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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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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조회수 :
623,043
추천수 :
8,717
글자수 :
1,341,677

작성
13.07.10 23:00
조회
1,578
추천
32
글자
8쪽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8 - 떨어진 별 (1)

DUMMY

덜컹, 덜컹...


태양이 중천에 떠오를 무렵, 여름이지만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발트 땅을 향해 거친 산길을 오르는 마차 한 대가 있었다. 보란듯이 장식된 화사한 문양과 마차를 이끄는 네 쌍의 명마들, 그리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호위하는 8대의 에어 바이크들이 마차 안에 탄 사람의 고귀한 신분과 재력을 한껏 과시했다.


" 베이린, 앞으로 얼마나 남았어? "


그 고귀하신 분의 물음에 그분을 수행하는 시종, 베이린 엔한스는 기계적인 손놀림으로 가방을 열고 사람 얼굴만한 사각형 판을 꺼냈다. 판의 뒷편에 달린 버튼을 누르자 내장된 회로가 작동하며 판의 전면에 부착된 지도 위에 푸른 색 점이 나타났다. 베이린은 점이 움직이는 속도와 지도에 표시된 지형, 그리고 일행의 식사 시간을 고려하여 한시간쯤 여유를 두고 대답했다.


" 앞으로 10 시간 정도 남았습니다. "


" 아까도 10 시간 남았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또 10 시간이야? "


무미건조한 베이린의 대답에 그의 상전이자 고귀한 혈통을 타고난 갈색 머리의 아가씨는 표정을 찌푸리며 역정을 냈다. 신분에 걸맞지 않게 하층민들처럼 한데 묶어서 뒤로 넘긴 머리카락이 때맞춰 불어온 바람에 화난 말꼬리처럼 흔들렸다. 그러나 베이린은 상전의 역정에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답했다.


" 물어보신지 아직 2분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


" 우웩, 그것 밖에 안됐어? "


시종의 대답에 여자는 질린 듯한 얼굴로 헛구역질을 했다. 본인은 벌써 몇 시간쯤 흘렀을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하기야 야생마처럼 활기왕성한 말괄량이 아가씨가 오락거리는 커녕, 변변찮은 대화 상대 하나 없이 멍청히 창 밖이나 내다본 것이 벌써 이틀째다. 그나마 풍경이나마 볼만했으면 좀 나았으련만, 그조차도 볼품없는 산과 말라버린 계곡이 무한히 반복될 뿐이니 1분이 1시간처럼 느껴진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었다.


" 아으... 지루해, 지루해, 지루해에에에에에~~~! "


아가씨가 지루함에 몸을 비틀어 댈수록 베이린의 가슴 속 불안감도 점점 커져나갔다. 다른 아가씨들이야 입으로만 불평하고 말겠지만 그가 모시는 분은 다르다. 저러다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것이다. 그가 곁에서 모신 지난 5년간만 해도 소소한 사건 사고는 셀 수도 없고 뒷수습 하느라고 피땀을 흘린 대형사고들만 해도 수십건이 넘었다. 이처럼 화려한 전과를 가진 상전이 지루함에 몸을 비틀고 있으니 곁에서 수행하는 시종의 입장에선 불안감에 떨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 목적지에 닿을 때까지는 별일 없어야 할텐데... '


오늘 저녁까지만 버티면 어떻게든 목적지에 닿을 것이다. 목적지에만 도달하면 설령 사고를 치더라도 위험한 지경까진 가지 않을 것이고 무엇보다 자신이 수습할 의무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데다가 이번에도 자신에게 수습의 책임이 돌아온다. 그것만큼은 절대 사절이었다.


띠-띠-띠-


그때, 베이린이 들고 있던 금속판이 진동하며 기계음이 들렸다. 그 소리가 들리자마자 여자는 반색하며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더니 남자처럼 우렁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 어~이! 점심시간이야! 좀 쉬었다가자고! "


***


" 후아~ 이제 좀 살겠네. 그놈의 코딱지만한 상자 속에 갇혀 있으려니 답답해 죽는 줄 알았어. "


' 저는 아가씨가 밖에 나와계시니 불안해 죽을 것 같습니다. '


베이린은 기지개를 펴며 가볍게 몸을 풀어주는 아가씨를 보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마음 같아서는 식사도 마차 안에서 해결하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보존기를 실고 가기엔 마차가 너무 좁았다. 그렇다고 어마무지 고귀한 아가씨에게 딱딱하게 굳어버린 비스킷이나 소금에 쩔어 쿰쿰한 냄새를 풍기는 말린 고기 따윌 들이밀 수도 없는 노릇이니 간소하게나마 올릴만한 음식을 준비하려면 좋든 싫든 내려서 조리 할 수 밖에 없었다.


