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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꾼의 서재입니다.

이계의 몬스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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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꾼
작품등록일 :
2020.05.17 02:24
최근연재일 :
2021.01.17 21:45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228,674
추천수 :
7,713
글자수 :
314,520

작성
20.11.01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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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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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글자
9쪽

아벨

DUMMY

“멀린, 이 개자식-!”


아벨은 이프리트의 손아귀에서 울부짖었다.

악을 쓰며 발버둥을 치지만, 정령왕의 손아귀에서는 벗어날 수가 없었다.


오히려 이프리트는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더욱 압박하며 아벨을 짓눌렀다.


ㅡ소환자여, 이 자를 죽여도 되겠는가?

“그래, 흔적도 남기지 말도록.”

ㅡ알았다.


이프리트의 손아귀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으아아아악-!”


아벨의 몸이 불타오른다.

멀린은 아벨을 보며 안정적인 호흡을 유지해갔다.


정령왕 이프리트가 힘을 쓰면 쓸수록 멀린도 지쳐갔다.

정령왕 답게 마나 소모가 상당하다.


멀린은 아이템 창에서 마나포션을 꺼내 마셨다.

그리고 아벨을 바라봤다.


이프리트가 몸을 들어 올리며 무게를 이용해 아벨을 더욱 짓누른다.

뜨거운 불꽃이 아벨의 몸을 활활 태우지만, 쉽게 죽지는 않았다.


과연 마족,

상당히 끈질기다.

하긴, 안나를 만났으니, 살고자 하는 집착이 강해진 거겠지.


‘안 돼, 이대로라면 멀린에게 죽는다!’


아벨은 정신이 아득해져 갔다.


검게 타들어 가는 살점, 살갗이 재가 되어 소멸하고 뼈가 훤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다간 안나가···!’


그녀를 멀린에게 빼앗긴다.

만약 가질 수 없다면.

모든 걸 파괴하리라!


아벨이 이를 악물며 중얼거렸다.


“벨제브-!”


순간 주변에 어둠 깔린다.

정령왕이 내뿜는 불꽃마저 집어삼키는 어둠.


고요와 침묵.

칠흑만이 지하 세계에 맴돌았다.

그리고 거대한 손아귀가 튀어나왔다.


이프리트는 급히 아벨을 놓고 뒤로 빠졌다.


ㅡ저건 무엇이지?


이프리트는 두려움을 느낀 듯 온몸의 불꽃이 흔들렸다.

멀리는 고개를 들었다.

어둠 속에 있는 고요하고도 조용한 존재를 올려다봤다.

그리고 이를 악물며 중얼거렸다.


“...데몬.”


나선 모양으로 휘어진 뿔, 짐승의 뼈에 살점을 붙인 듯한 얼굴.


암반을 보는 듯한 근육질, 커다란 박쥐 날개와 거대한 손아귀.


하반신은 어둠으로 덮여 보이지 않았다.


어둠 속에 숨어 있던 거대한 악마는 입을 벌려 괴성을 질렀다.


ㅡ쿼오오오오오오오오!


이프리트의 불꽃이 흔들린다.

마력이 담긴 울부짖음이 이프리트의 영혼을 뒤흔들었다.


ㅡ...강한 놈이로군. 게다가 나보다 덩치가 훨씬 커.

“싸움은 덩치로 하는 게 아니지.”

ㅡ맞는 말이다. 주인이여.


이프리트가 바닥을 짚었다.


불꽃이 일어나며 지면을 불태운다.


땅이 녹아내려 부글거리는 용암이 되고 그 영역이 점차 퍼져나갔다.

어둠을 몰아내고 은은한 불빛이 주변을 밝혀준다.


이프리트는 용암 속에 손을 뻗어 무언가를 꺼내 들기 시작했다.


뽑혀든 건 불꽃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검이었다.


ㅡ악마 사냥은 처음이로군.

“데몬은 나도 처음이야.”


멀린은 이프리트의 어깨에 올라탔다.


신고 있는 신발의 발바닥이 불타는 듯했지만, 정령의 가호가 불꽃의 친화력을 올려준다.


오히려 주변의 불꽃이 멀린을 보호하듯 감쌌다.


