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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꾼의 서재입니다.

이계의 몬스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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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꾼
작품등록일 :
2020.05.17 02:24
최근연재일 :
2021.01.17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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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520

작성
20.09.28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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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아벨

DUMMY

안나는 조용히 눈을 떴다.

그곳은 축축하고 습기가 찬 지하였다.


그녀가 눈을 돌렸다.


바로 옆, 누군가가 그녀의 머릿결을 만지작거렸고, 코로 목덜미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고 있다.


안나는 소름이 돋았다.


비명을 지를 뻔한 걸 가까스로 참아내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손과 발을 묶고 있는 쇠사슬에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쇠사슬이 마력을 먹어치우고 있다.


“안나, 나의 사랑···.”


귓가에 속삭이는 소름 돋는 목소리.

안나는 자신의 목덜미에서 냄새를 맡는 변태를 노려봤다.


낯선 얼굴이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길드원들의 기록과 흡사했다.


악마의 형성을 한 사내.


“아벨···!”

“오오! 나의 이름을 기억해준 거야? 이럴 수가! 이런 기적이 있나!”


아벨은 몸을 떨며 양손으로 안나의 얼굴을 잡고 기뻐했다.


“안나! 나, 나를 기억해? 응? 나야. 사랑하는 동생, 아벨!”

“빌어먹을 변태 놈. 지랄하지 마. 누가 누구를 사랑해?”

“아, 화를 낸 모습도 참으로 아름다워.”


미쳤다.

안나는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아벨 노려봤다.

하지만 아벨은 오히려 짜릿하다는 듯 몸을 떤다.


빌어먹을 변태 새끼!


안나는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마법을 썼지만, 마력이 모두 흩어졌다.


“마법을 쓰면 안 돼. 안나.”


아벨의 손이 안나의 얼굴을 부드럽게 훑고 갔다.


“내가 낳은 자식 중 마력을 흡수하는 놈들이 있거든. 그 애들의 이빨을 50년간 뽑고 압축해서 겨우 만들어 낸 거야. 물론 안나를 구속하는데 기껏해야 하루 정도가 최대겠지만.”


아벨은 눈웃음을 지었다.


“그 정도면 충분해. 위에 있는 거슬리는 괴물들을 처리하는 데는.”


안나는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를 붙잡고 있다는 걸 멀린이 알면 어떨 거 같아? 넌 곱게 죽지도 못할 거야!”


안나가 비웃자, 아벨의 얼굴이 차가워졌다.


“...멀린, 그 자식 이름이 나오는 거야? 응? 안나.”


‘멀린에 대해 알고 있어.’


아벨은 멀린에 대한 기억을 보존하고 있는 건가?


“멀린을 알아?”


안나는 아벨의 정보를 캐내기 위해 질문했다.

만약 아벨이 길드원의 기억을 하고 있다면, 자신들이 어떤 존재였는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알아, 감히 나에게서 안나를 빼앗아간 괴물이잖아.”

“빼앗다니? 무슨···.”

“안나와 나, 둘이 함께 좋은 시간을 보냈잖아? 하지만 그놈이 끼어들었어. 갑자기!”


아벨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안나로서는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 캐내야 했다.

안나는 아벨에게 물었다.


“나와 멀린에 대해 알고 있나 보네.”

“응, 이 세계와 다른 세계의 기억도 있어.”

“어떻게?”

“기록했으니까.”

“기록했다고?”

“기억이 사라지는 걸 느꼈어. 한순간이지만, 안나의 얼굴을 잊어버릴 뻔했으니까. 그래서 기록했지. 안나에 대해서만.”

“나에 대해서만?”


안나의 얼굴이 굳어졌다.

뭔가 말이 어긋났다.

아벨은 오히려 자랑스러운 듯 고개를 있는 힘껏 끄덕였다.


“너에 대해서는?”

“나? 그야···.”


아벨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기록하지 않았어.”


안나의 얼굴이 굳어졌다.


“나에게는 안나만 필요하니까. 그래서 안나에 대해서만 기록했어. 그러다 보니 나에 대해서도 조금 기록이 되고, 멀린이란 놈도 기록되었어.”


미쳤다.

이놈은 단단히 미쳤다.

자신이 소멸해 가는데도 타인에 관해서만 기록했다고?

이는 광적인 집착이었다.


안나는 몸을 떨었다.

전생에서 친한 동생이라고 기록되었건만.

지금 보니 완전 사이코패스를 곁에 두고 있었던 거다.


“나를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인질로 쓸 거야?”

“인질이라니. 누가? 내가? 설마!”


아벨은 소름이 끼친다는 듯 자신의 팔을 긁어댔다.


“어떻게 그런 끔찍한 생각을 할 수가 있어!”


