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조회수 :
622,752
추천수 :
8,717
글자수 :
1,341,677

작성
16.05.22 19:23
조회
401
추천
7
글자
12쪽

67화

DUMMY

자욱한 모래 먼지가 확 갈라지면서 위쪽에서 튀어나온 하얀 섬광이 얼굴을 향해 떨어진다. 요안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뒤로 빼면서 창을 들어올려 얼굴을 보호했다.


----!


뇌가 인지하기를 거부할 정도로 커다란 굉음과 함께 엄청난 충격이 창대를 강타했다. 바닥이 2m 정도 움푹 꺼지면서 모래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그 바람에 인형의 모습을 순간적으로 놓쳤다. 아차 싶은 순간, 등을 얻어맞은 은기사의 거체가 바닥 깊숙히 처박혔다.


화악!


그 직후, 모래 먼지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청기사가 아직 공중에 떠 있는 인형을 향해 우검(右劍)을 휘둘렀다. 예리한 칼날이 인형의 몸통을 날려버린다. 그러나 바닥에 떨어진 것은 인형의 하반신 뿐이었다.

몸이 베이는 순간, 인형은 오른손으로 칼날을 붙잡았다. 그리고 검이 다 휘둘러졌을 때, 힘을 주어 칼등 위에 올라섰다. 불과 0.1초도 지나지 않았지만 육체의 재생은 이미 끝나있다. 그대로 칼등을 박찬 인형은 기세 좋게 날아가 청기사의 투구를 강타했다.

다시 한번 굉음이 터지고, 거구의 푸른 기사가 벌렁 나자빠진다. 그러나 인형의 발은 아직도 땅을 밟지 못한다. 좌측에서 밀고 들어온 흑기사가 장검을 가로로 눕힌 채 검면으로 내리쳤다. 어차피 베어봐야 재생해버리니 때려서 경직이라도 주겠다는 심산이다.


떠엉!


별안간 바닥에서 솟구친 하얀 기둥이 흑기사의 팔목을 강타한다. 팔이 튕겨져나가면서 흑기사의 상체가 열린다. 인형은 기둥을 박차고 흑기사의 품 속으로 날아들어 그 조막손만한 주먹으로 흉갑을 힘껏 후려갈겼다.


----!


다시 한번 굉음. 흑기사의 몸이 좌르륵 밀려나고 재정비한 은기사가 창끝을 내지르며 그의 빈 자리를 대신한다. 바닥에서 솟구친 하얀 기둥이 은기사의 창날을 위로 쳐올린다. 곧이어 기둥의 중간 즈음에서 날카로운 송곳이 은기사를 향해 솟아난다. 그러나 느리다. 은기사는 여유롭게 피하...


" ! "


피했다고 생각한 순간, 송곳 아래에 붙어있던 인형이 은기사가 피한 방향으로 펄쩍 뛰어올라 흉갑을 강타했다. 공격의 반동으로 잠시 공중에 뜬 인형은 그대로 아래를 향해 발을 내질렀다. 그러자 그녀의 발끝에서 두터운 흰색 기둥이 솟아나와 은기사의 흉갑을 다시 한번 강타했다.


카앙! 부웅!


다급히 청기사가 달려와 검을 휘둘렀지만 인형은 기둥의 길이를 쭈욱 늘려서 회피했다. 장검에 기둥이 반토막나고, 쓰러지는 기둥 끝에서 도약한 인형과 그녀를 노리고 마주 도약한 흑기사가 공중전에 돌입한다. 그 사이, 청기사는 기둥을 치우고 신명나게 얻어맞고 날아가는 흑기사와 교대하듯 인형을 향해 돌진했다.


" 망할, 어떻게 되먹은 년이야!? "


이 모든 것이 전투가 시작된지 1초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요안나는 이를 악물고 은기사를 일으켜세우면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강할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설마하니 『기사』 셋이 『열쇠』 하나를 못 당할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봐, 주인 나으리! 궁시렁대지 말고 얼른 가시지. 저 둘이 신나게 얻어터지고 있잖아! 저러다가 쟤들 뻗으면 다음은 우리 차례라고!]


기가 막혀서, 또 끼어들 엄두가 나질 않아서 제 자리에서 간만 보고 있던 요안나의 머릿속에 수다스러운 파트너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의 말마따나 흑기사와 청기사는 하얀 섬광에 농락당해 이리 자빠지고, 저리 자빠지면서 모래 먼지를 피워올리고 있었다.


" 젠장. "


파트너의 말이 옳았다. 셋이서 겨우겨우 막아내는 판국에 하나라도 뻗는다면 전멸을 면할 길이 없다. 요안나는 두려움을 떨치고 은기사를 돌진시켰다. 그러면서 지금쯤 내려오고 있을 나머지 팀원들을 떠올리고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 빨리 해치워! 이쪽은 오래 못 버텨! '


***


" 으아, 살벌하네. "


멀리 『기사』들이 싸우고 있는 곳을 바라보며 비센나는 과장스럽게 몸을 떨었다. 그녀 나름대로 지나치게 굳어있는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행동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대답은 커녕, 반응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기사』들의 싸움이 압도적이었던 것이다.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이 쉴새없이 터져나오고 그때마다 충격파가 천지를 뒤흔든다. 하늘 끝까지 치솟아오른 모래 먼지가 태양을 가리고 매 순간 평지가 크레이터와 골짜기로 변해간다. 그 기세와 여파가 어찌나 대단했던지 알버트는 이러다가 세상이 부서져버리는게 아닐까 진심으로 걱정했을 정도였다.


