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조회수 :
622,782
추천수 :
8,717
글자수 :
1,341,677

작성
11.05.07 09:12
조회
2,185
추천
29
글자
8쪽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3 - 낙원 (49)

DUMMY

세상 만물에는 시작이라는 것이 있고 반드시 끝이라는 것도 있다. 영원이란 그저 환상, 모든 것은 시작과 동시에 변화의 바람에 던져지고 끝에 도달할때까지 끊임없이 바뀌어간다.


그 정도는 그때의 나도 알고 있었다.


단지, 약간의... 아주 약간의 착각을 했을 뿐이다.


인간의 세상은 눈이 돌아가도록 빠르게 변화하지만 요정의 세상은 느긋하다. 그들에겐 강력한 힘이 있고, 넘치는 시간이 있다. 거기에 딱히 먹을 필요도 없고 일할 필요도 없다. 수천년에 걸친 기나긴 삶을 오직 즐기는데만 사용하는 요정은 고작 백년을 못 사는 인간과는 달리 변화에 있어 한없이 느긋한 존재였다.


언젠가는 그들도 바뀌겠지만, 그가 살아갈 백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사이에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그때의 어리석은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변화는 언제나 그렇듯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갑작스럽게 그를 습격해왔다.



***



이상의 전조는 축제로부터 1주일이 지났을 때였다.


" 일어나세요. 이 밥통아! 언제까지 퍼져 잘 생각이신가요? "


여느 날과 다름없이 리사의 발길질에 잠을 깬 아르모어는 옆구리를 부여잡고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어리둥절한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다 지긋지긋하다는 듯한 리사의 표정을 보며 좀 곱게 깨우면 어디 덧나냐고 이를 가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은 어김없이 4시 10분전에서 5분전 사이.


그것이야말로 평소와 같은 평범한 아침이었을 터이다.


" 아, 안돼요! 때려서 깨운다니, 그런건 너무해요! "


착하고 소심한 사람이 불의를 보고 없는 용기를 쥐어짜 끼어든 것 같은 목소리에 둘의 시선이 방문쪽으로 향한다. 그 목소리가 낮선 것이었다면 아르모어는 아마 환호했을 것이다. 드디어 상식을 탑제한 마음착한 뉴페이스가 등장했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 목소리의 주인은 그도 익히 아는 요정이었다.


" ...언니? "


뜻밖에도 그 순둥이스러운 말을 꺼낸 요정은 엘리였다. 그녀는 마치 무서운 장면을 보는 것마냥 떨면서도 두려움을 이기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녀의 불끈 쥔 두 주먹은 마음 속에서 솟아오른 정의감을 가둬두지 못하고 부르르 떨렸다.


" 도, 동물도 그렇게 깨우진 않아요! 어째서 그런 심한 짓을 하는건가요? 저, 저는... 그런 요정 정말 싫어욧! "


쿠쿵!


바로 곁에서, 언젠가 하늘이 무너질때 들렸던 소리가 들린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르모어는 하얗게 질려서 마치 유령마냥 흐느적흐느적 밖으로 기어가는 리사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감상하다 뒤늦게 정신을 번쩍 차렸다.


' 아차! 지금 흐뭇해할 때가 아니잖아! '


평소 당한게 워낙 많다보니 그 고소한 맛에 상황을 잠시 망각했다. 아르모어는 뒤늦게 이 엘리의 정신나간(?) 행동을 물으려다 이번에도 선공을 빼앗겼다.


" 이젠 괜찮아. 많이 아팠지... "


엘리가 불쌍한 동물을 보는 듯한 눈으로 다가와 옆구리를 매만져주는 바람에 그만 말할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 너, 너너너너너넌 누구냐!? "


이 말도 안되는 사태에 경악한 아르모어는 반사적으로 몸을 빼며 물었다. 그가 아는 엘리는 절대, 이런 일을 벌이지 않는다.


' 변신한 요정인가? 그게 아니면 나의 환상!? '


" 누구냐니, 나잖아. 나 모르겠어? 엘리야. "


그녀는 이상하다는 듯 아르모어를 바라보며 대답했지만 아르모어의 고막은 그 부드러운 파동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엘리가 저렇게 착하고 나긋나긋할 리가 없잖은가!


