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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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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조회수 :
622,754
추천수 :
8,717
글자수 :
1,341,677

작성
16.08.17 21:17
조회
350
추천
4
글자
7쪽

77화

DUMMY

' 저건... 후작의 동생? '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던 알레크 후작의 동생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다소 거리가 있긴 하지만 전투의 여파에서 안전할만큼 충분히 떨어져있는건 아니었다. 게다가 멀리 도망가는게 아니라 전투가 벌어지는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 왜 다시 돌아온거지? '


목숨을 건졌으면 얌전히 어딘가에 숨어 있을 일이지 뭐하러 위험을 감수하고 기어나온걸까. 어차피 맨몸으로 『기사』들의 싸움에 영향을 줄 방법은...


' 아, 그런가. '


그가 향하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다. 예상대로 버려진 물건처럼 널브러져있는 인형이 있었다. 주인을 잃어버린 백기사를 접수할 속셈이겠지. 『기사』들의 싸움에 휘말려 목숨을 잃어버릴 위험이 큰 위치인데도 망설임없이 다가오는걸 보면 아까 그 엘프 계집을 뭉개버린게 어지간히도 열 받았던 모양이다.


' 내버려둘 수는 없지. '


청기사와 흑기사를 연달아 상대하는 것만해도 버거운데 거기다 백기사까지 추가되면 제 아무리 은기사라도 살아남을 길이 없다. 그녀는 대치하던 청기사를 무시하고 알버트를 향해 돌아섰다. 어차피 장갑판도 못 뚫는 청기사의 공격 따위, 몸으로 떼우면 그만이다. 그보다는 백기사의 부활을 저지하는게 훨씬 더 중요했다.


' 뭐야, 갑자기 왜 저래? '


그런 속사정을 알지 못했던 알레크 후작은 갑자기 은기사가 등을 보이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함정? 흑기사의 개입? 설마하니 도주? 0.01초나 될까말까한 그 짧은 순간에 오만가지 추측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 이런! "


후작이 답을 찾아내는 것보다 정답이 공개되는게 빨랐다. 은기사의 어께 너머로 알버트의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 이 바보 자식이! '


무사히 빠져나갔을 동생이 되돌아올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백기사를 손에 넣어서 자기 손으로 복수를 완수하려는 것이다.


' 내가 그렇게나 못 미더웠던거냐? 아니면 내 손으로 한 복수는 복수가 아니라 여긴거냐? '


진실이 어느쪽이든 후작으로선 서운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재빨리 감정을 떨쳐버렸다. 그 따위 것들은 나중에 동생을 구해놓고 청산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궁상 떨고 있을 때가 아니라 결단을 내릴 때였다.


' 어쩔 수 없지. '


청기사의 통상 화력으론 돌진하는 은기사를 저지할 수 없다. 흑기사를 의식해 아껴두고 싶었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다.


" 나는, 여기에- "


결단을 내린 알레크 후작의 머릿속에 먼 옛날의 빛바랜 기억이 떠오른다. 처음 청기사와 계약을 맺었던, 아직 소녀였던 시절의 기억이.


***


그 장갑을 손에 끼는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침입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둑을 터트리고 밀려드는 홍수처럼 무시무시한 기세로 쏟아져 들어와 머릿속을 잠식해 들어갔다. 이 거대한 물결이 자신을 흔적도 없이 휩쓸어버릴 것만 같아 소녀는 두려움에 떨며 울었다.


[우리는 바라노라.]


벌벌 떠는 소녀의 귓가에 낮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자의 목소리인지, 여자의 목소리인지, 그 이전에 사람의 목소리가 맞는지 아닌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신비한 소리였다.


[우리는 바라노라.]


그것은 분명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말했다. 그런데도 어째서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불가사이한 현상에 위압당한 소녀는 더욱 움츠러들었다.


[우리는 바라노라.]


앞서의 두번과 똑같은 말이었지만 세라스는 그것이 자신을 재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두려움에 떨면서 눈물 콧물로 엉망이 되버린 얼굴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계약자여!]


'그것'은 하나가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었다.

하나같이 야위고, 상처입고, 고통으로 일그러진 사람들이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여기를 보아도, 저기를 보아도,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시야 끝까지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우리는 바라노라!]


바라다니, 무엇을?


그녀는 의문을 품는 것과 동시에 답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자신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한 점의 오해없이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그녀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그 자리에 모인 군중들의 몸이 환하게 빛나더니 하나로 뭉쳐 새로운 형상으로 변해갔다.


세라스 알레크는, 청기사의 새로운 주인은,


그것을 받아들고 선언했다.


***


" 구세(救世)의 깃발을 세우노라! "


후작이 선언하는 순간, 청기사의 쌍검이 푸른 입자로 변해 흩어졌다. 곧이어 어디선가 수많은 빛의 입자들이 몰려들어 찬란하게 빛나는 커다란 깃발로 변했다.


이 깃발이야말로 청기사가 지닌 최강의 수.


17억 6729만 8304명이 품은 구세에 대한 열망을 깃발의 형상으로 구현한 기적의 무기였다.


콰앙!


호쾌하게 휘둘러진 빛의 깃발이 은기사의 오른쪽 옆구리에 작렬한다.


" 아악! "


지금까지의 공격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엄청난 충격에 요안나는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기체가 왼쪽으로 반바퀴 돌면서 세상이 빙글 뒤집어진다.


쾅!


머리부터 바닥에 처박힌 은기사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청기사가 깃발을 골프채처럼 휘둘러 알버트의 반대 방향으로 은기사를 멀리 날려버렸다.


쾅!


은기사가 바닥에 엎어지기가 무섭게 따라 착지한 청기사가 깃발을 휘둘렀다.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실린 일격이 조종석이 위치한 흉갑을 후려갈긴다. 굉음이 터지고, 맨바닥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새겨졌다. 파일럿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기절했는지 은기사의 팔다리가 축 늘어졌다.


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


청기사는 깃발을 마구잡이로 휘둘러 은기사를 난타하기 시작했다. 깃발의 위력이 대단한 것인지, 아니면 생명력의 공급이 끊어진 탓인지 몰라도 그 단단하던 은기사가 빠르게 망가져간다.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흑기사가 자기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리며 침을 꿀꺽 삼킬 정도로 살벌한 광경이었다.


콰앙!


마침내 최후의 일격이 가해지고, 거대한 흙먼지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비처럼 쏟아져내리는 모래 사이로 은기사를 이루고 있던 금속 파편과 파일럿의 육편들이 이따금씩 섞여 내렸다. 비장의 수를 계산하지 않은 안일한 판단이 결국 허무한 패배로 이어진 것이다.


파앙!


" 카학! "


그러나 승리를 거머쥔 알레크 후작도 무사하진 못했다. 깃발이 해제됨과 동시에 청기사가 푸른 입자로 흩어져 사라지고, 후작은 크레이터 한복판에 아무렇게나 내팽겨쳐졌다. 파일럿이 입은 타격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고 판단한 기체가 스스로를 보존하기 위해 자동으로 역소환된 것이다.


이윽고 무방비하게 버려진 알레크 후작의 머리 위로 시커먼 그림자가 드리웠다.


작가의말

R.I.P 요안나.


유언은 “ X발 설마 거기서 궁을 쓸 줄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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