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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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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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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3,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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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17
글자수 :
1,341,677

작성
13.08.1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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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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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8 - 떨어진 별 (5)

DUMMY

" 결국 2시간도 못잤나... "


베르가는 졸린 눈을 비비며 복도로 나섰다. 예정에도 없던 일을 수행하느라 밤새 발품을 팔아야 했던 탓이다. 하지만 팔자좋게 쉬고있을 수는 없다. 뿌려놓은 씨앗을 회수하는 일이 남았다. 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한껏 들이쉬며 얼굴을 가볍게 때린다. 잠들어서는 안돼. 베르가는 스스로를 타이르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덜컥.


" 아, 오셨습니까? "


" 녀석은 죽었나? "


밤새 급하게 꾸민 빈방의 문을 열자 눈가에 기미가 잔뜩 끼인 의사가 반갑게 맞아준다. 베르가는 그의 인사를 건성으로 받아넘기곤 자신의 용건부터 꺼냈다. ' 하여튼 높으신 양반들이란. ' 한밤중에 뜬금없는 지시를 내려서 고생은 있는대로 다 시키더니만 치하의 말 하나도 없다. 의사는 내심 불만스럽게 여겼지만 일개 군의관이 사령관의 수석 보좌관에게 투덜거릴수야 없는 일. 그저 속으로 온종일 설사나 해버려라, 하고 소심한 저주를 퍼부으며 질문에 답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 아직 숨이 붙어 있습니다. "


" 아직도? "


" 놀랍게도 그렇습니다. 한번 보시지요. "


의사는 천을 걷어 환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왼쪽 가슴이 내려앉은 상체가 적나라하게 들어난다. 당연한 말이지만 갈비뼈고 장기고간에 멀쩡할 턱이 없었다. 그런데도 환자는 마치 자고 있는 것처럼 편안한 얼굴로 누워 있었다.


" 맙소사, 어젯밤보다 더 쌩쌩해보이는군. 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건가? "


베르가는 기가막힌 얼굴로 혀를 찼다. 도저히 상식적으로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다른 것은 다 기적이라 치더라도 심장이 무사할 수가 없는 상처를 입고도 멀쩡히 살아있다는게 믿겨지지가 않았다.


"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아시다시피 현대 의학의 힘으론 속수무책인 상황이니까요. 그저 사제를 불러서 자연회복력을 붇돋아준게 전부입니다. "


" 하지만 그것만으론... "


" 지금 상황에선 사실상 의미가 없습니다. "


의사는 선선하게 인정했다.


" 신성력이 대단하긴 하지만 결국은 자연회복력을 붇돋아줄 뿐이니까요. 지금 이 환자처럼 내부가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경우엔 오히려 독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뼈나 장기가 뒤섞인 체로 붙어버리거든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슴을 열어서 내부에 고인 피를 제거하고 장기와 뼈의 위치를 바로잡은 뒤, 신성력을 투입하여 치료해야하는데 현재 기술로는 꿈속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


치료는 커녕, 상세를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사제를 불렀다는 의사의 고백을 듣고도 베르가는 탓하지 않았다. 사령관이 ' 최선을 다해 살려보라. ' 는 지시를 내린 이상, 효과야 어찌됐든 뭐라도 해야 나중에 '최선을 다했지만 안됐습니다. ' 하고 변명할 거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해서 정말로 손 놓고 있다간 감히 사령관의 명령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목이 달아날 수 있었다.


" 이해한다. "


" 감사합니다. "


여러가지 의미가 함축된 베르가의 대답에 의사는 고개숙여 감사를 표했다. 사령관의 최측근이 사정을 알아줬으니 최소한 누가와도 죽을 환자 때문에 억울하게 죽을 위험은 없어진 셈이다. 그래서인지 의사의 목소리가 한결 홀가분하게 들렸다.


" 그나저나 이게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군. 효과가 없을 조치를 취했는데도 효과가 있다라, 혹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신성력의 새로운 효능이라도 있는건가? "


베르가의 중얼거림에 의사는 고개를 저었다.


" 그럴리는 없습니다. 신성력에 대한 연구는 옛날 옛적에 마무리된 것이니까요. 환자의 상세가 호전된 것은 신성력과 관계없이 다른 이유로 호전된 것이거나 자연회복력이 상승하면서 환자가 본디 지니고 있던 어떤 힘이 활성화되어 이런 결과가 나왔을 것입니다. "


" 어떤 힘? "


" 타고난 초능력 같은 거겠죠. "


" 그럴듯하군. "


베르가는 의사의 예상에 수긍했다. 초능력이라면 설명하지 못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원리상 마법의 일종이라 분류되긴 하지만 초능력은 아직 비밀이 많은 신비한 능력이다. 술사의 의지와 상관없이 치명적인 손상을 입은 술사의 몸을 서서히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초능력이 없으리란 법은 없다.


