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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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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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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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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17
글자수 :
1,341,677

작성
11.08.2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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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글자
17쪽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4 - 친구찾아 삼만리 (8)

DUMMY

일행이 방향을 잡고 이동한지 이틀이 지났다.


그 동안 기의 제안으로 낮에는 자고 밤에만 이동하는 방법을 취했지만 그렇다고 낮 동안의 고난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천막이나 양산 따위가 있을 리 없으니 햇빛을 피할 방법이 없었고, 로브를 태워버릴 기세로 내리쬐는 뜨거운 햇빛 때문에 잠조차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간에는 추위를 이기기 위해서라도 죽자 사자 걸어야 했으니 그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찰랑


" 오늘 안에 도착 못하면 큰일나겠는데. "


아르모어는 지상을 밝히는 반달을 올려다보며 물통을 흔들어보였다. 애당초 가지고 있던 물 자체가 별로 없었던데다 아낀다고 아꼈지만 둘이서 먹다보니 수위가 쑥쑥 내려갔다.


" 늦어도 오늘 오후까진 도착하겠지. 방향만 맞았다면 슬슬 끝날 때가 됐어. "


기는 바닥 언저리에서 찰랑대는 물을 보고 내심 초조함을 느끼면서도 겉으로는 희망찬 말을 꺼냈다. 사막을 넘는 여행자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비관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가 생각하기에 사막에서 가장 힘든 것은 뜨거운 태양빛도 아니고 살을 에는 밤의 추위도 아니었다.


시시각각 물자는 떨어져가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이야말로 가장 견디기 힘든 존재였던 것이다.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막막함이야말로 여행자의 의지를 꺾는 최악의 적이었다.


거기에 굴복해버리면 게임은 끝이다. 아르모어 역시 그 점을 깨닫고 있었기에 애써 불안감을 털어버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지나온 거리가 있는데 끝날 때도 됐지. "


그들은 한걸음이라도 많이 나아가기 위해 식사조차 걸으면서 해결했다. 그러고보면 물도 물이지만 당초 보름치를 준비했던 건량도 슬슬 바닥을 들어내고 있었다.


그런 걱정 속에서 발걸음을 재촉한지 어느새 5시간이 흘렀다.


시야를 밝혀주던 달은 슬그머니 모습을 감췄고 멀리 동녘에서 해가 떠오르며 어둠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달이 사라지며 일시적으로 찾아온 암흑이 옅어지자 아르모어는 나침반을 꺼내 방향을 확인했다.


그러는 사이 전방을 주시하던 기가 무언가를 발견한 듯 눈을 가늘게 떴다.


" 어이, 저기 좀 봐. 어두워서 잘 안보이긴 하는데... 굳은 땅이 있는 것 같아. "


" 뭐? 어디야? 땅이 어디있어? "


나침반을 보던 그는 귀가 번쩍 뜨이는 소리를 듣고 번개같이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어둠 속이라 그런지 기가 가르키는 방향에 뭐가 있는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 가보자! "


멀어서 보이지 않는다면 가까이 가보면 될 일. 과연 기의 말대로 거리가 좁혀질수록 굳은 땅의 모습이 서서히 선명해져갔다. 마침내 모래의 땅을 벗어나 굳건한 대지에 첫 발을 올린 아르모어는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왈칵 쏟았다.


" 크흑... 드디어, 드디어...! "


여기까지 오면서 겪었던 고난들이 한꺼번에 떠오르자 목이 메여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뒤늦게 땅을 밟은 기도 이젠 살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결 놓였지만, 아르모어처럼 긴 시간을 헤멘 것은 아니라 그런지 기분좋게 웃었을 뿐, 격정에 휘말리진 않았다.


" 하하핫, 드디어 사막이 끝났군. 이제 식수 걱정은 없겠어. "


그의 밝은 웃음소리에 눈물을 추스른 아르모어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막의 초입이라 그런지 주변의 대지는 풀 한포기 없이 황량했지만 멀리 남쪽으로 보이는 땅에는 듬성듬성 풀이 돋아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사람의 손길이 닿은 것이 틀림없는 길도 어렴풋이 모습을 들어냈다.


" 됐어...! 이젠 살았어! "


마침내 사람의 땅이 코앞에 있다는 것을 확신한 아르모어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문득 서로를 바라본 그들은 더할나위 없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



" 오오, 제대로 왔군. "


어느새 하늘 높이 떠오른 해가 아침을 알릴 무렵, 앞장서서 길을 걷던 기는 멀리 비치는 높은 성벽을 가르키며 자랑스래 말했다.


" 저길 봐라. 저게 바로 룸바 관문이다. "


아르모어의 시선이 그의 검지를 따라 성벽으로 향했다. 기가 가르키는 방향에는 십자군 전쟁 당시, 중동에 세워진 성들처럼 누르스름한 벽돌로 지어진 성벽이 마을을 감싸며 넓게 펼쳐져 있었다.


