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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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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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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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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15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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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6화

DUMMY

모래 기간트들은 숫적 우위를 활용해 전투 8팀을 순식간에 박살내고 공중도시를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올랐다. 대기 중인 전투팀이 보내오는 영상을 통해 그것을 확인한 테오도르는 즉시 남은 12개 전투팀을 모두 내보내면서 당부했다.


" 이기지 못해도 상관없으니까 다들 무리하지 말고 1초라도 오래 버티는데 주력해줘. "


" 알겠습니다. "


" 야, 빨간놈. "


인형의 무미건조한 통신이 끝나기가 무섭게 은기사가 통신을 걸어왔다. 아까 전에 보았던 추태를 생각하자 그녀의 건방진 말투가 2배쯤 한심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어쨌거나 『기사』는 큰 전력이다. 적어도 백기사에게 얻어맞아 줄 방패 정도는 된다. 왕자는 어른답게 비웃어주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차분하게 대답했다.


" 예, 말씀하시지요. "


" 우리 지금 내려가야 되는거 아냐? "


백기사의 능력은 힘의 이동이다. 있는 힘을 자유자재로 옮기는 것이지 힘 자체는 엄연히 한정되어있다. 즉, 모래 기간트들을 유지하는데 막대한 힘을 쏟고 있는 지금이라면 백기사도, 그 『열쇠』도 평소보다 훨씬 약해져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머리통을 장식으로 달고 있는건 아니었구나, 하고 생각하면서도 테오도르는 부정했다.


" 우리가 지금 내려가면 놈은 힘을 거둬들일겁니다. 일반 기간트가 얼마나 있든 『기사』에겐 위협이 되지 않으니까요. 차라리 놈의 장단에 맞춰주면서 힘을 최대한 소모하게끔 유도하는게 낫습니다. "


" .....알았어. "


은기사의 통신이 끊어졌다. 역시 바보는 아닌 모양이다. 바보짓을 해서 그렇지. 테오도르는 모래 기간트들과 교전에 들어가는 전투팀의 영상을 보면서 조용히 미소지었다.


' 예상 밖의 호재야. '


『기사』 앞에서 일반 기간트 따위는 지푸라기나 다를 바 없다. 미래 기술로 만들어진 100기의 U5-S라고 해도 기껏해야 팔이 약간 뻐근해지게 만드는 정도, 그 이상의 성과는 기대할 수 없었다. 그래도 달리 쓸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안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싶어서 데려온건데 그게 이렇게 큰 성과를 낼 줄이야.


' 아주 단기전으로 끝나지만 않는다면.... '


싸우는 모습으로 추측컨데 모래 기간트의 스펙은 U5-S와 비슷했다. 그런 것을 65기나 만들고, 유지하고, 싸우게 하려면 어떤 수단을 사용하든 막대한 에너지가 소비될 수 밖에 없다. 장담하건데 제 아무리 『기사』라도 웃어넘길 수준은 아닐 것이다.


' 10%? 아니, 20%까지도 소모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


이리저리 궁리하던 테오도르는 통신기를 켜고 미리 준비해두라고 알린 뒤, 모래 기간트들과 전투팀의 주먹을 불끈 쥐고 지켜보았다.


어쩌면 백기사 토벌전의 성패는 이 싸움에 달려있을지도 모른다.


***


투타타타타타탕!


전투는 지루하게 진행되었다. 5인 1조가 되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전투팀은 철저하게 거리를 유지하면서 사격전으로 일관했다. 모래 기간트들도 마총으로 맞대응했지만 U5-S에겐 AMF가 있었기 때문에 총기로는 격추시킬 수 없었다. 즉, 어떻게든 근접전으로 몰고가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것이다.


위이이이잉!


아군의 엄호를 받으면서 모래 기간트 12기가 가장 앞에 나와있는 전투 9팀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자 전투 9팀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속력으로 상승하여 도망쳐버렸다. 그러는 동안 전투 9팀의 뒤에서 사격하고 있던 전투 11, 12, 13팀도 3 방향으로 찢어지며 거리를 벌렸다. 돌진하는 만큼 거리가 다시 벌어지고 돌진하는 어느새 모래 기간트들을 포위하듯 둘러싼 15, 16, 17팀의 화력까지 더해져 마탄이 사방에서 폭포수처럼 퍼부어진다. 선두에서 돌진하던 모래 기간트 두 기가 미처 요격하지 못한 마탄에 격추당해 부스러지고 나머지 모래 기간트들은 더 이상 돌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는지 지체없이 후퇴했다. 전투팀들도 더 이상 추격하지 않고, 다시금 전투 10팀을 선두에 앞세운 형태로 진형을 재정비했다.