" 자자, 그렇게 넋놓고 있지 마. 이제 슬슬 지상이라고. "


" 그래그래, 우리도 할 일 해야되잖아. "


" 아! 아! 아아아아!! "


그 자신도 잠시 넋을 잃고 있었지만 곧 냉정을 되찾은 테오도르가 주의를 환기시키며 다른 사람들을 흔들었다. 비센나도 그에 동조하며 양손으로 알버트의 볼을 붙잡고 쭉쭉 잡아당겼다. 갑작스러운 고통에 깜짝 놀란 청년이 비명을 지르며 양 볼을 감싸쥔다.


" 뭐하는 짓이야!? "


" 덩치가 커져도 여전히 귀여운 우리 꼬마에게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중이지. "


넉살좋게 웃는 모습에 알버트는 화내는 것도 잊고 얼굴을 붉혔다. 이제 슬슬 익숙해질 때도 되었다 싶었지만 이따금씩 그녀가 이런 모습을 보여줄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고 만다. 그러는 사이에 화를 낼 타이밍이 지나가버리고 발언권이 다시 비센나에게 넘어갔다.


" 정신 팔려도 어쩔 수 없을만큼 좋은 구경거리라는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우리 관광하러 온 거 아니잖아. 시누이가 피터지게 일하는 동안 우리도 우리 일을 해야지. 안그래? "


" 아... 응. 그렇지. "


이래서야 정말 어린애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알버트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도 무언가에 홀린 듯한 얼굴로 다시 『기사』 들의 싸움을 바라보다가 불안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 누나, 괜찮을까? "


『기사』가 대단하다는건 안다. 알레크 후작의 실력도 결코 만만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저 압도적인 전투를 보고 있으면 도저히 믿고 안심할 수가 없었다.


" 걱정하지마. 『열쇠』는 『기사』를 파괴할 수 없도록 되어있으니까. "


옆에서 쌍둥이들과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던 테오도르가 알버트의 어께를 가볍게 두들겨주면서 말했다.

그것은 알버트를 위로해주려고 지어낸 근거없는 말이 아니었다. 『열쇠』는 쟁탈전 이전에 파괴될 경우를 대비하여 무한히 재생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따라서 백기사처럼 자체적으로 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열쇠』를 만들고 거기에 『기사』의 모든 힘을 밀어줘버린다면 이길 수 없는 무적의 『열쇠』가 탄생해버린다.

『기사』의 제작자들은 이런 편법을 방지하기 위해 『열쇠』가 아무리 강한 힘을 지니고 있어도 『기사』를 파괴하지 못하도록 마법적인 제한을 걸어놓았다. 그 제한은 여전히 유효했고, 애냐는 결코 『기사』들을 파괴하지 못한다.


" 그랬죠, 그랬었죠. "


" 그래.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눈 앞의 전투에만 집중하면 돼. "


" 예. "


마음 속 불안감을 다소 덜어낸 듯, 대답하는 알버트의 표정은 다소 풀어져 있었다. 테오도르는 평소처럼 여유있게 웃어보이고는 쌍둥이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겉보기와 달리 속으로는 조금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열쇠』는 『기사』를 파괴할 수 없지만 그 안에 타고 있는 파일럿은 얼마든지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사』의 조종석에는 파일럿을 보호하기 위한 충격 완화 장치가 달려있지만 거기에도 한계는 엄연히 존재한다. 따라서 충격 완화 장치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강한 충격을 계속해서 조종석에 때려박는다면 『기사』를 부수지 않고도 파일럿을 죽이는게 가능했다.


하지만 사실대로 말해준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알든, 모르든, 어차피 그들이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는다. 괜히 마음만 급해져서 실수를 유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해놓고 알레크 후작이 죽어버리거나 한다면, 그때는 뭐라고 말해야 좋은걸까?


<곧 목표 지점에 도달합니다. 전원 준비해주십시오.>


인형의 안내 목소리가 들려오자 테오도르는 고개를 힘껏 흔들어 잡념들을 떨쳐버렸다. 어차피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다. 벌써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지면 생각할 필요도 없는 것들 아닌가. 고민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눈앞의 일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그는 양 손으로 자신의 뺨을 가볍게 두들기고 동료들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 자, 슬슬 시작하자. 『기사』의 소유자라고 겁먹을 것 없어. 놈은 분명히 강하지만, 지금은 『열쇠』에게 모든 힘을 몰아넣은 상태니까. 요컨데 툭 치면 바스라지는 빈 껍데기나 마찬가지야. 단숨에 짓밟아버리고 이 지옥을 끝내자. "


4명의 동료들은 대답대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직후, 목표 지점에 도달하는 것과 동시에 기간트를 숨겨주던 위장 마법이 해제됐다.


