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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쿤1 님의 서재입니다.

처용과 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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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쿤1
작품등록일 :
2015.03.24 22:14
최근연재일 :
2015.03.29 22:27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5,818
추천수 :
224
글자수 :
257,916

작성
15.03.24 22:25
조회
619
추천
5
글자
8쪽

세기말 증후 12

DUMMY

포교원들끼리 서로 말을 주고받았다.


“젠장! 오늘 잘못 걸렸군. 저 꼴통 때문에.......”


“그러게. 괜히 말썽이 커지지나 않을까?”


“신경 꺼!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저기 형석씨가 아무래도 잘 아는 사이 같아.”


“그래도 저 인간이 먼저 널 밀어서 넘어뜨린 거야! 넌 그걸 분명히 기억하고 있어야 돼.”


“됐어. 그만하고 얼른 우린 자릴 뜨자. 형석씨가 잡고 있는 사이에.”


연지는 잠깐의 짧은 대화를 듣고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자 무리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졌다.


“무슨 일들이래?”


거리를 가득 메운 노점상들도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사이비 종교단체에서 삥뜯다가 사단이 난 거야.”


“사이빈지 아닌지는 잘 모르지만 맨날 얼굴이 좋다고 덤비는 그치들이지? 내 그럴 줄 알았어.”


“맨날 보는 사이라 알만한데도 만나면 꼭 처음 본 사람처럼 인사를 한단 말야. 나 보고 뭐라는 줄 알아? 얼굴에 공덕이 많아 보여 크게 될 거래, 호호호!”


“얼굴이 알만하다고? 알보다 클텐데........”


“차마 살이 뒤룩뒤룩하다고는 못하지 하하하!”


“이제 제발 사이비 종교 같은 쓰레기들은 없어졌으면 좋겠어.”


“말이야 바른 말이지, 종교 자체가 쓰레기야. 필요악이고, 구원파나 도나 다 같은 거야. 서로 면식만 없지 다 동업자야. 자고로 신을 팔아먹는 놈들은 다 사기꾼이라고.”


도망치듯 빠져나가는 무리를 향해 머리 뒤로 손을 흔들어 보이는 형석의 모습을 보자 연지는 더럭 겁이 났다. 준과 싸우는 사람들과 그 싸움을 말리는 사람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게 공포로 다가왔다.


“거 보라고. 그림이 딱 보이지? 싸움을 걸었던 놈이나 말리는 척하는 놈이나 다 같은 패거리야. 괜히 의협심을 가지고 객기 부리면 나만 손해라고. 어디 이런 거 뭐 한 두 번 해보나?”


아니나 다를까 노점상들도 그에 동조하는 투의 말들을 주고받았다.


“싸움을 먼저 건 행인이 위험에 빠지는 거는 아니야? 학생 같은데..... 저놈들 뒤에 분명히 깡패들이 있을 거야.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런 일들을 이런 시장바닥에서 할 수 있겠어. 깡패들은 학생이고 경찰이고 양민이고 없는 거야.”


“아! 형석아! 이건 이렇다 치고 넌 웬일이냐? 이 팔 이거 좀 놔봐!”


허준은 형석과 둘이 나란히 길을 걸었다. 아직도 형석은 준의 팔을 꼭 붙잡고 있었다. 거리는 사람들로 많이 북적였고 형석은 한쪽 구석으로 준을 끌었다.


“잔말 말고 따라와. 사람들이 본다. 길거리에서 싸움은 뭐냐? 무슨 일이야?”


“저게 먼저 내 멱살을 잡았다고!”


어느덧 준은 흥분이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 형석의 표정에는 도무지 알 수 없는 분위기가 어려 있었고 준에게 다소 짜증이 섞여 있는듯했다.


“됐어 이제. 그들은 다 돌아갔어.”


“날강도 같은 놈들!”


형석은 차분히 준의 상기된 얼굴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쟤네들 옛날에 ‘도를 아십니까’ 하면서 덤비던 애들이야. 요즘은 레퍼토리가 바뀌어서 얼굴에 공덕이 많아 보인다고 첫인사를 건네지. 근심이 많아 보인다고도 하고...... 너한텐 뭐라던?”


“네가 그걸..... 참! 너도 그들과 서로 아는 사이 같던데.......아냐?”


“아냐. 지나가다가 사람들이 웅성거리기에 와보니까 바로 너였어. 야! 그나저나 난 깜짝 놀랐다.”


형석은 화제를 돌리며 약간 너스레를 떨었다.


“그 사람들 모르는 것은 아닌데 개인적으로 친하지는 않아. 네가 그 사람들하고 싸우기 일보직전이었기에 내가 이렇게 막을 수 있었던 거야.”


준은 형석의 생색내기가 역겨웠다. 그래서 비꼬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맘에도 없는 말을 하고 말았다.


“너도 참 재미없는 시간을 보내는 모양이구나. 난 너랑 달라!”


심한 말을 한다는 것이 서툴다보니 어울리지 않게 시샘하는 모양의 말투가 튀어나왔다. 허준의 심중을 교묘히 파고드는 형석의 말은 더욱 가관이었다.


“물론 쟤들은 내가 다 아는 사람들이야. 그런데 다르건 같건 간에 뉴스는 뉴스다. 내가 전부터 전통에 관해 관심이 있었는데 그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이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럼 잘 아는 사이란 건 맞는 얘기잖아! 쟤네들한테 그런 것을 배웠다는 말이잖아?”


