479 7 17쪽
15 세기말 증후 32 15.03.24 419 6 17쪽
14 세기말 증후 31 15.03.24 355 7 22쪽
13 세기말 증후 29 15.03.24 609 6 17쪽
12 세기말 증후 28 15.03.24 696 4 18쪽
11 세기말 증후 27 15.03.24 417 9 20쪽
10 세기말 증후 26 15.03.24 579 5 27쪽
9 세기말 증후 25 15.03.24 596 8 18쪽
8 세기말 증후 24 15.03.24 454 10 20쪽
7 세기말 증후 23 15.03.24 248 6 15쪽
6 세기말 증후 22 15.03.24 460 7 5쪽
5 세기말 증후 21 15.03.24 480 9 15쪽
4 세기말 증후 14 15.03.24 657 9 26쪽
3 세기말 증후 13 15.03.24 611 9 10쪽
2 세기말 증후 12 15.03.24 619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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