" 헤에, 의외로 큰데. 이런 오지에 뭐하러 저런걸 지었지? "


그는 족히 20미터는 될듯한 높은 성벽을 보며 감탄하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막에 접한 룸바 관문은 딱히 국경지대도 아니었고, 교역의 중심지도 아니었다. 그저 사막을 향해 삐죽히 튀어나온 땅끝 마을일 뿐이었다. 저런 성벽을 지어서 지킬만한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 당연한 의문에 기는 미소를 지으며 설명해주었다.


" 지금이야 내륙의 오지가 됐지만 예전에는 200년이나 엘프 놈들과 국경을 마주한 최전선이었거든. 그런데 50년 전에 사막이 넓어지면서 엘프놈들의 땅이 죄 사막이 되버린거지. "


" 흐음, 그래서 국경이 남쪽으로 내려가버렸구나? "


" 놈들이야 버티려고 했지만 원래부터 엘프놈들 입장에선 북쪽으로 툭 튀어나온 혹 같은 땅이었으니까 말이야. 남쪽만 틀어막으면 완전히 고립되는 땅이지. 바르카 부족의 전사들이 그렇게 남쪽을 틀어막아 보급선을 끊는 방법으로 간단히 몰아냈다고 하더군. "


멀쩡한 땅이 졸지에 사막이 되버린 상황에서 보급선까지 끊겼으니 버틸 리가 없다. 덕분에 국경은 남쪽으로 밀려내려갔고 과거의 최전선은 오늘날의 촌동내가 되버렸다는 이야기다.


인간보다 덩치가 큰 오크들의 건축물이라 그런지 성문은 크고 넓었다. 한번에 오크 수백이 동시에 지나갈 수 있는 성문은 이 관문이 과거에 누렸던 성세를 대변하고 있었다.


' 뭐, 그래봐야 지금은 지키는 놈 하나도 없는 유적이지만. '


관문의 출입은 자유로웠다. 과거에는 외부인을 하나하나 검문하고 도시마다 세금을 따로 물렸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지금은 군사 기지가 아닌 이상 출입을 통제하는 일도, 통행세를 요구하는 일도 없었다.


성문을 지나자 인터넷에서나 몇번 보았던 유럽의 고풍스러운 도시들처럼 아담하고 깔끔한 양식의 건물들이 모습을 들어냈다. 아르모어는 하얀 회벽에 빨간 지붕을 얹은 건물들 사이를 걷고 있자니 자신이 마치 중세 유럽을 여행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 하기야 중세 유럽풍 도시라는게 어떤 건지도 잘 모르긴 하지만. '


그가 속으로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앞서가던 기가 간판 하나를 가르키며 제안했다.


" 그 동안 고생이 많았는데 우선 식사라도 하는게 어때? 이래저래 도움도 많이 받았으니 내가 한턱 쏘지. "


" 나야 고맙지. "


둘은 의기투합하여 낡은 간판을 달고 있는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이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영업을 하고 있었는지 문을 열자 딸랑이는 방울소리와 함께 주인의 호쾌한 인사소리가 들려왔다.


" 어서오십쇼! "


어찌나 목청이 좋은지 순간 움찔한 아르모어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가 깜짝 놀랐다. 주인장의 얼굴이 기와는 전혀 달랐던 것이다.


그의 키는 2미터 70 센티 정도로 인간보다는 월등했지만 기에 비하면 머리 하나는 작았는데 피부가 녹색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오크보다는 인간에 가까운 인상이었다.


입 밖으로 송곳니가 솟아나오지도 않았으며 들창코도 아니었다. 특별히 미남이다 싶은 느낌은 아니었지만 전체적으로 호남형의 얼굴에 깔끔하게 뒤로 넘긴 검은 머리칼이 시원시원한 인상을 주었다.


' 허어, 제법 괜찮은데? '


반면, 기는 우락부락한 인상에 콧구멍이 살짝 비쳐보이는 들창코인데다 하늘 높이 치솟은 한쌍의 송곳니 때문에 보기만해도 오금이 저렸다. 도저히 같은 종족이라 느껴지지 않을 만큼 닮지 않은 두 오크를 번갈아보던 아르모어가 축복받지 못한 불쌍한 오크를 위로해주려고 마음먹은 순간, 엉뚱하게도 식당 주인이 감탄성을 터뜨렸다.


