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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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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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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3,055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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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41,677

작성
16.09.25 13:51
조회
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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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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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81화

DUMMY

거대한 충격파가 대기를 뒤흔들었다. 지독한 지진이라도 덮친 것처럼 천지가 요동친다. 아공간 속에서 일어난 일이라 망정이지 바깥이었다면 여파만으로 대도시 하나 둘쯤은 우습게 지워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 큭... "


그토록 강력한 공격을 정통으로 얻어맞고도 목표물인 청기사는 흠집 하나 없이 멀쩡했다. 흑기사의 투창이 근접한 순간, 반투명한 마력장이 뿜어져나와 기체를 보호했던 것이다. 창은 맹렬히 회전하며 마력장을 뚫으려고 했지만 30%도 채 뚫지 못하고 힘이 다해 멈춰섰다. 그러는 동안 알버트는 흉갑을 활짝 열고 여유있게 청기사에 탑승했다. 곧이어 흉갑이 닫히고 마력장이 사라지면서 지지대를 잃어버린 창이 바닥에 떨어졌다.


쿵!


그것을 짓밟아 부수며, 푸른 거인은 당당한 걸음걸이로 아공간을 빠져나왔다. 이로서 흑기사의 승부수는 완전히 무위로 돌아가버렸다. 바티용의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 틀린건가... 아니, 아니야. '


그는 약해지려는 마음을 단단히 다잡았다. 모든 『기사』의 능력치 총합은 동일. 그 이상의 힘을 끌어다 쓰려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한다. 즉, 성능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것은 곧 비정상적으로 높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 버티자. 버티다보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 '


다행히 흑기사는 버티기에 제법 일가견이 있는 기체였다.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무난한 자세를 취한 채, 적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 거기까지 해두지. "


청기사가 움직이려던 순간, 초능력으로 증폭된 테오도르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알버트는 행동을 멈추고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돌아섰다. 반면, 바티용은 여전히 시선을 적에게 고정한 채, 청각만을 그쪽으로 돌렸다. 그래도 어쨌거나 싸움을 중지시키고, 주의를 자신에게 돌린다는 목적은 달성했으므로 테오도르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 어차피 결과가 나온 싸움인데 굳이 피를 볼 것까진 없잖아. "


" 하, 개소리 지껄이지마라. 그는... "


" 당신의 누나를 죽였지. 하지만 딱히 되돌릴 수 없는 일도 아니잖아. 안 그래? "


테오도르는 그렇게 말하면서 검지손가락으로 자신의 뒷통수를 톡톡 건드렸다. 그 의미심장한 언행에 알버트는 잠시 침묵을 지켰지만 이내 냉랭한 목소리로 받아쳤다.


" 그래, 원수를 갚고 나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지. "


청년이 뜻을 꺾지 않자 왕자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별 수 없다는 듯, 어께를 으쓱해보이고는 말했다.


" 정히 그래야만 하겠다면 마음대로 하도록 해. 하지만 장담하건데 그 알량한 복수심을 채우기 위해 치러야 할 값이 결코 싸지는 않을걸. 돌아온 후작이 전후사정을 알게되면 네 뺨을 왕복으로 후려갈길거라는데 내 왕위 계승권을 걸지. "


" ..... "


다시 한번 알버트의 입이 다물어졌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그의 말이 옳았기 때문이다. 흑기사는 우수한 기체고, 그 파일럿인 바티용도 뛰어난 기사다. 이기기야 하겠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이미 두 번이나 치명상을 치료하면서 적지 않은 대가를 지불했다. 추가적인 지출은 가급적 피하는게 현명했다. 소원을 이뤘다고해서 그의 인생이 끝나는건 아니기 때문이다.


" 쯧. "


계산을 마친 알버트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잔뜩 찌푸린 얼굴로 혀를 찼다. 그러나 감정이 시키는대로 움직이기엔 걸린 것이 너무 많았다. 어차피 테오도르의 말마따나 되돌릴 수 있는 일 아닌가. 비록 속은 좀 쓰리지만 싸우지 않고 넘어가는 쪽이 정답이었다.


" 틀린 말은 아니로군. 당신들이 『기사』를 포기한다면 나도 알레크의 이름에 맹세코 당신들에게 해를 입히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


" 현명한 선택이야. "


청기사의 동의를 받아낸 테오도르는 흡족한 얼굴로 그의 선택에 찬사를 보내고는 흑기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바티용은 기다렸다는 듯이 거절의 뜻을 내비쳤다.


" 왕자님에겐 죄송합니다만, 저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


" 뭐, 경이라면 분명 그렇게 말할거라 생각했어. "


그의 결연한 대답에 테오도르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 하지만 말이야... " 하고, 설득을 이어나갔다.


" 단언컨데 경은 지금의 청기사를 이길 수 없어. "


"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


바티용은 그런건 싸워봐야 알 일이라고 단호하게 대답하려다가 도중에 마음을 바꾸어 그에게 되물었다. 테오도르는 본디 장담이나 단언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가 이렇게까지 말할 때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였다.


" 내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왔다는건 경도 알고 있겠지. "


" 그렇습니다. "


처음 들었을 때에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지만 그의 행적을 곁에서 지켜본 지금은 부정할 생각조차 들지 않는,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것과 이것이 무슨 상관일까?

바티용의 의문을 뒤로한 채, 테오도르는 사라진 과거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 본래의 역사에서 나는 실패했어. 『소원의 열쇠』 따윈 보지도 못하고 동료에게 배신당해 죽었지. 그때부터 줄곳 마음에 걸리는 의문점이 한 가지 있었어. "


그는 그렇게 말하며 검지손가락을 펼쳐보였다.


