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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꾼의 서재입니다.

이계의 몬스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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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꾼
작품등록일 :
2020.05.17 02:24
최근연재일 :
2021.01.17 21:45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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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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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4,520

작성
20.07.2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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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성검의 주인

DUMMY

“...”


셀리스는 굳어졌다.

검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셀리스는 고개를 돌려 안나를 노려봤다.


‘뭐하는 것이냐, 마녀. 어서 마법을 써라!’


셀리스의 눈빛에 안나는 멀린을 힐끔 쳐다봤다.

그리고 이내 미소 짓고 셀리스에게 입 모양으로 말했다.


‘힘내!’


“...”


이제야 마법을 써줄 생각인가 보다.

감히 마녀 따위가 왕족에게 장난을 치다니?

셀리스의 눈 근육이 실룩거렸다.


‘조금만 기다려라. 이것만 뽑으면 내가 당한 모든 굴욕을 수백, 수천 배로 갚아줄 테니까.’


셀리스는 양손으로 검을 잡고 당겼다.

검이 뽑히지 않았다.

셀리스의 눈에 핏대가 솟았다.


“안나! 장난 그만 치···.”

“쿠, 쿠쿡...”


셀리스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마녀 안나가 배를 잡고 웃음을 참고 있다.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뭐야, 이 마녀. 뭘 쳐 웃고 있는 거야?


셀리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기묘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고요했다.

조금 전까지 환호성을 지르던 백성들이 침묵했다.

모여 있던 기사와 병사들도, 중앙 귀족도.

베룸 왕까지.


모두가 보는 가운데, 셀리스는 멍청이 서 있을 뿐이다.


셀리스의 넋이 나간 채 멀린에게로 옮겨갔다.

멀린은 미소 짓고 중얼거렸다.

‘멍청이’라고.


셀리스의 얼굴이 서서히 창백해졌다.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이들은 자신을 속인 것이다.


“검을 뽑지 못하는 건가?”


기다렸다는 듯 멀린이 입을 열었다.

낮으면서도 작은 목소리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이곳에 모인 이들에게 그 목소리가 들렸다.


백성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젠장!’


셀리스는 욕을 내뱉었다.

이제 왕좌가 바로 코앞이거늘.


모두가 보는 눈앞에서 치욕을 당하고 있었다.

셀리스는 멀린을 노려봤다.

낮고 위협적이게 말했다.


“약속이... 다르지 않느냐.”

“어떤 약속?”


멀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뻔뻔하기 짝이 없었다.


“네놈과 마녀가 마법을···!”

“마녀? 마법?”


멀린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다.


“무슨 뜻이지? 설마 이곳에 악마 숭배자라도 있단 말인가?”

“...”


셀리스는 입을 다물고 시선을 돌렸다.


베룸 왕 옆에는 크로스트 교단의 사제들이 앉아 있다.


자신이 마녀와 연관된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게 되다간.

오히려 자신이 악마 숭배자로 내몰리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보나 마나.


‘유폐되겠지!’


루비아처럼 탑에 갇힐 것이다.

멀린은 셀리스를 보며 말을 이어갔다.


“왕자가 검을 뽑지 못한다면···. 왕이 될 자격이 없다는 거겠군.”


‘이 개자식!’


셀리스는 멀린의 멱살을 잡았다.


“도대체 속셈이 뭐냐. 왕족인 나를 이토록 모욕을 준 것으로 그냥 끝날 것으로 생각하느냐! 네놈은···!”

“왕족? 아 그렇군. 왕족이라, 그럼 한 명 더 남아 있지 않나?”


셀리스는 말문이 막혔다.


“분명 또 다른 인물이 있었지. 이름이···.”


멀린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루비아였지 아마?”


셀리스는 급히 탑 꼭대기의 발코니를 쳐다봤다.


없다.

루비아 왕녀가 없었다.


그때였다.

셀리스 왕자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졌다.


백성들이 소란스러워졌다.

웅성거리며 하늘을 가리킨다.


중앙 귀족들은 넋이 나가 하늘을 쳐다봤다.


셀리스 역시 사람들의 시선에 따라 하늘을 쳐다봤다.

눈이 휘둥그레진다.


“천···. 사?”


달빛 아래, 하피들이 날갯짓을 하며 한 여인을 천천히 내려놓고 있었다.


날갯짓에 황금빛 금발이 휘날렸다.


