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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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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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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41,677

작성
16.10.2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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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85화

DUMMY

" 잠깐 쉬어가세. "


언덕을 다 올라오자 앞서가던 자비르 경이 발걸음을 멈추고 휴식을 제안했다. 마른 하늘의 단비만큼이나 반가운 소리다. 바싹 마른 바닥에 앉아 면갑을 들어올리자 열기와 함께 하얀 김이 피어올랐다.


" 날씨 참 좋군요. "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던 루쉰의 비다르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하며 말했다. 그의 말에 가만히 서서 주변을 경계하던 자비르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마치 공중에 펼쳐진 대양처럼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새파란 하늘이 거기에 있었다.


" 정말 그렇군. "


햇살은 기분 좋게 내리쬐고, 조금 더워지는가 싶으면 어디선가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열기를 식혀준다. 실로 쾌적한 날씨였다.


" 어디 경치 좋은 곳으로 피크닉이라도 가고 싶은 날씨야. "


" 피크닉 좋죠. 터지도록 체워넣은 점심 바구니를 옆구리에 끼고 성 밖 사르 강변으로 나가서 경치도 즐기고, 낚시도 하고, 늘어지게 낮잠이라도 한 숨 자고 온다면 더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


" 하하하하하, 정말 꿈 같은 소리로군. "


" 그러게 말입니다. "


두 사람의 입가에 쓴웃음이 걸렸다. 불과 십 몇년 전만 해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거였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되버린건지 생각할수록 기가 막혔다. 분위기가 가라앉자 자비르는 의식적으로 목소리를 밝게 하며 화재를 돌렸다.


" 자자, 그런 소리는 그만하세.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리는 사정이 나은 편 아닌가. 이렇게 가지러 갈 식량도 있고 말이야. "


" 그건 그렇습니다. "


비다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언덕 아래로 시선을 주었다. 새파란 하늘과 대조적으로 시커멓게 죽은 대지가 지평선 끝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 위에서 살아가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식물도, 벌레도, 동물도, 하다못해 괴물조차도.


" 이런 상태가 언제까지 계속되는걸까요? "


" 글쌔, 그야말로 신만이 아시겠지. "


" 신이라... "


" 또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군. 그만 가세. 쉴 만큼 쉬었어. "


젊은 기사의 표정이 고깝게 일그러지는 것을 보고 자비르는 혀를 차면서 언덕 아래를 향해 돌아섰다. 이런 상황에서조차 신앙심을 버리지 못하는 그의 뒷모습을 안쓰러운 얼굴로 지켜보던 비다르도 곧 면갑을 내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오, 템 강이 보이는군. "


" 이제 거의 다 왔군요. "


1시간 정도 걷다보니 멀리 눈부시게 반짝이는 강이 보이기 시작했다. 수도 롱스와 그 밖을 구분짓는 경계선인 템 강이다. 시커멓게 죽어버린 대지와 달리 강은 여전히 맑고 깨끗했으며 마실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었다.


" 저길 보십쇼. 사람이 있어요! "


5분 정도를 더 걸어가니 강변에 모여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비다르가 먼저 그들을 발견하고 반가운 얼굴로 소리쳤다. 그들이 저택 밖에서 살아있는 사람을 만난 것은 거의 보름 만의 일이었다.


" 정말이군. 남자 하나와 계집아이 하난가. "


" 강을 따라 이동하는 치들인가보죠. "


" 음. "


비록 대지와 마찬가지로 강에도 아무것도 살지 않았지만 마실 것이 무한정 있다는 것만해도 엄청난 이점이었다. 게다가 강을 따라 걷다보면 물을 뜨러온 다른 생명체와 마주칠 가능성도 있었다. 그것은 분명 커다란 위협이었지만, 동시에 이 세상에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식량을 손에 넣을 기회이기도 했다. 때문에 유랑하는 생존자들은 강을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 이런 세상에서 계집아이를 먹여살리고 있다니, 보통 내기가 아닌가보군. "


" 비상식량일지도 모르죠. "


" 그랬으면 꼬마를 자유롭게 놓아두었겠나? 목줄이라도 매던가 그마저도 없으면 기절시켜서 질질 끌고 다녔겠지. "


" 과연... 그럼 어떻게 할까요? "


" 글쌔... "


자비르는 눈살을 찌푸렸다. 죽여서 식량으로 삼는게 최선이겠지만 계집아이 하나를 달고도 아직까지 살아있다는건 무력이든, 뭐든 어딘가 대단히 뛰어난 구석이 있다는 의미다. 괜히 건드렸다가 부상이라도 입는다면 이쪽이 손해였다.


