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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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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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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3,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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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17
글자수 :
1,341,677

작성
13.08.21 10:34
조회
1,477
추천
33
글자
10쪽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8 - 떨어진 별 (6)

DUMMY

" 하아... 귀찮아 죽겠구만... "


남방군 소속 정규기사 이안 마르도스는 졸린 눈을 비비며 투덜거렸다. 마음 같아서는 푹신한 이불 속에 드러누워 잘나가는 도련님들처럼 11시까지 푸욱 퍼자고 싶었지만 기사의 몸뚱이는 나태함을 허용하지 않았다.


" 꼬맹이 시절에는 마나량이 쑥쑥 올랐는데 말이야... "


기사들의 마나 증가폭은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줄어들다가 성장을 완전히 끝마친 20대 초중반이 되면 바닥을 기게된다. 아무리 열심히 단련을 해도 마나량은 눈꼽만큼 늘어나거나 아예 늘어나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그릇이 들어나는 시기라고나 할까. 이쯤되면 자신이 어느 정도 되는 기사인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대강 눈에 보인다. 그리고 이안의 눈에 비치는 자신은 잘난 것도, 못난 것도 없는 그냥 기사에 불과했다.


" 귀찮아... "


어차피 위로 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버린 그 순간부터 이안은 수련하기가 싫었다. 괜히 몸을 힘들게 하느니 퍼질러 누워서 잠이나 실컷 자고 싶은게 솔직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엿같게도, 정말 엿같게도 마나란 놈은 흩어지려는 성질이 강해서 매일 매일 신체를 단련하며 쌓아주지 않으면 호흡을 통해, 피부를 통해 슬금슬금 몸 밖으로 도망쳐버린다. 즉, 단련을 멈추면 지금 상태에서 멈춰있는게 아니라 점점 퇴보하게 되는 것이다.


' 그나마 현상유지도 젊을때나 가능한거지... '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빠져나가는 마나량은 늘어나고 쌓이는 마나량은 점점 더 줄어든다. 그러다보면 결국 아무리 수련을 열심히 해도 마나량이 줄어드는 지경까지 가게된다. 게다가 마나가 비어있는 상태로 시간이 계속 흐르면 최대 마나량 자체가 줄어들어버린다. 요컨데 (8/10) 상태가 오래 유지되면 (8/8)이 되는 식이다. 당연하지만 이렇게 한번 줄어든 최대 마나량은 무슨 짓을 해도 만회할 수 없다.


그 지경이 되면 은퇴하는 수 밖에 없다. 한번 퇴보하기 시작한 기사는 빠른 속도로 약화되어 2년 내에 건강한 일반인 레벨까지 추락해버리기 때문이다. 이때가 보통 40대 초중반.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뒤의 일이었다.


' 20년이라... '


이안은 한숨을 푸욱 쉬었다. 제자리 걸음을 위해 20년이나 무익한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헛구역질이 나온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할 무렵부터 기사로서 키워진 그는 다른 삶의 방법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수련은 싫어도 수련이 유지시켜주는 초인적인 힘까지 싫은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이안은 궁시렁대면서도 매일같이 연병장으로 향하는 것이다.


" 잉? "


그런데 오늘은 뭔가 좀 이상하다. 동료 기사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려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자기 단련까지 멈춰가면서 황당하다는 얼굴로 한곳을 바라보고 있다. 도대체 뭔가 싶어서 그들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돌아본 이안은 정말이지 황당한 꼬락서니를 보고 입을 떡 벌렸다.


" 아니, 저게 대체 뭐야? "


갑옷을 입으려면 제대로 갖춰입을 것이지 헐렁한 옷에 투구만 덜렁 뒤집어쓰고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가만히 지켜보니 옷도 제대로 된 외출복이 아니라 잠옷인 것 같았다. 게다가 흉부가 납작하고 헐렁한 옷이라 얼핏 봐서는 알기 힘들었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라인이 굴곡진 것이 영락없는 여성의 체형이었다.


