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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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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조회수 :
623,060
추천수 :
8,717
글자수 :
1,341,677

작성
16.06.06 16:26
조회
434
추천
7
글자
12쪽

69화

DUMMY

서걱!


벼락처럼 내리꽃힌 대검이 모래 의자를 가르고 바닥에 박혔다. 거기에 앉아있던 아르모어도 정수리부터 깔끔하게 두쪽으로 갈라졌다.


" 해, 해냈다...? "


너무나도 간단히 성공했기에 그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갈라진 의자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당장이라도 놈이 태연한 얼굴로 돌아볼 것 같았지만 아무리 경계하며 지켜봐도 움직임은 없었다. 마침내 그가 정말로 죽었다는 확신이 들자 뒤늦게 해냈다는 성취감과 기쁨이 밀물처럼 몰려왔다.


" 해냈다! 해냈어! 내가 백기사를 잡았다고! "


그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방방 뛰면서 고함을 질러댔다. 주택가 한복판이었다면 경찰에게 끌려가도 할말 없을만큼 시끄러웠지만 그의 환호성은 더 큰 소음에 묻혀 누구에게도,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조차 들리지 않았다.


" 어...? "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은 알버트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쌍둥이들은 여전히 무언가와 싸우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시선을 멀리 『기사』들이 싸우고 있는 곳으로 향한다. 그곳에서는 여전히 경천동지할 싸움이 계속되고 있었다.


" 어째서...? "


백기사의 소유자는 죽었다. 그러므로 최소한 『기사』들의 싸움은 끝났어야 옳았다. 소유자를 잃어버린 『열쇠』는 단독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싸움이 끝나지 않는다는건 정보가 잘못됐거나...


" 젠장! "


떠엉!


알버트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대검을 다시 휘둘렀다. 그러나 기세 좋게 휘두른 횡베기는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혔다. 소유자에게 돌아가야 할 반발력을 대신 흡수한 검신이 바스라지고, 거의 동시에 전송된 새로운 칼날이 빈자리를 매꾼다. 그리고, 반으로 갈라졌던 아르모어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돌아섰다.


최악이다.


무슨 짓거리를 했는지 몰라도, 세로로 동강났을 살인마의 육신은 상처 하나 없었다. 심지어 앉아있던 의자조차 흠집하나 없이 멀쩡했다.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알버트가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검의 마법으로 증폭시킨 신체 능력과 물리 공격력 뿐이었다. 다른 재주는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그것이 먹히지 않는다.


' 그럼... 나는... 어떻게해야....? '


페닉에 빠져있는 그의 가슴팍에 어느새 아르모어의 오른손이 닿아있었다. 기껏 후작이 신경써서 걸어준 AMF 목걸이가 허무하게 무력화되는 순간이다.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면서 아차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파샥!


아르모어의 손바닥에서 날카로운 얼음 결정이 수십개나 솟아나왔다. 갑옷은 커녕, 기간트의 장갑판조차 종잇장처럼 찢어버릴 수 있는 위력적인 공격이다. 그러나, 그 대단한 공격을 퍼붓는 손은 적의 가슴이 아니라 하늘을 향해 들어올려져 있었다.


퍼억!


마법이 발동되려는 찰나, 난데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비센나가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켜 아르모어의 오른손을 걷어차버린 것이다.

덕분에 알버트는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지만 그 대가로 비센나는 등판부터 착지하는 고통을 감내해야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그대로 즉사했을 충격이었지만 초인적인 신체 능력을 지닌 비센나는 거뜬히 버텨냈다. 그러나 다시 일어나기까지 약간의 빈틈이 생기는 것만큼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퓨슉!


아르모어는 그 절호의 찬스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 비센나가 누워있던 모래바닥에서 별안간 날카로운 얼음창이 수십개나 솟아오른다.


" 흥! "


비센나 스스로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그야말로 절묘한 타이밍의 공격이었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어느새 지상으로 내려온 붉은 갑주의 기사가 비센나의 발을 잡고 확 잡아당겼기 때문이다. 한발 늦게 솟아오른 얼음창은 이렇다할 성과없이 애꿏은 허공만 가르고 말았다.


" 어림없어! "


붉은 기사, 무장을 갖춘 테오도르는 호기롭게 외치며 구해낸 비센나를 그대로 아르모어에게 던져버렸다.

아르모어는 그대로 요격해버리려 했지만 비센나가 날아오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이미 늦었다고 판단한 그는 요격을 포기하고 회피를 선택했다.


