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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쿤1 님의 서재입니다.

처용과 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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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쿤1
작품등록일 :
2015.03.24 22:14
최근연재일 :
2015.03.29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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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27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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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쪽

변혁의 소용돌이 11

DUMMY

강성대학 인문학부의 학생 150여명은 강화도 전등사로 엠티를 떠났다. 학생들은 각과별로 버스 안을 메웠다. 경제학과 학생들이 많이 탄 버스의 맨 뒤 칸에 앉은 학생들은 모두 남자들 차지였다. 웃고 떠드는 사이에 두 학생이 앞으로 걸어간다. 그들의 뒤춤에는 쌍절곤으로 보이는 무기가 꽂혀 있었다.


“야! 넌 쌍절곤은 왜 가져온 거니? 여기가 뭐 소림사 주방이라도 된다니?”


“하하하!”


“야! 난 쉬는 시간도 아껴서 운동하는 버릇이 있어서 그런다.”


“너 혹시 땅 밟기 하는 애들이라도 만나면 그걸로 신나게 두들겨 패려고 그런 거 아니냐?”


순간 학생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나 쌍절곤을 소지한 학생은 금방 얼굴을 풀고 어색하게 웃었다. 나머지 학생들은 경쾌하게 웃었다.


“소림사가 예수하고 한 판 붙는 거야, 그럼?”


“하하하! 그러면 소림 예수전이냐?”


넉 대의 버스에서 쏟아 놓은 백오십 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전등사의 안내를 담당하는 스님들은 차분하게 안내했다. 그러나 학생회 총무인 이정연은 학승과 상담을 하고 배정받은 방에 짐을 부리는 학생들은 단체 사진을 찍으며 바쁘게 움직이는 사이에 쌍절곤을 소지한 학생들은 방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저는 전등사에서 외빈 접대와 안내를 맡은 학승 청담이라고 합니다.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약속하신 대로 방은 사찰외부에 유스호스텔로 여섯 개의 방을 잡았습니다.”


머리를 파랗게 깍은 학승 청담의 두상은 가히 예쁘다고 할만 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산뜻한 모습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제가 전화로 인사드린 경제학과 과대표 이정연입니다. 반갑습니다만 사람이 좀 많은 건 아닌지요?”


“아! 반갑습니다. 다다익선이라고 많으면 그만큼 좋은 일 아닙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헤헤. 그런가요? 그럼 숙소를 먼저 확인하고 바로 대웅전부터 구경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좌측으로 보면 4층 건물이 있습니다. 거기서 여장을 풀고 쉬도록 하십시오.”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정연은 공손하게 반절을 하고 학생들에게 달려갔다. 기독교 학생회 출신들은 최반석을 중심으로 둥글게 모여 대화중이다. 이정연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정연은 최반석의 등을 두드리며 뭔가 이야기를 나눈 후 돌아가고 최반석은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우리가 모두 45명인데 방은 두 개이니 남녀로 구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을 거고 가장 큰 방으로 구했다니까 쪽잠을 자는 각오를 하고 한방에 이십 명씩 들어가야 되겠습니다. 그리고 밖에서 곧 전체 회의를 한다니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약식으로 기도하겠습니다. 하늘에 계신.......”


최반석이 통성기도를 하자 모두 정좌하고 기도하는 자세를 취했다.

경제학과 학생들은 방에 들어가지 않고 가방만 던져놓고 밖에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준아! 우린 먼저 삼성각부터 가보자.”


형석은 먼저 준을 끌고 앞으로 나갔다.


“삼성각? 여긴 삼신각이라고 돼 있는데.......”


준이 안내책자를 뒤적이자 형석은 아랑곳 않고 준을 이끌었다.


“삼성이나 삼신이나 산신, 모두 같은 거야. 이리로 가자.”


“삼신과 삼성 아멘!”


준은 장난스럽게 손뼉을 치며 기도문 같은 구호를 외쳤다.


“삼십분 후에 전체회의가 있으니 빨리 돌고 오자구. 그런데 삼이 의미하는 게 삼위일체 하나님과 관계가 있는 거냐?”


“좋은 지적이야. 내가 공부한 바로는 같은 의미야. 종교에서 의미하는 숫자 3은 모두 같은 의미라고 보면 돼.”


형석은 무리를 이끌고 언덕을 올랐다.


“삼신각은 한인, 한웅, 단군을 모신 사당이야. 그래서 삼신이라고도 하고 성인이란 의미로 삼성이라고도 해.”


사학과 학생 영호가 여러 사람이 들을 수 있게 큰 소리로 설명했다. 사학과 학생들은 우르르 형석의 뒤를 따랐다. 철학과나 다른 문과대 학생들도 그 뒤를 이었다.


“절간에서도 단군을 모시나? 왜 그러지?”


의아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니 형석이 준의 어깨를 감싸고 든다.


