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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쿤1 님의 서재입니다.

처용과 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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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쿤1
작품등록일 :
2015.03.24 22:14
최근연재일 :
2015.03.29 22:27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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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7,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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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2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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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변혁의 소용돌이 21

DUMMY

연 공주를 취한 응렴은 부마로 인정되어 상대등에 올랐고 이듬해 동궁전에 들었다(861년). 연 공주는 부마 응렴에게는 별말 없는 편이었지만 현 공주는 내내 응렴에게 불만스런 표현을 했다.


“현 공주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오늘 안색이 좋아 보이십니다.”


“아. 동궁마마님. 안녕하셨습니까? 고맙습니다. 헌데 언니께선 별로 안녕하지 않으신가 봅니다.”


동궁은 뒤를 돌아다보았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연 공주는 표정에 어떤 기미도 보이질 않았다. 그녀의 뒤로는 두 아기가 시녀들의 품에서 잠들어 있었다.


“애기씨가 세자마마를 쏙 빼닮았습니다.”


환수가 헌안왕께 올리는 인사말이다. 그 옆에는 아기를 돌보는 보모상궁이 추임새를 넣었다.


“공주마마님이 동궁마마님을 닮았다고 하는 건 어울리지 않습니다. 신이 보기엔 세자비마마를 닮았습니다. 아니 정말이지 연화 동궁빈마마님 아기씨 때 모습을 정말 닮았습니다. 넓은 이마와 콧대가 정말이지 똑같질 않습니까?”


“그러니 세간에 씨도둑은 못한단 말이 있다잖은가?”


헌안왕이 웃으며 화답했다. 그러자 대전에 모인 백관들이 일제히 수긍하는 인사를 했다.


“아니다. 자네들 말이 맞는 듯 하이. 짐도 그런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니. 헌데 왕자 정이는 누굴 닮았다고 보는가?”


환수와 상궁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놀라고 말았다.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기에 조심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신이 보기에 헌헌장부의 기상을 그대로 간직한 점이 폐하의 소싯적 모습과 똑같습니다.”


“귓불이 둥근 것하고 인중이 긴 것하고 눈매가 위로 솟은 것이 폐하의 용안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환수와 상궁은 누가 뒤질세라 서로 헌안왕을 논하기에 바빴다.


“허허허! 아니 왜 애가 제 아비를 닮아야지 왜 짐을 닮아?”


“어머! 그런 게 아니오라.......”


“물론 친탁이 옳습니다만 외탁도 중요한 요소인지라 그 점을 확인하느라 그런 모양입니다. 폐하!”


“동궁도 이제 헌헌장부로 듬직하니 우리 신라의 사직이 안정될 징조이니라.”


“아무렴요. 그리해얍죠. 폐하!”


동궁은 왕자 정을 안고 활짝 웃고 있으며 연화공주는 갓난 여아를 안고 앞에 선다. 대전의 광활한 모습이 전개되고 다시 신하들이 도열한 대전이 비춰진다. 응렴이 세자로 즉위했다. 뒤에는 두 공주가 시립했고 시녀들이 두 아이를 돌보고 있다. 왕이 보는 앞에서 연로한 대신이 세자 응렴의 머리에 관을 씌운다.


“소식 들었어? 폐하의 첩 소생의 왕자를 폐하가 직접 죽였대.”


항간에 떠도는 소문들은 발 없어도 멀리 간다는 속담처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번져나갔다.


“뭐라고? 폐하가 뭘 어쨌다고?”


“어떻게 그런 일이? 첩 소생의 왕자라면 궁에서 버림받아 내쳐진 그 불쌍한 궁예왕자님? 오오~.”


“궁예가 적서에서 밀리지만 아들 아닌가?”


“아들이면 뭐해. 열 아들 안 부러운 장군 같은 딸에 천하절색 딸이 있는데......”


“이그, 이 바보야. 지금 왕세자님이 저렇게 훌륭하게 존재하고 계시니 첩실 왕자는 필요 없다고 본 거겠지.”


“허긴. 적자도 아닌 첩 소생인데 살아 있으면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테니 크기 전에 미리 손을 쓴 거겠지. 김응렴 국선은 집안도 쟁쟁하고 외양도 훤칠하신 게 신라 최고의 남자로서 손색이 없으니.......”


“아무튼 김 국선이 최고임은 분명하지만 궁예 왕자님이 애꾸눈으로 핍박을 받으며 자란 걸 생각하면........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냐?”


