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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쿤1 님의 서재입니다.

처용과 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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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쿤1
작품등록일 :
2015.03.24 22:14
최근연재일 :
2015.03.29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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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24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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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세기말 증후 34

DUMMY

야쿱은 아우들과 그들의 막역한 지우들과 같은 자리에서 깊은 토의를 했다. 오아시스 근처의 지리에 숙달하고 아랍에서 동서 페르시아, 아랍에서 유럽으로 가는 실크로드에 대한 정보를 섭렵했다. 유럽으로 가는 길은 반드시 호라산을 경유해야 하지만 페르시아를 거치는 모든 실크로드는 다행히 호라산을 벗어나 있어 안심이 되었다.

아무로는 시장에 나갈 때마다 전쟁 물자를 조금씩 구입했다. 그리고 계곡에서 젊은이들을 훈련시켰고 아낙네들은 남편들을 돕기 위해 간호와 음식저장은 물론 무기 제조에까지 활약을 하도록 독려되었다.

의적단의 시작은 처음 의적 질을 하고 난 2년 후에 바로 찾아왔다. 비축해 두었던 자금이 동이 나자 바로 의적단의 깃발을 올렸다. 처음 일은 호라산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정보력의 부재는 일을 더디게 했다.

호라산 일대에서 발흥한 야쿱의 의적단은 자신의 근거지를 들키지 않으려고 일부러 호라산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을 타깃으로 삼았지만 이미 메르프와 예다에서도 산적들이 횡행했었다. 그들이 자신들의 근거지를 들키지 않으려고 호라산 일대에서 도적질을 했기 때문에 야쿱은 무릎을 쳤다. 굳이 먼 곳을 공격상대로 삼을 이유가 없어졌다고 본 것이다. 메카와 메디나를 중심지역으로 삼은 아랍은 자신들의 군사력이 미치지 않는 호라산과 메르프, 예다에 출몰하는 산적들 때문에 상단의 수출입에 타격이 있다는 정보를 가지고 긴급회의를 하고 있었다.


“칼리파 전하! 메디아에서 온 소식에 의하면 알리를 추종하는 세력들이 매우 과격한 행동을 한다고 합니다. 그들의 거센 반발은 분명 이곳 바그다드를 공격목표로 삼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놈들이 칼리파인 짐의 통치를 거역하고 우리 압바스조를 꺾겠다고? 군대가 몇이나 되는데?”


“2만이 조금 넘는 걸로 확인됩니다. 만약 그럴 경우 우리 압바스 군사력으로 한계가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폐하!”


“그들의 군사력은 군사의 수에서 기인하는 건 아니란 말인데....... 어디서 그런 많은 사람들을 무장 시킨 거야?”


“수가 많아서 우세한 것은 사실과 좀 다릅니다. 외람되나 그 누가 수가 많은 알리의 추종자라고 했다면 거짓 정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폐하! 오히려 그들은 수적으로 우리보다 약할 수도 있습니다. 결코 우리의 수가 적지 않습니다.”


“그럼 외국의 용병을 많이 활용해서 그런가?”


칼리파는 담배를 청했다. 옆에 대기하고 있던 환관들이 담배에 불을 붙여 대령했다.


“아닙니다. 폐하! 숫자하고는 관련이 없습니다. 실은 그들의 전투력이 우리보다 훨씬 월등합니다.”


“뭐라고? 우리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압바스 왕조의 군사보다 전투력이 강하다고?”


“정확히 뭐라고 표현해야 좋을지는 모르겠사오나 그게 용병술일 수도 있고 아니면 작전이 신출귀몰한 것일 수도 있고 지리적인 이점을 십분 활용하는 기민함에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헌데 그 어느 나라보다도 맘루크들을 많이 가지고 있잖은가? 맘루크가 어떤 종자들인가 말이다. 맘루크의 용맹함이 있는데 아무리 전투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감히 우리보다 우월하단 말은 도저히 용납될 수가 없어!”


칼리파는 표정에 자신이 있었다. 신하들은 변명거리를 제공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염려 마십시오. 비록 그들의 전투력이 일당백한다 해도 하늘은 우리를 도울 겁니다. 곧 전투에서 좋은 소식이 올 겁니다.”


“연방에 연락을 취하라. 해서 우리 이슬람으로 전향을 하거나 맘루크에 자원하는 사람들에게 가족을 부양해주겠다고 전하라. 맘루크들을 많이 모아서 호기를 잡아야지 다른 수단은 없어.”