아벨은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난 그저 너를 그 멀린이라는 사악한 괴물 놈에게서 떼어주고 싶었던 거뿐이야. 그리고 함께 있고 싶은 거뿐이라고. 같이 예전처럼 놀자!”


마치 어린애 같은 사고방식이다.

이 세계에 오고 미쳐버린 걸까?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나에게서 너를 빼앗아 간 그 멀린이라는 괴물을.”


아벨은 진득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죽여버리고 올 테니까. 그 머리를 안나에게 보여줄게.”


아벨은 안나에게서 멀어졌다.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어.”


눈웃음을 짓고 감옥 문을 연다.


그리고 보이는 방안.


안나의 초상화가 수백 개가 그려진 방이 보인다.

그리고 또한 서재 같은 것이 보였다.


안나는 그런 아벨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족쇄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녀를 구속하고 있던 족쇄가 점차 금이 가기 시작했다.


#


“죄, 죄송해요.”


루리는 눈치를 살피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 그놈 강했어. 안나 누님도 붙잡혔을 정도라니까!”


루루가 그렇게 말했다.

대성당의 성문이 뚫리고, 오우거들이 진입했다.

안에서는 온갖 비참한 비명이 울려 퍼졌지만.


오우거의 메이스와 워해머에 병사들이 다진 고기가 되고 있었다.

멀린은 그런 인간들의 목소리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안나의 호위 임무를 맡은 두 사람만을 쳐다볼 뿐이다.


“루루! 그건 변명이야!”

“하, 하지만 누나.”

“떽!”


루리의 말에 루루는 풀이 죽어버렸다.

두 쌍둥이 남매는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두 사람을 향해 멀린이 손을 뻗었다.


쌍둥이 남매가 움찔할 때, 머리 위로 부드러운 손길이 전해졌다.


“수고했다.”


두 쌍둥이 남매는 고개를 들어 멀린을 바라봤다.


“그렇게 몸이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싸웠다는 거겠지.”


루리의 갑옷이 깨져 있고 루루 단검이 부서졌다.

두 사람 다 온몸에서 피가 흘러나올 정도로 다친 상태였다.


“...하, 하지만.”

“안나 누님이···.”

“아벨의 성격상, 그녀에게 손을 대지는 않을 거다.”


길드원들에게 기억을 수집해 아벨에 대한 성향을 특정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안나 만큼은 광적인 집착을 하고 있다.


그 성향이 그대로라면 안나를 건들지 않겠지.


‘문제는 악마 인큐버스의 성향이다.’


ㅡ동요하고 있구나.


게일론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린다.


ㅡ심장이 빠르게 뛰는군, 분노한 게냐?


멀린은 게일론에게 물었다.


“네 녀석이라면 놈을 감지할 수 있었을 텐데?”

ㅡ정확히 놈을 감지할 수 있지는 않지. 잠깐 지상에서 기묘한 기운을 느꼈다만, 정확하게 추측할 수는 없었다.

“지금은?”

ㅡ지하겠지.

“그럼 바로 간다.”


은빛 대검을 어깨에 걸쳤다.


그가 대성당으로 향한다.

그 뒤를 중장보병인 오크, 중갑거인 오우거들이 뒤따른다.


“꺄아악!”

“괴, 괴물들이다!”

“레시아시여!”


예배당의 신도들이 싸우기를 포기한 채 무릎 꿇고 기도를 올렸다.


오크들과 오우거들은 그런 신도들을 무시했다.


예배당의 제단 앞에 우뚝 선 멀린은 대검을 들어 내리꽂았다.


땅에 금이 가며 빛이 뿜어진다.


그리고 땅이 무너져 내렸다.


신도들은 그대로 무너진 바닥에 매몰된다.


오크와 오우거들은 충격에 대비해 바닥에 떨어졌다.


깊고 깊은 어둠 속, 지하로 떨어진다.


이윽고, 지하 세계에 도착했다.


콰쾅!


돌덩이들이 떨어진다.

오크들이 투구를 잡고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지하 어둠 속.

습하고 악취가 나는 냄새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벌거벗은 인간들과 그런 인간과 나뒹굴고 있는 이형의 괴물들을 볼 수 있었다.


“뭐야?”

“위가 소란스럽더니.”

“침입자?”

“그런데···. 괴물이잖아?”


지하에 어둠 속에서 우글거리는 악마들.

인큐버스 아벨이 낳은 기괴한 이형의 반마들이 들끓는다.


지하 속에서 인간들과 쾌락을 느끼던 반마들은 오크와 오우거들을 보며 비웃었다.


“뭐야, 저놈들, 어지간히 약한 모양이로군. 갑옷을 입고 있잖아?”

“어머, 저 애들, 덩치가 큰 것 좀 봐. 밤일은 잘할 거 같은데?”

“아벨 님의 배다른 자식들인가?”


반마들의 수군거림.

모두 아름다운 외형을 가졌지만.