꼭두새벽부터 기사들이 우글거리는 연병장에 잠옷바람에 투구만 덜렁쓰고 나와 운동을 하고 있는 여자라니? 하도 황당해서 말을 걸어볼 엄두가 나지 않을 지경이다. 하지만 훈련에 방해가 되는데다 신체능력이 뛰어난 기사들이 훈련을 하는 곳에서 일반인이 얼쩡대다가 자칫 잘못 부딛치기라도 한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기에 마냥 내버려 둘 수도 없었다.


" 레이디. 이곳은 기사들이 사용하는 곳입니다. 운동을 하고 싶으시면 다른 곳을 찾아보시지요. "


결국, 동료들에게 떠밀려 나온 기사가 정중하게 말했다. 그러자 여자는 운동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꽤나 격렬한 운동을 오랫동안 했음에도 불구하고 숨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이다. 여자는 의외라고 생각하던 기사에게 같잖다는 듯한 태도로 비아냥거렸다.


" 기사 전용이라고? 그럼 내가 아니라 너희 같은 반푼이들이 꺼져야지. 안그래? "


" 말씀이 심하십니다. "


정중하게 말을 걸었다가 폭언을 얻어맞은 기사의 얼굴이 굳었다. 언제 봤다고 멀쩡한 기사를 반푼이 취급한단 말인가? 그나마 여자가 한 말이니 망정이지 남자가 저딴 망언을 지껄였다면 당장 주먹부터 날리고 봤을 일이다. 하지만 여자는 작정을 했는지 계속해서 기사의 인내심을 자극했다.


" 반푼이를 반푼이라 부르는데 심하긴 뭐가 심해? "


이쯤되면 개념이 없는게 아니었다. 아무리 머릿속에 똥만 들어찬 사람이라해도 눈앞에서 적의를 뿜어대는 기사와 마주치면 엄청난 위압감에 쪼그라들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위축되기는 커녕, 계속해서 화를 돋굴 수 있다는 것은 이 여자가 결코 성격만 괴상한 일반인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 처음부터 작정하고 시비를 건거구만? '


이 상황을 흥미진진하게 구경하던 이안은 여자의 속내를 짚어내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몰라도 기사들의 화를 돋구어서 좋을 일은 하나도 없다. 더군다나 도발하는 방식도 매우 좋지 않다. 특정 기사만 까내린 것이 아니라 연병장을 사용하고 있던 모든 기사의 실력을 한꺼번에 폄하하는 짓을 저질렀으니 최악의 경우, 연병장에 나와있는 37명의 기사 전원을 적으로 돌리게 될지도 몰랐다.


' 역시 모르겠다. '


분명히 뭔가 노림수가 있어서 하는 행동 같은데 그의 머리로는 짚어낼 수가 없었다. 과연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저지르는 것일까? 이안은 흥미진진한 눈으로 지루한 삶에 던져진 흥밋거리를 지켜보았다.


" 도저히 참아넘길 수 없군. 최후 통첩이다. 지금 당장 연병장을 떠나라.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누구던지간에 부당한 모욕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


" 오, 기세 좋은데? 하지만 니 실력으로 그게 될까? "


" 나는 분명히 기회를 주었다. "


잠깐 눈을 돌린 사이에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기사, 밀 롱턴은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얼굴로 최후 통첩을 통보했다. 그러나 여자는 비웃음이 가득 담긴 조롱으로 대답했다. 그러자 롱턴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는다. 방금 전까지 화를 내던 사람이라곤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냉정한 태도로 창끝을 여자를 향해 겨누었다.


' 롱턴 녀석, 진짜 스위치가 들어가버렸잖아. 설마하니 진짜 죽일 셈은 아니겠지? '


롱턴이 진짜 창을 상대에게 겨누자 이안은 깜짝 놀랐다. 상대가 평민이라면 문제 없겠지만 귀족일 확률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고작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고 피를 보게 된다면 사회적으로 이해는 받을지언정 법적 처벌을 면하기는 매우 힘들었다. ' 말려야 하나? ' 하고 망설였을 때, 여자가 한심하다는 투로 말했다.