" 멀리 돌아가는게 좋겠네. 어차피 달리 식량이 없는 상황도 아니고, 괜히 충돌해봐야 득보다 실이 클 것 같으이. "


싸울 생각이 아니라면 아예 거리를 두고 접근하지 않는게 상책이다. 저쪽이 이쪽을 사냥감으로 생각하고 먼저 달려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접근하는데 상당한 체력을 소모해야하는데다 대처할 시간도 널널한 거리를 확보해두어야 섣불리 덤벼들 생각을 하지 못한다.


" 알겠습니다. "


비다르가 생각하기엔 그렇게까지 위험한 상대 같지는 않았지만 그도 어린아이를 잡아먹고 싶진 않았기에 군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찰방.


일부러 사내가 있는 반대방향으로 빙 둘러간 두 사람은 걸어서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주요 교통로인데도 다리가 없는데서 알 수 있듯이, 이 주변의 수위는 대단히 낮았다. 대부분은 발목을 적실 정도, 깊은 곳이라 해봤자 무릎 정도까지가 고작이다. 그래도 지상보다는 움직이기 불편했기에 두 사람은 혹시라도 사내가 달려들지 않을까 싶어 경계를 늦추지 않았지만 남자는 계집아이와 무어라 대화를 나눌 뿐, 이쪽에는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 덤벼오진 않는군요. "


" 무장한 어른 둘을 상대로 혼자 섣불리 달려들 만큼 무모했다면 여지껏 살아있지도 못했겠지. "


" 하긴 그렇습니다. 그나저나 저 치도, 계집아이도 딱히 굶주린 것 같진 않은데 어디서 먹을걸 구하는걸까요? "


" 글쌔, 그건 나도 좀 신경쓰이는군. "


얼굴까지는 볼 수 없었지만 체격으로 보나, 활발하게 손짓을 섞어가며 대화하는 모습으로 보나, 아무래도 굶고 다니는 사람들로는 보이지 않았다. 어디서 뭘 먹는지 몰라도 주기적으로 식사를 하고 있는게 확실했다.


" 한번 캐어볼 가치는 있을 것 같은데요? "


" 음... "


단순히 저 둘을 잡아먹기 위해서라면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지만 또 다른 식량줄을 확보할 수도 있다면 이야기는 달랐다. 지금 이 시대에서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기 때문이다.


" 얌전히 이야기 해줄 리는 없겠지? "


"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


금은보화를 구름처럼 안겨주더라도 썩은 빵 한 조각조차 살 수 없는 세상이다. 그토록 귀한 자원을 순순히 남들과 공유해준다는건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자비르는 심각한 얼굴로 잠시 고민했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 아쉽지만 건너편에서 말로 물어보는 정도로 만족해야 할 듯 싶네. 지금 여기서 우리가 방향을 바꾼다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좋은 뜻이 아니라는걸 알지 않겠는가? 거리가 조금 더 가까웠다면 또 모르겠네만... "


" 그래도 저쪽은 계집아이를 끼고 있으니 저희가 더 빠르지 않겠습니까? "


" 잡기야 잡겠지.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릴걸세. "


" 쩝... 하긴, 새로운 토끼를 잡으려다 손에 쥔 토끼를 놓쳐서야 안될 일이지요. "


접선 시간에 여유가 있긴 했지만 마냥 허비해도 좋을만큼 넉넉하진 않았다. 비다르는 아쉬움을 느꼈지만 당장 이번달 식량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할 배짱은 없었다. 그들은 그대로 강을 건넌 뒤, 사내와 계집아이의 맞은편까지 걸어가 말을 걸었다.


" 이보시오~! "


제법 큰 소리로 외쳤지만 남자는 여전히 계집아이와 대화에 열중할 뿐, 한번 돌아보지도 않았다. 그 모습에 두 사람은 강한 위화감을 느꼈다.


' 왜 반응이 없지? '


인간이 인간을 아무렇지도 않게 잡아먹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유랑하다보면 타인을 극도로 경계하게 되어있다. 하물며 무장한 남성이,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무리를 지어서 말을 걸어온다면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해야 정상인데 들은척 만척이라니?