육체는 짐승의 것과 흡사한 괴물들이었다.

아벨이 낳은 반마들.

그들은 난생처음 보는 오크와 오우거들을 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뭐야, 저놈들.”

“몬스터 주제에 건방지게 어디서 평가해?”


오크들은 몸을 풀며 입김을 뿜어냈다.

갑주를 입은 육중한 몸을 움직이며 자신들을 평가하는 반마들을 보며 코웃음 쳤다.


“기껏해야 레벨 14, 5인 잡문들이잖아?”


반마와 그린스킨이 서로 노려본다.


멀린은 그 가운데에서 말했다.


“처리해.”

“주인님께서 명령하셨다!”


오크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반마들이 움찔거린다.


“지하에서 인간이나 처먹는 반마들을 사냥하라ㅡ!”


고함이 지하 세계에 메아리쳤다.

오크들의 몸에서 위압감이 뿜어져 나왔다.


반마들은 움찔 몸을 떨었다.

생각보다 상대가 박력이 넘쳐 흘렀기 때문이다.


멀린의 명을 받은 오크들은 몸의 근육에 힘을 가했다.

마나를 활성화해 근력과 민첩성을 키우고, 무기에 마나를 두른다.


그들은 워리어와 버서커들.


전장에 있어 특화된 직업군들이었다.


“오랜만에 몬스터 사냥이다!”

“쿼오오오오오오-!”


전사들의 함성.

오크들이 달려나갔다.

반마들이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설 때였다.


“허, 녹색 괴물들 주제에.”


4m는 될 법한 거대한 악마가 튀어나왔다.

튀어나온 악마의 뿔, 박쥐 날개, 그리고 바위 같은 근육질의 그는 자신감 있게 이를 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손짓 한 번에 죽어 나갈 놈들이 감히 어디서···!”


그 순간 오크들 사이에서 오우거들이 뛰어올랐다.


손에 쥔 묵직한 워해머.

그것이 거대한 악마의 머리통에 내려 찍혔다.


콰직-!


머리통부터 으깨지며 몸이 터져 나간다.

그뿐인가? 아예 바닥에 메이스가 충돌해 금이 가고 그 충격으로 폭발까지 일어났다.


반마들이 폭발에 휘말리며 튕겨 나갔고.


주변에 있던 반마들이 당황해할 때, 오크들이 난입했다.


도끼로 반마의 몸통을 가르고, 메이스로 머리통을 쪼개버린다.

방패로 밀어붙이며 길을 열었다.


멀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아벨이 있는 곳으로 향하려는 그때였다.


ㅡ놈이다.


게일론의 목소리.

해골 가면의 안광이 돌아갔고.

그에 반응하듯 멀린도 고개를 돌렸다.


멀린은 등 뒤에서 검은 기운을 느꼈다.

아주 매섭고 강렬하며, 또한 혐오스러운 기운이다,

그 무언가는 질주해왔다.


멀린은 뒤를 돌아보며 은빛 대검을 휘둘렀다.


불꽃이 튀긴다.


검은 마검을 움켜쥔 악마.


아벨이 미소 짓고 멀린을 노려봤다.


“찾았다. 안나를 홀린 이 괴물 놈!”

“...”


멀린은 아벨을 마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오타 맞춤법 지적해주시면 감사드립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ㅠ 요즘 개인적 사정이랑 또 추석 전에 비축을 쌓아야 하는 게 겹쳐서 늦어버렸네요.

결국 추석 때에도 글을 써야할 지경이 되었습니다 ㅠㅠ 추석에는 좀 쉬고 싶었는데...

어쨌든 다시 연재해보겠습니다! 완결을 위하여!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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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아벨 +46 20.11.29 1,052 60 9쪽
60 아벨 +20 20.11.01 1,152 56 9쪽
59 아벨 +22 20.10.09 1,424 65 9쪽
» 아벨 +18 20.09.28 1,462 70 11쪽
57 아벨 +16 20.09.18 1,621 7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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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침략 전쟁 +10 20.09.12 1,689 80 12쪽
54 침략 전쟁 +18 20.09.09 1,713 82 12쪽
53 침략 전쟁 +18 20.09.07 1,790 89 10쪽
52 새로운 준비 +34 20.09.05 1,932 106 13쪽
51 새로운 준비 +16 20.09.02 1,941 9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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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새로운 준비 +7 20.08.25 2,104 94 12쪽
47 웨어울프의 자손 +11 20.08.23 2,227 98 13쪽
46 웨어울프의 자손 +11 20.08.21 2,207 101 11쪽
45 웨어울프의 자손 +13 20.08.18 2,273 106 10쪽
44 웨어울프의 자손 +19 20.08.16 2,350 113 13쪽
43 웨어울프의 자손 +16 20.08.13 2,393 122 11쪽
42 웨어울프의 자손 +14 20.08.11 2,461 1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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