“어? 여기 안내책자는 삼성이 단군이 아니고 이게 뭐야? 도교의 성인들이야? 이거 중국인들 맞지?”


준은 책자에 그려진 도교 성인들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흥분해 말을 이었다.


“불교가 전래될 때 많은 일이 있었어. 역사 기록에는 도저히 올릴 수 없는 종교전쟁과 유사한 투쟁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 흔적이야. 유럽에서의 종교전쟁은 국가의 운명과 같이 했지만 우리의 종교전쟁은 그런 규모로까지는 전개되지 않았지만 치열하고 지난했다고 들었어.”


“투쟁? 토착종교의 반발이 심했다는 거 정도겠지. 기득권을 빼앗기는 것에 대한 반발. 국사시간에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 절간에다 돌이나 던지고 탁발승을 테러하는 정도였겠지......”


“천지신명교나 칠성신앙. 삼신교 등등 이름이야 뭐로 불러도 상관은 없지만 불교 이전의 국교가 있었지.”


차분하게 설명하는 형석과는 다르게 준은 사방을 둘러보며 어수선했지만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준은 의문을 덮어두지 않고 바로 물어보았다.


“왜 국교라며 이름이 없어? 외래종교라면 불교가 처음인데 도교와는 무관한 거야? 신사? 그러니까 일본에 신사참배가 있는데 지금 얘기하고 관계가 있는 거냐고?”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는 건데, 일본 신사는 어떤 신을 모시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우리의 신사는 삼신인 한인, 한웅, 단군을 모시는 거지. 일본에도 삼신을 모시는 사당이 있기는 해.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일본의 신사와 우리 전통의 신사는 같은 종교라 할 수 있어. 세부적으로 누구를 모셨느냐의 차이가 있겠지.”


기존의 이론을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야 무덤덤하게 넘어갈 말들이지만 처음 들어본 이야기인 준은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였다.


“불교에서 전각을 짓는 것은 신과 같은 성인을 모시는 사당이라는 의미를 가져. 불교의 신은 부처, 여래, 세존 이렇게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분들을 모신 사당을 전이라 그래. 대웅전이나 영산전등이 바로 그거지. 그런데 불교 전래의 성인이 아니고 신도 아닌 존재를 사당에서처럼 모시는 곳은 각이라고 해서 따로 집을 짓고 모시는데 삼신각, 또는 삼성각이라고 하지. 이게 불교에서 신을 모시는 방법에서 드러나는 미스터리의 하나야.”


“응. 여기 그렇게 적혀 있네. ‘삼성각은 독성, 칠성 그리고 산신을 모시는 전각이다’라고....... 전각이라네. 전이나 각이라고 분명하게 쓰지 않았군. 신이나 성인을 모시는 곳. 이것도 애매해. 신이 아니거나 불교의 신이 아닌 존재라는 뜻도 되겠는데?”


영호가 자세한 설명을 하기위해 준의 곁으로 왔다.


“중요한 것은 삼성이라고 하면 신이나 부처가 아닌 인간으로서 고귀한 성인을 모셔야하는데 이 책을 보면 오류가 금방 눈에 보이지. 치성광여래를 주불로 모신 것은 불교의 신을 모신 거잖아. 여래라면 불교의 신이잖아. 원칙과 맞지 않는 점이지, 또 삼신각이라고 하면 인간이 아닌 삼신을 모셔야 하는데 불교의 신이 아닌 인간이 신격화된 분을 모신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 있어. 아무튼 불교에서 가장 이상한 곳이 삼신각이야.”


영호의 설명에 뒤이어 형석이 첨언했다.


“불교이전에 전통종교와의 동거에 관련된 곳이 삼성각이라는 설이 있어. 아마 그 전통일 거야. 이건 불교사에서 정답으로 다루지는 않는 설이지만 가장 설득력이 있어.”


형석이 다시 설명했다.


“다시 말해 전은 부처님을 모신 사당이라는 뜻이야. 그에 반해 각은 부처가 아닌 분을 모신 사당이라는 뜻이야. 대웅전이나 영락전은 바로 부처님의 사당이지만 삼성각은 삼신을 모신 사당이라는 뜻이지.”


“불교에서 가장 불교답지 않은 곳이라!”


준은 골똘하게 생각하며 삼성각을 바라보았다.


“기록에는 신교, 신사라고만 나와. 천지신명이나 성황당이나 칠성, 삼신 등등은 각기 모시는 사람들이 부르는 말이 굳어진 것이고 사람마다 다르니까 일정하지가 않아. 그런데 기록에 나오는 신을 모신 사당이라면 그건 국교의 흔적이야. 외국의 경우처럼 국교로 정한다는 것은 종교적인 후진국을 의미한다는 역설이 가능해.”


준이 깜짝 놀랐다.


“종교적 후진국이라고? 왜 그런 거야?”