휘리릭!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비센나는 공중에서 앞으로 구르듯이 회전했다. 그녀의 오른발이 도끼처럼 날카롭게 떨어져내린다. 그러나 아르모어가 피하는게 조금 더 빨랐다. 간발의 차이로 빗나간 뒷꿈치가 허공을 가른다.


쉬익!


그 순간, 비센나는 아르모어가 피한 방향으로 왼팔을 떨쳤다. 그러자 소매속에서 단검 하나가 튀어나와 쏜살같이 쏘아져나갔다. 불과 몇분전에 단검을 던졌다가 죽을뻔했다는걸 생각하면 놀랄만큼 대범한 행동이었다.


우웅...


또다시 아르모어의 주변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일직선으로 날아가던 단검은, 돌연 궤도를 아래쪽으로 꺾더니 아르모어의 발치 근처의 바닥 깊숙히 틀어박혔다. 곧이어 모래 속에 파묻힌 검신이 푸른 색으로 빛나더니 마치 바위에 박아놓은 것처럼 단단히 고정되었다.


촤르르르륵!


소매 안쪽의 기계장치가 작동하면서 단검의 꽁무니에 붙여두었던 줄이 빠르게 되감기기 시작한다. 그에 따라 아직 바닥에 닿지 않은 비센나의 몸이 단검이 있는 곳, 아르모어의 발치를 향해 화살처럼 날아갔다.


쾅!


바닥에서 튀어나온 얼음 기둥이 비센나의 가슴팍을 향해 솟구친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하체를 끌어당긴 뒤, 날카로운 기둥 끝 주변의 각진 부분을 밟고 도약했다. 놓치지 않겠다는 듯, 두번째, 세번째 기둥이 연이어 솟아올랐지만 그녀는 같은 수법으로 침착하게 위기를 빠져나왔다.


콰쾅!


마침내 아르모어의 지척까지 도달했을 때, 이번에는 아래쪽이 아니라 좌우에서 두 개의 얼음 기둥이 옆구리를 노리고 솟구쳤다. 아무 디딜 것 없이 허공에 떠 있는 비센나로선 피할 도리가 없다.


촤르르르륵!


그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비센나는 왼팔에 숨겨둔 기계에 마력을 흘려보내 줄을 빠르게 감아들였다. 그녀의 몸이 지상을 향해 빠르게 곤두박질치고 목표를 놓친 얼음 기둥들은 자기들끼리 부딛쳐 부서졌다.

비센나의 착지점, 단검이 박힌 자리는 여전히 아르모어의 발치였다. 피하는 대신 요격을 선택한 그는 마법을 부리느라 움직일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제와서 피해봐야 늦었다. 이미 근접전은 확정이다. 비센나의 입가에 투쟁심으로 일그러진 미소가 떠오른다.


휘이이잉...!


아르모어는 피하지 않았다. 그 대신 반경 30m 안의 공기를 순간적으로 분해하여 막대한 마나를 만들어냈다. 주변의 공기들이 빈 자리를 메꾸기 위해 몰려들고 강풍에 모래가 휘날려 시야가 급속도로 흐려진다.

지독한 모래먼지 속에서도 비센나는 보았다. 불길하게 번쩍이는 시퍼런 마나광을. 사람 몸뚱아리보다 크던 마나 덩어리는 한순간 콩알만한 크기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막 바닥에 내려서는 비센나를 향해 천천히 날아갔다.

그것은 고도로 압축된 마나 덩어리였다. 아르모어의 손을 떠난 구체는 서서히 팽창하다가 비센나의 코 앞에 도달하자 더 이상 내부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폭발했다. 그 모습을 목격한 비센나의 눈동자에 '죽음' 이라는 두 글자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


구체에서 뿜어져나온 대량의 마나 입자가 주변을 새파랗게 물들였다. 이 작은 폭군들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것은 무엇이든 무자비하게 짓밟고 지나갔다. 소음이 잦아들고, 서서히 세상이 본래의 색을 되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비센나의 앞을 지키고 선 붉은 장벽이 모습을 드러냈다.


" 가호. "


그것은 방어막을 앞세운 테오도르였다. 기습을 위해 조용히 다른 방향으로 파고들던 그는 비센나가 위기에 빠진걸 보자 미련없이 공격을 포기하고, 그녀를 지키는 쪽을 선택했다.


