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그림자꾼의 서재입니다.

이계의 몬스터가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그림자꾼
작품등록일 :
2020.05.17 02:24
최근연재일 :
2021.01.17 21:45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228,595
추천수 :
7,713
글자수 :
314,520

작성
20.07.28 23:03
조회
3,013
추천
121
글자
11쪽

성검의 주인

DUMMY

“루비아 여왕 폐하 만세-!”

“아르티오 왕국은 영원하리라!”


백성들의 우렁찬 외침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따로 움직일 필요도 없겠어.’


멀린이 나설 차례도 없었다.

혹시나 해 노드 전사들로 병사를 제압하려 했지만.

하이먼이 데리고 온 사자의 군단으로도 충분히 병사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애초에 루비아가 나온 시점에서 병사들도 혼란을 느꼈을 것이다.

왕자를 따라야 할지를 말이다.


멀린은 시선을 돌렸다.


중앙 귀족들이 증오스러운 눈빛으로 셀리스를 노려봤다.


빚을 내며 왕자를 지지했던 만큼.

그들로서는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멀린은 루비아를 쳐다봤다.


성검을 쥐고, 다른 한 손으로 황금 사자 우르의 갈기를 쓰다듬는 장면이 보인다.


그 모습을 화가들이 화보로 그리고, 역사 학자와 성직자들이 기록을 남기고 있다.


그들로서는 위대한 업적을 목격했고, 최초로 그것을 남기고 싶어 했다.


‘이것으로 연극은 완벽해졌다.’


멀린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제 루비아는 아갈드 길드의 수족이 된다.

아르티오 영토에서는 더는 모습을 감출 필요가 없어졌다.

마법에 대한 제약도 사라진다.


아르티오 왕가가 뒤를 바쳐주며.

중앙 귀족도, 크로스트 교단도, 백성들마저 루비아를 지지한다.


그러한 루비아가 아갈드를 따르니.

그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이걸로 아르티오의 땅에선 자유로워졌다.’


마녀니, 악마니, 그러한 형태로 마찰이 없을 것이다.


땡-···! 땡-···! 땡-···!


멀린은 귀를 움찔거렸다.


종소리가 왕도 전역에 울려 퍼졌다.


루비아만 바라보던 백성들은 종소리가 나는 장벽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악!”

“꺄아아악!”

“뭐야. 뭐야!”

“괴물이다!”


거대한 괴물이 장벽 위로 손을 뻗어 올라오는 게 보였다.

병사들이 그런 괴물을 저지하고 있었다.


발리스타로 미트 골렘을 밀어내고 있지만.

장벽을 넘어오는 건 시간문제였다.


모여 있던 백성들은 도망치기 시작했다.


멀린은 눈살을 찌푸렸다.


‘너무 방치했군.’


장벽 주변에 좀비들이 몰려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설마 뭉쳐져 미트 골렘으로 진화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


축제의 소란.

그리고 마지막 루비아의 각성한 듯한 모습에 백성들의 환호성이 시발점이 된 거겠지.


하지만 좋다.

이 점 또한 아갈드에 유리하게 적용될 것이다.


멀린은 시선을 노드 전사들에게 돌렸다.


‘준비해.’


노드 전사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움직였다.

병사들에게 다가가 외쳤다.


“어이! 무기, 무기를 넘겨!”

“네?”

“괴물이 나왔잖아? 막아야지! 가져간 무기를 달라고! 아니면 다 뒤질 거냐?”

“이쪽, 이쪽으로 오십시오.”


병사들은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아르티오 소속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와이트라는 망자는 극악의 괴물이다.

죽인 자를 동족으로 만드는 괴물이 나타났는데, 야만인이라고 배제할 수는 없었다.


멀린 또한 메이스를 잡았다.


“우르.”


멀린의 말에 우르가 루비아에게 떨어져 멀린에게 다가왔다.


멀린은 우르의 목에 올라탔다.


“황금 사자가···.”

“야만인을 태웠어?”