' 그러고보면 왠지 아까 얻어맞은 옆구리가 안아프네. '


보통이라면 30분 정도는 계속 욱씬거렸을텐데 묘한 일이다. 그것을 힌트로 아르모어는 마침내 지금 상황을 설명할 납득할 수 있는 해답을 깨달았다.


" 아, 꿈이었구나. 하하하, 그럼 그렇지. 내 친구가 저렇게 착할 리 없... "


글썽글썽...


그가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금방이라도 쏟을 듯이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힌 에메랄드 빛 눈동자와 마주쳤다. 마치 불쌍한 것을 보는 듯한 시선에 아르모어는 반사적으로 소리칠 뻔 했다.


' 나를 그런 눈으로 보지마!!! '


... 가 아니라.


' 너 정말로 미쳤냐? ' 라고, 정말로 소리칠 뻔 했다. 다행히 아직 퇴근하지 않은 이성이 그의 욕망을 억누르는데 성공했지만 그 이성조차 지금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그러는 사이 엘리는 그의 정신을 완전히 카오스로 밀어넣을 셈인지 추가타를 날렸다.


" 괜찮아? 오늘 너 좀 이상해. 아까 침대에서 떨어지면서 어디 잘못 부딛치기라도 한걸까. 아아, 어쩌지... "


그녀는 아르모어의 여기저기를 만져보며 안절부절하더니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 작고 소심한 언동에 마침내 그는 명확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 꺄악!? "


그는 별안간 엘리의 어께를 붙잡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놀란 엘리의 비명소리가 들려왔지만 환청으로 치부하고 무시한다.


" 왜, 왜 그러는거야? "


엘리가 불안한 눈으로 그를 올려본다. 그 눈망울이 너무나 애처로워서 순간 아르모어는 손을 놓아버릴 뻔 했다가 사태의 심각함을 떠올리며 다시 힘을 주어 붙잡고는 말했다.


" 너, 지금 나 놀리냐? 놀리는거지? "


" 뭐어? 그게 무슨 소리야. 이, 이것 좀 놓고 말해... "


그녀는 겁이라도 먹은 것처럼 몸을 움츠리고 고개를 돌리며 작게 항의했다. 그 모습을 본 아르모어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꿈도 아닌데 엘리가 저렇게 얌전해지다니, 말도 안된다!


" 너 정말 오늘 이상해. "


" 나, 나는 항상 이런 느낌인걸! 너야말로 이상해. "


자기가 이상하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다니, 심각한 일이다. 아르모어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 당장 검사부터 받아보자. 여기서 꼼짝말고 기다려! "


그는 진지하게 말하며 도서관장을 찾아 방을 나섰다. 그러면서도 솔직히 이때만해도 그렇게 심각한 일이라곤 생각지 않았다 이 일은 그냥 살다보면 한번쯤 생기는 가벼운 헤프닝이고 언제나 그랬듯이 금새 해결되어 일상으로 돌아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평소와 같이 밝은 얼굴로 들어와 엘리를 검사한 도서관장은 굳은 얼굴로 아르모어를 데리고 방을 나섰다. 그는 복도 끝에 서서 잠시 망설였다.


' 뭐지? 왜 이러지? '


아르모어는 그제야 정말로 불안해졌다. 도서관장이 이렇게 무게를 잡고 이야기하는 일은 얼마 되지 않는다. 뒤늦게 불길한 예감이 몰려왔다.


" 잘 들어라... 아직은 확실하지 않아. 그저 단순한 헤프닝일 수도 있다. "


무겁게 서두를 꺼낸 도서관장은 답지않게 한참을 망설였다. 만약 담배라도 있었다면 한대를 다 태울 시간이 지나서야 그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 그 꼬마... 축제병에 걸렸을지도 몰라. "


" .....네? "


순간, 시간이 정지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도서관장은 멍청한 표정의 아르모어를 보고는 재빨리 덧붙였다.


" 녀석, 그렇게 심각한 표정 짓지 마라. 아까도 말했다시피 아직은 가능성이다. 확실한건 아직 몇일 더 두고봐야 알겠지. "


위로한답시고 하는 말이지만 아르모어의 귀에는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 그는 오직 도서관장의 두 눈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에 담긴 감정은... 틀림없는 동정이었다.


