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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꾼의 서재입니다.

이계의 몬스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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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꾼
작품등록일 :
2020.05.17 02:24
최근연재일 :
2021.01.17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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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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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또 다른 어둠

DUMMY

루비아가 말고삐를 틀며 성검을 휘둘렀다.


“흩어져라!”


어두운 새벽, 산 자의 함성과 망자의 비명이 메아리쳤다.


병사들이 루비아의 지시에 따랐다.


좀비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대형을 이루던 병사들이다.


급히 대형을 풀고 흩어지려 했지만, 미트 골렘의 민첩함과 무시무시한 괴력에 희생자만이 늘어났다.


손짓 한 번에 나가떨어진 병사들은 되살아나 좀비가 된다.


루비아는 이를 악물었다.


격차가 너무 심했다.

지금껏 단 한 마리의 미트 골렘도 처치하지 못했다.


이대로 가다간.


`아르티오의 왕도가···!`


함락당한다.

그때, 루비아는 멈칫 놀라며 뒤를 쳐다봤다.


거대한 그림자가 생겨나며, 허공에 미트 골렘이 뛰어올라 있었다.


루비아를 향해 그대로 낙하하고 있다.


“아···.”


루비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피하지 못한다.


성검으로 베어내기에도 질량과 무게가 압도적이었다.


루비아가 눈을 질끔 감을 때였다.


황금 사자가 포효했다.

대지를 짓밟고 질주했고, 그 위에 올라탄 사내가 외쳤다.


“짐승이여.”


멀린은 우르의 등을 밟고 뛰어올랐다.


“곰의 발톱을···!”


멀린의 손이 부풀어 올랐다.

수북이 덮인 갈색 털. 그러면서도 거대해진 곰의 손아귀.


몸을 회전하며 곰의 손바닥을 내려찍었다.


콰직-!


미트 골렘의 머리통이 바윗덩이에 부딪친 듯 뭉개진다.

곰의 손톱이 좀비의 얇은 표피를 찢어내고 뼈를 으스러뜨린다.


6m의 몸체가 반으로 갈렸다.


그 모습에 루비아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지켜봤다.


압도적인 무력.


단 한 번의 일격에 거대한 괴물이 죽어 나갔다.


‘맙소사!’


놀라기를 잠시, 루비아는 성검을 고쳐 잡았다.


반으로 갈린 미트 골렘, 엉겨 붙었던 좀비들이 분열되며 살아 움직인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먹잇감이 멀린을 향해 사방에서 덮쳤다.


-끼아아악!

“후우···!”


멀린의 눈이 번뜩인다.

그의 다리가 범의 다리로 변했다.


수백 마리의 좀비에게 둘러싸여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위험해!’


“달려···!”


루비아는 멀린을 구하기 위해 말의 배를 걷어찼다.

전투마가 앞발을 들고 좀비들에게 질주했다.


좀비의 발톱과 손톱이 전투마 루비아를 핥고 지나갔다.


루비아는 신음을 내뱉었지만, 몸속의 성스러운 기운이 그녀와 전투마의 상처를 치료해주었다.


`조금만 더!`


멀린은 자신을 구하기 위해 괴물 무리에 파고들었다.


이대로 그가 죽는 걸 지켜볼 수는 없었다.


`조금만 더···!`


그때였다.


멀린이 있는 곳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짐승이여. 나에게 그대의 뿔을.”


좀비들이 터져나갔다.

수십 마리가 10m는 떠올라 바닥에 추락한다.


멀린의 머리에 사슴의 뿔이 돋아나 좀비들을 날려버린다.

곰의 손톱이 다진고기로 만들었으며.

범의 발톱이 끊음 없이 좀비들을 분쇄했다.


루비아는 말고삐를 틀었다.

기사와 병사.


베룸 왕은 입을 벌린 채 그의 무용에 넋이 나가 지켜봤다.


위험해 보여 구하려고 했더니, 혼자서 수백 구가 넘는 좀비들을 학살해 걸어 나왔다.


“후우···.”


