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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꾼의 서재입니다.

이계의 몬스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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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꾼
작품등록일 :
2020.05.17 02:24
최근연재일 :
2021.01.17 21:45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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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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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520

작성
20.08.18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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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웨어울프의 자손

DUMMY

상인들은 욕을 내뱉었다.

상식 밖의 풍경이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이건···. 벌레 둥지?’


창고 안은 벌레 둥지를 연상케 했다.


술을 정제하는 오크통에 사람들이 담겨 있다.

그 위로 끈적거리는 액체가 실타래처럼 뭉쳐져 사람을 감싸고 있었다.

마치 고치 같다.


그리고 그 앞에 있는 존재.


아름다운 몸매를 가진 여인이다.

그래, 얼굴과 하반신을 보지 않는다면 말이다.


8개의 벌레 다리, 볼록하게 튀어나온 거미의 엉덩이.

커다란 4개의 이빨을 가진 얼굴까지.


거미 인간은 상인들을 보고는 멈칫 놀라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벌렸다.


벌어진 입 사이로 갈라진 4개의 거미 이빨이 보였다.


“끼아아아아악!”


거미 인간은 상인들을 덮쳤다.


#



멀린은 잠들어 있는 제니의 상태를 살피다가 루비아 일행을 떠올렸다.


-저도 동행하겠습니다.


루비아가 따라오려고 한 걸 멀린은 제지했다.


루비아가 먼저 예륨의 황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고 판단해서다.

또한 멀린은 제니가 이 도시에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성과는 있었다.’


5년간 찾던 제니를 만날 수 있었다.

또한 그녀가 자신에게 적의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에 대한 힌트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멀린은 생각했다.


무엇보다···.


‘아벨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지도 몰라.’


멀린은 제니의 상태를 살폈다.


한쪽 다리뼈가 어긋난 채 굳어져 있다.

가슴에는 붕대로 감겨 있어 오랜 흉터가 가려져 있다.

그 틈으로 사악한 기운이 느껴졌다.


‘마족의 저주.’


아벨이 한 짓인 게 분명했다.

아벨 말고는 제니를 대적할 존재는 없을 테니까.

원래라면 산자의 심장을 옥죄여 고통을 주며 체력을 갉아먹는 스킬이다.


간단한 정화 포션이 있다면 치료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그러한 정화 포션을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이 성직자가 만든 성수, 혹은 세계수의 수액이 필요했다.


웨어울프인 제니는 그것들을 구하지 못해 치료하지 못했을 것이다.


멀린은 제니에게 묻고 싶은 것 많았다.

이대로 내버려둘 생각도 없었다.


“저기···. 뭘 하시려는 건가요?”


낯선 남자가 할머니의 몸을 더듬거리고 있자니 토니는 불안해졌다.

토니의 말에 멀림이 묵묵히 말했다.


“치료.”

“치료요?”


토니가 화들짝 놀랐다.


“나을 수 있다는 건가요? 하, 하지만···.”


토니도 제니의 병과 상처를 치료하려고 애를 썼었다.

약사와 치료사들을 찾아봤고.

그들에게 ‘불치병’이라고만 판명받았다.

모두 치료가 불가능하다며 제대로 된 진료조차 포기했다.

한데 멀린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가능한가요?”

“어쩌면.”


멀린은 제니를 보며 탄식했다.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그동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상상이 갔다.

이제 뒤틀린 뼈를 맞추고 옥죄여진 심장을 정화하면 된다.


‘그렇담 뼈는 부수고, 심장은 포션으로.’


멀린은 아이템 창에서 다양한 포션과 약초들을 꺼냈다.

수면 포션과 마비 포션, 회복 포션, 정화 포션, 성수, 세계수의 잎과 나뭇가지, 만드라고라의 다진 즙. 엘릭서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허공에서 나오자 토니는 눈을 빛냈다.


“마, 마법사세요?”

“드루이드니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


멀린은 제니의 입가에 수면 포션과 마비 포션을 흘려보내 먹였다.

제니는 더욱 깊이 잠들 것이며, 마비 포션에 의해 통증이 가라앉을 것이다.


그리고.


“짐승이여.”


멀린의 곰의 손톱을 소환했다.


토니는 옆에서 입을 떡하니 벌렸다.


‘나와 같잖아!’