“왜냐하면 그냥 종교라거나 신을 모신다는 말만 하면 다 통용이 되는데 굳이 국교라고 부른다는 것은 기타 종교가 있었다는 뜻이 되고 투쟁에서 승리해 국가로부터 타이틀을 인정받았다는 뜻이거든. 외래종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교회의 격이 낮아진다는 의미야. 우리나라는 전래로 제정일치의 사회였잖아. 그러면 종교를 수입해올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뜻이지. 신라에서도 제 2대 왕인 남해도 차차웅이라고 불렀고. 거서간 다음에 차차웅 마립간 다음에야 왕이 되지, 차차웅 그건 무당의 다른 말이라고. 종교의 이름은 바뀌었을 거야. 역사적 기록으로는 그 이름이 정형화되지 않았을 뿐이야. 그러니 신교가 정확한 표현이지.”


“그런데 왜 기록에 누락되었지? 이름도 없고? 신사라면 일본의 신사참배 때 처음 듣던 말인데 그것과 관련이 있나?”


“여러 종교가 있었다면 당연히 이건 무슨 종교고 저건 무슨 종교라고 밝혔겠지만 국교로 달랑 하나 있다면 그 이름이 없을 수도 있겠지. 그냥 신이라고 했겠지. 하나님, 하느님이라고 불렀을 수도 있고. 그런데 이름을 지어 불렀다는 것은 뭔가를 다른 무엇과 구별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지. 그런데 당연한 거니까 밝히지 않고 ‘신사에 제를 올렸다‘라고만 말하는 것처럼.......”


“일본 신사에서도 우리의 단군과 한인을 모신다구? 2차 대전의 전범들을 모신 사당이 아니고?”


“아! 그건 일부 와전된 거야. 도쿄 중심가에 일본 최대 규모의 신사인 야스쿠니가 있어. 그 사당에는 황실의 조상이나 국가에 큰 공로가 있는 사람을 신처럼 모셨는데 처음 메이지 천황 시절 일본 군인들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한 절을 1879년 '평화로운 나라'라는 뜻의 야스쿠니로 개명한 거야. 그 후 청일전쟁ㆍ러일전쟁ㆍ만주사변ㆍ제2차 세계대전 등 일본이 벌인 주요 전쟁에서 숨진 군인 및 민간인 246만 6000여 명의 위패를 보관하게 됐어. 이들을 제사 지내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전쟁 유물 및 전범들의 동상도 전시되어 있어서 문제가 된 거야. 우리도 조상신을 모시는 제사를 지내니 잘 알지만 다른 족속들에게는 전범을 신격화한다는 구실을 달기가 좋은 거지. 하지만 신격화와 조상신으로 모신다는 것과는 차이가 많이 나지. 그런데 이들의 제사는 매일 지내며, 봄ㆍ가을로 대규모 위령제를 열고 일본 건국일(2월 11일) 등 기념일에도 수시로 각종 행사를 벌인데. 그리고 종전기념일인 8월 15일에는 우익들의 순례성지로 변하고 그러니 우리의 제사와는 성격이 많이 다른 거지.”


형석을 대신해서 다시 영호가 덧붙여 설명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 황실이 모든 경비를 부담하는 특별한 신사로서 제국주의 시절에는 군국주의 확대정책을 종교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했으며 천황숭배와 군국이념을 조장했었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국영 신사라는 지위가 박탈되어 국가 관리에서 벗어나 일개 종교 법인으로 격하됐지만, 국가적 보호를 둘러싼 논의가 현재까지도 분분한 매우 핫한 이슈야. 또 다른 문제는 그들의 직계조상들뿐만 아니라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의 조상들을 자신들의 조상신이라고 모시거든.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어? 어차피 일본 고대사는 도래인들이 지도층을 이루는 과정을 다루는 역사니까 삼국과 가야에서 건너간 사람들이 신이 되고 왕이 된 거지.”


학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영호는 한손을 번쩍 치켜들어 호기를 부렸다.


“도래인이라는 말은 한국에서 배를 타고 건너간 사람을 의미하는데 일본건국 신화에서는 북서쪽 하늘에서 구름 타고 내려오는 것으로 묘사되거든.”


“그리고 대부분 일본신사의 정문 방향도 남향이 아니라 북향이야, 즉 일본의 서북에 있는 나라를 신국으로 모신다는데 그게 어디겠냐?”


“서북? 경상도와 전라도?”