“그 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폐하!”


“뭔가?”


“몇 해 전부터 동서교역을 하는 우리상단들이 호라산을 넘기가 힘들다고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칼리파는 처음으로 화를 냈다. 자신의 군사가 무기력하게 나가 떨어졌다는 보고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호라산? 탄원서? 그걸 왜 이제야 얘기 해! 몇 해 전부터라고? 거긴 당나라와 유럽으로 가는 요충지인데 그걸 왜 이제야 얘기 해!”


“죄송합니다. 잠잠해지길 기다렸지만 그게 도통 여의치가 않아서.........”


“이런 낭패가? 그런데 왜 호라산을 넘는 게 힘들다는 것인가? 산이 너무 높은가?”


“죄송합니다. 칼리파 전하! 호라산에 근거지를 둔 산적들이 자주 출몰해 우리 상단들의 재물을 약탈하고 인명을 살상한다고 합니다.”


“산적들이?”


“군대를 요청했었지만 바그다드에서 너무 멀리 떨어졌고 또 당장 투입할 수 있는 정예군의 군사력도 메카와 메디나에 투입해야 하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상단호위도 중요한 일이잖은가?”


모두들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신에게 좋은 방도가 있습니다. 폐하!”


“아! 이반! 자네의 꾀를 빌리고 싶군, 어서 말해보게.”


“상단 운영을 관리할 군대를 파견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합니다. 너무 먼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메카와 메디나에 보낼 군대도 부족한 형편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군대를 파견해야지. 하나 잘못하면 사방에서 호족들이 창궐할거야.”


“조사해보니 호라산 산적들은 다른 종족도 아니고 바로 구 페르시아의 잔류민들입니다. 그리고 호라산 주변에는 산적들이 꽤 많습니다. 메르프지역에도 그리고 예다지역에도 산적들이 득시글합니다. 좋은 방법은 메르프와 호라산에 산적들로 하여금 그들의 왕조를 각각 세우게 하는 겁니다.”


“뭐라고?”


다른 신하들도 놀라며 이반의 제안을 두려워했다.


“산적들에게 왕조를 만들라고?”


“송구하옵니다. 폐하!”


“하하하! 산적들이 왕조를 꾸려 호라산을 호령하고 지나가는 대상들에게 세금을 걷고 우리에게 대항하도록 방조하란 말이야?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방법인가? 그게 전술로 유익한 거야?”


칼리파는 이반이 내세운 전술이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의구심은 가지만 일견 괜찮아 보였다. 그러나 바로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예, 폐하! 그런 병법도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잘만 지휘하면 비용이 들지 않는 새로운 처세입니다.”


“그게 병법에 있는 말인가?”


“네, 폐하! 당연한 물음이십니다. 엄연히 병법에 존재합니다.”


“다 좋다고 해! 당나라의 정책도 멀리 있는 오랑캐로 하여금 가까이에 있는 오랑캐를 제어한다는데 있다고 하니 일리는 있다고 본다. 그런데 그놈들이 나중에 나한테 기어오르지 않겠어?”


“지금 대부분의 대국들은 국경을 다스릴 군사력이 고갈되는 시점에 와서 부득이하게 그런 방식으로 통치를 한다고 합니다. 굳이 당나라의 정책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닙니다.”


“대국들이 다 그런다고?”


“예, 폐하! 당나라뿐만 아니라 전에 로마도 그랬고 그전에 배달국도 그랬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건 좀 자세하게 설명해 보라!”


“예, 폐하. 일단 호라산을 장악하고 있는 야수와도 같은 야쿱라이스에게 그곳 왕조의 주인임을 인정해주고 대신 세금을 내라고 하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겁니다.”


“세금을 받는다고?”


“우리도 군대를 파견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유럽을 치고 들어가는 일은 지금은 급한 게 아니니 차후를 보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우리 제국도 호라산 일대에서 조공을 안 받은 지도 꽤 되었는데 이참에 그들에게 받으면 그만입니다. 어차피 군대를 주둔시킨다면 그만큼 비용이 드는 일이니까요.”


칼리파는 입술을 축였다. 혹하는 매력이 있는 제안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도둑이라면 오합지졸인데 그걸 용인한다면 우후죽순처럼 여기저기서 발흥할 텐데 그건 또 어떻게 막고?”