백성들에게는 왕실의 계보가 어떻게 흘러가든 관심은 없고 누가 더 불쌍한 존재인가에 집중하는 편이었다. 무엇이 바른 말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는 당장에는 불필요한 논쟁거리였다. 무엇이 더 극적인 효과가 있는가가 정답인 것이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첩 소생이란 말도 잘못된 말이야.”


“그건 또 뭔 소리여?”


“궁예왕자님의 모친을 후궁으로 앉힌 것도 아닌데 왕자 대접해 주니까 인정받는 거지, 그냥 무수리가 임신을 해서 낳은 자식이니 왕자라고도 말을 높일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는 거야.”


“그래? 후궁도 아니라고? 하지만 후궁이건 무수리건 어째 폐하께선 자신의 핏줄을.......”


“우리 같은 천한 것들이야 먹고 사는 것만 걱정하면 그만이지만 저렇게 지체 높으신 분들은 걱정거리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또 더 많을 거야.”


“아무튼 그렇게 궁예 왕자님은 태어난 것도 축복을 못 받고 일찍 세상을 하직하고 마는구나. 젠장!”


“아무튼 국선이 부마가 되고 이제 왕세자로 책봉 받으시고 후손까지 생겼는데도 이 나라가 앞으로 편안하게 굴러갈 거란 생각이 들지 않고 불길하고 불안한 생각만 들어.”


“에휴~. 난 아무래도 상관은 없어. 먹고사는 것만 문제만 없다면 어느 놈이 왕이 되건....... 그건 나하고는 먼, 아주 먼 별나라 이야기니깐.”


“너? 놈이라고 했겠다!”


“어느 놈? 그래. 어느 놈이 왕이 되던 어느 님이 왕이 되시건 그건 그들 얘기고 난 이팝에 고깃국만 먹을 수 있으면 만사 땡이야. 암~. 그거야 두말하면 잔소리지.”


범교사는 국선이면서 국사로 숭앙받는 위치에 올랐다. 그는 가장 먼저 응렴의 두 번째 결혼에 심혈을 기울였다. 왕은 이미 몸이 망가져 후일을 기약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 두 공주가 모두 응렴에게 시집을 가는 것을 기뻐했다. 응렴과 두 공주는 사촌지간이었고 가장 확실한 후사였던 것이다. 드디어 863년에 둘째 공주와 응렴은 결혼을 하게 되었다.

신라 금성의 조정. 저녁달이 어스름하게 떠 있고 대신들은 모두 대기하고 있다. 급하게 탕약을 지어 나르는 나인들의 바쁜 발걸음에 뒤로는 무거운 분위기가 허공을 장악하고 있다. 대전에 가까이 있는 인사들의 표정은 거의 절망적이었다.

막 두 공주가 대전 앞에 도달했다. 이미 와 있던 응렴은 바닥에 엎드려 하명을 기다리다가 두 공주의 출현을 보고 고개를 쳐들었다. 두 공주는 그의 눈빛을 보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짐작이라도 하듯 얌전히 뒤에 가 섰다.

대전 안에는 의원들과 환수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헌안왕은 위급한 호흡을 하며 누워있다. 왕은 초췌하고 파리한 병자의 얼굴이었고 아마 오늘 밤을 넘기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란 말이 지배적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와서 짐의 마지막 길을 구경하며 비웃을 거야.”


상왕의 목소리는 몹시 흔들리고 있었다.


“상황폐하! 비웃다니요.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십니다.”


“짐은 견딜 수가 없다. 제길! 이 무슨 경우냐? 내가 곧 죽을 운명이라는 게?”


“폐하! 흐흐흑! 통촉하시옵소서.”


“밖에 누가 와 있느냐?”


“모두 대기하고 있사옵니다.”


이미 왕위를 양위한 헌안왕은 손짓으로 환수를 불렀다. 환수는 무릎걸음으로 다가와 그 앞에 엎드렸다.


“듣자니 변방에 사병을 가진 호족들이 왕실을 넘보고 있다. 굳이 지금만이 아니라 전부터도 항상 그래왔었지. 하지만 짐은 이미 후대를 정했고 손자도 보았으니 짐이 더 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거야. 세곡사 일은 너에게 일러준 대로 행하여야 한다. 한 치도 틀림이 없어야 한다. 이 왕국의 미래가 거기에 달려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헉헉~. 후왕에게 짐이 되지 않게 확실하게.......후왕을 들라하라.”


“전하. 흐흐흑! 명 받들겠나이다.”