" 이야, 이거 정말 멋진 분이 찾아주셨군요. 여기서 40년째 식당 일을 하고 있지만 손님처럼 사내다운 분은 처음 뵙습니다. 필시 훌륭한 전사분이신 것 같군요. 찾아주셔서 영광입니다. "


" 험험, 훌륭하긴 무슨... 부족하나마 바스투이의 검으로서 살고 있다네. "


" 오오! 용맹함으로 나라 안에 이름이 드높은 바스투이의 전사분이셨군요! 과연, 이처럼 든든한 전사분들이 포진하고 있으니 바스투이 부족민들은 늘 평안하겠습니다. "


" 과찬일세. 바르카 부족의 전사들이야말로 모르는 오크가 없는 역전의 용사들이 아닌가. 그보다 오랜 여행으로 지쳤으니 물부터 내어주게. "


" 아, 실례했습니다. 자리에 계시면 금방 가져다드리겠습니다. "


둘의 대화를 멍청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아르모어는 기의 맞은편 자리에 앉으며 연신 말도 안된다며 궁시렁거렸다.


" 제기랄, 오크 놈들은 눈이 다 삐었지. 저 얼굴이 뭐가 멋지다고... "


" 다 들린다. "


" 쳇. 알았어, 알았다고. 취향이니 존중해드리겠습니다. "


아르모어는 여전히 마뜩찮은 표정이었으나 기의 이마에 힘줄이 돋는 것을 보고 투덜거림을 멈췄다. 하지만 궁금함이 어디 간 것은 아니라서 금새 기에게 물었다.


" 그나저나 저 오크는 어떻게 된거야? 왜 송곳니가 안튀어나오는거지? "


그러자 기는 별걸 다 묻는다는 듯 당연하다는 투로 말했다.


" 그야 전사가 아니니까 그렇지.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는 전사만이 이처럼 훌륭한 송곳니를 가질 수 있는 법이다. "


기본적으로 오크의 송곳니는 인간 사이즈와 비슷하지만 단련을 통해 신체에 마나가 쌓이면 점차 자라면서 입 밖으로 튀어나오게 된다. 이 때문에 오크 전사들은 높이 치솟은 송곳니를 노력을 상징으로 여기며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 헤에... 그럼 코도 그런거냐? "


" 아니, 이건 천연이다. 쓸데없는건 그만 묻고 메뉴나 정하지. 봐라, 슬슬 주인장이 돌아오지 않나. "


정말 주인이 물을 들고 돌아오고 있었기에 아르모어는 메뉴판을 꺼내 훝어보았다. 하지만 읽을 수 있다 뿐이지 죄다 낮선 이름들 뿐이었다.


' 아니, 바타푸쉐는 뭐고 칼라쿨라는 또 뭐야? 칼리쿨라 짝퉁이냐? '


오크어에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지만 이런 이름의 음식들은 전혀 기억에 없었다. 아르모어는 난처한 듯 머리를 긁적이다 결국 메뉴판을 접어버렸다.


" 난 그냥 주인장 추천 메뉴로 할래. "


" 나는 롬코코 정식으로 하지. "


때마침 주인장이 도착하자 기는 주문을 했다. 그런데 주인장이 놓고 간 물이 한잔밖에 없었다. 아르모어가 이 점을 지적하려고 하자 기가 손을 뻗어 말리고는 주인장에게 말했다.


" 이봐, 여기 이 노예에게도 물을 가져다주게. "


" 알겠습니다. "


주인장의 모습이 사라지자 자연히 아르모어의 입가가 묘하게 비틀렸다. 그의 마음을 짐작한 기는 불만이 터져나오기 전에 한발 앞서 해명했다.


" 참아라. 이런 말하기는 참 미안하지만 우리 땅에서 인간이란 벌레나 다를 바 없거든. 만일 너 혼자 이 가게를 찾았다면 흠씬 두들겨맞고 쫒겨났을거다. "


" 끄응... "


아르모어는 앓는 소리를 냈지만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자존심을 세우려고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 식사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


잠시 후, 음식을 들고나온 주인장이 정중하게 음식을 내려놓고 돌아가자 아르모어는 볼 것 없이 물부터 들이켰다. 그 동안 아낀다고 찔끔찔끔 한모금씩만 마시다가 거침없이 물을 들이키니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지만 천상의 사치를 누리는 기분이었다.


음식도 퍽 화려했다. 안식처를 나온 이래 처음으로 고기를 영접했고 하얀 빵에 뜨끈한 쌀죽도 딸려나왔다. 아르모어는 담백한 쌀죽을 보고 기가 꽤 마음을 써서 음식을 시켰다는 것을 알았다. 오크들에게 쌀은 사치품이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아르모어는 이 식사를 유쾌하게 즐길 수가 없었다. 사막의 도시라 그런지 쌀죽 외에는 모든 음식이 지나치게 맵거나 짰으며 독특한 향신료 배합은 한국인의 입맛에 전혀 맞지 않았다.