***


" 흐음. "


모래로 만든 의자에 앉아 팔자좋게 『기사』들의 싸움을 구경하던 아르모어의 머리 위로 난데없이 불벼락이 쏟아졌다.

수천, 수만, 아니, 수십만발은 될 것 같은 불꽃 화살이 하늘을 가득 메운 채 떨어진다. 마치 하늘이 불타 무너져내리는 것만 같다. 피할 구멍 같은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아르모어는 그것을 뻔히 알면서도 다급히 피하기는 커녕, 시선 한번 주지 않았다. 보기에만 화려할 뿐, 그를 지키는 항마력을 뚫을만한 위력이 없다는걸 간파했기 때문이다.

과연 그의 계산대로 불벼락은 항마력의 범위 안으로 들어가자 잠시도 견디지 못하고 마나로 분해되어 흩어졌다.


쉬익!


바로 그 안일함을 노리고, 화려한 불꽃의 뒤에 숨어있던 단검 6자루가 소리없이 떨어져내렸다. 항마력은 어디까지나 마법에 저항하는 힘. 물리적 실체를 지닌 단검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다.


" 컥! "


단검들이 아르모어의 몸에 꽃히려는 순간, 단검 앞의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단검들이 그 안으로 사라졌다. 동시에 단검을 던진 비센나의 몸 곳곳에서 칼자루가 삐쭉 튀어나왔다.

양 팔과 양 다리에 하나씩, 그리고 복부와 목에 두 자루가 나란히 꽃혔다. 팔다리는 그렇다쳐도 복부와 목은 여지없이 치명상이다. 강인한 여전사의 몸이 맥없이 뒤로 넘어갔다.


" 비센나! "


" 비켜! "


대경실색한 알버트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갔지만 테오도르는 거칠게 그를 떠밀어버리고 대신 비센나 앞에 앉아 지체없이 단검들을 뽑아냈다. 그리고 치유 능력을 발동시켜 그녀의 상처를 빠르게 치료해나갔다. 그러면서 어쩔 줄 모르는 알버트에게 소리쳤다.


" 전투는 이미 시작됐어! 쓸데없는데 신경팔지 말고 빨리가서 네 역할을 다해! "


" 하지만... "


그가 비센나를 보면서 망설이는 사이, 쌍둥이들은 이미 기간트의 손에서 뛰어내려 지상에 착지했다. 테오도르는 조금 누그러진 얼굴로 그를 안심시키며 빨리 내려가라고 재촉했다.


" 괜찮아. 워낙 깔끔하게 꽃혀서 도리어 회복시키기 쉬워. 1분 안에 완치시켜서 내려보낼테니까 걱정하지말고 얼른 가. "


" 알겠습니다. "


그러는 동안에도 비센나의 상처는 빠르게 작아지고 있었다. 거의 당하자마자 치료를 시작한 덕분에 출혈도 거의 없고 호흡도 안정되어있다. 빈말은 아닌 듯한 모습에 알버트는 걱정을 접고 지체없이 기간트의 손에서 뛰어내렸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하얀기사이야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Q&A] 코너 +25 12.04.11 1,897 0 -
공지 연재주기 : 랜덤 +1 11.04.04 1,568 1 -
공지 기사의 종류 +7 11.03.21 6,047 1 -
공지 기간트 - 총기와 갑옷의 전쟁사 +5 11.03.19 6,512 0 -
270 에필로그 +8 16.12.31 868 9 3쪽
269 87화 +3 16.12.31 577 5 17쪽
268 86화 +9 16.11.02 397 6 19쪽
267 85화 +1 16.10.21 949 5 17쪽
266 84화 +3 16.10.10 399 5 14쪽
265 83화 +4 16.09.30 388 7 12쪽
264 82화 +3 16.09.27 442 5 13쪽
263 81화 16.09.25 338 8 10쪽
262 80화 +3 16.09.10 387 6 11쪽
261 79화 +3 16.08.27 428 7 8쪽
260 78화 +1 16.08.18 354 5 6쪽
259 77화 +1 16.08.17 350 4 7쪽
258 76화 +1 16.08.13 949 4 16쪽
257 75화 +2 16.07.28 427 8 6쪽
256 74화 +4 16.07.19 391 6 10쪽
255 73화 +2 16.07.09 432 6 8쪽
254 72화 +2 16.07.01 492 7 13쪽
253 71화 +6 16.06.13 393 7 8쪽
252 70화 +2 16.06.11 439 5 7쪽
251 69화 +2 16.06.06 434 7 12쪽
250 68화 +2 16.05.28 428 8 15쪽
» 67화 +2 16.05.22 402 7 12쪽
248 66화 +2 16.05.15 450 9 12쪽
247 65화 +5 16.05.10 414 6 9쪽
246 64화 +3 16.05.01 421 8 13쪽
245 63화 +1 16.04.24 539 7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