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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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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조회수 :
622,784
추천수 :
8,717
글자수 :
1,341,677

작성
11.10.27 08:25
조회
1,983
추천
29
글자
6쪽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4 - 친구찾아 삼만리 (end)

DUMMY

목적을 달성했다?


사막의 비밀을 알아낸 인형은 막대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결국 제거하지 못했다. 도대체 뭐가 성공이란 말인가?


아르모어는 순간적으로 무슨 소리냐고 되물을 뻔 했지만 곧 말귀를 알아듣고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 하, 하하하... 그래... 내가 뭘 좀 잘못 알고 있었군? "


캐트시는 말했다.


' 하나는 봐주겠다고. '


아르모어는 그 하나가 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인형이었던 것이다. 그래, 처음부터 그가 죽여야할 대상은 인형이 아니라 기였다.


찬찬히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처음 기를 죽이러 나타났을때, 인형은 심하게 망가진 상태였다.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저질렀을까?


적어도 기는 아니었다. 그만한 손상을 입혔다면 도망치는게 아니라 끝장을 보려고 했을테니까. 애초에 사막까지 도망쳐나올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범인은 단 하나.


사막을 배회하는 모래 요정들 뿐이다.


인형은 아르모어의 이름을 빌려 편안히 사막을 돌파한 것이 아니라 그들과 싸워가면서 힘겹게 따라온 것이었다. 그렇다면 캐트시의 지시도 이해가 간다.


요정들조차 파괴하지 못했던 인형을 그가 파괴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니까. 그러니까 '하나는 봐주겠다'고 말했던 것이다.


" 조금 요란하긴 했지만 잘 했어. 아, 방금 왕께서 지시를 내렸는데 들어간 비용은 이쪽에서 부담하는걸로 됐어. 잘됐네. "


고양이는 치하의 말을 했다. 자신은 착각 속에 혼자 놀아나며 애꿏은 수천의 생명을 없애버렸는데 잘됐다며 축하를 해준다. 이 웃기지도 않은 촌극에 아르모어는 그저 미친 듯이 웃었다. 아니, 눈물없이 울었다.


" 왜 그래? "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고양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아르모어가 답을 주지 않자 이 앙증맞고 잔인한 동물은 알 수가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 영문을 모르겠어. "


그래. 정말 영문을 모르겠다, 고. 아르모어는 생각했다.



***



삐이이이이익!


' 증기 기관도 아닌 주제에 소음만큼은 똑같네. '


굉음을 내며 역으로 들어오는 기차를 바라보며 청년은 실없는 생각을 했다. 동시에 기차를 기다리던 승객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크다.


멈춰선 열차의 압도적인 크기 앞에서 청년은 잠시 압도당했다. 그러는 사이에 다른 승객들은 그를 지나쳐 열차안으로 들어갔다.


청년에게는 너무 거대했던 열차의 문이 다른 승객들에게는 그저 평범해보였다. 하나같이 인간보다 월등한 덩치를 자랑하는 오크들이었기 때문이다.


' 저것은 과연 내가 타도 되는 것일까? '


그는 무의식중에 그렇게 생각했다. 저 열차에, 내가 탈 자리는 있는걸까? 저토록 거대한 것에 나 같은 왜소한 것이 올라탈 자격이 있는걸까?


" 이봐, 그렇게 멍하니 서있다간 기차가 떠나버릴거야 "


친절한 누군가의 말에 청년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위압적으로 입을 벌린 거대한 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차표를 꺼내 자신의 좌석을 찾아 들어갔다.


뿌우우우우우!


자리는 넓고 쾌적했다. 오크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지나치게 높고 넓기는 했지만 그도 인간 중에서는 상당히 큰 축에 들었는지라 크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 돈 들인 보람이 있네. '


그는 고급스러운 내부 장식보다는 개인석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통신을 통해 남은 좌석을 확인하고 한정 판매하는 일등석은 값은 비싸지만 편안하고 쾌적했으며 원한다면 개인석을 살 수도 있었다.


앞으로 갈 길도 먼데 덩치 큰 근육질의 오크들로 빽빽한 삼등칸에 타는 것만은 절대 사절이다. 그랬다간 정말로 숨막혀 죽을지도 모를 일이다. 삼등칸은 지정 좌석은 커녕, 돈없는 오크나 이종족들로 가득차 앉을 자리조차 없었으니까.


몸이 편해지자 아르모어는 창밖을 내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는 자신이 지나온 길을 떠올렸다.


지구에서 평범하게 지냈던 일, 순수하게 친구를 말리기 위해 달려왔다가 휘말린 일, 영문도 모르고 눈을 뽑혀버렸던 일, 친구를 만나고 잃었던 일, 그리고 세상에 나와 대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일...


살면서 좋은 일도 많았지만 지구를 떠나오고 나서는 항상 비극을 남기며 걸어왔다는 것을 깨닫자 새삼 우울해졌다.


' 나는 정말로 불행을 끌고다니는 걸까? '


삐이이이이익!


이 우울한 상념은 우렁찬 열차의 함성소리에 깨어졌다. 승객을 모두 태운 열차가 굉음을 내뿜으며 움직인다. 서서히 속력을 내기 시작하는 기차속에서 청년은 생각했다.


' 그래, 그딴거 알게 뭐냐. '


눈앞에 있는 것이 불행인지 행운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까지 그래왔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다음 역에서 무엇을 태울지 알 수 없는 기차처럼 자신의 앞날에 무엇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주저앉아 있으면 시간에 뒤쳐지고, 결국 남는 것은 불행밖에 없다. 그렇다면야 아직 알 수 없는 앞날에 걸어보는게 당연하다. 이 철도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제자리에 앉아 있는 것보다는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을테니까.


그래, 그런거다.


내게 지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게 정답이다.


그 끝에 있는게 불행이든 행운이든


지금은 열심히 달릴 수 밖에 없다.


별 수 없지 않은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없으니까.


달리는 열차 속에서 청년은 그런 생각을 했다.


작가의말

뭔가 영문을 모르겠어.
에라 모르겠다 일단 일터로 전속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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