" 야, 반푼이. 니 꼬라지를 좀 봐라. 갑옷을 쫙 빼입고 무기까지 꼬나든 주제에 맨손인데다 갑옷도 입지 않은 사람이랑 싸우겠다고? 니가 그러고도 기사냐?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지. "


그 말에 롱턴의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여자의 말마따나 정말로 부끄러워할만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주변 기사들도 웅성거리며 동조했다. 자신의 양심과 타인의 시선을 무시하지 못한 롱턴은 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 그렇다면 나도 갑옷을 벗고 맨손으로 상대하겠다. "


" 그건 나도 재미없으니까 됐고, 어이~! 누가 칼 두 자루만 빌려주지 않을래? "


여자의 요청에 기사들은 이내 검 두 자루를 공출하여 넘겨주었다. 두 자루 모두 날이 무디지만 두껍고 튼튼한 검이었다. 이것은 참격이 거의 통하지 않는 판금 갑옷이 대세가 되자 궁지에 몰린 검사들이 고안한 것으로 아예 예리함을 포기해버리는 대신 내구도를 올려 타격을 가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검보다는 끝이 날카로운 둔기에 가까운 물건들이었다.


힘이 좋고 갑옷을 상대할 일이 많은 기사들이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무기였지만 힘보다는 기교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 이도류에는 부적합한 검이기도 했다. 그랬기에 기사들은 검을 건내 주면서도 미심쩍은 얼굴로 괜찮겠냐고 물었지만 여자는 군말없이 기사들이 넘겨주는 검을 받아들었다.


" 헤리어, 미안하지만 갑옷 벗는 것 좀 도와주겠나? "


여자가 무장을 갖추자 롱턴은 동료에게 도움을 받아 갑옷을 벗으려고 했다. 상대와 대등한 조건에서 싸우려는 의도였다. 그러자 여자는 코웃음을 치며 만류했다.


" 야야, 객기부리지 말고 그냥 갑옷 입고 있어라. 그거나마 없으면 너 오늘 맞아죽는다. "


" 오만함이 지나치군. "


" 오만인지 아닌지는 맞아보면 알겠지. "


롱텀은 더 이상 언쟁하지 않고 동료를 물렸다. 자신이 요청한 것도 아니고 상대가 요청한 것이니 거리낄 것도 없다. 주어진 유리함을 십분 활용해 상대를 비참하게 쓰러뜨리고 오만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면 그뿐이다. 준비가 끝나자 기사들은 넓게 퍼져서 싸울 공간을 마련해주고 흥미로운 눈으로 이 뜻밖의 볼거리에 주목했다.


" 그럼, 시작! "


심판을 자처한 기사의 목청 좋은 외침과 함께 이벤트전의 막이 올랐다.


작가의말

내가 쓰는 글이지만 내용 진행 진짜 느리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 작성자
    Lv.99 마음속소원
    작성일
    13.08.21 11:26
    No. 1

    내가 보는 글이지만 내용 진행 정말 재밌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5 치킨좋아해
    작성일
    13.08.21 11:38
    No. 2

    불쌍한 주인공...
    재능있는 능력은 제대로 활용도 못하고, 이젠 출현도 없네.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08.21 13:33
    No. 3

    불쌍한 롱텀...
    새벽에 평소처럼 훈련하러 갔다가 뜬금없이 모욕당하고
    다음화에는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맞을거 같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6 파란황금
    작성일
    13.08.21 13:47
    No. 4

    여자 성격으로 봐선 롱텀은....죽기 직전까지 맞기가 아니라 진짜 죽을지도?( 작가님이 좀 잘 죽임 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3 junara
    작성일
    13.08.21 18:03
    No. 5
  • 작성자
    Lv.12 키노mk2
    작성일
    13.08.21 21:11
    No. 6

    친구 찾기 위해서 이계에 온 주인공은 요정들이 모여있는곳에 떨여저서 여왕의 눈을 얻고 친하게 지내던 요정을 잃고 다시 친구를 찾기위해 세상에 나왔다가 정보를 얻기위해 요리점을 열고 성벽에 엄청난 마법이 있다는걸 깨닫고 그걸 막으려다 병크 터트리고 미쳐 날뛰다가 감옥 갇치고 그후 전쟁터에 온뒤 귀족 눈에 들었다가 공녀한테 얻어터진다.. 기억나는건 대충 이정도.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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