더는 다른 이들의 시선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안나!”


안나가 멀린을 쳐다봤다.


“대규모 버프 마법을 준비해다오.”

“알았어.”


안나는 혀를 내두르고 허공에 손을 저었다.

지팡이가 소환되고 바닥에 내려찍었다.


그녀의 주변으로 마법진이 새겨지며, 마력이 요동쳤다.


백성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던 중 안나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루비아가 당황해했다.

그녀로서도 저렇게 큰 괴물은 처음 보는 것이다.


하지만 멀린과 안나를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녀가 시종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갑옷을 다오!”

“네?”

“전장에 나갈 것이다. 갑옷을 준비하라!”

“아, 알겠습니다.”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하피들이 루비아에게 다가갔다.

멀린에게 루비아의 보좌를 맡겼으니, 그에 따르는 행동이었다.


시종장이 급히 움직일 때, 베룸 왕도 몸을 일으켰다.


“나도 함께하겠다.”


기사가 베룸 왕을 만류하려 했지만.

베룸 왕은 통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러한 모험을 빠질 수야 없지!”


#


“비상! 비상!”

“기름···. 기름을 부어!”


장벽을 올라오는 괴물을 향해 기름을 부었다.

불을 붙이지만, 손이 불탈 뿐. 미트 골렘은 물러서지 않았다.


감정이 없고 죽음만을 원하는 괴물들이다.

인간들의 공포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떨어지지 않아!”

“또 다른 놈들이 온다!”


장벽 위에 있던 병사들은 괴물을 막으면서도 건너편을 바라봤다.


미트 골렘 뿐만 아니라 좀비들까지 달려오는 게 보였다.


이미 수천의 규모를 넘어섰다.


‘축제를 너무 거창하게 열었어!’


전국에서 왕도를 향해 여행자가 찾아왔다.

그들에게 이끌려 따라온 좀비들, 또는 사냥당한 여행자들이 이 왕도로 몰린 것이다.


“백성들이 왕도로 피난 갈 수 있을 때까지 버텨라!”

“루비아 여왕 폐하가 피난할 수 있는 시간을···!”


아직 베룸 왕에게 정식으로 여왕 임명이 되지 않았건만.

병사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루비아가 왕이 되었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만큼 충성심도 남달랐다.


“조준!”


궁병들이 활시위를 당겼다.


“쏴!”


화살들이 미트 골렘을 고슴도치로 만들지만.

공성 병기마저 버텨낸 존재들이었다.


시간 끄는 것조차 하지 못했다.


육중한 무게를 가진 미트 골렘이 벽을 짚었다.

그리고 다리를 걸쳐 올라와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 이런···!”

“올라왔다!”

“장창병!”


장창병들이 모여들며 창으로 미트 골렘을 찔렀다.


하지만 미트 골렘의 손짓에 오히려 수십 명의 병사가 장벽 아래로 떨어졌다.


“발리스타, 저놈을 노려라!”


발리스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쐐기를 박았다.


수많은 병사의 발걸음.

육중한 미트 골렘의 몸놀림.


그때마다 장벽이 금이 가기 시작했다.


또 다른 미트 골렘이 장벽에 올라온 순간, 장벽이 균열을 이기지 못해 무너져 내렸다.


급조한 부실 공사의 결과였다.


“자, 장벽이 무너졌다!”

“...후퇴! 후퇴!”

“왕도로···!”


장벽이 우르르 무너져 내렸고, 그 사이로 기어 올라오던 미트 골렘들이 하나둘씩 진입했다.


또한 좀비들이 빠르게 진입해 달려나갔다.


짐승처럼 지치지 않고 달리는 좀비들은 도망치는 병사를 뒤에서 덮쳐 물어뜯고 사냥했다.


아르티오 병사들이 절망에 빠져 뒷걸음을 칠 때였다.


“하핫! 기사단이여. 또다시 나와 함께 전장에 누벼보자꾸나!”


통쾌한 웃음소리.