뒤에 가만히 있던 연지가 걱정스럽게 준을 바라보며 손을 내밀었다.


“준아! 괜찮아?”


준은 연지를 흘끔 보고는 대답은 하지 않고 싸늘한 표정으로 사라지라는 손짓을 했다. 연지는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하고 떨리는 모습으로 뒷걸음을 쳤다. 형석은 순간적으로 연지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녀의 미모에 잠시 넋이 나갔다.


“저 사람은 아니고....... 포교원은 아닌 게 분명한데 너한테 뭐라고 하는 거 같은데 아니야?”


준은 연지쪽은 바라보지도 않고 바로 부정했다.


“아니야. 나랑 관계없어. 모르는 사람이야.”


준이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자신을 부정하자 연지는 왠지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슬픈 표정으로 뒷걸음질 하다가 준의 화난 표정에 이내 주눅이 들었다.


“야! 바른 대로 말해. 너랑 잘 아는 사이 같은데...... 정말 몰라?"


형석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나? 왜 그렇게 묻지? 나랑 저 사람들이 한 패라고 생각하는 거니? 물론 그런 생각은 할 수는 있다고 본다. 타이밍이 그랬으니까...... 그런데 저 여잔 아니야. 첨보는 사람이야.”


형석의 관심은 온통 연지에게 쏠려 있는것 같았다. 그러나 준은 집요하게 형석과 포교원들과의 관계를 추궁했다.


“저 사람들과는 어떻게 아는 사이지?”


“아니, 너 아직 몰랐구나? 내가 고 3 겨울방학 때 주역에서 시작해서 사주, 관상, 한역 등등 안 해본 게 없다는 거. 우리 학번이면 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인데........ 나한테 사주 봐달라고 오는 애들이 줄을 섰었다는 거.”


형석은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게 자신의 과거 화려한 전적을 만족해하는 모습이었다.


“그래? 아! 그랬구나, 그래. 그런 말이 있었어. 기억난다. 하지만 난 그런데 별 관심이 없어서 전혀 생각을 못하고 있었어. 그때 널 만나겠다는 사람들이 학생회관 동아리방에 문전성시를 이뤘었지. 오해해서 미안하다. 생각난다. 그런데 그 많은 걸 방학 동안 다 띠었단 말야?”


둘은 이제 연지는 안중에 없고 서로의 대화에 몰두할 수 있었다.


“그러게 말이야. 나도 뭐가 씌었는지 그 석 달을 마치 꿈을 꾼 것 같이 지냈어. 그 많은 내용이 쉽게 들어오더라. 전통적으로 그런 수업을 받으려는 사람이라면 한권을 떼는데도 한 일이년 정도 걸리는 건데 난 세달 만에 열두 권을 뗐어. 신들린 것처럼.......”


“그래? 그게 혹시 신 내림이라는 거 아니야?”


“신 내림하고는 좀 달라. 나도 그랬다면 지금쯤 돗자리 깔고 점을 보는 일을 했겠지만 난 그냥 전생에 축적되었던 편린들이 우연한 기회에 봇물 터지듯 한꺼번에 열린 거라고 봐야 해. 말로 표현하기 힘든 건데 정 하자면 그런 정도야.”


“우와~.”


형석의 눈에는 다시 안타까운 표정으로 이쪽을 주시하고 있는 연지의 모습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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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변혁의 소용돌이 23 15.03.29 504 7 28쪽
29 변혁의 소용돌이 22 15.03.29 320 7 17쪽
28 변혁의 소용돌이 21 15.03.28 585 7 17쪽
27 변혁의 소용돌이 17 +1 15.03.27 529 9 13쪽
26 변혁의 소용돌이 16 15.03.27 465 5 17쪽
25 변혁의 소용돌이 15 15.03.27 261 7 14쪽
24 변혁의 소용돌이 14 15.03.27 614 7 15쪽
23 변혁의 소용돌이 13 15.03.27 648 8 21쪽
22 변혁의 소용돌이 12 15.03.27 586 6 20쪽
21 변혁의 소용돌이 11 15.03.27 589 8 32쪽
20 세기말 증후 37 15.03.24 665 10 26쪽
19 세기말 증후 36 15.03.24 228 5 25쪽
18 세기말 증후 35 15.03.24 484 5 25쪽
17 세기말 증후 34 15.03.24 471 8 18쪽
16 세기말 증후 33 15.03.24 479 7 17쪽
15 세기말 증후 32 15.03.24 420 6 17쪽
14 세기말 증후 31 15.03.24 355 7 22쪽
13 세기말 증후 29 15.03.24 610 6 17쪽
12 세기말 증후 28 15.03.24 697 4 18쪽
11 세기말 증후 27 15.03.24 418 9 20쪽
10 세기말 증후 26 15.03.24 579 5 27쪽
9 세기말 증후 25 15.03.24 597 8 18쪽
8 세기말 증후 24 15.03.24 454 10 20쪽
7 세기말 증후 23 15.03.24 248 6 15쪽
6 세기말 증후 22 15.03.24 460 7 5쪽
5 세기말 증후 21 15.03.24 480 9 15쪽
4 세기말 증후 14 15.03.24 657 9 26쪽
3 세기말 증후 13 15.03.24 611 9 10쪽
» 세기말 증후 12 15.03.24 620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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