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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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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조회수 :
623,061
추천수 :
8,717
글자수 :
1,341,677

작성
16.07.09 20:57
조회
432
추천
6
글자
8쪽

73화

DUMMY

" 크학! "


쿠웅!


은기사의 거체가 모래바닥 깊숙히 처박힌다. 도대체 몇 번째인지 셀 기력조차 없다. 모르긴해도 100번은 훨씬 넘지 않았을까. 몸의 충격도 충격이지만 마음이 지쳐빠져서 더 이상 일어서고 싶지 않았다.


" 젠장... 뭐... "


그래도 일어나야한다. 이러고 있는 동안에 누구 하나 당하기라도 하면 나 역시 살아남을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기체를 일으켜세우려던 요안나는, 어느새 자신이 조종석 안에 있다는걸 깨닫고 당황했다.


" 우왝! "


곧이어 속에서 무언가 치밀어올랐다. 버티지 못하고 토해내자 시뻘건 피가 쏟아져나왔다. 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했다. 파일럿이 지나치게 큰 충격을 입은 나머지 기체와의 동조가 풀려버린 것이다.

속에서 피가 올라왔다는건 내장이 상했다는 뜻. 말할 것도 없는 치명상이다. 한시 빨리 치료를 받지 않으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었다. 대량의 피가 빠져나가서 그런지 몸에 기운이 쭉 빠지면서 정신이 몽롱해져간다.


' 피곤해... '


심신 양면으로 지쳐버린 요안나는 그 몽롱함에 편승해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러나 생명이 다하지 않는 한, 은기사의 소유자에게 안식은 없다. 파일럿의 위험을 인식한 기체가 강제로 능력을 발동시킨다.

토해낸 피가 붉은 입자로 변해 원주인의 피부로 빨려들어가고, 찢겨진 장기가 마치 시간을 되돌린 것처럼 빠르게 아물며 제자리를 찾아간다. 내장을 찌르던 뼈들도 자기가 언제 부러졌었냐는 듯, 제자리로 돌아가 천연덕스럽게 시치미를 때고 있다. 완전히 치유된 은기사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공짜는 아니었다. 은기사의 모든 능력은 사용자의 생명력을 원천으로 삼는다. 즉, 능력을 쓰면 쓸수록 수명이 줄어드는 것이다. 게다가 본래 단기 결전용으로 설계된 탓에 연비가 형편없었다. 평범하게 생활한다면 5년은 족히 살 수 있었을 생명력이 자가 치유 한번에 빠져나간다.

이래서야 적에게 맞아죽기전에 은기사의 유지 비용으로 자멸하게 생겼다. 위기감을 느낀 그녀는 어떻게든 지금 상황을 타개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며 파트너에게 물었다.


" 싸우기 시작한지 얼마나 지났어? "


『3분 27초』


" 벌써!? "


계획대로라면 이미 옛날 옛적에 아르모어의 목을 따고 싸움이 끝나있어야 할 시간이었다.


" 빈껍데기 하나 치우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거야!? "


백기사의 성능을 높게 잡아서 일반 『기사』의 120%라고 치더라도 3기의 『기사』를 상대로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하려면 『열쇠』의 이런저런 특성을 다 감안해도 최소한 115%의 이상의 성능이 요구된다.

따라서 아르모어에게 남겨진 힘은 최대한으로 잡아도 5%, 좀 더 보수적으로 계산한다면 기껏해야 1~2%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말 그대로 톡 치면 부러질 빈껍데기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 ..... '


잠시 고민하던 요안나는 결정을 내리고 다시 기체와 동조했다. 눈 앞의 풍경이 조종석 내부에서 깜깜한 땅 속으로 바뀐다. 그리고, 은기사의 거체가 다시 한번 대지를 딛고 일어섰다.


***


" 으아아아아아! "


아르모어의 앞을 가로막은 알버트는 전력을 다해 대검을 내리쳤다. 뒤를 생각하지 않은 전심전력의 일격이 마치 벼락처럼 그의 정수리로 떨어져내린다.


쿠웅!


아르모어는 차분하게 왼쪽으로 한 걸음 움직였다. 단지 그것뿐인데 벼락은 그의 몸에 스치지도 못하고 애꿏은 모래바닥에 틀어박혔다. 그러나 무의미한 공격은 아니었다. 그가 회피를 위해 한 걸음을 허비하는 사이, 푸른 폭연을 뚫고 튀어나온 비센나가 빗살처럼 날아와 거리를 좁혔다.


파앙!


알버트의 빈 옆구리를 노리려던 아르모어는 공격을 포기하고 앞으로 굴렀다. 그의 뒷목이 있던 장소를 비센나의 날카로운 찌르기가 꿰뚫는다.


" 흐아아아아악! "


아르모어가 그를 지나쳐 빠져나가자 알버트는 괴성과 함께 몸을 왼쪽으로 회전시키며 원심력을 이용해 대검을 힘껏 휘둘렀다. 벌써 거리가 1m 가까이 벌어졌지만 아직은 대검의 사정거리 안이다. 무디고 두터운 칼날이 허리를 동강낼 기세로 날아든다.


