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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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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조회수 :
622,797
추천수 :
8,717
글자수 :
1,341,677

작성
11.10.29 21:08
조회
1,952
추천
28
글자
9쪽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5 - 생활전선 (2)

DUMMY

" 다 됐다. "


이발사는 가위를 놓으면서도 탐탁치 않다는 투로 말했다. 그는 한명의 장인으로서 인정받은 뒤로 이처럼 형편없는 '작품'을 내놓은 역사가 없었다.


하지만 거울을 들여다보는 손님의 표정은 썩 만족스러웠다. 그는 기꺼히 요금을 지불하였으며 팁도 얼마간 얹어주었기에 이발사의 표정은 약간 누그러졌다.


" 고맙군. 하지만 역시 앞머리는 짧게 정리하는게 좋아. 미관상으로도 안좋지만 시야를 가리지 않나. "


그의 지적대로 유달리 길게 내려온 사내의 앞머리는 전체적인 헤어스타일의 균형을 망칠 뿐더러 얼굴의 반절을 가리고 있었다. 이래서야 앞이 제대로 보일 리가 없건만, 그는 개의치 않는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 괜찮습니다. "


평양 감사도 저 싫다면 그만이다.


몇 번이나 지적했지만 자기가 좋다는데 어쩌겠는가? 이발사는 더 이상의 권유를 포기하고는 자그마한 가게를 나서는 손님을 배웅했다.



***



갓 털을 깎은 살결에 차가운 바람이 스쳐지나간다.


아르모어는 시원한 감촉을 즐기면서도 약간 허전하다는 생각을 하며 광장 한켠에 마련된 밴치에 걸터앉았다.


" 후우... "


가벼운 한숨을 내쉬는 그의 모습은 처음 도시에 도착했을 때와는 천양지차였다.


지저분한 머리는 깔끔하게 정돈되었고 수염도 깔끔하게 밀었으며 때를 밀어내느라 붉게 상기된 피부는 더할나위 없이 청결했다.


옷도 새롭게 샀다.


깔끔하고 튼튼한 하얀 웃옷에 검은색 조끼. 그 위에 걸친 까만색의 고양이 털 외투는 비싸지는 않지만 겨울의 추위로부터 몸을 지키는데는 안성맞춤이었다.


얼핏 보면 검은색으로 보이는 짙은 군청색의 바지는 투박했지만 질겨서 노숙을 하더라도 괜찮을 정도였고 머리에 덮어쓴 둥그스름한 갈색 모자는 사람들로 하여금 친숙한 느낌을 주었다. 그것은 거리의 노동자들이 즐겨쓰는 물건이었다.


이렇게 몸을 정돈하고 옷을 갈아입고나니 중년의 거지는 어느새 건장하고 훌륭한 젊은이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낡은 배낭만큼은 그대로 지고 있었기 때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있는 것처럼 어색해보였다.


" 뭐, 겉모습은 이쯤하면 된 것 같다만... "


그는 새롭게 꾸민 자신의 모습에 그럭저럭 만족했다. 여왕의 눈을 가린 앞머리나 피부색, 생김새의 차이 따위는 어쩔 수 없겠지만 이만하면 무작정 천대받지는 않을 것이다.


" 문제는 이제부터 뭘 해서 돈을 버느냐인데... "


정말로 그것은 큰 문제였다.


솔직히 말해서 그는 지금까지 돈을 어떻게 벌 것인지에 대해 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배운 것이 있으니까 어떻게든 될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도 그럴게, 결국은 이 세계를 등져서 지구로 돌아갈 생각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우선은 가진 것부터 정리해볼까. '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자신이 가진 자산들을 생각해보았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현금이다. 절반 가량이 소진되어버렸지만 아직도 97500갈드가 남아있다. 원화로 환산하면 5천만원이 약간 못되는 액수였다.


' 하지만 지역과 환율에 따라서는 실질적으로 8천만 정도의 가치까지는 어떻게 가능할거야. '


그렇다고 해도 역시 큰 사업을 하는데는 많이 모자란 액수였다. 기껏해야 음식장사 정도나 할 수 있을까?


' 만만한게 찻집이요, 식당이라지만 그것도 진입장벽이 만만찮은데... '


찻집. 그래, 참 듣기는 좋고 구색도 괜찮다.


하지만 이 먹고살기 힘든 시대에 찻집에 오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당연히 여유가 좀 있는 중산층이나 귀족들일 것이다.


' 그런 놈들은 쓰잘데기없이 까다로운 법이지. '


이 까다로운 손님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투자가 필요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지금 가진 자본으로는 턱도 없는 일이다.


반면, 식당이라면 안될 것은 없었다.


서민이나 하층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싸구려 음식점이라면 딱히 큰 자본금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 장사만 잘된나면 나름대로 괜찮을 수 있었다. 정 수지가 안맞을 것 같으면 포장마차처럼 길거리 음식으로 나서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 문제는 내 음식 솜씨가 썩 뛰어난게 아니라는거지. '


페스트푸드 수준의 간단한 음식이 아니라면 그의 실력으로 음식점은 무리였다. 주방장을 고용하면 되는 문제긴 하지만 글쌔... 딱히 끌리지는 않았다.


