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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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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조회수 :
622,785
추천수 :
8,717
글자수 :
1,341,677

작성
11.11.01 23:33
조회
1,998
추천
27
글자
7쪽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5 - 생활전선 (3)

DUMMY

한가로운 오후.


겨울에 접어들면서 바람은 제법 날카로워졌지만 오후의 햇살은 퍽 따스해져서 바람이 드문 쾌청한 날이면 교외에서 산책을 즐기기엔 제격이었다.


이러한 맑은 날이면 가족들과 함께 들판을 거닐며 승마를 즐기는 것이야말로 듀로타 자작이 가장 사랑하는 여가 생활이었다.


그는 귀족치고는 이례적으로 굉장히 가정적인 인물로, 비록 영지를 가지지는 못했지만 훌륭한 상재와 단호한 결단력으로 자작의 지위에 모자람이 없는 귀족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하지만 뭐, 그것은 모두 집 밖에서의 이야기일 뿐이다.


가족과 함께할때의 듀로타 자작은 한없이 자애롭고 평화로운 인물로, 가족과 시간을 보낼 때의 그를 아는 사람은 저 인자한 얼굴 어디에 칼날같은 결단력이 숨어있는지 궁금하게 여기곤 했다.


" 이야, 오늘은 정말로 날씨가 좋군. 그렇지 않소, 여보? "


한가하면서도 날씨가 좋은 날을 만나지 못한 탓에 실로 오랜만에 나오는 나들이였다. 그래서인지 평소보다 즐거운 기색이 가득한 남편의 얼굴을 보며 듀로타 자작부인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 정말 그래요. 요 근래에 이렇게 좋은 날은 처음이에요. "


" 이런 멋진 날에 여가를 얻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군. 하하핫, 리지! 그렇게 달리다간 넘어질게다! "


그는 앞서서 뛰어가는 딸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 젊은 자작의 딸은 올해로 열두살이 되는 귀여운 소녀로 그저 보고만 있어도 흐뭇한 미소가 나올만큼 천진난만한 아이였다.


" 참 예쁜 아이야. 내 아이라서 그런게 아니라 정말로 예쁘고 귀엽군 그래. "


자작은 환히 웃으며 부인에게 말했다. 부인도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 정말 그래요. 8년쯤 지나면 무바라크의 사교계를 떠들썩하게 만들 멋진 숙녀가 되겠지요. "


" 암 그렇지, 그렇고말고! "


자작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 그때가 되면 별의별 말뼈다귀 같은 것들이 리지를 노릴테지. 리지는 귀엽지만 현명한 아이는 아니야. 자칫 잘못하면 젊은 혈기에 실수를 할 수도 있을 터. 내가 아비로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훌륭한 신랑감을 정해주지 않으면 안돼. '


누군지 몰라도 이 아가씨의 마음을 얻는 사내는 앞날이 참으로 고달프리라. 하지만 뭐, 미래의 사윗감을 신경써서 고를 필요는 없어보였다.


촤악!


섬광같이 뛰어든 괴한의 은빛 창날이 귀여운 아가씨의 미간에 바람구멍을 내주었기 때문이다.


" 꺄아아아악!!! 리, 리지!!! "


눈앞에서 귀여운 딸이 살해당하자 자작부인은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동시에 자작은 눈이 뒤집혀 말조차 꺼내지 않고 품속에서 권총을 꺼내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괴한과 자작사이의 거리는 불과 8m. 이만한 근거리라면 마스터 할애비가 와도 총격을 피할 수 없다. 물론, 괴한 역시 총탄을 피할만한 능력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총성이 울린 뒤에도 괴한은 쓰러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단 한가지.


" AMF...! 네 이놈, 도대체 누가 보낸 것이냐! "


원거리 공격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위력을 99%나 경감시켜주는 기적의 마법이 아니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현상이었다. 또한 엄청나게 복잡한 회로를 필요로 하는 마법으로, 형태를 막론하고 인간 사이즈로 줄이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했다.


따라서 갑자기 튀어나온 이 괴한은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라 확실한 스폰서가 있는 자객이란 뜻이었다.


물론, 그런 정보를 자객이 밝힐 이유는 없다. 괴한은 말없이 창을 앞세우고 자작을 향해 뛰어들어왔다.


빠득!


' 오냐, 한번 붙어보자! 내가 네놈하나 못 이길 줄 아느냐!? '


자작은 권총을 신경질적으로 버리고 허리춤에 달린 검을 뽑아들었다. 아무리 상계에서 활동하는 인물이라고 하지만 귀족은 귀족. 기사만큼은 아니지만 귀족의 소양으로서 어렸을 적부터 수련을 쌓아온 몸이었다.


하지만 그는 분노에 찬 나머지 한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말았다.