“이길 수 있겠나?”

ㅡ당연하지. 소환자여. 나의 불꽃은 모든 걸 태워버린다. 그것이 악마라고 할지라도!


이프리트는 고개를 들어 데몬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눈을 가늘게 떴다.


ㅡ...매우 힘들 거 같지만.

“...”


데몬은 고개를 내렸다.


ㅡ소환자여!


데몬은 지친 아벨에게 얼굴을 들이 내밀었다.


ㅡ그대에게 묻겠다. 그대는 나를 소환하였다. 그대는 나에게 무엇을 대가로 줄 것이냐!


마력이 담긴 울림.

아벨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걸 느꼈다.

아무래도 육체 손상이 심하건만, 마력까지 대폭 사용했다.

아벨은 피를 토해내며 입을 열었다.


ㅡ모든 걸 주겠다.

ㅡ오호...!

ㅡ멀린, 저 자식을 죽이고, 내가, 내가 안나의 곁에만 있을 수 있다면···! 그 무엇이든 주겠다! 그것이 나의 소원이다. 나의 소망을 들어다오! 벨제브!

ㅡ알겠다, 소환자여.


데몬은 눈웃음을 짓고 손가락을 뻗었다.


ㅡ그럼 우선 팔 한 짝을 가져가마.


데몬의 손가락이 아벨의 팔을 뜯어냈다.


“으아아악!”

ㅡ영혼의 조각까지 뜯어냈다. 회복은 불가능하겠지.


데몬은 눈웃음을 짓더니 아벨의 팔을 집어삼켰다.


ㅡ다음은 오른팔 한 짝, 그다음은 오른 다리 한쪽, 그다음 왼 다리 한쪽.


아벨은 고통에 신음하며 데몬을 쳐다봤다.


ㅡ시간이 지날수록 네 영혼은 나에게 먹혀들 것이다. 언젠가는 그 몸뚱이도 먹혀 영혼마저 소멸하겠지.

“그럼 빨리 죽여!”


데몬은 키득키득 웃더니 고개를 돌렸다.


이프리트를 내려다본다.


ㅡ작구나. 불꽃이여. 손바닥으로 짓누르면 꺼질 거 같구나.

ㅡ크군. 그래 봤자 덩치가 클 뿐이지.


이프리트와 데몬

두 존재는 서로를 노려봤다.

이윽고 데몬은 손아귀를.

이프리트는 불꽃의 검을 휘둘렀다.


#


“법황 예하, 지금 당장 도망쳐야 합니다!”


법황 로한은 대성당의 작은 예배실에 앉아 있었다.

성기사들이 받침대로 문을 막고, 성직자들이 온몸을 이용해 문을 막아섰다.


하지만 반대편에 있는 적군은 쉽사리 포기하지 않았다.


당연하다.

법황 로한이 잡히면, 이 대륙의 모든 종교를 주름잡을 수 있는 건 저 이단들이 될 테니까.


“예하!”

“...모든 게 끝났다.”


로한은 쓰게 웃었다.


“나는 그분을 지키지 못했다.”


분명 그 괴물들이 지하 속에 파고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벨 님을 만났겠지.


아무리 아벨 님이라고 해도, 직접 본 그 괴물들을 단체로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나는 그분을 지키지 못했구나.’


자신을 키워준 아비와 같은 사람.

길거리에 버려져 기도해도 신조차 들어주지 않던 도움을 준 존재.


그자가 바로 아벨이다.

아버지처럼 따랐고, 신처럼 섬겨왔다.


신념을 지니고, 그분을 지키고 보좌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분에겐 나 또한 꼭두각시였겠지.’


-잘했구나. 아들아.


그 한마디만 들어봤으면 소원이 없겠거늘.


로한은 쓰게 웃었다.


“예하 지금 당장···!”


쾅-!


문이 부서졌다.

부서진 문 사이로 아르티오의 병사들이 들이닥쳤다.


“이놈들!”

“사악한 이단 놈들···!”


성기사들이 검을 뽑아들었다.

황금 갑옷을 입고, 펄럭이는 망토를 입은 여성이 들어섰다.