요리사가 식사를 준비하는 사이, 사방으로 흩어져 경계를 서던 기사들이 하나 둘씩 마차로 모여들었다. 베이린은 기사들이 타고 있는 에어 바이크를 부러운 듯이 바라보는 아가씨의 눈길을 놓치지 않았다. 아가씨가 저지른 수많은 사건사고를 수습하며 자연스럽게 길러진 직감이 속삭였다. ' 이건 틀림없이 사고칠 전조야. ' 아무래도 기사들에게 바이크 단속을 철저하게 하라고 한마디 해둬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며 베이린은 조립식 테이블을 마차 천장에서 내렸다.


" 아, 귀찮게 안내려도 괜찮아. 나도 그냥 바닥에서 먹을래. "


귀족가의 영애가 길바닥에 퍼질러 앉아 식사를 한다는건 그야말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베이린은 두말없이 테이블을 도로 집어넣었다. 어차피 말려봤자 소용없다는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간언이 먹히지 않는다면 시종이 할 수 있는 일은 주인의 결정에 순종하는 것 밖에 없다. 테이블을 되돌려놓은 그는 지체없이 요리사에게 향했다.


요리가 완성되기를 기다려 식사를 가지고 돌아오니 아가씨를 중심으로 기사들이 둥글게 둘러 앉아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남녀의 구분은 제쳐놓고 신분의 격차만 따져보아도 대단히 파격적인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아가씨의 이런 모습은 기사들과 신분을 뛰어넘어 고락을 함께한다는 인상을 주어서 그녀는 수많은 사건사고에도 불구하고 기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비록 아가씨가 아니라 도련님 취급이지만 말이다.


' 차라리 정말 도련님으로 태어나는 쪽이 좋았을텐데. '


하지만 이미 여자로 태어나버렸으니 별 수 없다. 베이린은 쓸데없는 생각을 접어두고 서둘러 식기와 음식을 날랐다. 그리고 기사들과 아가씨가 식사를 하는 사이, 요리사에게 돌아가 남는 재료들을 적당히 집어넣어 만든 샌드위치를 입안에 구겨넣고 물 한잔을 입안에 털어넣었다. 이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식사를 마친 그는 지체없이 돌아가 기사들이 식사를 끝마치기를 기다렸다가 호위 임무로 복귀하기 위해 바이크를 향해 가던 알버트 경을 불러세웠다.


" 알버트 경. "


" 무슨 일이냐? "


"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호위대의 대장이자 최선임 기사인 알버트는 아가씨의 전속 시종이 자신을 따로 불러낸 시점에서 이미 눈치를 챘는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면서 물었다.


" 어휴... 또 아가씨가 사고를 치려 그러나? "


" 여러분들의 바이크에 눈독을 들이시는 것 같습니다. "


" 맙소사. "


알버트가 알기에도 아가씨는 바이크를 얻었다고 얌전히 일행과 보조를 맞춰 달릴 사람이 아니다. 보나마나 혼자 신나게 달려나갈 터. 지형도 모르는 아가씨가 철없이 폭주했다가 길이라도 잃어버리면 큰일이다. 이 근방은 인상적인 지표 하나 없이 전부 비슷비슷한 풍경이 펼쳐져 있어서 한번 잃어버리면 찾기 힘들었다.


" 반드시 저지해야합니다. "


" 물론이지. 후배들에게 조심하라고 일러두마. "


그들의 눈빛에서 여기까지 와서 일을 망쳐버릴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가 철철 흘러넘쳤다. 그러나 그 순간, 그들의 귓가로 들려오는 섬뜩한 소리가 있었다.


쒜에에에에에에에엑!!!!


에어 바이크를 급가속할 때 생기는 파열음이 두 사람의 귓가를 강타했다. 동시에 전방을 향해 돌진하는 알버트의 에어 바이크와 그 위에 올라탄 갈색 머리의 라이더를 확인한 두 남자는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 안돼에에에에에에에에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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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7 - 지옥 (13) +5 13.02.28 1,827 3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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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7 - 지옥 (10) +3 13.01.20 1,667 25 8쪽
142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7 - 지옥 (9) +6 12.12.27 1,616 33 6쪽
141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7 - 지옥 (8) +8 12.11.10 2,036 37 15쪽
140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7 - 지옥 (7) +4 12.05.28 1,791 38 7쪽
139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7 - 지옥 (6) 12.05.26 1,889 29 8쪽
138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7 - 지옥 (5) +18 12.04.20 2,136 32 9쪽
137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7 - 지옥 (4)+ +10 12.04.14 1,999 39 14쪽
136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7 - 지옥 (3) +16 12.04.11 2,067 36 6쪽
135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7 - 지옥 (2) +17 12.04.11 2,037 3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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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6 - 다시 굴러가는 수레바퀴 (14) +7 12.03.07 3,103 47 10쪽
125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6 - 다시 굴러가는 수레바퀴 (13) +13 12.03.04 1,709 2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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