“울 필요는 없다.”


“후왕.”


문 밖으로 가는 소리가 새어 나갔다.


“폐하 듭시오.”


환수는 큰 소리로 응렴의 등장을 알렸다. 경문왕은 문 안으로 들어가 상황전에 엎드렸다.


“연화.”


“중전마마 듭시오.”


첫째 공주가 치마 깃을 들어 올리며 얼른 방으로 튀어 들어간다. 왕은 또 다시 막내 공주를 부른다.


“현화도.....”


“아바마마!”


“중전마마 듭시오.”


현의 얼굴이 펴지며 얼른 방으로 들어간다. 헌안왕의 입이 벌어지며 말을 하려 했지만 잘 들리지는 않는다. 응렴의 얼굴 표정이 긴장으로 굳는다.


“폐하!”


“승하하셨습니다. 흑흑!”


환수는 뒤에서 슬픈 소리로 상황을 종료시켰다. 이윽고 세 사람은 바닥에 엎드려 곡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대신들도 마당에 주저앉아 통곡을 했다(865). 밤이 되고 곡소리가 더욱 멀리 번졌다. 풍경소리가 잔잔하게 온 누리를 덮었다.

나라님이 승하하셨다는 소문은 전 국토에 널리 알려졌지만 일반 백성들에게는 하루거리의 슬픔일 뿐 생업에 종사하기 위해선 눈물을 아껴야했다.


“할아버지, 옛날 얘기 하나 해 주세요.”


“옛날이야기? 어떤?”


“용 나오는 이야기는 다 좋아요, 할아버지.”


“용? 그래. 그럼 하나 해주지.”


마을마다 거리마다 오순도순 이야기를 할양이면 당시에는 용 이야기가 최고였다.


“하늘에서 착한 청용과 나쁜 황룡이 서로 싸웠대.”


“황룡이 나쁜 놈이야?”


당시 용이 좋고 나쁨을 가릴 수 있다면 그건 지극히 방위 탓이었다. 한반도가 동쪽에 치우쳐 있기에 청룡에 상징성이 있는 반면 중국이 중앙에 있다는 고집을 세우기 때문에 황룡은 나쁜 것으로 치부될 때였다.


“용의 싸움을 보고 한 장수가 고함을 질러 서로를 갈라놓았으나 청룡이 큰 고함에 움찔한 순간 황룡이 청룡의 목에 비수를 꽂았대.”


“저런 나쁜 놈.”


“칼에 찔린 청룡이 땅에 떨어지면서 꼬리를 치니, 용의 꼬리를 맞은 자리가 움푹 패여 큰 못이 되었는데 그게 바로 금호연못이야.”


“어! 금호연못이면 우리 동네 저 위쪽에 있는 그 못을 말하는 거야?”


“금호못은 청룡에 의해 생긴 못이기에 항상 푸른색을 띤다는 거야.”


동네마다 국사봉이라는 봉우리가 있고 그 곳에는 모두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있으니 그 설화는 계속 윤색되며 확대 재생산되었다.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돌아와 절을 지으려 했는데 통도사 터에 먼저 구룡지라는 못이 있었데.”


“구룡지 알어.”


“아홉 마리의 용이 있었단 말이 전해져 내려왔지.”


“지장율사가 먼저 주문을 외고 경을 읽으며 아홉 용에게 떠나달라고 했지만 용들은 이를 듣지 않았대.”


“당연하지. 용이 떠나려면 하늘로 올라갈 시기가 돼야 가능한 얘기 아냐?”


“그렇지. 그런데 율사는 막무가내로 떠나달라고 한 거야. 쉽게 하려면 절을 다른 곳에 세우면 그만일 텐데 그렇게 하지는 않았지.”2“그러면 다른 산에 절을 짓는 게 더 빠른 것 아냐?”


“그건 말이 쉽지. 먼저 구룡지는 매우 높은 도력이 있는 지역이고 사원이 있는 곳이니 그 자리를 뺏으려 한 거야.”


“뭐가 있었는데?”


“사당. 단군과 한웅을 모신 신사가 있었는데 그걸 허물고 절을 짓겠다고 한 거야.”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닌가?”


“힘 있는 놈이 먹는 세상이야.”


“신이 노하시면 어쩌려고?”


“율사가 종이에 ‘화(火)’자를 써서 하늘로 날리며 법장으로 못 물을 휘저으니 못 물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어.”


“저런~.”