작가의말

후우, 낙원편도 이제 다음편으로 끝이군요. 별 내용도 없는데 50화라니, 길었습니다... 출판물이었다면 작작 좀 끌라고 욕을 왕창 먹었을 것 같았지만 인터넷 연재물이므로 자비롭게 봐주실거라 믿으며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 작성자
    Lv.38 스마우그
    작성일
    11.05.07 20:02
    No. 1

    으아아아아악!!! 안돼!!! 비러머글! 이럴줄알았습니다!!! 이런 불행의 화신같으니!! 주인공들을 언제나 고통속에 밀어넣으시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스마우그
    작성일
    11.05.08 13:40
    No. 2

    그런데 매만져줘서 안아프게 된건가? 아니면 주인공 파워업?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3 流寧
    작성일
    11.05.30 19:18
    No. 3

    저흰 주인공을 갈아엎는걸 원했지 히로인을 엎으라곤 안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d3884
    작성일
    11.05.31 01:49
    No. 4

    아니, 주인공은 벌써 한번 엎었잖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0 빛날윤
    작성일
    11.06.16 15:48
    No. 5

    이럴수가....엘리가 왜 어깨를 물었는지 그것도 안 밝히시고
    그냥 바이바이예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몬테지아
    작성일
    12.08.08 00:18
    No. 6

    뭐 어차피 엘리가 죽고나면 그동안 받아놨던 편지 읽어보면 되겠죠. 엘리도 어쩌면 자기가 축제병에 걸릴거라는걸 알고 있었을지도. 축제병이란게 가족력(?)이 있다던가 해서..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하얀기사이야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4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5 - 생활전선 (4) +3 11.11.02 1,758 23 12쪽
93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5 - 생활전선 (3) +7 11.11.01 1,998 27 7쪽
92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5 - 생활전선 (2) +4 11.10.29 1,952 28 9쪽
91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5 - 생활전선 (1) +7 11.10.28 2,063 32 11쪽
90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4 - 친구찾아 삼만리 (end) +4 11.10.27 1,983 29 6쪽
89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4 - 친구찾아 삼만리 (17) +6 11.10.21 1,907 30 22쪽
88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4 - 친구찾아 삼만리 (16) +5 11.10.02 1,817 24 17쪽
87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4 - 친구찾아 삼만리 (15) +6 11.09.27 1,969 27 7쪽
86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4 - 친구찾아 삼만리 (14) +3 11.09.22 1,797 25 9쪽
85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4 - 친구찾아 삼만리 (13) +4 11.09.15 2,013 29 13쪽
84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4 - 친구찾아 삼만리 (12) +3 11.09.14 1,948 27 10쪽
83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4 - 친구찾아 삼만리 (11) +5 11.09.06 1,859 27 8쪽
82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4 - 친구찾아 삼만리 (10) +2 11.09.04 2,099 24 11쪽
81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4 - 친구찾아 삼만리 (9) +8 11.08.31 1,808 26 8쪽
80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4 - 친구찾아 삼만리 (8) +2 11.08.24 2,095 31 17쪽
79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4 - 친구찾아 삼만리 (7) +4 11.08.23 2,046 28 15쪽
78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4 - 친구찾아 삼만리 (6) +4 11.08.22 2,144 33 15쪽
77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4 - 친구찾아 삼만리 (5) 11.08.22 2,111 26 12쪽
76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4 - 친구찾아 삼만리 (4) +10 11.08.20 2,155 29 13쪽
75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4 - 친구찾아 삼만리 (3) +4 11.08.19 2,445 37 8쪽
74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4 - 친구찾아 삼만리 (2) +7 11.08.18 1,997 29 7쪽
73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4 - 친구찾아 삼만리 (1) +9 11.08.17 3,093 35 12쪽
72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3 - 낙원 (end) +2 11.08.16 2,196 25 5쪽
71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3 - 낙원 (55) +2 11.08.12 2,157 34 17쪽
70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3 - 낙원 (54) +2 11.08.07 2,193 33 11쪽
69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3 - 낙원 (53) +3 11.08.06 1,962 30 9쪽
68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3 - 낙원 (52) +2 11.08.04 2,219 37 7쪽
67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3 - 낙원 (51) +6 11.08.03 2,007 20 12쪽
66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3 - 낙원 (50) +2 11.05.13 2,403 33 56쪽
»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3 - 낙원 (49) +6 11.05.07 2,186 29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