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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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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조회수 :
622,858
추천수 :
8,717
글자수 :
1,341,677

작성
11.09.06 08:33
조회
1,859
추천
27
글자
8쪽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4 - 친구찾아 삼만리 (11)

DUMMY

' 까딱했으면 큰일날 뻔 했군. '


기는 남쪽으로 가는 버스의 창문으로 룸바의 성문이 닫히는 것을 보자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버스의 출발 시간이 3분만 늦었더라면 꼼짝없이 갇히고 말았으리라.


하지만 안심하기는 일렀다.


첫번째 위기는 잘 넘겼지만 바르카 부족이 움직인 이상, 그들의 영역을 벗어나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외모가 눈에 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대책없이 마을에 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 로브 따위를 뒤집어쓰면 역으로 눈에 띌텐데... '


고민을 해보았지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질 않았다. 그는 평생을 전사로 살아왔고 작전상 매복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언제나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냈기 때문에 어떻하면 효과적으로 자신을 숨길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고민은 길어졌지만 별다른 답이 나오지 않은 체, 버스는 남쪽으로 남쪽으로 계속해서 내달렸다. 그러자 어느 순간부터는 새로운 고민이 떠올랐다.


' 이대로 남쪽으로 내려가는게 정말 잘하는 짓일까? '


바르카 부족의 영역은 동북부에 치우쳐 있었으므로 정남쪽으로 내려가면 빠르게 벗어날 수는 있었다. 하지만 바르카의 남쪽에 위치한 실란 부족 역시 바스투이 부족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바르카가 협조했다면 실란도 협조할 가능성이 높았다.


또한, 그의 목적이자 자신의 명예를 회복시켜줄 암살자도 문제였다. 사막에 접어든 이후로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는 걸로 봐서는 모래 괴물들에게 죽었을 것이라 짐작됐지만 생사여부를 파악할 수단이 없었다.


' 최소한 놈이 죽었다는 확실한 증거품이 필요한데... '


그렇다고 위험천만한 사막으로 돌아가서 헤멜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설령, 그렇게 한다고 해도 넓어터진 사막에서 모래에 파묻혔을게 뻔한 시체 하나를 찾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만약, 찾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사막에 우글거린다는 모래 괴물들 뿐이리라. 그들에게 물어볼 수 있다면 증거품을 건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일이 가능할 리가...


" .....있잖아? "


눈을 하얀 천으로 칭칭 동여맨 인간을 떠올리며 기는 멍청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는 뒤늦게 북쪽을 돌아보았지만 버스는 쾌적한 속도로 남쪽을 향해 달려갈 뿐이었다.



***



아르모어는 남으로 남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사람의 다리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생각보다 훨씬 한심한 편이어서 그는 길에서 저녁을 맞이해야 했다.


" 젠장, 이 말도 안되는 지도는 어떤놈이 만든거야!? "


지도의 축적이 정확하다면 룸바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은 남쪽에서 42km 떨어진 지점에 있었다. 마라톤 풀코스에 가까운 먼 거리지만 결코 하루만에 주파하지 못할 거리는 아니었다.


만일, 지도에 나온 것처럼 길이 곧게 뻗은 평지였다면 저녁 노을을 보기전에 도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좁고 꼬불꼬불한 고갯길을 넘어가야 했으므로 훨씬 시간이 많이 걸렸다.


덕분에 예상 밖의 노숙을 하게 생긴 아르모어는 지도를 탓하며 연신 짜증을 냈다. 하지만 해는 떨어졌고 여왕의 눈이라고 해서 어둠을 꿰뚫어보진 못했으므로 오늘 밤은 어떻게든 여기서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밤중에 기온이 떨어지는 것을 염려해 모닥불을 피우려고 했지만 불을 피울 도구가 없었다. 마법을 이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을지 모르겠지만 정형화된 형태가 없는 불꽃은 생각보다 구현하기가 힘들어서 아르모어의 수준으로는 도구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했다.


" .....젠장, 어디가서 마법사 행세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지. "


6년이나 배웠는데 불꽃하나 피울 수 없다니. 스스로가 한심해서 말도 나오지 않았지만 별 수 없는 일이다. 견습 마법사란 원래가 마법이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알기는 아는데 직접 할 능력은 없는 자들을 일컬는 말이니까.


사실 마법사 지망생이 보통 입문 후 짧으면 10년, 길면 14년까지 견습 딱지를 붙이고 다닌다는걸 감안하면 딱히 부끄러울 일은 아니었다.


