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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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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조회수 :
622,848
추천수 :
8,717
글자수 :
1,341,677

작성
11.08.31 07:46
조회
1,808
추천
26
글자
8쪽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4 - 친구찾아 삼만리 (9)

DUMMY

아르모어와 헤어진 기는 곧장 가까운 통신소를 찾았다.


본디 군용으로 개발된 이 혁명적인 통신기기는 각 부족이 개별적으로 설치한 것이었으나 드물게도 황명을 통해 전국의 통신망이 연결되면서 민간인에게도 개방된 물건이었다.


비록 비용 문제로 서민들은 여전히 우편을 애용했으나 급한 소식을 전할때 통신기만큼 신속한 수단이 없었다.


" 어서오십시오, 고객님. 어디로 연결해드릴까요? "


" 바르투이 부족의 블레스-엘메스로 연결해주게. "


점원은 지역에 따른 요금표를 한번 훝어보고는 말했다.


" 장거리 통신을 원하시는군요. 약 5분정도 연결시간이 필요하며 별도의 요금이 계산됩니다. 통신비는 분당 100갈드입니다. 연결하시겠습니까? "


" 음. 연결해주게. "


한화로 환산하면 분당 5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필요했지만 기는 주저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룸바 관문에서 바스투이 부족의 땅까지는 기차로 달려도 열흘이 걸린다. 우편을 이용하면 답신을 받기까지 족히 한달은 필요한 거리인 것이다.


기는 오히려 비용이 싸다고 느꼈다.


한편, 시원스러운 얼굴의 기의 표정과 달리 점원은 극도로 조심하며 그에게 말했다.


" 저, 죄송합니다만 규정상 3분간의 통신비는 선불로 받아두게 되어 있습니다. 아. 물론, 이용 시간이 3분이 되지 않으면 차액은 환불해드립니다. "


이러한 규정이 생긴 것은 값비싼 통신비를 감당하지 못해 도주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한 탓이었다.


" 내가 그까짓 푼돈 때문에 명예를 저버릴 것 같은가? "


기는 자존심이 크게 상했기에 눈을 부라렸으나 그래봤자 점원을 곤란하게 할 뿐이라는걸 잘 알고 있었으므로 더는 탓하지 않고 선금을 내주었다.


" 아이고, 감사합니다! 최대한 신속, 정확하게 연결해드리겠습니다. "


성난 눈과 마주친 순간부터 겁에 질렸던 점원은 기가 순순히 선금을 내주자 내심 십년감수했다고 생각하면서 연신 감사인사를 반복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속도로 연결을 시도했다.


몇 번의 교환을 거쳐 마침내 목표 지점과 통신이 연결되자 기가 기다리던 통신실에서 교환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객님. 블레스-엘메스의 통신 교환소입니다. 받으실 분의 성함과 자세한 수신 지점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


통신은 우편을 통해 미리 약속을 잡고 받는 사람이 통신소에 나와서 대기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번거롭긴 하지만 통신기는 일반 가정에서 운용하기에는 너무 크고 고가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 아니. 블레스-엘메스의 란틀 전사대로 연결해주게. "


그러나 기가 연결할 곳은 군부대였으므로 미리 연락할 필요가 없었다. 군에는 당연히 통신기가 비치되어 있었고 24시간 교대 근무하는 통신병이 존재했으니까.


" 금방 연결해드리겠습니다.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나긋나긋한 안내원의 목소리가 끊기고 1분이 체 지나지 않아 통신병의 거칠고 투박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 여기는 란틀. 통신 받았습니다. 용건을 말씀하십시오. "


" 란틀 전사대 4분대 소속 상급전사 기다. 분대장님에게 연결을 부탁한다. "


상급전사라는 말에 퉁명스럽던 통신병의 목소리가 급변했다. 그는 당황한 목소리로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말하더니 순식간에 연결이 되었다고 알려왔다.


" 통신 받았네. "


통신구를 통해 낮익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기는 무의식적으로 부동자세를 취하고는 보이지도 않을 군례를 올렸다.