팔라딘이자 성녀라고 칭해지는 여왕.

루비아가 허리춤에 있는 성검을 뽑아들었다.


“로한, 항복하라. 그리고 그분께 용서를 구하라.”


루비아가 로한에게 검을 겨누며 말했다.


“레시아의 뜻을 가진 대천사님께 용서를 구한다면, 그대는 죽어서라도 구원받을 것이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말도록. 마녀여.”


로한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로한 또한 검을 뽑아들었다.


늙은 나이, 몸에 걸친 갑주도 무겁다.

손에 들린 검을 제대로 휘두를 수 있을지도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 죽지는 않으리라.


“나는···.”


수십 년 동안 휘둘러 보지 못한 검을.

로한은 있는 힘껏 움켜잡았다.


“아벨 님을 섬긴다.”

“악마 숭배자여. 그대에게 편안한 안식이 있기를···.”


루비아는 검을 뽑아들고 로한에게 뛰쳐나갔다.


“예하를 지켜라!”


성기사들이 검을 뽑았지만, 루비아가 휘두른 검에 검과 갑옷이 쪼개진다.

피가 뿜어지고, 그 사이에서 루비아는 로한을 바라봤다.


로한이 검을 루비아의 머리를 향해 내려찍고 있었다.


“죽어라, 마녀여!”

“...편이 가라. 법황이여.”


루비아는 검을 올려쳤다.

로한의 검을 베어내고, 그의 목을 잘라버렸다.


퉁-!


머리가 솟구치고, 목 없는 로한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루비아는 성검을 양손으로 잡고 로한의 앞에서 무릎 꿇고 고개 숙여 기도했다.


“대천사 멀린 님의 가호가 있기를···. 그대는 천상에서 고이 잠들라.”


그리고 눈을 떴다.


“로한의 목을 가지고 대성당 앞에 달아놓아라.”


아르티오의 기사들이 멈칫했다.

다름 아닌 크로스트 교단의 지배자, 법황 로한이다.

그의 목을 대성당에 건다면 잔당들은 저항을 포기하고 항복하겠지만.

그에 따른 악영향도 분명 있을 터였다.


“멀린 님께서 최대한 희생 없는 전쟁을 원하셨다. 그러니···.”


루비아는 로한의 머리를 들어 올려 내밀었다.


“전쟁이 끝났음을 알려라.”


#


“갑시다! 여러분!”


게일이 소리쳤다.

난민들이 모여 게일을 따랐다.


크로스트 교단의 영토 전역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폭동들을 선동하는 이가 바로 성자 게일이었다.


“성자님을 따르라!”


농기구를 든 난민들은 게일을 따라갔다.


“우리는 이제 위대한 성전으로 갈 것이다.”


게일의 몸에서 환한 빛이 흘러나온다.


“대천사 멀린 님께서 기다리신다!”


게일의 외침에 난민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폭동을 막고자 하던 크로스트 교단 병사들마저 게일이 내뿜는 빛에 현혹되어 무기를 버렸다.


“가자-! 크로스트 교단의 수도로···!”


게일의 말에 수십 만의 난민들이 그를 따랐다.

점차 전쟁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ㅡ후우...!


이프리트는 검을 땅에 내리꽂았다.

허리가 숙이는 걸 겨우 버텨냈다.

악마의 손아귀가 이프리트의 얼굴을 스쳐 지나간 듯, 얼굴에 있는 불꽃의 암석이 갈라져 흉터를 남겼다.


그 사이에서 피처럼 용암이 흘러내렸다.

이프리트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데몬이 아벨의 남은 팔을 뜯어 먹어치우며 비웃었다.


ㅡ별거 아니로군. 작은 불꽃이여.


데몬 벨제브는 이프리트를 압도하고 있었다.




오타 맞춤법 지적해주시면 감사드립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작가의말

완결...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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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벨 +20 20.11.01 1,153 56 9쪽
59 아벨 +22 20.10.09 1,424 65 9쪽
58 아벨 +18 20.09.28 1,462 70 11쪽
57 아벨 +16 20.09.18 1,622 7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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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새로운 준비 +16 20.09.02 1,941 9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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