“신하를 파견해 제독으로 앉히고 세금을 정기적으로 걷는다면 군대를 파견한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을 겁니다. 필요하면 그들의 군사력을 우리의 전력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습니다.”


다른 신하들도 더 이상 이반의 전력에 하자를 주장하지 못했다.


“경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디 한번 그렇게 정리를 해보자. 다른 지역과 똑 같은 처우로 칙서를 보내도록 하라. 그러면 호라산과 전에 말했던 메르프와 예다에도 괴뢰를 만들어라. 필요하면 지역토착정부를 인정해주겠다는 사실을 천하에 공표하라!”


“예. 폐하!”


칼리파의 전령들은 각기 자신의 등에 칙서를 봉함한 밀서를 단단히 조여 묶고 여러 말을 대동해 달렸다. 전령들은 호라산과 메르프, 예다로 향했다. 호라산으로 간 전령들은 산성 입구에 서서 들어가는 절차를 밟아야 했다. 이미 야쿱라이스가 과거 페르시아 성벽을 점령하고 군대를 세운 것이다.


“서라! 누구냐?”


호라산 입구에 경비를 서고 있는 군사가 전령들을 세웠다. 그러나 전령은 멈출 기세가 없었다. 계속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나는 아랍 마문 칼리파님의 전령이다.”


“전령은 누구의 명으로 누구에게 가는 건가?”


“바그다드의 칼리파이신 마문 칼리파께서 호라산 의적 수령에게 보내는 전갈이다.”


“뭐라고? 호라산 수령이라고? 네 이놈이 감히 우리 수령님을 욕되게 하다니?”


“나라의 이름이 있다면 내 불찰이다. 난 비록 일개 전령이지만 마문 칼리파의 대행자이니 공손하게 대하길 바란다. 자칫 잘못하면 전쟁도 불사할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여기가 나라라면 온전한 이름이 있다면 그 국호를 대라. 즉시 수정하겠다. 난 들은 바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경비는 다른 할 말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전령은 도중에 말을 멈출 수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빠른 대처를 해야만 했다.


“알았다. 지금 신속하게 중앙에 연락해 전령을 어떻게 맞을 지 어떨지 결정하겠다.”


“안 된다! 전령을 상대하는 것을 그렇게 네 마음대로 결정하는 게 아니다. 전령은 한시도 말을 멈추면 안 된다. 나를 일단 들여보내고 다음 판단은 너희들의 몫이다. 나보다 더 먼저 가면 될 일이 아닌가? 대신 나는 서행하겠다.”


“좋아! 그럼 통과다! 그 대신 천천히 가도록 하라!”


전령 둘이 안으로 들어가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아랍의 나머지 3전령은 성문밖에 대기하고 있고 야쿱의 경비 중 한 명이 그보다 더 속력을 내 성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성 주위에 횃불을 밝히고 산채에는 야쿱의 일행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경비가 헐레벌떡 달려오면서 전령이 당도하고 있음을 알렸다.


“수령님!”


“무슨 일이냐?”


이븐이 일어나 경비가 오고 있는 모양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 대장님! 바그다드에서 전갈이 왔습니다.”


“바그다드? 거기서 왜?”


“바그다드에서 마문 칼리파가 전갈을 보냈다고 합니다.”


“뭐! 바그다드에서 뭐가 와? 마문이 누군데?”


“아! 마문은 지금 칼리파의 직위에 오른 자입니다. 겸손하다는 설화의 주인공입니다.”


아무로가 빨리 설명했다. 야쿱은 처음 당하는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겸손하다고? 그 자가 얼마나 겸손한지 한번 볼까?”


“형님. 농담하지 마십시오. 아랍의 군대는 세계 최강이라 함부로 못합니다. 사산조 페르시아가 일거에 몰락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그래, 그런데 그 잘난 칼리파가 왜 우리에게 전령을 보냈다는 건가?”


“칼리파가 뭐라던?”


이븐이 경비에게 물었다.


“바그다드에서 마문 칼리파가 보낸 전령이 왔는데 수령님을 만나기 전에는 말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저기 밑에.......놈들이 오고 있습니다.”


“전쟁을 하자는 것이냐? 놈이 바그다드에서 왔는지 어디에서 왔는지 뭘로 증명하느냐?”


이븐이 큰 소리로 윽박질렀다.


“깃발을 들고 왔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국호가 있으면 응당 대우를 해주지만 그게 없다면 의적으로 칭하겠다고 했습니다.”


