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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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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조회수 :
622,753
추천수 :
8,717
글자수 :
1,341,677

작성
16.06.11 01:08
조회
439
추천
5
글자
7쪽

70화

DUMMY

첫번째 공격이 막히자 비센나는 부드럽게 스텝을 밟아 아르모어의 좌측으로 돌아갔다. 아르모어도 그녀를 따라 좌측으로 움직이면서 대치했다. 그렇게 서로 경계하면서 반바퀴쯤 돌았을 때,


부웅!


갑자기 아르모어의 배후에서 강맹한 일격이 날아왔다. 어느새 돌아온 테오도르가 공격해온 것이다. 비센나가 빙빙 돌면서 시간을 끌었던건 바로 이걸 위해서였다.

정말 읽기 힘든 기습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아르모어에겐 사각(死角)이라는게 없다. 그는 가볍게 왼쪽으로 움직여 공격을 피했다.

비센나가 움직인건 바로 그때였다. 그녀는 아르모어가 피하는 방향으로 재빨리 따라가 오른손의 단검을 휘둘렀다.


카드드드득!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서 전사와 대치하고 있는데 아르모어라고 대비하지 않을 리가 없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푸르스름한 장벽이 튀어나와 그의 상체를 보호했다. 한발 늦게 도착한 칼끝이 장벽의 표면을 긁고 지나간다.


우웅...


그 사이, 아르모어의 오른손에 대량의 마나가 모여든다. 빛나는 푸른 구체가 비센나의 가슴팍에 겨눠진다. 그러나 그것이 발사되는 일은 없었다.


카각!


마음을 다잡은 알버트와 테오도르가 좌우에서 함께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장검과 대검의 무거운 일격이 머리를 쪼갤 기세로 떨어진다.

아르모어는 반격을 포기하고 손에 모인 마나를 좌우로 갈라 새로운 방벽을 형성했다. 두 사람의 검은 방벽을 베지 못하고 멈춰섰다. 그 사이 유일하게 비어있는 후방으로 몸을 날려 포위망을 빠져나간다.


타탓, 부웅!


다시 거리를 벌리도록 가만히 내버려둘 비센나가 아니다. 그녀는 아르모어의 발이 지상에 닿기도 전에 따라잡아 목덜미에 단검을 쑤셔박았다.

미처 방벽을 만들 틈도 없이 날아온 치명적인 추격타에 아르모어는 어쩔 수 없이 자세를 포기하고 허리를 한껏 뒤로 당겨 공중에서 드러누웠다. 칼끝이 아슬아슬하게 턱 위로 지나간다. 곧이어 무릎을 굽힌 채, 다리를 가슴팍까지 끌어올렸다.


퍼억!


그러자 그의 두 무릎이 추가타를 넣으려던 비센나의 턱에 틀어박혔다. 상대가 마법사라고 너무 안일하게 들이댄 대가였다. 불이 번쩍하는가 싶더니 눈앞이 캄캄해지고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다. 만취한 사람처럼 휘청거리는 그녀의 목덜미에 날카로운 고드름이 날아든다.


" 어딜! "


뒤따라온 알버트가 대검을 쭈욱 내질렀다. 그의 키보다도 긴 대검이 둘 사이의 거리를 순식간에 지워버린다. 그 탓에 방벽을 만들 시간적 여유가 사라진다.

이대로라면 비센나는 죽일 수 있을지 몰라도 자신 역시 치명상을 입는다는 결론을 내린 아르모어는 공격을 포기하고 뒤로 훌쩍 물러나 대검을 피했다.


" 괜찮아? "


기회를 놓친 아르모어는 다시 거리를 벌리기 위해 뒤로 연달아 점프했고 테오도르가 그를 쫒았다. 그 사이, 비센나에게 다가간 알버트가 비틀거리는 그녀를 부축하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 괘, 괜찮아. 골이 좀 흔들린 것 뿐이야. 금방 괜찮아질테니까 신경쓰지 말고 어서 가. "


알버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비센나는 남을 안심시키려고 자기 몸 상태를 속이는 사람이 아니라는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괜찮다면 정말로 괜찮은 것이다. 그는 한층 가벼워진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싸움이 벌어지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


쾅! 쾅! 쾅! 쾅쾅!


