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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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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조회수 :
622,802
추천수 :
8,717
글자수 :
1,341,677

작성
11.08.16 06:28
조회
2,196
추천
25
글자
5쪽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3 - 낙원 (end)

DUMMY

꿈은 꿈이다.


마음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하며 아르모어는 마지막 삽을 떠올렸다.


잔디를 입히지 않아 새빨간 무덤이지만 구할 수가 없어 지금으로선 이것이 최선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잡초라도 자라 위를 덮어주려니 하고 생각했지만 여러모로 마음이 편치 않았다.


" 미안하다. 내가 원래 좀 이래. "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비석을 세웠다. 비싼 돈을 들여 외부에서 가져온 비석에 비문을 무어라 적을까 고민했지만 아르모어는 애석하게도 작문에는 별로 재주가 없었다. 그래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간단하고 뻔한 문구를 새겨넣을 수 밖에 없었다.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 여기에 잠들다.』


그 아랫쪽에는 그녀의 이름과 어떤 요정이었는지를 대략적으로 새겨놓았다. 이것으로 그가 친구를 위해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일이 끝난 셈이다.


" 꽤 특이한 무덤이군. 너희 쪽의 풍습이냐? "


" 예에. 원래는 잔디를 깔아야 하지만 지금은 구할 수 없으니 이것으로 만족해야죠."


도서관장이 붉은 봉분이 신기하다는 듯 요모조모를 살펴본다. 아르모어는 그런 그에게 고개숙여 감사를 표했다.


" 덕분에 일을 잘 끝낼 수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도서관장의 도움이 없었다면 엘리의 시신을 화장하는 것은 꽤 힘든 작업이었을 것이다. 그냥 매장하면 틀림없이 시체먹는 요정이 내일이 되기 전에 무덤을 파해칠 것이 뻔했기에 시신을 화장하고 뼛가루만을 상자에 담아 묻었던 것이다.


" 아니다. 내가 뭘 한게 있다고. "


그는 어울리지 않게 겸손을 떨었다. 그 나름대로 분위기에 맞춰 행동한 것이리라.


아르모어는 그의 배려에 미소로 화답했으나 어딘가 씁쓸한 기색이 배어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도서관장은 이 불쌍한 인간 꼬마를 보고 내심 혀를 차며 물었다.


" 이제부터 어떻게 할 셈이냐? "


" 떠날 생각입니다. "


냉정하게 따져봤을때, 엘리가 죽었다고 해서 안식처를 떠날 필요는 없었다. 이곳에는 희박하긴 하지만 집으로 돌아갈 희망도 있고, 생활도 보장되어 있다. 그냥 한평생 즐기면서 살아간다고 해도 나쁠 것이 없는 낙원과도 같은 땅.


하지만, 아르모어의 뇌리에는 아직도 친구라 믿었던 요정들이 위기 앞에서 발을 빼는 모습이 깊숙히 뿌리박혀 있었다.


일찍이 엘리가 그러했듯, 아르모어 역시 그것으로 요정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그들은 오로지 함께 어울려 떠들고 놀때에만 친구이며 위기가 다가오면 슬며시 발을 빼버리고 마는 작자들인 것이다.


그것만이라면 괜찮다. 인간이 만날 수 있는 진짜 친구는 애초에 평생에 하나쯤 있을까 말까니까.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즐기는 것 외에는 관심도 없는 것이다. 그들이 고통을 나누는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고통을 고통으로 보지 않고 놀이의 일종으로 보는 경우 뿐이다. 더불어 그 어떠한 상대라도 죽음이라는 두 글자만 붙으면 머릿속에서 지워버린다.


그들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자에게 죽은 자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들의 선택은 현명하다. 하지만 아르모어는 그런 식으로 잊혀지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진정한 친구를 추구하며 살아온 자신의 인생이 부정당하는 것만 같았다.


이런 자들과 더불어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고?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그는 단호히 거절할 것이다.


' 엘리. 너도 그랬던거냐? '


그렇게 생각하던 아르모어는 문득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부디, 나를 기억해주세요.』


" 쳇, 끼리끼리 모인다더니만... "


아마 그녀도 같은 생각을 했음에 틀림없다. 아르모어는 고소를 머금으며 그녀의 무덤을 뒤로했다. 다섯걸음 쯤 갔을때, 어쩐지 서운한 마음이 들었던 아르모어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중얼거렸다.


" 잊을 리가 없잖아. "


절대로 잊을 리가 없다. 그리고 그가 그녀를 기억해주는 한, 그녀가 살아온 증거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하지만... 나는 누가 기억해주지? "


그는 문득 불안해졌다. 이제 이 세상에서 아르모어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줄 사람이 누가 있을까?


머릿속에 떠오르는 녀석이라곤 지난 6년간 줄곳 찾아왔던 한 사람 뿐이다.


" 찾으러... 가볼까? "


사내는 거짓 낙원을 박차고 세상 밖으로 나아갈 것이다.


자신을 기억해 줄 누군가를 찾아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14 d3884
    작성일
    11.08.16 18:54
    No. 1

    미리나름이 되는 덧글은 삭제했습니다. 나중에 보시는 분들을 위해서 미리나름은 자제합시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3 流寧
    작성일
    11.08.17 01:40
    No. 2

    그래서 얻은거라곤 17만갈드의 청구서와 동성애자인가의 타이틀?!<<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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