' 계집애와 계속 대화를 하는걸로 봐선 귀머거리도 아닌데... '


" 이보... "


" 그만두지. "


자비르는 다시 한번 고함치려던 비다르의 어께를 잡으며 말렸다. 비다르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보자 그는 말없이 고개를 젓고는 빠른 걸음으로 앞장서서 걸어갔다. 납득은 가지 않았지만 무언가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한 비다르는 말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템 강이 조그만한 실개울로 보일 때 즈음, 마침내 자비르가 발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 인간 같지 않았어. "


" 예? "


" 방금 그것들 말일세. 인간 같지가 않았다고. "


"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


자비르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차분한 목소리로 과거 그가 겪었던 위험한 만남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다.


" 내가 아직 주군을 만나지 못하고 방랑하던 시절에 정령을 만난 적이 있었다네. "


" 정령을요? "


" 음, 젊은 청년의 형상을 하고 있는 정령이었다네. 영락없이 인간인 줄만 알았는데 눈이 마주치자마자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더군. "


" 처, 천만 다행이군요. "


" 정말 천운이었지. "


정령이란 터무니없이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 주제에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괴상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서 언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간혹 특별한 능력이나 물건을 받은 사례도 있지만 - 이유는 역시 불명이다 - 보통은 무언가 해코지를 당하는 일이 많다. 그나마 본인만 큰일나는 선에서 끝나면 다행인거고, 재수없게 성격 더러운 놈과 만나기라도 하는 날에는 일족 전체가 저주를 받는다거나 주변 일대가 흔적도 없이 날아가버리는 경우도 결코 드물지 않았다. 정령 쪽에서 얌전히 물러나준 자비르의 경우는 말 그대로 천운이 따랐던 것이다.


" 그런데 그 정령이란 놈은 인간과 똑같은 겉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풍기는 분위기라고 해야하나,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것이 무언가 다르다네. 살아있는 생명체라기보단 돌덩어리나 흘러가는 물을 보는 것 같은... 말로 하기는 조금 곤란하지만 분명히 차이가 있단 말일세. "


" 그럼... 그놈들에게서 그 느낌이? "


그는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 계집애 쪽은 긴가민가했지만 사내놈은 확실히 그때 그 느낌이 났었네. "


비다르의 등줄기에 소름이 좌악 돋았다. 확실히 정령이라고 한다면 굶주리지 않은 점이나 부르는 소리에 반응하지 않은 점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짓을 했는지도.


" 사, 살아있는게 기적이군요. "


" 뭐, 너무 그렇게 기겁하지 말게. 단순히 내가 헛다리를 짚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


" 그래도 돌아갈 때는 다른 길로 가는게 좋겠습니다. "


" 이를 말인가. "


자비르는 씨익 웃으며 사실 자기도 간이 콩알만해졌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가볍게 웃음을 터트린 두 사람은 다시금, 그러나 조금 더 빨라진 발걸음으로 목적지를 향해 언덕을 넘고 또 넘었다.


그리고...


새카맣게 타버린 채, 지상에 추락해있는 공중도시를 발견하고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


***


" 저 인간들 엄청 놀라겠네요. "


애냐는 멀어져가는 두 기사의 뒷모습을 보면서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 하지만 사실은 조금 삐쳐있을테지. ' 하고, 생각하며 그녀의 주인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 절망해서 죽어버릴지도 모르지. "


" 어째서 이렇게까지 해야하는건가요? "


말투와 달리 인형의 질문에는 질책과 원망이 섞여 있었다. 아르모어로선 억울할 따름이다. 그도 딱히 좋아서 이런 일을 하고 있는건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히 대답소리도 퉁명스러워졌다.


" 우리 친애하는 여왕 폐하께서, 저 드높은 하늘에 계신 관리자님께서 그러길 바라시니까. "


그는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얼마 전, 여왕에게 불려갔을 때를 떠올렸다. 여왕은 그가 도착하자마자 인사도 생략한 채, 옛 시대의 사람들이 남긴 공중 도시들을 모두 파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비록 테오도르는 죽었지만, 그가 보유하고 있던 공중 도시들은 미리 내려두었던 명령에 따라 여전히 지상에 식량을 공급하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위쪽'이 계획해둔 일정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며 당장 치워버리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한다.


" 사정은 알겠습니다만, 그걸 왜 제가 해야하는겁니까? "


" 그대도 이제 알고 있지 않은가? "


" ..... "


강한 힘에는 강한 제약이 따른다. 이것은 모든 세계에 통용되는 하나의 대법칙이다. 이 세계의 관리자나 요정의 여왕처럼 일정 수준을 넘어선 강자들은 보다 거대하고 강력한 시스템에 의해 막대한 제약을 받는다. 힘이 있어도 마음대로 휘두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관리자는 마음만 먹으면 순식간에 생명체들을 멸종시킬 힘이 있음에도 기나긴 세월을 들여서 세계수라는 도구를 만들어야했다.