멀린이 숨결을 내뱉는다.

피범벅이가 되어 된 황금빛 안광을 번뜩인다.


“하핫! 역시 비헤름의 왕이십니다!”

“우리도 가자!”

“비헤름의 영광이 있기를-!”


뒤늦게 노드 전사들도 전장에 참전했다.

불타오르는 커다란 검과 방패를 든 채 달려나갔다.


좀비의 목을 베고, 방패로 후려쳐 튕겨낸다.

전신을 갑옷을 입은 그들은 좀비에게 물려도 검 손잡이로 후려쳐 때어내고 머리통을 날려버린다.


짐승의 탈을 쓴 그들이 전장에 참전하자 멀린은 스킬을 사용했다.


[야수화.]


짐승의 탈이 노드 전사들의 얼굴에 완전히 달라붙는다.

온몸의 덩치가 커지고 털이 돋아나며 거대한 맹수가 된다.


안나의 근력 강화, 체력 강화, 화염의 축복.

멀린의 야수화가 덧씌워진다.


좀비들이 노드 전사들을 올려다보다가 그들의 진격에 뭉개졌다.


“쿠오오오오오오오-!”


야수화한 노드 전사들이 거침없이 달려나간다.

미트 골렘에게 수십 명이 달라붙어 넘어뜨리고 형태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진 고기로 만든다.

그 모습에 아르티오 병사와 기사들이 동요했다.


“괴, 괴물이다.”

“역시 악마 숭배자···?”


“아닙니다!”


루비아가 성검을 치켜들며 외쳤다.

성검에서 빛이 뿜어진다.


“저들은 레시아 신께서 보내신 신의 사자들.”


그녀의 주변에 있던 피를 흘리는 병사들이 상처가 치료되는 걸 느꼈다.

성기사의 광범위 치료 마법.

병사와 기사가 놀란 표정으로 루비아를 쳐다봤다.


“저분들은 우리를 구원하러 오신 천상의 전사들입니다!”


병사와 기사들은 두려움에 담긴 눈빛으로 노드 전사와 루비아를 번갈아 보았다.


멀린을 선두로 좀비들을 격퇴해나간다.

이윽고 야수화 된 노드 전사들이 루비아를 내버려두고 멀린을 따라 좀비만을 사냥했다.


그 말에 병사들은 마음을 굳혔다.


자신들이 충성한 여왕의 말이다.

또한 성검에게 선택받은 성녀와 같은 존재의 말이기도 했다.


의심이 사라졌다.


분명 루비아의 말대로 신의 가호가 있었을 것이다.


노드 전사들이 통쾌하게 웃었다.

광기에 찌든 전투 속에서 멀린 또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이게 게임이지.`


멀린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사냥의 즐거움에 희열을 느꼈다.


으깨고, 부수고, 찢어버린다.


순식간에 무너진 장벽으로 향한다.


멀린은 마지막 미트 골렘의 으깨버리고 손을 허공에 휘둘렀다.

그의 손에 지팡이가 소환되고, 그것을 바닥에 내려찍었다.


“숲이여.”


대지가 뒤흔들린다.

땅을 뚫고 나뭇가지들이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땅으로 낙하하며 바닥에 부딪힌다.


출렁거리며 튕겨 나간 식물들은 대지 위를 질주했다.


앞으로 뻗어 나가는 대자연의 파도.


숲의 파도에 좀비들이 뭉개지고 찢어진다.


무너진 장벽으로 좀비들을 밀어내고, 굵직한 나무뿌리와 가지들이 무너진 장벽을 감싸 막아냈다.


좀비와 사투를 벌이던 병사들은 무기를 내렸다.


“세, 세상에...”


자연을 움직여 장벽을 막다니?


장벽 밖에서 좀비들의 괴성이 들리지만.

더는 안으로 들어오는 자들은 없었다.


병사들은 멀린을 쳐다봤다.

멀린의 주변에는 좀비의 시체가 깔렸다.


짐승의 팔과 다리, 뿔을 가진 존재.