" 나는 왜 배신당한걸까? "


그때 『기사』들은 서로를 배신할만한 이유가 전혀 없었다. 모두가 힘을 합쳐도 넘을 수 있을까 말까한 대적(大敵)을 눈앞에 두고, 굳이 내분을 일으켜 아군의 전력을 깎아먹는 짓은 자폭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니까.

물론, 도저히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서 아군을 배신하고 적과 손을 잡는다는 선택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인류를 거의 다 몰살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아예 씨를 말리려고 하는 상대를 어떻게 믿고 손에 쥔 패들을 다 털어버릴 수 있단 말인가?


" 이런저린 이유들을 생각해봤지만 가설의 영역을 넘어설 순 없었어. 아무리 그럴싸한 이야기라도 뭐 어떻게 검증할 방법이 없었거든. 그런데 방금 그 답이 나왔어. "


그는 청기사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 청기사의 능력, 그건 파괴한 『기사』의 힘을 흡수하는거지? "


마법으로 증폭된 목소리가 대사막에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들리지 않았을 리가 없는데도 청기사는 이렇다할 대답 없이 침묵을 유지했다. 그러자 테오도르는 마치 범인을 추궁하는 것처럼 조목조목 근거를 말했다.


" 백기사에서 튕겨나갔을 때만 해도 넌 과다출혈로 죽어가고 있었어. 그런데 청기사를 다시 얻고 난 뒤 갑자기 혈색이 돌아오면서 되살아났지. 또 맨몸으로 흑기사와 무기를 맞부딛쳤을 때도 틀림없이 치명상을 입었었는데 돌아서니 멀쩡하더군. 내가 아는 한, 그런 일이 가능한건 은기사의 능력 밖에 없어.

또 맨몸으로 흑기사를 상회하는 힘을 내기도 했지. 비록 몸이 버티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휘두른 힘 자체는 의심할 여지없이 『기사』 수준이었어. 그건 백기사의 능력으로 청기사의 힘을 소유자에게 배분한 것 아니야? "


그는 청기사의 반응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 그렇다면 우리를 배신한 이유도 자연스럽게 납득할 수 있게 되지. 흡수률이 50%만 되어도 종합 능력치가 2배로 뛸테니까. 강력한 적 하나를 상대하기에는 나약한 『기사』 셋보다 그쪽이 확실히 유리해. "


"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립니다! "


가만히 듣고 있던 바티용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투로 소리를 지르며 끼어들었다. 그러나 무어라 더 말하기도 전에 테오도르는 다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바닥을 들어 그의 발언을 가로막았다.


" 경은 그런 강력한 능력이 허용될 리 없다고 생각하는거지? "


" .....그렇습니다. "


바티용은 고개를 끄덕였다. 테오도르가 말한 대로라면 한 기만 흡수해도 1:1로는 답이 안보이지 않는 괴물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기사』 수준의 싸움에서는 5~10% 정도의 격차만 있어도 체감상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그런 판국에 50%의 격차라고? 나머지 세 『기사』가 전력을 다해 협공하더라도 이길 확률보다 질 확률이 훨씬 높을 것이다. 그런 말도 안되는 능력이 허용될 리가 없다고, 그는 확신했다.


" 하지만 잘 생각해봐. 흡수라는건 최소 1기의 『기사』를 파괴하지 못하면 아무런 효과도 없는 능력이라고. 게다가 성공했을 때의 효과가 큰 만큼 비용도 결코 만만치 않을거야. 무슨 뜻인지 알겠어? "


" 아... "


" 더군다나 경도 잘 알다시피 『기사』의 제작자들이 생각한 쟁탈전이라는건, 커다란 경기장 같은데에다 『기사』들을 한데 모아놓고 벌이는 단판 승부였어. 그 난장판에서 능력치를 상당부분 깎아먹은 『기사』로 100% 성능을 발휘하는 다른 『기사』를 파괴해야 겨우 효과가 발동되는 능력이 과연 규칙에 위배될 정도로 대단한 능력일까? "


바티용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제 아무리 효과가 뛰어나도 전제 조건이 저 따위여서야 도저히 좋은 능력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지불해야 하는 비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렴해봤자 도박, 비싸면 쓰레기다. 파일럿에 대한 엄청난 신뢰가 없으면 채택은 커녕, 고려 대상에도 올라가지 못할 수준의 능력이 규칙에 걸릴 리가 없었다.


" 조잘조잘, 조잘조잘, 그놈의 설명 좋아하는 기질은 죽어도 안 고쳐지는군. "


테오도르가 다시 입을 열려던 순간, 알버트가 침묵을 깨고 비아냥거렸다. 그리고는 흑기사를 향해 최후의 통첩을 날렸다.


" 자, 이걸로 필요한 이야기는 다 들었겠지. 승산없는 싸움에 쓸데없이 목숨을 내다 버릴 것인가, 얌전히 『기사』를 포기하고 물러날 것인가. 선택해. "


작가의말

이번에도 어김없이 좀 많이 늦었습니다.


그 동안 흘려놨던 의문점을 설명충의 입을 빌려서 싹 해결하고 싶었는데 이야기 흐름상 너무 어색하게 되버려서 이리저리 고민하다가 결국 쳐버리고 말았네요.


어차피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고 보다보면 대충 짐작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니까 그냥 맥거핀이란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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