“그 신사들은 대부분 단군이나 한인, 한웅을 모시고 도래인 중 유명한 사람도 중시조로 모시고 현대의 유명한 사람을 모시는 형태로 변화된 거야. 그런데 일본인들 스스로는 그들이 모시는 원신이 단군인지 일본 조상인지를 모르고 있는 거야. 메이지유신시절에 한국식 이름을 그냥 도교식으로 바꾸게 한 게 지금에 이른 거야. 실제로 단군을 모셨던 사당도 이름을 일본식이거나 중국 도교식으로 바꿔 불렀으니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의 유민들이 일본에 상륙해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신사를 짓는 일이었어. 그들이 세운 신사이니 당연히 단군을 모신 사당을 최고의 신사로 치고 모시고 있지. 제일 먼저 세운 신사는 가락의 공주인 히미꼬, 우리말로는 비미호라 하는데 연오랑 세오녀라는 설화의 주인공인 비미호 공주가 세운 사당이야. 지금은 없어졌고 그 이후로도 많은 신사의 이름을 변형시켜서 그들이 모셨던 최고의 신을 한웅이 아닌 도교풍의 어떤 도인이라고 왜곡시켰기에 지금은 그 신이 우리의 한웅인지 단군인지도 모르게 되고 만 거야. 우리가 지금 중국의 동북공정에 흥분하고 있지만 이미 일본에서는 완료된 거지. 이 완용의 후손들이 일제의 이론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 내용은 영 무시되고 말이지.”


“어휴~. 정신없어. 뭐가 뭔지? 히미꼬는 뭐고 연오랑세오녀?”


준은 머리통을 감싸 쥐고 흔들었다.


“일본 역사에 등장하는 최초의 여왕의 이름이 히미꼬인데 가야 김수로왕의 딸이란 설이 있어. 그녀가 수로왕의 맏딸인 거야. 영웅담은 여러 방면으로 채색되어 나중에는 원령공주로도 나왔지. 그 원류가 바로 히미꼬 여왕이었어.”


“국교로 지정하는 것은 미래 국가의 체계를 잡는 것이니 당연히 그런 사상적 투쟁이 있어야겠지.”


“그래서 이차돈의 순교 같은 게 있었겠구나. 그런 건 단순한 옛날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


“야! 이차돈 이야기는 내가 전문이야.”


사학과의 정지용이란 친구가 끼어들었다.


“어? 지용아! 우리 과 정지용이야. 이쪽은 경영학과 허준.”


형석이 두 사람을 서로 인사시켰다. 준과 지용은 악수를 하고 첫 대면을 했다.


“와! 경영학과 학생이 이런데 관심을 갖고 덤비고 있었구나. 아무튼 반가워. 경영학과에도 피와 살 냄새가 나는 사람이 있구나.”


“피와 살? 너 뱀파이어야?”


“하하하! 농담이고, 불교가 신라로 들어오기 전 우리의 전통종교인 칠성교가 있었어.”


“아, 또 다른 이름이구나. 칠성교! 그렇지! 역시 있어야겠지.”


“비슷한 이름의 종교가 많아. 삼신교, 천지교, 칠성교, 폄하하기위해 삽신교니 천지신명이니 칠성성군이니 말을 만들어 전차시키는데 당시 왕이었던 법흥왕은 불교를 공인하기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실무를 담당하던 공무원인 이차돈은 왕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불교를 국교로 만들려는 강경파였어.”


“와! 그 당시도 매파와 비둘기파가 있었다는 거야?”


“이차돈의 성은 박가였고 왕족의 일원이었어. 매와 비둘기는 그냥 보통 명사라고 보면 돼. 사회 어디서나 그런 종류는 있는 거니까. 성골 진골 할 때 진골출신이지. 이차돈은 그냥 벼슬이름이야. 한 4급에서 6급 공무원 쯤 되는가봐. 전통종교는 다신교적인 성향이 있고 지방호족들이나 귀족들이 선호하는 반면에 불교는 왕족들이 주로 개인적으로 믿는 차원이었어.”


“칠성교는 다신교라고?”


“일신과 다신의 구분이 지금처럼 독생자 예수를 절대자로 믿느냐 마느냐의 차원이 아니야.”


“일신교와 다신교의 본질은 뭔데?”


“다신으로 볼 때는 하나의 신이 여러 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거야. 즉, 창조주, 조화주, 치화주의 성격이 하나에 통일된 것이고 세상만물에 모두 다 영이 있어서 돌조각 하나라도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의미를 강조한 거야. 반대로 일신이라고 할 때는 배타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게 아니라 여러 양태를 한 몸에 지니고 있는 절대개념으로 쓰는 것과 같지.”


“이해가 얼른 안 되네.”


준은 의문을 갖고 고개를 젓다가 한 손가락으로 귀를 후볐다. 지용의 설명이 어려운 것은 아니었지만 생경한 사실을 언 듯 받아들이기 어려워하자 다시 형석이 설명했다.


“다신은 일신이 만물로 확산된 거고 일신은 만물이 하나로 집중하는 거야. 삼위일체가 그 표현법이야. 천부경의 일시무시일 일종무종일과 같은 표현법이야.”


형석은 제스처를 써가며 성실하게 답변했다.


“그럼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나 무극과 태극의 동일하다는 것이나 삼라만상이 공과 같다는 것처럼 그 모든 표현이 모두 같은 말이네?”