“뭐야? 이런 건방진!”


이븐이 주먹을 불끈 쥐고 일어섰다. 하지만 아무로가 얼른 일어나 이븐의 팔을 제지했다.


“아우야. 참아라. 국제관계는 의전이 따르는 법이다. 우리가 국호가 없긴 사실이지.”


아무로는 야쿱을 향해 다시 말을 이었다.


“형님. 국호를 정하라는 것은 우리를 여기를 점령하고 있는 국가로 인정한다는 말 아닙니까? 그러면 당장 우리의 국호를 정해야겠네요?”


“그래. 그런데 의적이라고 한 것을 보면 그래도 그들은 정세를 옳게 보고 있다는 말이 된다. 우린 그런 경험이 없으니 당장 어떻게 한다?”


“그러면 사산조에서 장군을 대대로 해왔던 일리드를 데려와 물어보는 게 좋겠습니다.”


“일리드?”


“예. 지금 금방 불러올 수 있습니다. 가까이에 있습니다.”


형제들이 대화를 하고 있는 사이에 전령이 당도했다. 그는 말에서 뛰어 내리며 머리를 숙였다.


“이 깃발이 칼리파의 상징입니다.”


“그래. 아랍의 전령은 잠시 기다려라!”


“전령은 기다리라!”


경비는 야쿱의 지시를 전령에게 복창했다.


“예!”


“자! 이븐. 빨리 일리드를 데려와라.”


“예.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전령들은 마상에서 정면을 응시하며 눈도 끔벅이지 않았다. 야쿱은 그런 그들을 주의 깊게 살핀다. 잠시 후 이븐이 일리드를 데려왔다. 일리드는 네 명의 일행과 같이 왔고 야쿱과 한 테이블에서 길게 이야기를 했다. 그 의견을 가지고 야쿱의 형제들은 숙의를 했다.


“내가 여기 수령인 야쿱라이스다. 굳이 나라를 세우려는 의도는 없었으나 우리 백성들의 안위를 위한다면 국호를 성립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제신들의 건의에 따라 국호를 정하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부로 우리는 사파르 왕국이다. 사파르 왕국은 과거 사산 페르시아의 뒤를 잇는 나라임을 밝힌다. 그러니 네가 누구 심부름으로 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일국의 왕을 대하는 예의를 갖추지 않으면 그것으로 세상을 하직임을 알라!”


전령은 등 뒤에 묶인 장서를 꺼내 앞에 던졌다. 경비는 말에서 내려 바닥에 떨어진 장서를 집어 이븐에게 전했다. 이븐은 두루마리 장서를 펼쳐 읽기 시작했다.



호라산에 주둔하고 있는 의적의 수령에게 보내는 칙서!


세계를 창조하신 유일하고 전지전능하신 알라신의 의지와 결정은 절대적이고 근본적이지만 알라신의 대자대비한 보살핌으로 우리는 평화롭게 살 수 있다. 초월적이고 가장 친근한 우리의 주 알라신의 이름으로 신민인 그대에게 명하노니 아랍에 대항했던 모든 교전을 즉시 중지하고 명을 받들라! 그리하면 앞으로도 영원히 무력에 의한 침탈은 없을 것이며 조공을 매년 정월에 금 100관을 바치면 외적으로부터의 침략에 노출될 시 구원병을 보내줄 것이다. 이것은 일국과 일국의 약속이 아니라 아랍국에 조공을 바치는 신하 국의 의무이다. 이 도리를 충심으로 지키면 상국인 아랍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약속하는 바이다.

대 아랍 제국 마문 칼리파




이븐이 글을 다 읽고 말을 멈추었다. 야쿱도 아무로도 아무 말 하지 못했다.


“형님. 이거 어떻게 할까요? 저 자식을 목을 베어버리고 되돌려 보낼까요?”


“아니지. 그러면 진짜 전쟁이야. 전령을 죽이면 선전포고와 같은 효과가 있다고 들었어. 우리에겐 그만한 물자도 전쟁을 수행할 능력도 없다, 현재로선.”


“지금 당장 전쟁을 할 수는 없으니 시간이 필요하다. 일단 저들의 요구를 받고 상황을 정리하자?”


야쿱이 일단의 수습책을 세웠다.


“좋습니다. 형님께서 결정하시고 명령만 내리시면 제가 즉시 실행합니다.”

“칙서는 잘 보았다. 구체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야쿱은 전령에게 인자한 표정으로 물었다.


