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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쿤1 님의 서재입니다.

처용과 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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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쿤1
작품등록일 :
2015.03.24 22:14
최근연재일 :
2015.03.29 22:27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5,805
추천수 :
224
글자수 :
257,916

작성
15.03.24 22:37
조회
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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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5쪽

세기말 증후 22

DUMMY

시야 끝은 좁은 개울이 흘렀다. 가장 먼저 발견한 허곡이 소리쳤다.


“저기 개울이 보입니다. 개울이 있어요.”


“야! 물이다!”


가장 먼저 몸을 던진 것은 계원랑이었다. 첨벙이며 물속으로 몸을 던지고 머리를 처박았다. 응렴의 욕구를 아는 일행들은 순간 눈을 흘겼다. 그러나 자신의 신분적 우선을 무시당한 응렴은 개의치 않은 듯 보다 상류 쪽으로 걸어 올라가 다리를 구부렸다.


“귀부터..........”


“하하하! 국선. 천천히 하시게.”


범교사는 호탕하게 웃으며 응렴의 하는 양을 주시하며 시선을 유도했다. 숙종랑은 무릎까지 물속으로 들어가 두 손으로 물을 퍼 입술을 축이며 응렴을 응시했다.


“일단 허유와 소부는 보이지 않습니다.”


무두들 주위를 둘러보고 숙종랑의 말뜻을 파악한 후 시원하게 웃었다.


"여기서부터 금강인데 아직 갈 길은 멉니다. 출출하지 않소?“


응렴은 물을 마시고 소매에서 수건을 꺼내 입가의 물기와 이마의 땀을 닦아냈다. 범교사는 그의 옆에 가까이 붙어서 요기하고 가기를 제의한다.


“정상에 가려면 시간이 좀 걸리니 우리 어디서 요기라도 하고 갑시다. 저기가 좋겠군요. 바위가 널찍합니다. 게다가 뒤에 옥수수가 있고........”


사람들은 바위위에 자리를 잡고 일부는 옥수수 밭으로 향했다.


“허어! 거참! 이거 옥수수 대가 속이 다 비어있질 않고?”


숙종랑이 옥수수 하나를 뜯어 가운데를 꺾어버린다. 예흔랑도 같은 행동을 하며 응렴을 바라본다.


“자생하는 거라 누구도 거름을 주지 않아서 그런 모양입니다.”


허곡이 바위에서 뛰어내리며 옥수수 밭으로 들어간다.


“옥수수는 거름이 필요 없는 구황작물이오. 이렇게 말라 비틀어졌다면 필시 가뭄이 길어져서 그런 것이오.”


범교사는 예흔랑이 전해주는 삐쩍 마른 옥수수를 들고 기운 빠진 말을 독백처럼 내뱉었다.


“연화사에 들러 그냥 공양을 받는 게 나을 것 같군요. 놀고먹기도 힘든 세상인데.........”


“공양시간을 맞출 수는 있겠소?”


응렴이 응대를 했다.


“공양시간에 맞춰야 하는데 지금 가면 눈치 보일 거 같습니다. 힘들긴 힘들지요. 천것들에게도 저런 소리를 듣고 아무런 반응도 못하고 진골들에게도 그런 소리를 들으며 사는 화랑이니까요.”


“밥 때를 못 맞추면 어떻게라도 해결해야 하는 게 바른 예의인데 이렇게 속수무책인가요?”


응렴도 가만히 앉아 있질 못하고 밭으로 내려와 일일이 빈 옥수수를 꺾어 보며 확인을 했다.


“이게 뭐야! 진짜 속이 비어 있는데?”


“흉년이 들어 먹을 게 없다는 소릴 듣긴 했지만 저절로 자란다는 옥수수마저 속이 이렇게 비어있다니 하늘이 야속하구만........그래서 말끝마다 그렇게 날이 섰던 게로군.”


범교사가 한탄하듯 뇌까렸다.


“누가요, 범교사 국선님?”


계원이 범교사 가까이 다가갔다. 그 옆에 있던 숙종랑이 손바닥을 털어내며 말을 받았다.


“아까 화전에 있던 사람들 말야. 저들은 씨앗 뿌리느라고 힘들이고 있는데 우릴 보고 놀러 다닌다고 꾸중했었잖아.”