“그렇지. 너도 머리가 있어서 그런지 빨리 이해하는데? 그게 철학적인 개념으로 정립되기 이전에 우리 조상들은 몸으로 받아들인 거지. 우리 신앙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 바로 삼신사상인데 지금 서양 사람들이 삼위일체의 개념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것과는 반대로 우리나라사람들은 이미 삼위일체를 그 옛날부터 알고 있었기에 기독교의 핵심사상인 삼위일체 개념이 쉽게 이해가 된 거야. 아무튼 그런데 불교의 전륜성왕이라는 개념은 인간세를 이루는 중심점이 있어서 왕권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어. 왕이 전륜성왕처럼 이 세상을 지배하는 강한 권력이 있기 때문에 지방의 촌주들이나 귀족들은 왕권에 복속된다는 의식이 강하게 작용되는 거지.”


“정권의 성격하고 종교하고 궁합이 딱 들어맞네?”


“당연하지. 왕이 종교를 앞세우려고 할 때는 자신의 통치기구를 만드는 것과 무관하지 않지. 대통령이 괜히 교회에 가고 성당에 가고 절간에 가고 하겠냐?”


“그럼 법흥왕이 비둘기파였다면 적극적인 수용에 걸림돌이 되겠군.”


“바로 그것 때문에 이차돈의 순교가 갖는 의미가 큰 거지. 목을 자르니까 흰 피가 나왔다는 전설 따라 삼천리 같은 것은 비의적인 거고 본질은 그런 세력다툼이 크게 있었다는 거지. 그리고 결국에는 적극적인 수용파가 득세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고.”


“그런데 국교로 받아들이는데 사람이 죽는 정도로 하나? 왕권 초기부터 불교는 들어왔고 귀족들이나 지방촌주도 거부하지는 않았을 거 아냐?”


“전통종교는 진짜 다양한 이야기가 배경에 있어서 헷갈리는 건 있어. 한인을 하느님으로 보는 것과 그 외에도 많은 신들을 모시는 전통이 있었고 특히 마고성을 복원하는 의미의 숲을 조성한 곳이 일곱 군데 있었는데 성스러운 장소라고 하여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 공간인데 그게 바로 성소이야기야. 이차돈이 일곱 성소중 하나인 천경림에다 절을 짓기 시작한 거야. 아직 시작은 하지 않았지만 부지를 마련하기 위해 토지에 기초공사를 시작하고 있을 때 귀족들이 들고 일어났지. 감히 소도에 절을 짓는다고 난리를 치니 왕도 모르는 척 할 수 없어서 공사를 중지시키게 됐어. 하지만 귀족들은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난리를 쳐댔지.”


“책임자?”


“왕이 책임자란 뜻으로 말을 한 건 데 법흥왕은 진퇴양난에 빠졌지. 자기가 책임을 지거나 이차돈을 처벌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 건데 이미 매파에서는 순교를 기정사실화하고 법흥왕에게 후일 불교가 득세할 것을 장담한 거야. 그 말을 믿은 법흥왕은 이차돈에게 눈물을 머금은 사형을 언도한 거지. 비록 이차돈이 죽는다 해도 불교의 확장은 틀림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거야.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발생했고 귀족들은 두려움에 움츠리고 아무 말도 못하니 중단된 공사는 공공연히 다시 재개되어 밀어붙였고 결국 불교가 칠성교를 밀어내고 국교로 공인된 거지. 어느 나라건 국교를 인정하는 계기에는 단순한 승인이나 공표만 있는 게 아니야. 투쟁이 있고 혁명과 같은 전야가 비밀스럽게 전개되는 거지.”


지용은 설명을 마치고 음료를 벌컥 들이켰다.


“소도는 어디에 있었는데? 또 마고성은 뭐야?”


“마고성이야기는 나중에 할 기회가 있을 거야.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인데 단군신화보다 먼저 존재한 우리의 건국 신화야.”


형석이 부연설명을 했다. 다시 지용이 말을 받아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소도는 어디 지방의 이름이 아니고 우리전통종교를 모시는 곳이야. 죄지은 사람이 피신해 들어가면 아무리 왕이나 관리라도 그를 잡기위해 함부로 무장하고 들어갈 수 없는 그런 성스러운 곳이란 뜻이지. 그런데 그런 신성한 곳을 파괴했어. 소위 불교 국교화 운동연맹이 소도를 무단점거하고 신령스러운 숲을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고층건물을 짓고 부흥교회를 열겠다고 설쳐댔으니 신교 측에서는 목숨을 걸고 싸울 수밖에........ 정말로 양보 없는 극한투쟁으로 돌입하게 된 거지.”


“아!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을 줄이야. 마고성 이야기가 단군신화보다 먼저 있었던 신화라는데 왜 알려지지 않았지? 그걸 영화화한다면 단군신화보다 더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스로마신화와 견줘도 손색이 없는데, 그런데 삼국에서 신라의 불교공인이 가장 늦었는데 삼국의 초기부터 이미 불교가 들어왔다는 건 또 무슨 말이야?”