" 후우, 잘 먹었다. "


그는 내심 이런 형편없는 식사는 평생 처음이라고 악담을 늘어놓으면서도 겉으로는 기의 마음을 생각해 내색을 하지 않았다. 연기에 속아넘어간 기는 유쾌한 얼굴로 웃었다.


" 잘 먹었다니 이제는 시원하게 씻으러 가야지. "


기는 호탕하게 그의 등을 가볍게 한번 두들기고는 목욕탕을 찾아 앞장섰다.



***



" 으앗, 뜨거어어어엇!!!"


" 우하하하하핫, 뭐냐. 고작 이 정도 가지고 엄살이냐? 사내 자격이 없구만! "


기는 뜨끈한 탕에 몸을 담그고 펄쩍펄쩍 뛰는 아르모어를 보며 웃었다. 그러자 아르모어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새빨갛게 물든 몸에 연신 찬물을 끼얹으며 소리쳤다.


" 그딴데 들어가는 너네가 비정상이야 너네가! 목욕한답시고 펄펄 끓는 물에 들어가라니, 사람 삶아 죽일 일 있냐!? "


목욕 문화가 발달한 오크들이지만 아침나절부터 목욕탕을 찾는 경우는 드물어서 때마침 탕은 텅텅 비어 있었다. 실컷 소란을 피워도 뭐라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이다.


덕분에 기도 마음 편히 아르모어를 놀릴 수 있었다.


" 쯧쯧쯧, 이 시원한걸 가지고 뜨겁다니. 피부가 그리 약해가지고 인간들은 어찌사나 모르겠군. "


" 크윽! 다시 말하지만 너네가 비정상이야, 너네가! "


아르모어의 말마따나 사실 오크가 비정상인게 맞았다. 기가 들어가 있는 온탕은 100도를 넘어서 문자 그대로 펄펄 끓고 있었다. 피부가 두꺼운 오크들은 기분좋은 목욕탕일지 몰라도 인간에겐 고문장이나 다름 없었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부글부글 끓는 탕을 보고 지구의 목욕탕을 떠올린 아르모어는 반가운 마음에 다이빙을 감행하고 말았으니 이를 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결국 그는 할 수 없이 냉탕의 물을 떠다가 온탕의 물을 적당히 식혀서 몸을 씻을 수 밖에 없었다.


" 에이, 이거 잘 씻기지도 않네. "


콧노래까지 부르며 탕을 만끽하는 기를 노려보던 아르모어는 애꿏은 비누를 집어던지며 투덜거렸다. 거품이 확 일던 지구의 비누와는 달리 이곳에 비치된 비누는 향기는 좋았지만 거품이 거의 없어서 왠지 좀 심심했다.


" 그나저나 이제부턴 어쩔 셈이냐. "


아르모어가 연신 투덜거리며 몸에 물을 끼얹는 사이 탕에서 나온 기는 아르모어가 던져버린 비누를 주워 자신의 몸에 문지르며 물었다. 앞으로의 행로를 묻는 진지한 물음이었기에 아르모어는 잠시 침묵했다.


그들은 짧은 침묵 동안 서로에 대해서 생각했다. 둘은 만난 시간은 짧았지만 사막을 함께 해쳐나오면서 묘한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으므로 헤어지는게 퍽 섭섭하게 여겨졌다.


기는 사막을 지나는 동안 추적자의 습격을 한번도 받지 않았기에 추적을 이미 떨쳐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안전하다고 믿었으므로 아르모어에게 제안할 수 있었다.


" 흐음. 뭣 때문에 여행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국을 벗어날때까진 나와 같이 가는게 어때? 이건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동행이라고 보는데. "


" 글쌔에... "


기는 빚을 갚을 수 있고 아르모어는 천대를 피할 수 있다.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윈윈 게임이었지만 아르모어는 머리를 감으며 뒷말을 아꼈다. 당장 몸이 편하려면 기와 동행하는게 정답이었지만 그는 기의 뒤를 쫒는다는 추적자가 두려웠다.


' 사막에서 추적자가 뒈져줬으면 참 고맙겠지만 이런 이야기에 나오는 적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법이거든. '


그는 생각 끝에 엉뚱한 일에 휘말리기 보다는 천대를 감수하기로 결정했다. 능력도 없는데 잘못 휘말렸다간 목을 부지하기 힘들다는 생각에서였다.


" 그냥 혼자 다니는게 편할 것 같아. 정 힘들면 출국하지 뭐. "


" 네 생각이 그렇다면야 할 수 없지. "


아르모어가 결정을 내리자 기는 더 이상 권유하지 않았다. 자신의 일은 자신이 결정하는 법이다.


" 그럼 이제 이별이로군. "


" 뭐, 그렇지. "


기는 섭섭하게 여기면서도 부족의 일이 궁금했으므로 더는 권하지 않았다.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서로에게 기습적으로 물을 퍼붓는 것으로 작별인사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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