그리고 시체의 언덕에 우뚝 선 인물이기도 했다.


병사들은 두려움을 가졌다.


하지만.


“승리를 축하하옵니다. 비헤름의 왕이시여-!”


야수화가 풀린 노드 전사들이 무릎 꿇고 고개를 조아린다.


그뿐인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들이 그런 멀린을 올려다보다가 무릎 꿇고 고개를 숙였다.


베룸 왕과 병사들이 놀라워할 때, 루비아가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 말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천사, 멀린이시여.”


병사들은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시체의 언덕에 있는 멀린을 올려다봤다.


점차 떠오르기 시작한 아침의 태양.


태양을 등진 채 서 있는 사내와 무릎 꿇는 천사와 성녀, 전사들.


“...”


병사들은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그것은 경외심.


본능적으로 무릎 꿇기 시작했다.


베룸 왕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모습에 멀린은 미소를 지었다.


아직도 장벽 뒤로 끔찍한 소리가 메아리쳤지만.


죽음의 전장이 끝이 났다.


이것으로 아르티오는 아갈드의 수중에 들어왔다.


#


아르티오 왕국의 남쪽, 대륙의 중심부.

그곳에는 신성 크로스트 교단이 있다.


대성당에서 크로스트 교단의 법황, 로한은 성직자들과 타국의 백성들을 모아 레시아의 가르침을 널리 알리고 있었다.


“유일신 레시아 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수많은 천사를 거느리며 세상을 이롭게 하였습니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 할 때마다 사람들은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올렸다.


“또한 그분께서는 우리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시고, 죄를 뉘우치시니, 그분의 자비로움에 우리 또한 보답하여야 합니다.”


신도들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죄를 사할 기회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분께서는···.”


그때, 사제 한 명이 다급히 다가와 법황 로한에게 속삭였다.


법황 로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르티오 왕국의 왕녀가?”

“네.”

“그 마녀가···. 풀려났다고?”

“그런 모양입니다.”

“누구 짓이지? 설마, 게일인가?”


성직자 게일.

사람들은 그가 신에게 선택받은 성자라고 칭했다.

또한 다음 대의 법황의 계승자라고 수군거렸다.


하지만 법황 로한이 보기엔 게일은 단순히 요상한 속임수를 쓰는 주술쟁이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게일이 영향력이 커질수록, 법황 로한의 입지는 좁아졌고.

어쩔 수 없이 그를 배제해야 했다.


악마 숭배자로서 재판에 처하고 화형을 당해야 했건만.


서방 국가인 예륨, 그 이교도들이 훼방을 놓고 말았다.


만약을 위해 게일과 관련된 루비아마저 귀족들과 말을 맞춰 탑에 유폐시키도록 마녀로 몰았건만.


그녀가 풀려난 모양이다.

그것도 기괴한 소문과 함께.


법황 로한은 힐끔 신도들을 보다가 인자한 미소로 손을 들었다.


“예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기도하던 신도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각자 로한에게 인사를 하고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예배가 끝나고 로한은 대성당의 복도를 걸었다.

그러면서도 노성직자의 보고를 들었다.


“그게···. 게일이 관섭한 게 아닌 모양입니다.”

“그럼? 게일 이외에 마녀인 왕녀를 지지할 자가 있단 말인가?”

“다른 인물입니다.”

“다른 인물?”

“네, 그게···. 천사···. 라고.”


로한은 발걸음을 멈췄다.

어이없다는 듯 사제를 쳐다봤다.

사제는 송구스럽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어갔다.


“게다가 루비아 왕녀는 여왕으로 즉위식을 열 예정이랍니다. 또한 저희가 파견한 성직자들의 말에 의하면 ‘성녀’라고.”

“또 간악한 속임수를 쓴 게로군. 성녀라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하, 하지만 진짜 날개 달린 천사가 내려왔고 그녀를 인정했다고 합니다.”


로한은 입을 다물었다.

그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자네, 나와 몇 년을 함께했지?”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


“네? 아, 제가 20살 때 법황님을 뵈었으니, 40년을 함께 하였습니다.”