“우리 고대사는 정설로 말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일본 놈들이 말하는 것을 받아들이기에 바빴으니까. 오죽했으면 이완용의 후손들이 우리 현대사를 좌지우지해도 찍소리 못하고 있지. 보통 불교 시작을 AD 300년이라 하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약 200년 정도 앞선 가야 김수로왕의 결혼 이야기에 불교가 들어온 흔적이 있던 거야.”


“그런가? 그래 정말 고대사 부분은 연대가 들쭉날쭉 해.”


준은 지용의 말을 수긍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다 이완용 후계들이 벌여놓은 우리역사야. 유물이 없다고 인정을 하지 않지. 허황옥이 낳은 자식이 왕자 아홉에 공주 둘이 있었거든. 11명의 자손이 왕족으로 활동하게 되지. 장남이 왕이 되고 둘째는 김해 허씨의 장자가 되었어. 딸 둘을 빼면 일곱 왕자가 남는데 그 칠 왕자는 그 다음 역사에 등장하지를 않아. 통째로 편집되어 우리 역사에서 사라졌어.”


형석이 지용을 가로막고 준을 바라보며 설명했다.


“죽었어? 정변으로?”


“허황옥의 오빠인 장유화상이 인도의 불교를 가지고 들어온 거야. 장유화상이라는 이름으로 보아 그는 불교신자 또는 불교를 전해주는 사람의 위치에 있다는 게 뻔히 보이지? 그의 지도아래 칠 왕자는 입산수도하여 성불하게 되었다는 설화가 있어. 장유화상은 인도 사람이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스님이지. 그 일곱 왕자들을 모신 절이 칠불사야. 그 사찰은 지금은 없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사찰인 셈이지.”


준은 형석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리자 지용은 준의 어깨를 잡고 돌려세우고 마치 주인공은 자신이라는 것을 확인시키듯이 설명했다.


“참! 너도 김해 허씨니까 잘 알아두어야 해. 김해의 일곱 왕자가 득도해서 하늘로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어. 그건 신화야. 신화를 현대식으로 해석해 읽는다면 칠 왕자를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종교의 수장이 되도록 했다는 의미로 파악되지.”


“쿠데타도 못하게 힘을 제거했구먼. 왕족의 친인척은 멀리 두어야 안전하단 걸 그 옛날에 알아버렸어. 조선시대에는 그런 것도 모를 정도로 아둔했었고.......”


“제정일치 사회가 서서히 종교와 정치의 분리로 나아가는 갈림길이었지. 그게 불교일지 아니면 다른 신교일지는 모르는 거야. 사찰이라고 있는 게 다 불교를 의미하는 건 아니거든. 칠불사의 내용 그대로 가야의 칠 왕자를 기리는 신사가 일본에도 있었어. 하지만 불교의 발상지가 인도였고 그들의 종교가 내륙으로 전파하고 있는 사이에 우리의 가야가 인도와 직교한다는 신화는 가치가 큰 거야. 당시의 세계가 바다로 가로막힌 게 아니라 오히려 대륙으로 막혀있어서 바다라는 교통로를 통해 하나의 세계가 실현되고 있다는 반증을 하는 것이 거든.”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일찍이 불교가 들어와 왕족을 중심으로 전파되었다면 일반화되는 것은 쉬운 일이었을 텐데 왜 순교의 방법을 택하면서까지 대중화에 노력을 기울였나 이해가 안 돼.”


“당시 종교가 지금처럼 교리나 포교방식 등에서 고도화하지 못한 점이 있었지. 기금은 다양한 종교의 홍수 속에서 자신이 드러나야 하는 필요성으로 방법론을 개발하는 면이 강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게 없었어. 그러니 일방적인 부침이 없이 공존할 수 있었는데 왕궁에서 신교를 공식으로 인정하고 있으니 불교의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던 거야.”


“그래서 국교화가 가장 급했던 현안이었군.”


“귀족들의 거센 반대에 아직 불교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법흥왕이 고민하고 있을 때였거든. 두 종교 간의 대립은 세계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거야. 칠성신앙은 하늘아래 인간은 다 같은 가치를 가진 존재로 표현되고 왕이나 귀족이나 백성이나 별 차이가 없는 거야.”


“신아래 모든 인간들은 평등하거든. 그래서 귀족들의 입김에 왕이 바뀌기도 하고 왕은 절대 권력을 확보하지 못하니까 다른 놈이 쿠데타를 일으켜 왕이 되기도 하는 그런 사회였지.”


“신라는 그게 다른 말로 한다면 귀족중심의 사회라는 거지?”


준은 형석을 바라보았다.