" 주인님, 저 놀다와도 될까요? 보니까 내년 이맘때쯤 오면 될 것 같은데. "


할일없이 그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애냐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비아냥거렸다. 그도 그럴게 모래 기간트 8기를 잃어가면서 벌써 30분째 공격을 퍼붓고 있었지만 막상 적은 한 기도 격추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좀 민망할 법도 하건만, 아르모어는 얼굴에 철판을 깔았는지 도리어 큰소리를 쳤다.


" 거 원래 좀 어려워야 재미가 있는 법이야. "


" 영원히 못 이기는 놀이가 재미있다니 주인님 성격도 참 특이하시네요. "


모래 기간트들의 출력이나 장비는 U5-S와 똑같았지만 AMF가 없고 방어력이 종잇장이나 다를 바 없었다. 이걸로 U5-S를 이기려면 어떻게든 안맞고 근접전으로 몰고가야하는데 3 : 3 수준의 소규모 교전일 때에는 컨트롤로 어떻게든 극복이 가능했지만 대규모 집단 전투가 되어버리자 한계에 부딛치는 모양세였다.

이대로라면 싸우면 싸울수록 아군만 깎여나가다가 결국, 힘만 왕창 소모하고 성과 없이 끝~ 이라는 결말이 훤히 보였다. 그럼에도 아르모어는 뭘 좀 모르는구나, 하는 얼굴로 검지손가락을 좌우로 까딱까딱거렸다.


" 에이, 그렇게 성급하게 굴지 마. 이제 겨우 7트 정도잖아. 원래 10트는 해야 아, 이제 패턴이 좀 보이는구나~ 하는거라고. "


" 뭔가요, 그 불길해보이는 단위는. "


" 어허, 숭고한 노력의 단위를 보고 불길이라니! "


" 그런 쓸데없는 노력에 힘 낭비하지 말고 빠르고 효율 좋은 애냐에게 의존하는게 좋지 않을까요. "


애냐가 쉽고 빠른 길을 제시하자 아르모어는 혀를 쯧쯧 차면서 다시 한번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 쓸데없는 짓이니까 오히려 즐거운거라고. 효율대로만 처리하면 그게 무슨 놀이야? 일이지. "


그러자 애냐는 땅이 꺼져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 왜 이딴게 내 주인일까? ' 하고 한탄하는 듯한 얼굴로 설교를 시작했다.


" 저기요, 주인님? 지금 뭔가 착각하시는 것 같은데요. 지금 우리들은 놀고 있는게 아니거든요? 지금 이 순간에도 머리 위에서 3명이나 되는 『기사』가 우리 힘이 빠지기만을 기다리면서 칼을 갈고 있단 말이에요. 까딱 잘못하면 목이 달아날 판국에 재미는 무슨 놈의 재미에요? 제발 정신 좀 차리고 쓸데없는 낭비 좀 그만하세요. 네? "


" 어차피 내가 죽어도 엘리가 대신하면 되잖아. "


그야말로 피를 토하는 호소였지만 아르모어는 심드렁한 얼굴로 귀를 파면서 대꾸했다. 머리를 감싸쥐고 주저앉은 애냐의 한숨이 발 밑의 모래들을 흩어버린다. 그녀는 그 자세 그대로 고개만 들어서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주인을 올려다보다가 벌떡 일어나 거의 멱살을 잡을 기세로 말했다.


" 주인님 바보에요!? 주인님이 죽었는데 아가씨가 절 살려둘 리 없잖아요! 쟤들이랑 사이 좋게 폐기처분 행이라구요! "


" 아, 그건 그렇겠다. "


아르모어도 그 말에는 선뜻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 내가 없으면 그 아이의 야심찬 계획도 다 물거품이니까 엄청 짜증내겠지. "


" 야심은 무슨 야심이에요 한심한거지. "


" 너 역시 가차없구나... "


아르모어는 ' 그래도 또래 애들같아서 좀 귀엽지 않나? ' 하고 생각했지만 구태여 말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이 자리에 없는 딸래미가 욕을 한바가지 먹는 걸로 끝날게 뻔하니까. 대신 항복의 의미로 두 손을 번쩍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알았다, 알았어. 네 입장을 생각해서 노는건 여기까지만 할게. 우리 비서 겸, 잡일꾼 겸, 조수 겸, 건축가 겸... 하여튼 아무일이나 시키면 다 잘하는 만능잡이 일꾼이 삐져버리면 내가 곤란하니까. "


" 어라? 해냈는데 왠지 슬퍼졌어요. 왜일까요... "


음울한 목소리로 궁시렁대는 애냐를 내버려두고 아르모어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전투팀들은 그때까지도 먼저 공격하는 일 없이 모래 기간트들과 얌전히 대치하고 있었다. 저만한 숫자의 모래 기간트들은 단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에너지를 요구한다는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자, 그럼 미안하지만 멋대로 끝내버리기로 하지. "


덕분에 속 편하게 잡담할 수 있었다고 내심 감사하며 그는 가볍게 손뼉을 쳤다.