" 오랜만입니다. 분대장님. "


" 그래, 오랜만일세. 이 망할 탈영병 자식아. 자네 덕분에 내 진급이 영영 막혔다는 걸 알고나 있는건가? "


짜증섞인 분대장의 목소리에 기는 미안함을 느끼면서도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 죄송합니다만, 분대장님은 이미 20년 전부터 출셋길이 막혔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


" .....험, 옛날 이야기는 제쳐놓고. 자네는 지금 어디서 뭘 하는건가? 대체 왜 탈영 같은 멍청한 짓을 저지른거지? 윗대가리 놈들은 개소리를 늘어놓지만 나는 자네와 함께 29년 동안 전장을 누벼왔어. 난 자네가 누구보다 용감한 전사임을 잘 알고 있네. 자네는 죽으면 죽었지 명예를 버릴 사나이가 아니란 말이야. "


자신을 인정해주는 분대장의 말에 기는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랬기에 그의 앞길을 막아버린 사실이 더욱 미안하게 생각되었다.


" .....하게 된 것입니다. "


" 크음.... "


사정을 들은 분대장은 길게 침음성을 내뱉고는 한숨을 푸욱 쉬었다. 그리고는 건너편의 기에게는 보이지 않을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자네는 예전부터 생긴것과 달리 인정이 많은 사내였지. 하지만 내가 이해한다고 해서 자네의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세. 아마 짐작했겠지만 상부에서는 자네에게 척살령을 내렸네. 탈주한 전사는 꽤나 성가신 존재니까 말이야. "


전사는 단순한 싸움꾼이 아니라 부족의 정치에도 한축을 담당하는 존재다. 상급전사쯤 되면 군부의 일은 물론이고 부족 내부에 대한 정보도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으니 탈주 전사가 나오면 신속하게 사살하는 것이 바스투이 부족의 기본 방침이었다. 이 과격한 방침은 일벌백계의 효과를 노리는 것이기도 했다.


" 그리고 더럽게도 척살대는 탈주 전사의 소속 부대와 직속 상관이 맡는 것이 관례지. "


분대장은 짜증이 치밀어오르는지 발을 탕 소리나게 구르고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


" 지금까지는 잘 해왔어. 자네가 꼬리를 남기지 않고 사라져준 덕분에 나도 상부에 흔적을 찾는답시고 핑개를 대곤 마냥 늦장을 부릴 수 있었단 말이야. 하지만 자네가 대놓고 통신까지 걸어왔으니 이젠 그럴 수도 없겠군 그래. "


" 죄송합니다. "


기의 사과에 분대장은 쯧, 하고 혀를 차고는 보이지도 않을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 됐네. 지금이야 자네가 무슨 마음으로 통신을 걸었는지 대충 짐작하니까. 괄괄하신 자네 아버님은 자신의 자식이 탈주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의절을 선언했고 약혼도 자동으로 파기되었네. 자네가 원하는 대로 된 셈이다만 이걸 축하해야하나? "


야릇한 표정으로 중얼거린 그는 기가 대응할 틈도 주지않고 말을 이었다.


" 이제 자네가 살아남을 길은 두가지 밖에 없네. 하나는 종적을 감추고 조용히 살아가는 길이지. 자네가 지금까지처럼 잘 숨어다닌다면 나도 열심히 추적할 생각은 없네. "


이는 상당히 위험한 발언이었으나 분대장은 거침이 없었다. 기는 자신을 아끼는 분대장의 마음을 읽고 가슴이 찡해지는 것을 느꼈다.


" 또 하나는 자네가 목숨을 걸고 명예회복에 도전하는 것이야. 상부에서도 쉬쉬하고 있을 뿐, 수많은 전사들을 참살한 암살자를 크게 의식하고 있다네. 만일 자네가 그 작자의 목을 잘라올 수 있다면 탈주 따위야 얼마든지 덮어버릴 수 있을게야. 이제 선택은 자네 몫이네. 자신과 상대의 역량을 잘 파악해서 현명한 선택을 하길 빌겠네. "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분대장님. "


기는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감사 인사를 전했으나 통신은 이미 끊어져 있었다.


일방적으로 통신을 끊은 분대장은 애꿏은 당번병을 불러 사소한 트집을 잡고는 실컷 잔소리를 퍼부은 뒤, 십년은 늙어버린 기분으로 쇼파에 앉아 수많은 사선을 함께 넘어온 전우의 모습을 회상하며 술잔을 기울였다.


작가의말

현실적으로 바쁘기도 했지만 스토리를 갈아끼우느라 좀 늦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아무래도 제가 캐릭터를 죽이는 걸 즐기는 사악한 작가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 추후 사망자를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스토리를 뜯어고쳤습니다.

아, 물론. 지금까지 죽은 캐릭이 살아난다는 말은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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