“아항! 아까 뭐라고 했더라? 잘 처입고 잘 처살고, 처먹고, 처놀아?”


요원랑이 참았던 화를 발끈 내며 허공에 삿대질을 해댔다.


“귀족의 새끼들로 애비 잘 만난 놈들이라 했어.”


숙종랑의 자조 섞인 말에 계원이 버럭 화를 냈다.


“아! 신경 쓰지 마십시오. 그놈들이야 풍년이 들었다 해도 욕을 할 텐데요, 뭘. 신경 쓰지 마시오.”


요원랑이 끼어들며 화를 내고 있는 계원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래도 욕하는 게 아주 원색적이지 않았소? 에둘러 말하지 않으니 오히려 뜨끔했소이다. 그렇지 않았소, 계원랑? 그들이 거짓을 말 한 건 아니니 용서합시다. 자! 우리 어만데 화풀이 하지 말고 저기 가서 쉽시다. 계원랑!”


“천한 것들은 다 그런 식으로라도 자기를 방어하는 데 능숙해져야 살아남을 수 있는 거요. 그게 바로 그들의 처세인 거지요.”


범교사가 뒷짐 지고 걸으며 말했다. 요원랑은 바위위에 올라가 먼 곳을 응시했다.


“아! 마침 저기 민가가 하나 있네요. 제법 초라해 보이기는 하지만 먹을 걸 가지고 있을 겁니다. 내가 가서 먹을 걸 얻어 올게요. 돈 좀 건네주면 식량을 구하기는 쉬운 일 아니겠어요?”


“핫하! 아무렴. 돈으로 안 될 게 뭐가 있겠소? 그럼 잘 거래해서 덕분에 우리 요기 좀 합시다.”


요원랑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끝에는 나지막한 너와집이 있었다. 응렴은 자못 용기가 나서 목소리가 유쾌해졌다.


“염려 마시오, 국선. 내 요원이 중책을 안고 다녀오겠습니다.”


“같이 갑시다. 요원랑!”


숙종랑이 바위에서 엉덩이를 털고 뛰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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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변혁의 소용돌이 24 15.03.29 447 10 16쪽
30 변혁의 소용돌이 23 15.03.29 504 7 28쪽
29 변혁의 소용돌이 22 15.03.29 320 7 17쪽
28 변혁의 소용돌이 21 15.03.28 585 7 17쪽
27 변혁의 소용돌이 17 +1 15.03.27 529 9 13쪽
26 변혁의 소용돌이 16 15.03.27 465 5 17쪽
25 변혁의 소용돌이 15 15.03.27 260 7 14쪽
24 변혁의 소용돌이 14 15.03.27 613 7 15쪽
23 변혁의 소용돌이 13 15.03.27 648 8 21쪽
22 변혁의 소용돌이 12 15.03.27 586 6 20쪽
21 변혁의 소용돌이 11 15.03.27 588 8 32쪽
20 세기말 증후 37 15.03.24 665 10 26쪽
19 세기말 증후 36 15.03.24 228 5 25쪽
18 세기말 증후 35 15.03.24 483 5 25쪽
17 세기말 증후 34 15.03.24 470 8 18쪽
16 세기말 증후 33 15.03.24 479 7 17쪽
15 세기말 증후 32 15.03.24 419 6 17쪽
14 세기말 증후 31 15.03.24 355 7 22쪽
13 세기말 증후 29 15.03.24 609 6 17쪽
12 세기말 증후 28 15.03.24 696 4 18쪽
11 세기말 증후 27 15.03.24 417 9 20쪽
10 세기말 증후 26 15.03.24 579 5 27쪽
9 세기말 증후 25 15.03.24 596 8 18쪽
8 세기말 증후 24 15.03.24 454 10 20쪽
7 세기말 증후 23 15.03.24 248 6 15쪽
» 세기말 증후 22 15.03.24 460 7 5쪽
5 세기말 증후 21 15.03.24 480 9 15쪽
4 세기말 증후 14 15.03.24 657 9 26쪽
3 세기말 증후 13 15.03.24 611 9 10쪽
2 세기말 증후 12 15.03.24 619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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