" 자세한 능력을 모르니 소생할 것이라 단정하긴 이르지만 기다려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


베르가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죽을 것을 전제로 준비를 하긴 했지만 아르모어가 살아날 수 있다면 그 쪽이 가장 좋다. 뭐니뭐니해도 그 천지분간 못하는 망할 공녀를 시원하게 두들겨패준 녀석이 아닌가. 살릴 수 있다면 살려내고 싶은게 사실이었다. 당분간 지켜보기로 마음먹은 그는 의사에게 수고하라고 일러준 뒤 방을 나섰다.



***




동이 터오는 창 밖을 보며 베르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사이비 기사가 아니라면 지금쯤 눈을 떠서 아침 단련을 나갈 준비를 할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공녀가 나가지 못하도록 막아두라고 지시해뒀지만 베르가는 그게 효과가 있을거란 희망찬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 사령관도 짜증난다고 치는 미친년이 하인 말을 곱게 들을리가 있나. '


물론, 자신의 말이라고 잘 들어줄 것 같진 않았지만 명령을 받은 이상, 어떻게든 해볼 수 밖에 없었다. 빠른 발걸음으로 공녀의 방에 도착한 베르가는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담당 하녀에게 물었다.


" 공녀님 일어나셨나? "


" 예. 10분 정도 전에 일어나 계십니다. "


"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으시던가? "


" 네. 일어나자마자 아침 단련을 하러 가신다고 하시는 것을 만류했습니다. "


" 별일이군. "


공녀가 사람 말을 얌전히 들어먹다니 의외였지만 덕분에 늦지 않았으니 잘 된 일이다. 베르가는 지시를 충실히 이행한 하녀를 치하하고 자신을 방문을 알리게 했다.


똑똑.


" 수석 보좌관님이 뵙기를 청하십니다. "


하녀는 공손히 문을 두드리고 베르가의 방문을 알렸지만 어찌된 셈인지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거절을 하든, 승낙을 하든 무언가 반응이 있어야 하는데 한참이 지나도 대답이 없자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베르가는 하녀에게 지시했다.


" 열어라. "


" 예? 하지만 허락없이 귀부인의 방에 들어가는 것은... "


" 상관없다. 열어라. "


예법상 목이 달아나도 할말없는 일이었기에 하녀는 크게 당황했지만 이미 짚히는데가 있던 베르가는 무표정한 얼굴로 다그쳤다. 결국, 높으신 양반의 지시에 반하지 못한 하녀는 불안불안한 태도로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덜컥!


" 역시나... "


베르가의 예상대로 방 안은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여기서 나갔을까? 정문을 통하지 않고 나갈 수 있는 길이라곤 창문으로 뛰어내리는 것 밖에 없는데 방어용 탑에 위치한 이 방은 높이가 족히 15미터는 되었다.


' 이만하면 아무리 기사라도 무사히 착지한다는 보장이 없는데... '


머리부터 떨어지지 않는 이상 죽지야 않겠지만 어디 한군데 부러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렇게되면 신성력을 들이붓더라도 최소한 닷새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을 것이고 하루 퇴보하는 것을 막으려다가 5~7일을 말아먹는 꼴이 되기 십상이었다.


' 공녀가 아무리 멍청해도 그걸 모를 리가 없는데. '


의문을 품고 창 밖을 내려다본 베르가는 할말을 잊었다. 외적의 침입을 대비해 잡고 올라올 곳이 없도록 매끈매끈하게 마감한 탑의 벽면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던 것이다. 크기와 흔적을 보아하니 발끝으로 벽을 부숴서 디딜 곳을 만든 것 같았다.


" 이런 미친! "


베르가의 입에서 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얼굴 전체가 시퍼렇게 멍든데다 심하게 부어올라 부모라도 얼굴을 알아보기 힘든 상태였으니 누가 알아볼 일이야 없겠지만 생각없는 공녀가 자기 신분을 밝히고 다닌다면 일이 난감해진다.


' 최대한 빨리 데려오는 수 밖에! '


다행히 어디로 갔을지는 대강 짐작이 갔다. 10분 정도 전에 일어났다고 했으니 서두르면 따라잡을 수도 있었다. 한시가 아까웠던 베르가는 주저없이 창 밖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나 너무 서둘렀던 그는 방 안에 장식되어있던 예장용 갑옷의 투구가 사라졌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작가의말

늦은 연재 속도!

짧은 연재 분량!

영양가 없는 내용!

 

퍼펙트!

 

이제 욕먹을 일만 남았구나

이 작품은 어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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