도망치던 병사들은 발걸음을 멈추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구, 국왕 폐하?”


베룸 왕이다.

손에는 검과 방패를 쥔 채 서 있다.

그 뒤에는 은빛 기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이들의 특성은 익히 들었다. 저들의 이빨과 손톱은 갑옷을 뚫지 못한다고 했던가? 그렇담. 기사단이면 충분하겠지. 매의 기사단이여! 전장을 즐기자꾸나!”


기사들이 함성을 지른다.

일제히 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폐하, 이곳은 위험합니다. 그러니 왕도로 피신을.”


루비아 왕녀가 옆에 있었다.


말을 탄 기병들이 대열을 이룬다.

그 앞에 루비아가 성검을 뽑고 갑옷을 입은 채 말고삐를 잡았다.


황금 사자 문양이 그려진 망토를 가진 이들.


사자의 군단이다.

베룸 왕은 루비아를 보며 웃었다.


“나의 딸, 루비아여. 이런 즐거운 일에 가만히 있을 거 같으냐? 맛 좋은 음식도 먹었겠다. 기적도 체험했겠다. 이제는 목숨을 건 괴물과의 사투를 벌어야 후에 위대한 조상님들을 만나 자랑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한때 전장광이라고 불린 베룸 왕이다.

직접 전장에 참전했던 그였지만.

지금처럼 설렘과 스릴을 느끼는 건 처음이었다.


이 기회를 놓칠 소냐.


“그럼 나의 딸아, 네 실력 한 번 보자꾸나!”


베룸 왕은 유쾌하게 웃으며 루비아를 쳐다봤다.

루비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로서는 베룸 왕을 말릴 힘도, 말릴 시간도 없었다.


그녀는 정면을 주시했다.


거침없이 달려오고 있는 좀비와 거대 괴물들.


루비아가 입을 열어 목청껏 소리쳤다.


“사자의 군단이여!”


그녀가 성검을 들었다.

몸속 깊숙이 잠들어 있던 성력을 일깨웠다.

그녀의 몸에서 성력이 뿜어지며 빛의 입자를 뿌렸다.


사자의 군단은 그 모습에 경악에 물들었다.


“망자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영원한 안식을ㅡ!”


사자의 군단이 열창한다.


“돌격 앞으로-!”


루비아가 성검을 휘두르며 말의 배를 걷어찼다.


루비아가 질주한다.

그 뒤로 사자의 군단과 기사단이 따랐다.


쐐기 대형으로 질주하던 기병과 기사들은 그대로 좀비 무리와 충돌했다.


“싸, 싸우자!”

“루비아 여왕 폐하를 위하여!”


도망치던 병사들도 발걸음을 바꾸었다.

함성을 지르며 좀비 떼에 파고들었다.


기사단의 말에 충돌해 좀비들이 비틀거린다. 그런 좀비들을 병사들이 검을 휘둘러 베어냈다.


전세는 아르티오 군으로 기울이는 듯했다.


하지만.


쿠어어어어어어어-!


미트 골렘의 손짓 하나에 병사 수십 명이 허공에 날아올랐다.


발길질에 말을 탄 기사가 다진 고기가 된다.


장벽을 뚫고 나온 미트 골렘에 기사단이 주춤거리고 루비아와 베룸 왕마저 그 존재를 올려다봤다.


루비아는 이를 악물며 말고삐를 잡았다.

미트 골렘에게 질주했고.

미트 골렘은 손아귀를 내려찍었지만.

루비아는 미트 골렘의 다리 사이에 파고들며 검을 휘둘렀다.


검날이 미트 골렘의 다리를 파고든다.

성스러운 기운이 미트 골렘의 다리를 녹여냈고, 이윽고 미트 골렘이 휘청거리며 무릎 꿇렸다.


병사들은 루비아의 위용에 환호한다.


하지만 정작 루비아는 얼굴 창백해졌다.


‘안 돼.’


미트 골렘이 다시 일어섰다.