“용 세 마리는 이미 죽었는데 율사가 그것을 허공으로 집어던졌는데 그 용들의 시체가 날아가 부딪친 바위에 피가 묻었다는 거야. 그 피의 흔적이 아직도 있는데 그게 바로 용혈암이야.”


“아! 그래서 용혈암에 붉은 자국이 있구나.”


“나머지 다섯 마리는 통도사 남서쪽 골짜기로 달아났대. 그래서 그 골짜기를 오룡곡(五龍谷)이라 부른다.”


“그러면 한 마리가 남는데?”


“그래. 한 마리가 더 있지. 마지막용은 그만 눈이 멀어 달아날 수가 없었데. 눈 먼 용은 다른 곳으로 갈 수 없으니 제발 이 절에 해코지를 하지 않을 테니 조그마한 못을 만들어주면 그 속에서 이 절을 수호할 것이라 다짐을 했다는 거야. 통도사 대웅전 바로 옆의 작은 연못이 바로 그것이다.”


“저렇게 작은 못에 용이 산다고?”


드디어 응렴은 명실상부한 왕이 된 것이다. 중전으로 두 공주를 동반해서 아내로 맞이했고 어릴 때부터 동고동락을 한 화랑에서 같이 수련한 국선 4인도 동행했다. 예흔랑, 숙원랑, 범교사, 계원랑. 그중 범교사는 이미 관직에 올라 자색 비단으로 된 관복을 입었고 나머지 낭도들은 푸른 의복을 입었다.

응렴은 왕좌 위에 앉아 있고 문무백관들의 문안을 받는다. 보통 자색복은 진골이나 성골의 백관들이 입었으며 비색이나 청색은 6두품 이상의 귀족들의 차지였다.

한 사람 한 사람씩 임명장을 수여한다. 범교사에게 국사의 자리를 주었고 나머지 화랑들에게 10등급인 대나마와 11등급의 나마의 벼슬을 주었다. 이벌찬 이찬 잡찬 파진찬 대아찬 아찬 일길찬 사찬 급벌찬등의 고급 벼슬은 진골들의 차지였다.


“하아! 아쉽네. 이 자리에는 허곡랑도 같이 있어야 하는 건데......”


네 화랑의 임명장 교부가 끝나고 한자리에 모이자 예흔랑은 아쉬운 듯 한탄조의 말을 했다.


“생사고락을 같이 하기로 약속한 동지인데 말이오. 안타깝기 그지없소이다.”


어느새 옆에 와 있는 자색비단의 범교사도 한 마디 더했다.


“이찬이면 여섯 번째 계단이지만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 아니겠소.”


“여섯 번째인데........예흔랑은 허곡랑이 그 정도로 만족할 것으로 보았소?”


“골품에서 정하길 6두품의 최고위는 이찬 아닙니까?”


“이벌찬, 이찬, 잡찬, 파진찬, 대아찬은 골품에서만 허용된 거지만 허곡랑은 그런 규제 자체를 싫어하는 겁니다. 당신들이 지금 이찬이 되었다고 하지만 그거로는 만족하지 않을 게요.”


“그것 때문에 우리에게서 멀어진 거란 말씀입니까?”


예흔랑은 범교사의 앞을 가로막으며 눈발에 힘을 주었다.


“그거야 그가 원해서 나간 것 아니겠소. 어쩔 수 없지요. 정 아쉬우면 예흔랑 자네가 허곡랑을 찾아 데려오던가.”


숙종랑이 드디어 이죽거리기 시작했다. 일행들은 으레 그러려니 하고 대화를 닫았다.


“짐은 아찬 위진을 시중에 임명하오.”


응렴이 계속해서 임명장을 읽어나갔다. 가장 놀란 사람은 바로 위진이었다. 그는 얼떨결에 왕 앞에 시립했다. 백관들도 놀란 표정이 역력했다.


“소신, 아찬 위진........ 폐하! 어찌 소신에게 그런 막중한 임무를........”


“하하! 시중이 합당치 않다는 뜻입니까?”


“아닙니다. 폐하! 그저 성은이 망극해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대의 강건한 심지가 마음에 들었소. 부디 짐을 보필해 안정된 신라의 재건을 꾸려봅시다.”


“네, 폐하! 충심을 다 하겠습니다.”


“고맙소. 수고해 주시오. 그대의 충정을 익히 알고 흠모해 왔소이다. 이참에 내부적으로 정권의 안정을 가져올 수단을 강구해 주시오.”