“그래, 난 자네가 친동생처럼 정말 좋다네. 자네라면 그 어떤 일도 믿고 맡길 수 있다네.”


성직자는 쓰게 웃었다.

로한의 말처럼 자신 또한 법황을 친형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 자네, 천사님을 진짜로 뵌 적이 있나?”

“네?”


그야···.


사제는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나는 뵌 적이 있다네.”

“...”


사제가 놀란 표정을 짓자, 로한은 인자한 표정으로 말했다.


“따라오게.”


법황 로한은 성직자를 데리고 대성당의 지하로 내려갔다.

깊고 깊은 어둠 속이다.


랜턴을 든 성직자는 대성당에 이러한 곳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그때, 성직자의 귀에 야릇한 소리가 들려왔다.


성직자는 멈칫 놀라며 식은땀을 흘렸다.


그리고 랜턴을 들자, 넓은 지하 홀에서 일어난 일들이 보였다.


‘무, 무슨···!’


수많은 신도가 뱀처럼 엉겨 붙고 있다.

나체로 신음한다.

정욕에 찌든 음란한 파티가 벌어지고 있다.


성직자는 하마터면 랜턴을 놓칠 뻔했다.

금욕을 중시해야 할 신도들이 지금은 욕망에 충실했다.


“우리는 금욕을 중시하지. 하지만 천사님의 허락이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네.”


법황 로한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봤다.


“저분이야말로.”


수많은 여인이 뒤엉켜 있다.

그 사이, 옥좌에 앉아 양팔을 벌린 사내.


머리에는 휘어진 뿔.

등에 돋아난 검붉은 박쥐 날개.

뱀의 꼬리를 가진 존재.


‘아, 악마···!’


성직자는 두려움에 뒷걸음질 쳤다.


“저분이야말로 우리들이 모시는 천사님.”


성직자는 두려움에 떨며 악마를 바라봤다.

악마가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남자조차도 반할 만큼 아름다움을 가진 악마.

그의 이름은.


“그 진명은 아벨 님이시다.”


인큐버스 아벨이었다.




오타 맞춤법 지적해주시면 감사드립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작가의말

좋은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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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에필로그 - 마지막 전쟁 (완) +42 21.01.17 1,122 64 10쪽
61 아벨 +46 20.11.29 1,052 60 9쪽
60 아벨 +20 20.11.01 1,153 56 9쪽
59 아벨 +22 20.10.09 1,424 65 9쪽
58 아벨 +18 20.09.28 1,462 70 11쪽
57 아벨 +16 20.09.18 1,622 75 11쪽
56 침략 전쟁 +13 20.09.15 1,587 76 10쪽
55 침략 전쟁 +10 20.09.12 1,689 80 12쪽
54 침략 전쟁 +18 20.09.09 1,713 82 12쪽
53 침략 전쟁 +18 20.09.07 1,790 89 10쪽
52 새로운 준비 +34 20.09.05 1,933 106 13쪽
51 새로운 준비 +16 20.09.02 1,941 93 10쪽
50 새로운 준비 +13 20.08.31 1,922 103 14쪽
49 새로운 준비 +21 20.08.27 2,068 113 10쪽
48 새로운 준비 +7 20.08.25 2,104 94 12쪽
47 웨어울프의 자손 +11 20.08.23 2,228 98 13쪽
46 웨어울프의 자손 +11 20.08.21 2,207 101 11쪽
45 웨어울프의 자손 +13 20.08.18 2,274 106 10쪽
44 웨어울프의 자손 +19 20.08.16 2,350 113 13쪽
43 웨어울프의 자손 +16 20.08.13 2,393 122 11쪽
42 웨어울프의 자손 +14 20.08.11 2,462 115 11쪽
41 또 다른 어둠 +13 20.08.09 2,555 110 13쪽
40 또 다른 어둠 +15 20.08.07 2,586 112 11쪽
39 또 다른 어둠 +17 20.08.05 2,699 10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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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어둠 +13 20.08.01 3,002 10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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