“왕은 언제나 귀족들의 눈치를 보는 거야. 백제나 고구려도 마찬가지였어. 절대적인 종교가 오랜 세월동안 방치되다시피 했다는 거지. 종교도 세월의 흐름에 맞춰 교리도 개발하고 백성들의 의식의 성장에 따라 모습을 강화해야 하는데 칠성교는 그런 점에서 나태했던 거지.”


“너! 끼지 마라. 이 엉아가 잘 설명하고 있잖아! 그리고 그렇게 논리를 전개하면 그런 걸 논리의 비약이라고 하는 거야.”


지용은 화제의 중심이 자꾸 형석의 차지가 되자 몹시 분개한 표정이다.


“지용이 너의 개인적인 의견까지 낄까봐 노심초사해서 그렇다.”


“됐고! 아무나 빨리 제대로만 설명해.”


“차근차근히 애무해야 돼. 아주 민감한 곳이거든.”


준이 화제가 불필요한 곳으로 흐르자 냉정하게 형석과 지용의 말다툼을 끊었다. 그러자 지용은 은근한 말투로 다시 관심을 유도했고 뒤따르던 학생들 모두 웃을 수 있었다.


“제정일치의 사회에서 가장 최상위 계급이었던 왕족이 친 불교적으로 전도된 것은 실제에서 막강한 권력을 새로운 종교를 입음으로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해. 그것은 왕권이 귀족연합세력에 비해 약하다고 자체 판단한 것에 기인해. 자! 여기서 불교를 받아들이게 되면 현실의 왕은 전륜성왕과 동격이 되는 거야. 전륜성왕은 무력이 아닌 법으로 세상을 통일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거든. 그 전륜성왕아애 귀족과 백성을 놓고 그들을 한 손에 장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니 당연히 국교로 공인하면 유리하다는 생각을 하겠지. 신교의 입장이라면 왕도 귀족도 신인 한웅과 단군아래에서는 동격이 되거든. 이차돈이 십자가를 지고 법흥왕에게만 비밀리에 계획을 실행하겠다고 선언한 거야. 소수의 사람으로 친위 쿠데타를 계획한 거지. 당시 신라에는 일곱 군데의 성역이 있었는데 그 중 한곳인 천경림이 지금으로 본다면 그린벨트 지역인데 불도저로 밀어버리는 개발을 단행한 거야. 불도저가 밀어버린 건 자연림만이 아니라 소도로 받들고 있던 신교 즉, 전통종교의 핵심을 밀어버린 거지. 귀족들은 물론 난리를 쳤겠지? 함부로 성역을 훼손했으니 잡아 죽여야한다고 상소를 올리니 왕도 어쩌지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이건 물론 시늉만 그랬을 거지만, 시나리오대로 목을 베라는 명령을 내린 거야. 죄명은 왕명을 잘못 이행했다는 거지. 그 반향은 어마어마했어. 진골, 성골이 득시글하던 그 시대에 쉽게 어길 수 있는 왕명인데 왕명을 잘못 전달했다는 이유로 목을 치는 거는 반대로 보면 왕권이 이 일을 계기로 강화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거든. 또 당시 세계의 주류가 절대왕정으로 치닫고 있었어.”


“야! 절대왕정은 중세 말기 아냐?”


“그 절대왕정이 아니라 고대국가의 완결체인 절대군주제를 의미해. 페르시아 제국, 중국은 한나라, 신성로마제국이 세계를 장악할 준비를 한 거랑 일맥상통해. 귀족들도 이제는 왕명에 토를 달지 못하고 받들어 모셔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는 질서를, 세계가 점차 절대왕권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거지. 그게 이차돈 순교 사건의 전말이야.”


지용은 말을 마치고 팔짱을 끼고 뻣뻣하게 서있었다.


“그런 게 사상 투쟁이라는 건가?”


“불교가 칠성신앙과 다른 점은 오직 하나의 절대자가 있으면 그 하위의 성인이나 귀족들은 무의미해지는 거니까 왕권의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거야.”


“칠성에서는 그게 안 되나?”


“칠성은 불교에 비하면 만신사상에 가깝지. 모두에게 신의 속성이 있다는 게 되니까........ 신의 세계에서 서열을 따지는 것도 우스운 거로 인식하는 바탕이 있었으니.”


“불교도 성불하면 개나 소도 다 부처가 된다는 거잖아? 다를 게 뭐 있다고?”


“그건 차별 없이 모두가 축복을 받는다는 것에 포커스가 있는 거고 국교의 핵심은 모두가 차별 없이 전륜성왕의 지배를 받는다는 데 있거든. 전륜성왕은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세속의 왕으로 2만년마다 철, 동, 은, 금륜을 들고 세상을 지배하는데 무력에 의하지 않고 정법으로 세상을 다스린다고 해. 불교의 핵심사상은 석가모니의 성불에 있는 게 아니고 모든 생물은 전륜성왕의 지배를 받는다는 거야. 성불은 겉으로 드러난 의미일 것이고 전륜성왕의 통일적 지배가 바로 숨은 의도인 거야. 고구려와 백제에서 먼저 왕권이 강화되니까 전통적으로 화백회의같이 귀족들의 입김이 강한 신라에서는 몸이 달았지.”