반면, 아르모어의 힘은 강대하긴 했으나 제약에 걸릴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즉,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면서도 어지간한 일은 모두 할 수 있는... 까놓고 말해서 높으신 분들이 부려먹기 딱 좋은 수준이었다.


" 잊지 마라. 그대 또한 요정의 일원이니라. "


관리자와의 계약을 준수하지 않으면 요정 또한 더 이상 세계수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 요정으로서, 요정의 미래를 위해 할 일을 하라는 말에 아르모어는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안식처를 떠나와야했다.


" 싫으면 안하면 되잖아요. "


" 그게 내 마음대로 되냐? "


" 안될건 뭐에요? 그렇게나 큰 힘이 있는데. 지금도 주인님이 마음만 먹는다면, 저 빌어먹을 나무를 뿌리뽑고 잃어버린 모든 것을 되찾을 수 있어요. "


그것은 근거없는 망상이 아니다. 공간지배의 경지에 다다른 아르모어의 힘이라면 만물이 번성하던 시기로 시간을 되돌리고* 세계수를 없애버리는 것 따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단지 이 세계의 관리자를 상대로 반기를 들 각오만 되어있다면 말이다.


" 나 같은거한테 그런 거창한 기대 하지마. "


이야기 속의 용사님이라면 분명 반기를 들었을지도 모른다. 나중에야 어찌될 값에라도 일단 저질러버리고, 우여곡절을 겪겠지만 어찌어찌 뒷감당도 잘 해낼 것이다. 그야, 처음부터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진 이야기니까.

하지만 아르모어 폰 피르쉬어가 평생에 걸쳐 겪은 바에 따르면 세상이라는 놈은 역시 그렇게 친절하지도, 만만하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감당 할 능력없이 저지른 일은 결국 감당해내지 못하고 마는게 대부분이었다.

큰 도전에는 큰 대가가 따른다.

아르모어에겐 그걸 무시할 수 있는 혈기도, 감수할 수 있는 용기도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아마도 그걸 두고 나이를 먹었다고 하는게 아닐까. 하고, 그는 생각했다.


" 난 그냥 나이먹은 아저씨일 뿐이야. "


" 한심이. "


" 윽. "


삐친 인형의 한마디가 폐부 깊숙히 파고들었다. 반박할 여지가 없는 진실이라서 더 속이 쓰리다. 애냐는 자기 인형에게 한심한 놈 취급을 받고 한심한 얼굴로 쓴웃음을 짓고 있는 주인을 정말 한심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면서 한탄했다.


" 진짜 왜 이런 한심한 사람한테 저렇게 큰 힘이 주어진걸까요. 아깝게. "


" 그러게나 말이다. "


' 나 말고 다른 용감한 사람이 이런 힘을 가졌다면 정말로 세상을 구원해줬을지도 모를텐데. ' 아르모어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 누구 손에 들어가든 결국 똑같지 않을까. ' 하고 생각하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 그만 가자. 너무 늦으면 엘리가 화낼거야. "


" .....네. "


아직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애냐도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러니저러니해도 그녀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 상사에게 메여있는 신세다. 자신도, 여왕도, 이 세계의 관리자마저도 마찬가지다. 힘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어딘가에, 무언가에 메여서 살아간다. 입으로는 무어라 시부렁거려도 정말 아무 것에도 제약받지 않고, 자기 좋을대로만 살아가는 존재 따윈 있을 리가 없다. 단지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반응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르모어는 자신의 목 주변을 매만졌다.


어디선가 절그럭, 하고 불쾌한 금속음이 들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


작가의말

10/23 내용추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72 아침기상
    작성일
    16.10.28 20:11
    No. 1

    지금까지 아르모어가 시도한 것들 중 성공한 게 있었나요 자살 안 한 게 신기하네.
    좋아하던 여자는 눈앞에서 죽고, 몇 십년간 친구 찾아려고 돌아다니면서 돈 다 쓰고,
    식당 개업하고 살인까지 하면서 보호하려고 했지만 결국 쓸모없고 식당은 망 했고,
    군대에서 죽으려고 갔는데 잠들고 쫓겨났고,
    그리고 인류 멸명 시키려고 했는데 그것도 결국 헛수고였지.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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