경문왕은 나지막하게 읊조리듯이 말하자 멀리 있는 범교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그러자 위진은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문제는 반대파로 알려진 윤흥일파의 백관들이었다. 분명한 적개심이 눈빛에 드러나 있었다.


“저분은 어떤 분이십니까? 왜들 사람들의 표정이 저런가요?”


예흔랑은 정치적 감각이 무딘 탓에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범교사에게 다시 질문을 해야 했다.


“몰랐소? 위진 신임 시중은 성정이 대쪽이십니다. 널리 알려진 건 그런 내용이고 아직 정치적 역량은 어느 정도인지는 검증이 되진 않았소. 폐하께선 시중으로 선택하고 강력하게 밀어붙이실 모양입니다. 그려.”


숙종랑이 대신 대답했다.


“그래요? 그럼 우리 군주께선 뭔가 큰 개혁의 그림을 그리고 계시군요.”


“그리고 아찬 김정을 상대등에 임명합니다.”


환수는 주위를 환기시키며 목소리를 가다듬고 경문왕의 아들인 세 살 바기 아기에게 두 손을 가리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유모가 보료에 누워있는 아기를 안아 올렸다. 왕비가 굳건한 자세로 표정 없이 앉아 있었고 그 뒤로는 미색의 둘째 왕비가 담담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드디어 우리 아들 정이 상대등에 올랐다.”


“아직 안심하기는 일러요. 적어도 태자의 자리를 확보하기 전까지는요.”


현 공주는 언니에게 다가가 똑 부러지게 말했다. 소문은 궐을 넘어 민간에도 전해졌다.


“세 살배기 아기가 상대등이란다. 상대등이란 자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건가 봐?”


“그게 어디 어제 오늘의 일인가? 다 그런 맛에 정권을 잡으려 하는 거지. 대대손손은 물론이고 그 집안과 연계가 있다면 그 집개까지도 혜택을 볼 수 있잖아?”


두 왕비가 나란히 테이블에 앉아 담소를 나눈다. 정원에는 시녀들이 마당을 둘러싸고 있었다.


“내가 진골들을 알아보니 이제 다섯이 있다는구나. 무열왕 이후로는 눈 씻고 보아도 없다고 했었는데 어디서 다섯이나 나타났다는 거지.”


“그럼 반란의 징조로 볼 수 있다는 거죠?”


중전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는데 반해 현화의 얼굴은 표정변화가 급격하게 나타났다.


“그나저나 언니. 그 다섯 진골 중에 가장 영향력이 있는 자가 누구인지 알아요? 차후 벌어질 소란을 미연에 막으려면 지금이 손 쓸 적기입니다.”


“너도 그 생각을 했구나. 나도 그 일을 생각중인데, 너에게도 좋은 의견을 내볼 기회를 주겠다. 가장 힘이 강한 데가 김윤흥 일족이야. 다음으로는 김현 일파가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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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변혁의 소용돌이 16 15.03.27 465 5 17쪽
25 변혁의 소용돌이 15 15.03.27 260 7 14쪽
24 변혁의 소용돌이 14 15.03.27 613 7 15쪽
23 변혁의 소용돌이 13 15.03.27 648 8 21쪽
22 변혁의 소용돌이 12 15.03.27 586 6 20쪽
21 변혁의 소용돌이 11 15.03.27 588 8 32쪽
20 세기말 증후 37 15.03.24 665 10 26쪽
19 세기말 증후 36 15.03.24 228 5 25쪽
18 세기말 증후 35 15.03.24 483 5 25쪽
17 세기말 증후 34 15.03.24 470 8 18쪽
16 세기말 증후 33 15.03.24 479 7 17쪽
15 세기말 증후 32 15.03.24 419 6 17쪽
14 세기말 증후 31 15.03.24 355 7 22쪽
13 세기말 증후 29 15.03.24 609 6 17쪽
12 세기말 증후 28 15.03.24 696 4 18쪽
11 세기말 증후 27 15.03.24 417 9 20쪽
10 세기말 증후 26 15.03.24 579 5 27쪽
9 세기말 증후 25 15.03.24 596 8 18쪽
8 세기말 증후 24 15.03.24 454 10 20쪽
7 세기말 증후 23 15.03.24 248 6 15쪽
6 세기말 증후 22 15.03.24 459 7 5쪽
5 세기말 증후 21 15.03.24 480 9 15쪽
4 세기말 증후 14 15.03.24 656 9 26쪽
3 세기말 증후 13 15.03.24 611 9 10쪽
2 세기말 증후 12 15.03.24 619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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