짐승의 손이라니?


아니, 자기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크고 우람한 손이다.


커다란 곰의 손에서 손톱을 치켜세운다.

그리고 정밀하게 제니의 흉부를 갈랐다.


“저, 저기···. 무슨···!”

“조용히 있어 주겠니? 수술 중이란다.”

“의사세요?”


예륨에서도 이와 같은 수술을 집도하는 치료사들은 많다.

크로스트 교단은 그것이 사악한 주술이며 이단 행위라며 부정했지만 말이다.


멀린은 제니의 피부와 근육을 손가락으로 고정했다.

갈비뼈마저 갈라 그곳에 성수를 부었다.


성수가 제니의 피부와 갈비뼈를 태웠다.

웨어울프의 재생 능력 때문인지 상처가 금방 치료되기 때문에 성수는 재생능력을 방해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멀린은 눈살을 찌푸렸다.

제니의 심장이 두근거리며 그 주변으로 검은 마기가 휘감겨 있다.


‘지독한 녀석.’


동료였건만, 이런 끔찍한 저주를 남기다니.


멀린은 아벨을 떠올리며 혀를 찼다.


멀린은 정화 포션을 심장에 부었다.


마기가 요동치며 서서히 사라져 갔다.


마기가 정화된 걸 보며 제니의 가슴에 회복 포션을 부었다.

가슴을 닫고 마법을 사용했다.


“숲이여. 이자를 치료하소서.”


멀린이 들고 있던 세계수의 잎과 나뭇가지가 자라나며 제니의 가슴팍을 단단히 고정했다.

이제 흉터조차 남김없이 깨끗이 치료되리라.


‘그다음은 다리.’


멀린은 제니의 뒤틀린 다리를 바라봤다.


‘이건···.’


곰의 손으로 다리를 움켜잡고.


‘부수는 게 좋겠군.’


으스러뜨렸다.


뼈가 부서지는 소리, 살이 뭉개지며 피가 튀긴다.

토니가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멀린은 제니의 다리를 세계수의 나뭇잎과 나뭇가지로 단단히 고정했다.

그리고 만드라고라의 즙과 엘릭서, 정화 포션과 회복 포션을 섞었다.

다시 제니에게 먹였다.


“끄, 끝난 건가요?”

“그래. 웨어울프의 회복 능력이라면 몇 시간 후에는 몸이 고쳐질 거다. 흉터 하나 없이 깨끗하게.”


토니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마법으로 수술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동화 속 이야기를 직접 체험하니 색달랐다.


멀린은 숨을 돌리며 말했다.


“혹시 이 밤중에 문 연 잡화점이 있느냐?”

“네?”

“침상이 너무 초라하구나. 할머니가 좀 더 편안하게 잠들 수 있도록. 침상 좀 사 오려고 한다. 같이 가자꾸나.”

“아, 네! 열린 곳은 많아요. 오늘 붉은 상현달이니까요. 오히려 낮에 가게가 문을 닫고 밤에 열어요!”

“혹시 뭐 먹고 싶은 게 있느냐? 사주마.”

“하, 하지만.”

“아니면 제니에게 좋은 먹거리를 네가 골라주겠니? 나는 잘 몰라서 말이다.”


멀린이 미소 짓자 토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겠어요.”

“가자꾸나.”


멀린이 손을 내밀었다.

곰의 손이다.

토니는 그런 멀린의 손을 바라보다가 손을 잡았다.


겉보기와 달리 푹신푹신했다.

그리고 인간의 손으로 돌아왔을 때, 따뜻하게 자신의 손을 감싸 쥐는 걸 느꼈다.


‘아···.’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있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토니는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이쪽이에요! 이 거리가 가장 맛있어요! 오늘 축제도 연대요!”


멀린과 토니는 집 밖으로 나왔다.

토니가 사는 곳은 골목길에 있는 판자촌이었다.


토니는 신이 났다.


오늘은 붉은 상현달의 축제다.


보통은 제니와 함께 보냈지만, 오늘은 할아버지, 혹은 아버지 같은 멀린과 보낼 수 있다는 것에 설렘을 느꼈다.

토니는 코를 킁킁거렸다.

고기 굽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이쪽으로 가면 맛좋은 고기들이···!”


흥분한 토니가 멀린을 잡아끌었다.