듀로타 자작은 휘하에 다섯명의 기사와 사십명의 사병을 두었는데 나들이를 나설때면 항상 두명 이상의 기사와 열여섯명의 병사를 대동했다. 그러나 이 가정적인 인물은 거친 병사들 때문에 가족과의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이 탓에 호위대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호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만한 소란이 일었음에도 불구하고 호위하던 기사와 호위병들이 일체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 으랴아아아아앗! "


괴한은 정직하게 내리치는 자작의 검을 피하지도 않고 창을 깊숙히 찔러넣었다. 당연한 이치로, 검보다 훨씬 길이가 긴 창은 자작의 검이 괴한에게 체 다다가기도 전에 그의 복부를 꿰뚫었다.


" 크억! "


배를 창에 뚫리고도 검을 내리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작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는 힘없이 검을 놓치며 쓰러졌다.


" 어버, 어버버버... "


졸지에 딸과 남편을 잃은 자작부인은 막대한 충격에 말조차 제대로 꺼내지 못했다. 그녀는 초점이 불확실한 눈으로 괴한을 올려다보며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콰직!


괴한은 이 애처로운 부인의 머리통에 창날을 꽃아넣는데 한순간도 허비하지 않았다. 자애롭고 현명하던 귀부인의 머리는 기능을 잃고 한갓 육편으로 화했다.


" 크아아아아악!!! "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았던 자작은 이 모습을 보면서 창에 찔렸던 것보다 더욱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인생의 꼭대기에 있었다고 생각한 순간, 나락으로 처박힌 자작은 자신을 향해 겨눠지는 은빛 창날을 보면서 친구가 전해주었던 나돌던 천박한 소문을 기억해냈다.


이봐, 소문 들었나?


무슨 소문이냐고? 하, 정말로 몰라서 묻는겐가? 창잡이 말이야 창잡이! 이달 초에 갑자기 나타나서 귀족을 사냥하는 은빛 창의 살인자 말일세.


헛소문이라고?

뭐, 그럴지도 모르지. 음... 자네 말이 맞을지도 몰라. 혼자서 그만한 일을 할 수 있는 인물은 세계를 통틀어도 한손에 꼽을 테니까 말이야.

....맞아. 자네는 역시 현명하군 그래. 그만한 걸물들이 그런 시시한 짓거리를 할 리가 없지. 쯧,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정말로 재미없어지는 결말이야. 하긴, 천민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란 대체로 그런 망상의 소산이지.


그랬다. 분명히 그런 소문을 들었다.

하지만 자작은 그것을 한갓 망상으로 치부해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그 망상은 현실로 다가와 그의 가족을 앗아가버렸다.


" 네 이놈 창잡이!!! 나와 도대체 무슨 원수를 졌다고 이러는 것이냐! "


원념에 찬 자작의 노성에 창잡이는 뜻밖에도 입을 열었다. 그는 젊고 냉혹한 목소리로 말했다.


" 딱히 없는데. 그저... "


콰직!


" 당신들의 잘난 피가 증오스러울 뿐이야. "



1748년 겨울.


무바라크의 유력한 귀족, 듀로타 가문이 창잡이의 6번째 제물로서 사라졌다.


***


작가의말

이쪽에서는 특별히 큰 비중을 가지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배경이 겹친김에 일단은 투척해둡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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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7

  • 작성자
    Lv.1 Khanel
    작성일
    11.11.01 23:48
    No. 1

    창쟁이의 등장!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스마우그
    작성일
    11.11.02 03:04
    No. 2

    진짜 예상대로네요... 어떻게 행복한 장면만 나오면 살인장면만 일어납니까... 가난하지만 행복하려고 노력하는 가족의 장면이 나왔다가 그 가족의 아기가 돼지에게 잡혀먹질 않나!!! 흑흑 정말 불행의 화신 작가님 같으니라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스마우그
    작성일
    11.11.02 03:08
    No. 3

    ...근데 창잡이는 좋습니다. 제 사상이랑 아주 비슷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6 잠수타기
    작성일
    11.11.02 09:29
    No. 4

    음 이번편은 어떻게 연결시킬려고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월충전설
    작성일
    11.11.02 09:38
    No. 5

    음.... 또 충격!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d3884
    작성일
    11.11.02 13:29
    No. 6

    딱히 제가 행복한 가정을 미워하는 사악한 놈이라서 이렇게 적은 것은 아닙니다.
    단지 '창잡이'란 캐릭터가 어떤 놈인지 알기 쉽게 표현하기 위해 타겟을 가정적이고 행복한 귀족 가정으로 잡은 것 뿐이니 까지 말아주세요 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3 流寧
    작성일
    11.11.07 21:45
    No. 7

    나오자마자 순살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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