여인은 살며시 초원 위에 발을 올리며 고개를 들었다.

감고 있던 눈을 뜨자 맑고 투명한 푸른 눈동자가 보였다.


루비아 아르티오.


그녀가 나타났다.


그 모습에 베룸 왕과 성직자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 이럴 수가···. 또다시 이런 기적을 체험하게 되다니!”


베룸 왕은 몹시 흥분했다.

천사를 설마 두 번이나 보게 될 줄이야!

그뿐인가, 자신의 딸 아이를 천사가 손수 데려다주지 않았는가?


`저게 루비아 왕녀?`


크로스트 교단의 성직자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들은 난생처음 겪는 이변에 전율을 느꼈다.


‘마녀 따위가 아니다!’


소문으로만 듣던 마녀 루비아다.

하지만 역시 소문과 달랐다.

오히려 그 반대.


성직자의 눈에는 마치 루비아가 4개의 날개를 가진 채 하늘에서 내려온 거처럼 보였다.

어찌 이리도 신성하단 말인가!


사제들은 눈가가 떨리며 이슬이 맺혔다.

복박치는 감정에 기도했다.


“설마···. 네놈들, 루비아의 패거리였느냐!”


모두를 홀린 듯한 모습에 셀리스는 소름이 돋았다.

분노한 얼굴로 멀린과 안나를 노려봤다.


“마법으로 루비아가 검을 뽑도록 만들 생각이었느냐!”

“설마.”


멀린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우리는 건들지 않아.”

“웃기지 마. 루비아 따위가, 계집 따위가 검을 뽑을 수 있다고? 아르티오의 왕이 된다고? 개소리다!”


셀리스는 멀린을 밀어냈다.


“병사들이여. 뭘 하느냐! 지금 당장 이들을···!”


셀리스는 외쳤지만.

그의 귀에 기울이는 자들은 없었다.


모두 넋이 나간 채 루비아를 쳐다볼 뿐이다.


루비아는 고개를 살며시 들었다.

그녀의 시야에 모두가 보인다.


아버지인 베룸 왕.

아르티오의 중앙 귀족들.

왕가에 충성을 맹세한 기사들.

그리고 백성들.


그들 모두가 있다.

그 가운데 그녀가 있고, 또한 자신을 선택해준 천사들이 있었다.


루비아는 시선을 돌렸다.

푸른 바위 위로 황금빛 검날의 성검이 박혀 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혼란스러운 아르티오를 바로 잡을 힘이.

모두를 움직이는 힘이.

저곳에 있었다.


루비아는 걸음을 옮겼다.


셀리스가 얼굴이 창백해져 기사단장에게 말했다.


“뭘 하는 것이냐. 막아!”

“네?”

“막으라고! 지금이 아니면 네놈 또한 나와 함께 죽는다. 그걸 잊은 것이냐!”

“...”

“나에게 기회가 온다면 네놈에게 작위를 주겠다. 어서···!”


기사단장은 이를 악물었다.

사실이다.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만약 루비아가 아르티오의 왕이 된다면.

지금껏 셀리스에게 빌붙은 모든 이들은 배제 대상이 될 것이다.


“루비아 왕녀를 포박하라! 아직 마녀 혐의가 있다. 사악한 저주를 퍼붓기 전에 어서!”


기사단장이 외친다.

그때였다.


“루비아 왕녀님을 지켜라!”


백성들 사이에서 로브를 뒤집어쓴 자들이 튀어나왔다.

병사들이 급히 그들을 막아섰지만, 검을 뽑고 위협을 하자 병사들이 뒤로 물러섰다.


검을 뽑은 이들.

그들이 로브를 집어 던졌다.

등 뒤로 황금 사자가 새겨진 망토가 펄럭였다.


루비아가 이끌었던 군대.


‘사자의 군단’.


기사 하이먼과 루비아를 따르는 귀족, 기사들이었다.


“하핫! 이거 흥미진진하구만! 역시 인생은 앞을 일을 모르는 법이야!”


소란이 일어났음에도 베룸 왕은 제지하거나 당황해하기보단 통쾌하게 웃었다.

오히려 이 상황을 재미로 즐기는 듯했다.


갑작스러운 소란에 백성들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자리를 뜨는 이는 없다.


그들도 앞으로 일어날 일이 궁금한 것이다.


루비아는 주변 소란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무거운 걸음을 옮겼다.