‘죽일 수가···. 없어.’


게임상 18레벨 이상.

만렙을 넘어선 골렘이다.

루비아로서는 작은 상처를 내는 게 끝이리라.


#


“대단한데? 하지만 다 죽겠는걸?”


마법을 준비 중이던 안나의 말에 멀린은 우르를 탄 채 그 모습을 지켜봤다.


시선을 돌렸다.


노드 전사들이 완전 무장을 갖추고 대기하고 있다.


“버프는?”

“이제 완성됐어.”


안나가 노드 전사들을 힐끔 쳐다봤다.

순간 노드 전사들의 몸에서 룬 문자가 새겨진다.


푸른 빛이 흘러나오며 그들의 몸이 부풀어 올랐다.

그들의 무기에 불꽃의 룬이 새겨지며 화염이 불타오른다.

짐승의 탈을 쓴 노드 전사들이 함상을 질렀다.


“오오오오오!”

“불꽃의 여신 안나 님의 축복이다!”


체력 강화, 근력 강화, 화염의 축복.

버프를 받은 노드 전사들이 광기에 찌든 얼굴로 좀비들을 노려봤다.


싸우고 싶어 안달 난 것인지 입꼬리를 말아 올린 채 거친 숨결을 내뱉었다.


“죽음의 신 머른이시여. 생명의 신 세루노누스시여!”


노드 전사들이 멀린을 바라봤다.


“저희에게 비헤름에 갈 영광을!”


멀린은 메이스를 어깨에 걸쳤다.


그도 심심했던 차다.

이제 사냥을 시작할 때였다.




오타 맞춤법 지적해주시면 감사드립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계의 몬스터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작품 관리를 위해 비공개될 예정입니다! 23.05.24 50 0 -
공지 죄송합니다. 25일까지 휴재입니다. +5 20.09.21 628 0 -
공지 연재주기 비정규 연재입니다~! +6 20.08.01 1,044 0 -
공지 지도입니다. +6 20.05.17 5,548 0 -
62 에필로그 - 마지막 전쟁 (완) +42 21.01.17 1,119 64 10쪽
61 아벨 +46 20.11.29 1,051 60 9쪽
60 아벨 +20 20.11.01 1,151 56 9쪽
59 아벨 +22 20.10.09 1,419 65 9쪽
58 아벨 +18 20.09.28 1,459 70 11쪽
57 아벨 +16 20.09.18 1,619 75 11쪽
56 침략 전쟁 +13 20.09.15 1,584 76 10쪽
55 침략 전쟁 +10 20.09.12 1,687 80 12쪽
54 침략 전쟁 +18 20.09.09 1,710 82 12쪽
53 침략 전쟁 +18 20.09.07 1,784 89 10쪽
52 새로운 준비 +34 20.09.05 1,928 106 13쪽
51 새로운 준비 +16 20.09.02 1,939 93 10쪽
50 새로운 준비 +13 20.08.31 1,920 103 14쪽
49 새로운 준비 +21 20.08.27 2,066 113 10쪽
48 새로운 준비 +7 20.08.25 2,100 94 12쪽
47 웨어울프의 자손 +11 20.08.23 2,224 98 13쪽
46 웨어울프의 자손 +11 20.08.21 2,206 101 11쪽
45 웨어울프의 자손 +13 20.08.18 2,273 106 10쪽
44 웨어울프의 자손 +19 20.08.16 2,349 113 13쪽
43 웨어울프의 자손 +16 20.08.13 2,392 122 11쪽
42 웨어울프의 자손 +14 20.08.11 2,460 115 11쪽
41 또 다른 어둠 +13 20.08.09 2,553 110 13쪽
40 또 다른 어둠 +15 20.08.07 2,585 112 11쪽
39 또 다른 어둠 +17 20.08.05 2,696 109 13쪽
38 또 다른 어둠 +13 20.08.04 2,765 114 11쪽
37 또 다른 어둠 +13 20.08.01 3,000 10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