“구체적인 것은 아직 정해진 바 없습니다. 양국이 서로 사신을 교류해 결정하는 게 관례입니다.”


“좋다. 사신을 교환하자고? 그러면 먼저 그쪽에서 사신단을 보내라. 만약 조약을 맺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진행하는 거고 맞지 않다면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간다.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전하도록 서약서를 주십시오.”


야쿱은 손짓으로 명령을 내렸다. 일리드는 자리에 앉아 편지를 작성했다. 야쿱은 천천히 그 편지를 읽고 수결을 마친 뒤 돌려주었다. 일리드는 편지를 경비에게 주었다. 경비는 그 편지를 전령에게 건넸다. 편지를 받은 전령들이 말에 올라 이븐과 야쿱에게 절을 하고 돌아갔다.


“형님. 잘 된 건지 잘 못된 건지 알 수가 없군요.”


“걱정하지 마라. 우리가 의적단으로 계속 존속할 수도 있지만 백성들을 더 잘 다스리기 위해서 왕국을 출범시키기로 한 것, 무엇보다도 똑똑한 재사를 두어 외교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간을 벌어둔 것이니 방을 널리 써서 우수한 인재들을 등용시키도록 하자.”


“좋습니다. 과거 사산조에서 부역했던 관리들의 자제들을 우선 불러들이도록 하죠. 무엇보다 그들 부모들의 산경험이 필요하니까요,”


“연락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냐?”


“제가 그 물을 알겠습니까? 그냥 여기 저기 두드려보는 거죠. 워낙 놀던 물이 채석장 아니면 주물장인데 먹물들이 놀던 곳을 보기나 했어야죠. 듣기에는 사산에서 장군을 지낸 가문뿐만이 아니라 관료를 역임한 자들 중에서도 아직 이민을 가지 않은 자들이 꽤 있는데 당나라로 대거 이주할 것이라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들이 떠나기 전에 만나 의사를 한번 타진해 보죠. 일리드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그 일이라면 저희들이 열심히 돕겠습니다. 아직까지 교류가 이어지고 있고 이런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한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일리드가 반갑게 일어섰다.


“그래. 그건 당신들에게 일임할 테니 서둘러 주시오. 순수 페르시아의 핏줄로 다시 서는 제국을 기대하는 사나이들이 있을 거외다. 나는 이븐과 같이 군대를 더 모아야겠다. 소지역마다 할거하고 있는 촌주들이 있는데 모두 우리 휘하로 불러들여야겠어. 잘못될 경우 전쟁을 할 수도 있으니까........”


일리드는 야쿱과 아무로에게 고개를 숙이며 충성을 맹세했다. 그러나 이븐에게는 손만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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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변혁의 소용돌이 16 15.03.27 465 5 17쪽
25 변혁의 소용돌이 15 15.03.27 261 7 14쪽
24 변혁의 소용돌이 14 15.03.27 613 7 15쪽
23 변혁의 소용돌이 13 15.03.27 648 8 21쪽
22 변혁의 소용돌이 12 15.03.27 586 6 20쪽
21 변혁의 소용돌이 11 15.03.27 589 8 32쪽
20 세기말 증후 37 15.03.24 665 10 26쪽
19 세기말 증후 36 15.03.24 228 5 25쪽
18 세기말 증후 35 15.03.24 483 5 25쪽
» 세기말 증후 34 15.03.24 471 8 18쪽
16 세기말 증후 33 15.03.24 479 7 17쪽
15 세기말 증후 32 15.03.24 419 6 17쪽
14 세기말 증후 31 15.03.24 355 7 22쪽
13 세기말 증후 29 15.03.24 609 6 17쪽
12 세기말 증후 28 15.03.24 696 4 18쪽
11 세기말 증후 27 15.03.24 417 9 20쪽
10 세기말 증후 26 15.03.24 579 5 27쪽
9 세기말 증후 25 15.03.24 597 8 18쪽
8 세기말 증후 24 15.03.24 454 10 20쪽
7 세기말 증후 23 15.03.24 248 6 15쪽
6 세기말 증후 22 15.03.24 460 7 5쪽
5 세기말 증후 21 15.03.24 480 9 15쪽
4 세기말 증후 14 15.03.24 657 9 26쪽
3 세기말 증후 13 15.03.24 611 9 10쪽
2 세기말 증후 12 15.03.24 619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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