' 발명 쪽은 어떨까? '


지구의 지식을 이용한 아이디어 상품이라면 대박을 칠지도 모른다. 판타지 소설에서도 흔히 나오는 이야기다...만.


' 문제는 이 세계의 기술력이 절대 만만치 않다는거거든... '


솔직히 말해서 왠만한 물건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냉장고, 전등, 에어컨 따위의 생활물품은 물론이요, 자동차는 커녕 탱크까지 굴러다니는 판국이다.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는 호버 바이크가 상용화된 것처럼 분야에 따라서는 지구를 앞서는 부분조차 있었다.


무기 부분은 말하고 싶지도 않다.


장거리 미사일이라도 개발하지 않는 이상, 이쪽에서 무기 관련으로 돈벌어먹기는 힘들 것이었다.


' 아니, 애초에 그딴건 자본이 없어서 못하지만... '


결국, 발명을 통해 뭔가를 해내려면 소자본으로 만들 수 있으면서도 남들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 상품이 필요했다.


' 하지만 그딴건 만들어봤자 대량생산 못하잖아... '


물론, 그런 제품은 만들기 힘들다. 그리고 만든다고 한들 생산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애초에 설비부터가 없으니까. 생산을 한다면 있는 공장에 의뢰를 하던가 빚을 내서 기계를 사던가 투자를 받아야했다.


" 하아... "


시작하기 전에 잠깐 생각해본 것만해도 난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실제로 부딛쳐본다면 떠올린 것보다 훨씬 많은 고난이 기다리고 있을 터. 한숨이 절로 나온다.


' 그렇다면 투자는 어떨까? '


투자라.

다행히 이 세계에는 주식시장이라는게 존재한다. 이쪽의 주식시장은 지구와는 달리 시세차익보다는 배당금을 바라보고 많이 구매했는데 특히나 무역회사 쪽은 망하기도 잘 망하지만 한번 거래를 성사시킬 때마다 배당금이 상당한 편이어서 줄만 잘 탄다면 적지않은 보상을 거머쥘 수 있었다.


하지만 건실한 기업의 주식은 당연히 비싸다. 보유한 주식이 적다면 돌아오는 배당이 적은 것은 당연지사. 그렇다고 아직 기반이 약한 회사의 주식을 사는건 완전히 도박이다.


' 재테크 정도로는 모를까 주력으로는 역시 무리야. '


지금의 자본으로는 프로 투자자로 먹고살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렇다고해서 투자를 대행하는 증권사를 차리기엔 자신의 역량이 너무 형편없었다.


결국 부업으로 하던지 도박을 하던지 둘 중 하나.


이번에도 고개가 가로저어졌다.


그렇다면 남는 선택지는 무엇일까?


취직이다.


가장 뻔한 이야기면서도 마지막까지 고르고 싶지 않았던 선택지이기도 했다.


특히나 이곳은 판타지 세상이 아닌가.


꿈과 모험의 세계 - 이 대목에서 그는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 에서 멋대가리 없이 월급쟁이라니. 너무나도 한심한 이야기다.


" 하지만 뭐, 그래도 제일 안정적인 선택지인가? "


다행스럽게도 그에겐 요정의 안식처에서 배운 다양한 지식이 있었다.


그는 이종족의 말을 비롯해 많은 나라의 언어와 문자를 구사할 수 있었으며 거의 마법사에 준하는 지식도 갖추고 있었다. 이것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강점이다.


' 문제는 이런 고급 지식이 필요한 자리에 어떻게 들어가느냐인데... '


거리에는 노동자와 고용주를 연결해주는 직업소개소가 많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단순노동에 관련된 일들 뿐. 그의 지식을 필요로 할만한 일거리는 알음알음으로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당연히 특별한 학연도 없고 인맥도 없는 아르모어로서는 굉장히 불리한 조건이었다.


" 하아... 세상 쉬운일이 하나도 없구만. "


막상 하려고 생각해보니 무엇하나 장애가 없는 일이 없다. 그는 새삼스럽게 생활전선의 험난함을 실감했지만 그렇다고 겁먹지도 않았다.


어차피 지난 1년 반 동안 세상의 밑바닥에서도 살아남았던 그다. 힘들고 고생스럽겠지만 까짓거 정말로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전쟁터도 아닌데 할려고만 들면 못할것도 없었다.


' 뭐, 신중하게 선택하긴 해야겠지만... '


그는 피식 웃으며 마음을 조금 가볍게 먹었다. 그리고는 무엇부터 시작할지 차분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 앳취! "


.....우선은 따뜻한 잠자리부터 확보하는게 제일 급한 것 같다.


작가의말

자본금 5천

이거 뭐 애매~합니다잉?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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