바람에 금발이 휘날리며, 가녀린 몸이 성검 앞에 우뚝 섰다.

그녀는 심호흡했다.

하얀 손가락이 성검 손잡이를 움켜잡고 눈을 감았다.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셀리스가 직접 나서려 했지만, 그의 목에 메이스가 겨누어졌다.


멀린이 막은 것이다.


‘이상해.’


루비아는 성검을 잡자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수많은 장정이 이 검을 뽑으려 했지만 뽑지 못했다.

고귀한 혈족인 귀족들도.

위대한 왕족인 오라버니도 뽑지 못했다.


분명 무능하고 힘없는 자신 역시 이 검을 뽑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뽑을 수 있을 거 같아.’


그녀는 살며시 눈을 떴다.

몸속에서 꿈틀거리는 성스러운 기운을 일깨웠다.


하얀빛.

빛의 입자가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왔다.


또한 성검의 검날에 빛이 깃들기 시작했다.


그 순간 모든 소란이 조용해졌다.


끼어든 사자의 군단도, 그걸 막는 셀리스의 병사들도.

모두 그녀를 쳐다봤다.


푸른 바위가 녹아내린다.

검이 서서히 뽑히기 시작했다.


셀리스는 입을 벌렸다.


“안···. 돼.”


그 누구도 뽑지 못했던 성검이 서서히 뽑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안 돼!”


검이 뽑혔다.

셀리스는 비명처럼 통곡했다.

좌절한 듯 무릎 꿇었다.


그와 동시에 천막이 처져 있던 동물 우리가 박살 났다.

쇠창살이 튕겨 날아갔다.


황금 사자가 걸어 나왔다.


백성들은 굳어진 채 황금 사자를 쳐다봤다.

루비아는 검을 내려다보다가 황금 사자를 올려다봤다.

황금 사자는 루비아에게 다가갔고.


“우르···?”


황금 사자가 루비아에게 뺨을 비비고는 고개를 든다.

그리고 포효했다.


고막이 터질 듯한 포효가 왕도 번역에 울려 퍼졌다.


베룸 왕은 넋이 나가 있었다.


“하... 하하!”


이내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통쾌하게 웃었다.

자리에 다시 앉고는 거창하게 박수를 친다.


중앙 귀족들은 루비아 왕녀와 셀리스 왕자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지그시 눈을 감고 서서히 무릎 꿇기 시작했다.


루비이가 시선을 주변으로 돌렸을 때.

만백성이 모두 무릎 꿇고 있었다.

하피들이 무릎 꿇는다.


“아르티오의 왕이 되신 걸 축하드리옵니다.”


고개 숙여 말했다.


"루비아 여왕 폐하."


시종장이 무릎 꿇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루비아 여왕 폐하 만세!”


백성들이 합창한다.


“루비아 여왕 폐하 만세!”

“아르티오 왕국 만세-!”

“신성 아르티오 왕국은 영원하리라─!”


#


외벽 위에 있던 병사들도 두 눈으로 보고, 듣고, 경험했다.


저 멀리, 루비아 왕녀가 천사들에게 마중 나오고 또한 검을 뽑는 장면을.


지금도 보아라.

달빛 아래, 성스러운 빛을 뿜으며 당당히 서 있지 않은가?

게다가 갑자기 나타난 황금 사자가 루비아 왕녀를 따르고 있다.


이는 신의 뜻이었다.


그야말로 위대한 아르티오 여왕으로서, 그 위엄을 보였다.


병사들도 소리쳤다.


“아르티오 왕국 만세!”

“루비아 여왕 폐하 만···!”


그때, 장벽이 뒤흔들렸다.


병사들은 멈칫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피, 피해!”

“으, 으아아아악-!”


거대한 손아귀가 외벽 위를 내려 찍혔다.

그것을 피하려던 병사는 손바닥에 깔려버렸다.


“사, 살려···!”


병사가 애원했다.

하지만 수십 구의 좀비들로 이루어진 손아귀는 병사를 붙잡고 물어뜯었다.

결국, 깔렸던 병사도 좀비가 되어 손아귀에 흡수된다.


“뭐, 뭐야!”

“그 괴물이야!”


거대한 좀비 괴물.

미트 골렘.

그 존재들이 장벽마다 벽을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오타 맞춤법 지적해주시면 감사드립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작가의말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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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아벨 +22 20.10.09 1,424 6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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