" 잘 자라. "


짝!


***


콰아아아아!


모래 기간트들의 마나 배출구에서 갑자기 마나 입자가 폭발적으로 쏟아져나오더니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날아갔다. 아까전 돌격했을 때와 비교하면 속도가 거의 3배쯤 되는 것 같았다. U5-S를 아득하게 초월하는 기동력이다.


쾅! 콰쾅!


전투팀들이 미처 대응하기도 전에 접근한 모래 기간트들은 U5-S의 제식 장비인 메이스 대신 길쭉한 기병창을 앞세우고 그대로 들이받았다. 워낙 빠른 속도로 날아온 공격이었는지라 대부분의 U5-S는 대응하지 못하고 기병창에 조종석이 관통당해 침묵했다. 가까스로 살아남은건 기껏해야 4기 정도 뿐이었다.

한편, 들이받은 모래 기간트들도 제때 기병창을 놓지 않은 탓에 팔이 떨어져나가거나 아예 상반신이 찢겨나가는 등, 큰 손실이 발생했지만 그래도 전투 속행이 가능한 기체가 9기나 되었다. 그들이 망가진 모래 기간트의 파편을 향해 손을 뻗자 모래로 되돌아간 파편들이 손을 향해 빨려들어가 새로운 기병창을 이루었다.


콰아아아!


4기의 생존자 중의 하나, 전투 19팀의 인형은 모래 기간트 3기가 자신을 향해 돌아서는걸 보자마자 마총을 난사했다. 그로부터 불과 1초도 채 지나지 않아 지척에까지 육박해온 모래 기간트들은 총알보다 빠른 속도로 뿌려져있던 마탄에 들이받고 자멸했다. 그러나 마지막 한 기는 구멍이 숭숭 난 상태에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 돌진해 기어이 U5-S의 흉갑을 향해 창끝을 들이댔다.


카앙!


인형은 반사적으로 기체를 왼쪽으로 틀었지만 조금 늦었다. U5-S의 오른쪽 옆구리가 뭉텅 뜯겨져나가며 조종석이 바깥에 노출됐다. 뚫린 구멍 사이로 오른팔이 날아간 인형의 멍한 얼굴이 엿보인다. 곧이어 후방에서 접근한 모래 기간트 하나가 조종 불능에 빠진 U5-S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콰드득!


남은 세 생존자들은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압도적인 기동력 차이와 숫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하나, 둘, 기병창에 꿰뚫려 추락했다. 비록 모래 기간트들도 3기 밖에 남지 않을만큼 큰 희생을 치르긴 했지만 아까까지의 전투는 다 무엇이었던가 싶을 정도로 빠르고 간단한 승리였다.


쿠웅!


그러나 살아남은 세 모래 기간트들의 운명도 거기까지였다. 하늘에서 떨어져내린 새카만 그림자들이 그들을 스쳐지나가며 바닥에 내려섰다. 그 직후, 각기 다른 방법으로 파괴된 모래 기간트들이 단순한 모래로 되돌아가 눈처럼 흩뿌려졌다.


콰앙!


바닥에 내려선 것은 3기의 기간트였다. 모두 갑주를 입은 기사처럼 생겼지만 색깔이 청, 흑, 은으로 각자 달랐다. 마치 귀차니즘에 빠진 게임 개발자가 능력치와 색깔만 바꿔서 내보낸, 소위 색놀이 몬스터 같았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생각을 할 여유도 주지 않고 바닥에 내려서자마자 아르모어를 향해 땅을 박차고 ' 날아왔다. '


쾅쾅쾅!


그 속도는 어림잡아 소리의 4배속. 현존하는 그 어떤 포탄보다도 위력적인 포격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아르모어의 지척까지 육박한 그들은 하얀 섬광에 가로막혀 날아오던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튕겨져나갔다.


" 젠장, 뭐야!? "


영문도 모르고 튕겨져나온 요안나는 이를 악물고 창을 지면에 내리꽃았다. 밀려나는 속도가 서서히 줄어들더니 마침내 은기사가 바닥에 내려섰다. 주변을 보자 청기사와 흑기사는 각자 그녀보다 조금 더 앞에서 멈춰선 채, 백기사가 있던 방향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주인이 앉아있는 모래 의자를 등진 채, 냉기가 뚝뚝 흐르는 무표정한 얼굴로 『기사』들을 바라보는 새하얀 인형이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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