바닥에서 차례차례 얼음창이 솟아오른다. 예측하기도 어렵고, 위력도 강력한데 근거리 공격 판정이라 AMF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이 악랄하다. 용캐도 이런걸 피했다며 테오도르는 내심 비센나에게 감탄했다. 그로서는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재주다.


떠엉!


얼음창이 그의 복부를 강타한다. 어찌나 세게 부딛쳤는지 반발력을 이기지 못한 창이 산산히 부서진다. 그러나 테오도르를 감싼 갑옷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충격을 흡수하여 사용자에게 가는 데미지를 0에 가깝게 줄여버렸다.


' 피할 재주가 없으면 몸으로 떼울 수 밖에. '


테오도르는 마치 전차처럼 빗발치는 마법들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일직선으로 내달렸다. 사지, 몸통, 심지어 머리까지, 어디를 맞춰도 속도조차 늦출 수 없다. 그야말로 마법사의 악몽. 비센나가 힘들게 이뤄낸 접근을 단순히 달리는 것만으로 이뤄낸다.


쿠웅!


마침내 검의 사정거리까지 거리가 좁혀졌을 때, 또다시 바닥에서 무언가가 솟아올랐다. 이미 마법을 열번 넘게 몸으로 떼운 테오도르는 이번에도 갑옷의 방어력을 믿고 무시했다. 어차피 맞아봐야 별 것 없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 윽!? "


이번에 튀어나온 것은 가느다란 얼음창이 아니라 팔라우 궁의 기둥만큼이나 굵고 거대한 얼음 기둥이었다. 애시당초 끝이 뭉툭한 원형 기둥이고, 또 뾰족하다한들 갑옷이 뚫리지는 않았겠지만 이놈의 기둥이 끝을 모르고 계속 길어진다는게 문제였다.


100m, 200m, 400m, 1000m...


' 이런, 이대로라면 큰일나겠어! '


순식간에 하늘 저 높이 밀려올라온 테오도르는 점점 올라가는 속도가 빨라진다는걸 깨닫고 기겁했다. 벌써부터 공기 저항을 받아 등판이 뜨끈뜨끈한데 이대로 속력이 계속 올라간다면 추락은 둘째치고 갑옷 안에서 익어버릴 판이었다.


" 쳇. "


그는 강한 중압이 걸리는 와중에서도 힘을 내어 몸을 오른쪽으로 굴렸다. 기둥에서 굴러떨어진 그의 몸이 드넓은 창공 한복판에서 자유낙하하기 시작한다. 체감상 기껏해야 2~3초 정도 날려간 것 같은데 대체 얼마나 빨랐던건지 육안으론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도저히 파악할 수가 없었다.


' 아, 저쪽은 잘 보이는군. '


예외적으로 『기사』들이 싸우는 모습만큼은 그 엄청난 스케일 덕분에 잘 볼 수 있었다. 『기사』 자체는 너무 빠르고 멀어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 여파로 일어나는 일들은 아주 생생하게 잘 보였다.


' 일찌감찌 주제파악해서 다행이야. 저런 판에 내 적기사 같은게 끼어들었다간 1초도 못 버티고 고철이 될거야. 뭔가 계속 활발하게 터져대는걸 보면 저쪽은 아직 괜찮아보이는군. '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자신의 현명함에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아르모어와 싸우는 동료들 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 문제는 우리 쪽인데... 설마 그새 누구 하나 죽은건 아니겠지? '


쌍둥이들이 가짜에게 발목이 잡혀있는 지금, 아르모어를 직접 상대하는 것은 비센나와 알버트 뿐이다. 그나마 비센나가 멀쩡했다면 쉽게 당하지는 않겠지만 그녀는 급소인 턱을 강타당해 정상이 아닌 상태였다.


' 젠장, 내가 이리 허무하게 무력화되면 안되는 거였는데... '


알버트 혼자서 놈을 감당해낼거라곤 생각하기 어렵다. 최악의 경우, 둘 다 각개격파 당해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와서 과거의 방심을 후회해본들 별 수 없었다. 그저 애타는 마음으로 어서 지상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


작가의말

메인탱이 혼자 까불다가 3분짜리 에어본 당하는 대참사 발생.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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