그때 멀린의 귀가 움찔거렸다.


“잠깐.”


토니가 고개를 들어 멀린을 올려다봤다.


“네? 왜 그래요?”

“...혹시 네 할머니를 쫓는 자들이 있느냐?”

“네?”

“악마나, 반마 같은 녀석들 말이다.”

“...동화 이야기인가요?”


멀린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골목길 건너편을 바라봤다.

토니도 멀린의 시선에 따라 골목길을 바라볼 때.


눈이 휘둥그레졌다.


골목길 사이, 축제를 즐기던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한쪽을 지그시 쳐다보더니 얼굴이 창백해졌다.


“도, 도망···!”


검은 무언가가 덮쳐 사람들을 쓰러뜨렸다.


인간 여성의 몸을 가졌지만, 두꺼비 머리, 개구리의 손과 발을 가진 괴물.


그 모습에 토니는 굳어졌고.

멀린은 눈살을 찌푸리며 한마디 내뱉었다.


“반마.”


두꺼비 형태의 반마가 사람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그리고 뱉어냈다.


뱉어진 인간의 형태가 기괴했다.


근육이 녹아 회색 가죽으로 뒤덮인다.

등뼈가 튀어나오고 팔이 길게 늘어났다.


손톱이 갈고리처럼 날카로워지며 망자의 비명을 울부짖는다.


구울로 변이된 것이다.


“아저씨!”


토니가 부른다.


“제니에게 가 있거라.”


멀린의 말에 토니는 망설이다가 급히 뒤를 돌아 집으로 돌아갔다.

잠든 할머니 혼자 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멀린은 앞을 보았다.


구울이라, 게다가 도시 전역에서 비명이 들리는 걸 보면 반마가 한 두 마리가 아니다.


그렇담.


멀린은 아이템 창에서 대검 하나를 꺼내 들었다.


#


도시 지붕 위.


아벨의 딸, 서큐버스 릴리스는 웃음을 터트렸다.


“캬하하하하!”


배를 움켜잡고 키득키득 웃는다.


도시에는 어느새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각종 기괴한 모습의 악마들이 튀어나와 인간들을 잡아먹고 있다.


‘아, 정말로 잘 키운 내 딸들이야.’


서큐버스, 릴리스는 자신이 낳은 딸들을 바라봤다.

거미인간이 있는가 하면, 두꺼비 인간, 뱀의 인간 등.

다양하다.


그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사람들을 잡아다가 사냥하고 있었다.


뭐, 그래봐야 자아가 거의 없는 꼭두각시들이다.


결국 반마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불량품이라는 거겠지.


‘로한이 그 성직자를 처리하라고 했으니.’


도시를 불태우면 그 게일이라는 성직자가 알아서 찾아올 것이다.


구울들이 우글거리는 이 죽음의 도시로.


‘나는 머리가 정말 좋다니까.’


릴리스는 뱀의 혀를 날름거렸다.


‘그 게일이라고 했던 성직자, 늙기는 했어도 타락시키고 싶단 말이지.’


그 신비한 힘, 가지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릴리스는 묘한 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골목길에 사내와 어린 소년이 보였다.

어린 소년은 뭔가 다급한 듯 뛰어가는 게 보였다.


릴리스는 소년을 무시하다가 사내를 보았다.


‘잘 생긴 수컷 발견!’


릴리스는 눈을 빛내며 미소를 지었다.

마침 심심했다.

도시가 다 파괴되기 전까지 저 사내를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면 될 것이다.


그런 생각에 날개를 펼쳤을 때.


사내가 허공에서 대검을 뽑아들었다.


2m가 넘으며, 검날 폭이 두꺼운 무식한 검이다.


그 검을 본 순간, 릴리스는 굳어졌다.


은으로 만들어진 대검.

그리고 성스러운 기운이 흐르는 검날.


저건···.


‘성검?’


릴리스는 오싹함을 느꼈다.




오타 맞춤법 지적해주시면 감사드립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작가의말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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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웨어울프의 자손 +11 20.08.23 2,228 98 13쪽
46 웨어울프의 자손 +11 20.08.21 2,207 101 11쪽
» 웨어울프의 자손 +13 20.08.18 2,274 106 10쪽
44 웨어울프의 자손 +19 20.08.16 2,350 1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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