" 으아아아아아아! "


동시에, 아르모어의 좌측에서 알버트가 비명에 가까운 기합을 내지르며 돌진했다. 그야말로 나 죽여줍쇼, 하고 광고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바보짓이다. 다음 공격을 위해 마나를 정제하고 있던 아르모어의 시선이 알버트 쪽으로 향한다.


" 뭐하는거야! 피... "


테오도르는 답답한 마음에 고함치던 비센나의 어께를 아플 정도로 꽉 쥐었다. 무슨 짓이냐고 항의하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이 날아온다.


" 괜찮아, 문제없어. "


그는 그 무시무시한 눈빛을 무덤덤하게 받아내면서 거의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나직히 말했다. 그리고는 자신들에게서 시선을 뗀 아르모어를 향해 눈짓했다.


콰앙!


아르모어가 쏘아보낸 마나 구체가 일직선으로 돌진해오던 알버트에게 직격했다. 아까보다는 못하지만 사람 하나 죽이기엔 차고 넘치는 폭발이 청년을 집어삼켰다. 폭연이 걷히자, 그가 있던 자리엔 움푹 파인 구덩이만이 남았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그 사실을 깨달은 아르모어는 즉시 두 개의 마나 구체를 더 만들었다. 왼쪽의 구체가 저절로 움직여 후방으로 날아간다.

또다시 폭음.

뒤쪽에서 조용히, 그러나 맹렬하게 달려오던 또 하나의 알버트가 폭발에 휩쓸려 사라진다. 이번에도 가짜. 남은건 아무것도 없다.

진짜는 어디에 있을까? 하고, 생각하던 그의 시야에 어느새 지척까지 접근한 테오도르의 시뻘건 갑주가 포착됐다.


콰앙!


남은 하나의 구체가 즉시 테오도르에게 날아가 폭발했다. 고압 마나의 폭발은 얼핏 마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단순한 물리 공격으로 항마력을 완전히 무시한다. 그럼에도 무장을 갖춘 『기사』의 소유자를 해치기엔 역부족이다. 테오도르는 멀쩡한 모습으로 폭연을 뚫고 나왔다.


부웅!


새빨간 마나 입자들이 몰려들어 장검을 이룬다. 테오도르는 그것을 양손으로 단단히 붙잡고 적을 향해 몸을 날리며 체중과 속도를 한껏 실어 휘둘렀다. 그야말로 뒤를 생각하지 않는, 멧돼지처럼 무식한 공격이었다.


' 상관없어! '


다른 『기사』와의 싸움에서 이딴 짓을 했다가 적이 피해버린다면 그대로 배후를 잡혀서 치명타를 맞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비센나가 싸우는 모습에서 짐작컨데 아르모어는 완전히 마법사였다. 그리고 그에게는 어떤 마법을 맞아도 거뜬히 버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것은 근거없는 자신감이 아니다. 비록 다른 『기사』들과 비교하면 약하다곤 하나, 그의 갑옷이 제공하는 방어력과 항마력은 엄연히 상식의 영역을 벗어나고 있었다. 어지간한 대마법에 맞아도 ' 괜찮아! 버텨냈어! ' 하고 웃을 수 있는 강력한 가호가 그와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파앙!


아르모어는 앞서의 두 개보다 훨씬 작은 마나로 구체를 만들고 옆으로 펄쩍 뛰면서 바닥에 구체를 쏘았다. 그러자 작은 폭발이 일어나 그의 몸을 보다 빠르게 밀어냈다. 칼날이 아르모어의 앞머리를 몇 가닥 끊고 지나간다.

테오도르의 공격은 그것으로 끝. 너무 기세 좋게 돌격한 나머지 그의 몸은 공격이 끝났음에도 멈추지 않고 한참이나 더 앞으로 날아갔다. 이래서야 애써 공격한 보람도 없이 말짱 도루묵이었다.

어디까지나 그가 혼자였다면, 말이지만.


" 하압! "


테오도르가 강렬한 존재감으로 아르모어의 시선을 붙잡아 둔 사이, 소리없이 접근한 비센나가 막 바닥에 내려서는 아르모어에게 단검을 내질렀다.


카앙!


아르모어는 순간적으로 마나를 모아 엄지손톱만한 방패를 만들었다. 비록 마나량 자체는 많지 않았지만, 고도로 압축된 방패는 너끈히 칼끝을 막아냈다. 그러나 마법사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전사와의 근접전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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