준은 일종의 앎에 달아올랐다.


“그럼 순교이후에 불교가 확립되는 데 하자는 없었고?”


“웬걸? 순교 사건은 여러 번 있었어. 이차돈은 효시로서의 의미만 있는 거야. 일반백성들은 단군이나 한웅, 한인의 절대 지존을 양보할 수 없었지. 곳곳에서 정부와 불교지도자들이 한웅사당을 밀어내고 석가불을 들어앉힌 절을 짓고 나면 많은 사람들은 몰래 절에 불을 지를 정도로 반대가 극심했어. 당시 절간에서는 화재사건이 자주 발생했어.”


“그래서 불가에서는 한발 양보하는 의미에서 한웅의 사당인 한웅전의 이름을 그대로 존속시키는 대신에 한웅을 없애고 석가를 모시게 된 거지. 일반 사람들은 그게 바뀐 줄을 모르고 당연히 같은 거라고 생각하고 절을 하고 모시는 거지. 한웅전이 대웅전으로 이름을 바꾼 것이고 그 대신 새로 삼성각을 더 높은 위치에 지어 세 신성을 기리는 것으로 쇼부를 봤지.”


“아! 새로 삼성각을 더 높은 위치에.......”


“지금도 큰 절에 가보면 대웅전이 있고 삼신각이 있는데 삼신각의 처마 높이와 현판의 높이가 조금 높다고 하더라. 대웅전은 본래 한웅전이지만 석가모니에게 양보하고 삼신각으로 물러앉았으니 상석이라는 의미를 준 거지. 그게 불교의 토착화라는 거야. 우리나라에만 있는 기이한 구조. 우리의 불교는 인도와 중국의 불교와 다른 게 바로 칠성신앙과의 동거라는 거야.”


“대웅전의 웅자는 불교식 이름에 어울리지 않아. 한웅의 이름을 남긴 것이기에 그런 이름이 있는 거고.”


“그럼 삼성각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불교 구조물이겠네?”


“아니, 그렇지는 않아. 중국에도 우리의 영향을 받은 사찰이 있고 일본에도 삼성각을 두고 단군을 모시지. 그게 바로 일본의 신사야.”


“와~!”


대화 도중에 일동은 모두 삼성각 앞에 당도했다. 삼성각의 세로로 쓴 현판이 준의 시선 가득히 들어왔다. 단청이 언제나처럼 화려하고 강렬하게 다가왔다. 입구 양쪽으로 늠름하게 늘어선 사천왕상이 삼신의 안위를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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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변혁의 소용돌이 24 15.03.29 447 10 16쪽
30 변혁의 소용돌이 23 15.03.29 504 7 28쪽
29 변혁의 소용돌이 22 15.03.29 320 7 17쪽
28 변혁의 소용돌이 21 15.03.28 585 7 17쪽
27 변혁의 소용돌이 17 +1 15.03.27 529 9 13쪽
26 변혁의 소용돌이 16 15.03.27 465 5 17쪽
25 변혁의 소용돌이 15 15.03.27 261 7 14쪽
24 변혁의 소용돌이 14 15.03.27 613 7 15쪽
23 변혁의 소용돌이 13 15.03.27 648 8 21쪽
22 변혁의 소용돌이 12 15.03.27 586 6 20쪽
» 변혁의 소용돌이 11 15.03.27 589 8 32쪽
20 세기말 증후 37 15.03.24 665 10 26쪽
19 세기말 증후 36 15.03.24 228 5 25쪽
18 세기말 증후 35 15.03.24 483 5 25쪽
17 세기말 증후 34 15.03.24 470 8 18쪽
16 세기말 증후 33 15.03.24 479 7 17쪽
15 세기말 증후 32 15.03.24 419 6 17쪽
14 세기말 증후 31 15.03.24 355 7 22쪽
13 세기말 증후 29 15.03.24 609 6 17쪽
12 세기말 증후 28 15.03.24 696 4 18쪽
11 세기말 증후 27 15.03.24 417 9 20쪽
10 세기말 증후 26 15.03.24 579 5 27쪽
9 세기말 증후 25 15.03.24 596 8 18쪽
8 세기말 증후 24 15.03.24 454 10 20쪽
7 세기말 증후 23 15.03.24 248 6 15쪽
6 세기말 증후 22 15.03.24 460 7 5쪽
5 세기말 증후 21 15.03.24 480 9 15쪽
4 세기말 증후 14 15.03.24 657 9 26쪽
3 세기말 증후 13 15.03.24 611 9 10쪽
2 세기말 증후 12 15.03.24 619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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