막는건 무리다.


부웅!


판단을 내린 아르모어는 지체없이 납작 엎드렸다. 간발의 차이로 대검이 그의 위를 지나간다. 그러자 칼날 뒤를 바짝 따라온 비센나가 그의 목줄기를 향해 달려든다.

특유의 전방위 시야로 그것을 알고 있던 아르모어는 바닥을 짚은 오른팔에 힘을 주어 튕기듯이 반바퀴 구르며 몸을 뒤집었다. 동시에 덮쳐오는 비센나를 향해 왼발을 날카롭게 차올렸다.


휙!


그러나 이런 기습이 두번이나 통할만큼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충분히 경계하고 있던 비센나는 침착하게 고개를 살짝 움직여 발차기를 흘려보내고 왼팔의 절단면에서 시퍼런 마나의 칼날을 뽑아내 힘껏 찔러넣었다.


파샥!


' 쳇. '


애석하게도 마나의 칼날은 적에게 닿기는 커녕, 제대로 뻗어나오지도 못하고 막강한 항마력에 의해 강제로 흩어졌다. 기회는 좋았지만 공격 수단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왼팔만 멀쩡했었다면 그대로 끝낼 수도 있었을텐데 안타깝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쿠웅!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는 그녀의 목 뒤로 알버트의 대검이 스쳐지나갔다. 비센나의 자세가 낮아지면서 생긴 틈새에 대검을 찔러넣은 것이다.

아르모어는 발치기의 반동을 이용해 몸을 뒤로 굴리면서 그 찌르기를 피해냈다. 그리고 몸을 일으키면서 급조한 마나 구체 두 개를 날렸다.


쾅쾅!


작은 폭발이 연달아 두번 일어난다. 마력량도, 압축 정도도 어설픈 탓에 살상력은 거의 없었지만 추적을 한 걸음 지체시킬 수는 있었다.


촤악!


그 사이에 양손을 안에서 밖으로 교차시키며 휘두른다. 손끝의 궤적을 따라 날카로운 마나의 칼날 한 쌍이 생성되어 적을 향해 날아간다.


" 이까짓거! "


뒤에 있던 알버트가 달려나와 비센나의 앞에 섰다. 미처 대검을 회수하지 못해 맨몸으로 칼날 앞을 막아선 꼴이 되었지만 그는 AMF를 믿고 도리어 칼날을 향해 달렸다.

과연 그에게 접근한 마나의 칼날은 어느 순간 눈에 띄게 옅어지더니 아무런 해도 입히지 못하고 연기처럼 흩어져버렸다.


홱!


그대로 적을 향해 돌진하려던 알버트의 어께를 비센나가 확 잡아당겼다. 청년의 상체가 급격히 뒤로 꺾인다.


콰드득!


간발의 차이로 바닥에서 솟아난 얼음 가시가 알버트의 턱이 있던 자리를 꿰뚫는다. 가만히 내버려뒀으면 턱이든 목이든 시원한 바람구멍이 뚫렸을 아찔한 순간이었다.

한편 알버트를 당긴 비센나는 대각선으로 낮게 도약하여 가시를 우회한 뒤, 다시 한번 아르모어를 향해 도약하여 막 벌어지려던 거리를 0으로 되돌리면서 단검을 휘둘렀다.


휘익!


날카로운 공격이었지만 칼날이 너무 짧다. 아르모어가 반대 방향으로 한걸음 물러나면서 상체를 슬쩍 뒤로 젖히자 단검은 옷깃조차 스치지 못했다. 그러나 바로 그 한걸음이 그를 곤경으로 내몰았다. 비센나가 시선을 끄는 사이 착실하게 접근한 알버트가 대검을 내지른 것이다. 졸지에 칼날 앞에 자신을 내던진 꼴이 된 아르모어는 다급히 몸을 반대편으로 회전시키며 대검을 피했다.


촤악!


칼날이 그의 겉옷을 길게 찢어놓으며 지나갔다. 그러나 피는 한 방울도 튀지 않는다. 회피가 조금 더 빨랐던 것이다. 하지만 승패는 이미 갈린거나 다름없다. 회전하는 아르모어를 향해 비센나가 번개같이 달려들었다. 일부러 피하게 만들려고 대충 휘둘렀던 첫 일격과는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빠르고 치명적인 찌르기가 피할 틈도 없이 허리 깊숙히 파고든다.


퍼억!


전력을 다해 찔러넣은 대전사의 단검은 자루까지 박혔다고 멈추지 않았다. 무시무시한 힘으로 살을, 뼈를, 걸리는 것들을 모조리 뚫고들어가 기어이 반대편 허리까지 커다란 터널을 내놓고야 말았다. 아르모어의 상체가 맥없이 푹 꺾인다.


전투가 시작된지 꼭 3분 30초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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