결국 불을 포기한 아르모어는 모포를 꺼내 몸에 칭칭 두르고 배낭을 끌어안아 조금이라도 체온을 지키려고 노력하면서 평평한 바위에 몸을 기댔다. 자고 일어나면 허리가 뻐근할 테지만 주변은 온통 돌바닥이라 누워서 잘 수는 없었다.


' 그러고보니 그 여자애는 어떻게 됐을까? '


가만히 눈을 감고 있자니 뒤늦게 부상당한 소녀의 생각이 났다. 고작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먼 옛날의 일을 떠올리는 것처럼 기억이 희미했다. 중상자를 혼자 방치해놓고도 까맣게 잊어버렸다는 사실을 자각하자 자괴감이 몰려왔다.


' 젠장. 내가 이렇게 이기적인 놈이었나? '


뒤늦게 걱정이 되었지만 이제와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아니, 차라리 이렇게 된 것이 다행일지도 모른다. 괜히 병원을 찾겠답시고 같이 돌아다녔다면 패거리로 오인받아 둘이 나란히 철창 신세를 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조금쯤은 편해졌다. 하지만 그녀가 어떻게 되었는지 신경쓰여서 잠이 제대로 오질 않았다.


' 어떻게 됐을까? 제대로 치료를 받았을까? 아니, 행동을 봐서는 혼자 끌어안고 끙끙댈 것 같던데... 괜히 불구가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네. '


사방은 풀벌래 소리 하나 없이 고요했고 밤은 길고 깊었다. 아르모어의 망상은 끝없이 나아가 아예 한 편의 소설이 되어버렸다. 마침내 반짝이는 별빛이 새벽을 밝히는 태양에 가려질 즈음에야 아르모어는 자신이 밤을 꼬빡 세웠음을 깨닫고 실소했다.


" 나 도대체 뭐한거냐... "


사랑에 빠진 것도 아닌데 여자 생각으로 밤을 꼬박 지세우다니. 생각하면 할수록 우스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한참을 혼자 낄낄대던 그는 햇빛이 어둠을 완전히 몰아내자 지친 몸을 일으켜세웠다.


" 끄아... 이거 장난 아니네. "


그는 가벼운 운동으로 굳어버린 허리를 풀어주면서 새벽공기를 맞고 있자니 뒤늦게 잠이 몰려왔다. 하지만 백주대낮에 길 한복판에서 잠들만큼 얼굴 가죽이 두껍지 못했던 그는 몰려오는 피곤을 몰아내려고 차가운 새벽공기를 한껏 들이마셨다.


" 흐읍.... 푸학! "


차분히 숨을 내쉴 생각이었던 아르모어는 뜻밖의 장면을 보고는 순간적으로 사례가 들리고 말았다. 그는 연신 기침을 터뜨리면서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시선을 때지 못했다.


고작 1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밤새 생각하던 소녀가 지나가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그녀는 여전히 다리를 절고 있었으며 부상당한 모습이 역력했다.


" 저 몸으로 어떻게... "


아마도 밤새 힘겹게 길을 걸었을 것이다. 아마 남쪽으로 내려가 철도를 타려는 것이 아닐까. 저대로 내버려두면 정말로 큰일나겠다는 생각에 아르모어는 배낭을 짊어지고 소녀의 뒤를 쫒았다.


하지만 어찌된 셈인지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절룩거리는 소녀의 걸음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거리가 점점 멀어지더니 마침내 완전히 놓쳐버리고 말았다.


" 허억, 허억... 정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


숨이 턱에까지 차오른 아르모어는 자신이 꿈을 꿨는지 의심스러워 볼을 잡아당겼지만 생생한 고통은 이것이 현실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다시 한번 것 참, 하고 혀를 차고는 무심코 바위에 등을 기댔다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것은 밤새 기대었던 바로 그 바위였다.


한참을 달려서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아르모어는 멍한 표정으로 바위를 몇 번이나 만져보고는 다시 한번 볼을 주욱 잡아당겼다. 이번에는 얼이 빠진 탓인지 별로 아프지 않았다.


" 지, 진짜 귀신에 홀렸나? "


지구의 귀신은 실체가 없지만 이 동내 귀신은 있을지도 모른다. 마법이 있고 악마가 있는 세상에 실체있는 귀신이 있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는 것이다.


불현듯 이곳에 영원히 갇혀버린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는 등줄기가 오싹해지는 것을 느끼며 미친듯이 달려 고갯길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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