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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꾼의 서재입니다.

이계의 몬스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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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꾼
작품등록일 :
2020.05.17 02:24
최근연재일 :
2021.01.17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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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08.04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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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또 다른 어둠

DUMMY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악마를 바라본 노사제는 로한을 노려봤다.


“악마 따위를 섬긴다니요!”

“...뭘 그리 흥분해 있는가? 게다가 악마라니? 설마 생김새 때문에 그런가? 자네, 아직 가르침이 부족하군. 성서에 나온 천사님들의 모습을 자네도 보지 않았는가? 그 천사님들도 기괴한 모습을 했다네. 겨우 그걸로 악마라니?”


노사제도 알고 있다.

성서에 묘사된 천사들의 모습은 기괴했다.

수백 개의 눈을 가진 천사가 있는가 하면.

날개 달린 바퀴를 가진 천사 또한 성서에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성서에 나온 이들은 모두 신성함이 표현되어 있다.


천사의 찬란한 빛으로 세상을 밝히고 있건만.


저 악마는 무엇이란 말인가.


불길하기 짝이 없다.

세상을 밝히기보단 칠흑으로 물들일 거 같은 어둠.

사제는 생에 처음으로 ‘독기(毒氣)’라는 걸 느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로한은 눈살을 찌푸렸다.


왜 저러는 걸까?


로한은 코를 킁킁거렸다.


“아! 그렇군.”


로한은 친동생처럼 아꼈던 사제를 부드럽게 쳐다보며 말했다.


“자네, 약에 취했어. 흥분 좀 가라앉히게.”

“약?”


노사제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랜턴 사이에서 희미하게 비치는 하얀 연기를 볼 수 있었다.


순간 머릿속이 몽롱해졌다.


‘미약!’


사람을 망치는 미약마저 사용하고 있다는 말인가!


사제는 소매로 코와 입을 가렸다.

그리고 악마를 노려봤다.

아름다운 외모의 사내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위험해!’


급히 시선을 내리깔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60을 넘어선 노사제는 악마에게 욕정을 느낀 것이다.

분명 로한 또한 악마의 힘에 홀린 거겠지.

사제는 애써 부정하는 듯 외쳤다.


“도대체 언제부터 저런 괴물을 곁에 두셨습니까? 지금 예하께서는 악마에게 홀리셨습니다!”


로한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저분은 내가 길거리에 나앉은 부랑아 때부터 모셨다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설마 자네, 부랑아 따위가 아무런 힘도 없이 법황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나?”


사제도 알고 있다.

로한은 전쟁의 고아였다.


고위 성직자에게 거두어져 사제가 되고, 신앙심, 자비로움에 법황의 자리까지 올라왔다.


그렇기에 노사제는 분명 신께서 로한을 돌봐준 것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그게 저 악마 덕분이라고?


“저분께서는 매번 기적을 행사하셨지. 죽은 자를 되살리기도 하며.”


고위 사제를 죽이고 언데드로 부활시켰다.

부활한 고위 사제를 조종해 로한을 양자로 받아들였다.


“악한 자를 다독여 선하게 만드시기도 하셨다.”


매혹을 써 로한의 입지와 영향력을 키웠다.


“그리고 레시아의 가르침을 막는 자들을 벌하셨지.”


앞길을 막는 자면 그 누구도 죽여 없앴다.


“또한 우리에게 쾌락과 향락을 허락해주신 분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진정한 삶을 주신 분이시지.”


이제는 자손을 낳고 직계 자손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면 된다.


사제는 다시 악마를 보았다.

그 악마의 뒤, 어둠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들이 보였다.


인간이 아닌 다른 무언가.

마치 인간과 괴물 사이에서 태어난 반마처럼 보였다.


미쳤다.

크로스트 교단, 대성당의 지하가 악마들의 둥지였다니!


‘이 사실을 알려야 해!’


사제는 뒷걸음질 쳤다.


‘모두에게 알려야 해. 분명 대륙에 있는 죽음의 역병 또한 이들이 퍼트린 게 분명하다!’


사제는 랜턴을 집어 던졌다.


랜턴이 깨지고 바닥에 기름이 퍼져 불길이 타오른다.


향락을 즐기던 신도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 틈에 사제는 뒤를 돌아 뛰었다.


사제는 추방당한 게일을 떠올렸다.


그가 했다는 허무맹랑한 소문들이 있었다.


-이 세상에 천사와 악마들이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천사님은 저에게 악마들의 재앙을 막을 힘과 성물을 주셨지요!


헛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진실이었다.


‘그 소문이 사실이었다!’


게일이 성배를 들고 망자들을 쫓아내고, 천사의 진명을 울부짖으며 성스러운 권능을 행사했다고 한다.


‘분명 천사의 이름이···!’


“멀린, 안나, 그리고 슈렝과 게일, 나비씨, 그리고 여고···.”


그때 옥좌에 앉은 악마가 손가락으로 사제를 가리켰다.

한마디 내뱉는다.


“죽여.”


“그가 필요해! 게일, 그분이야말로 성···.”


노사제의 머리통이 뜯겨나갔다.


“...자.”


노사제는 즉사했다.

사제를 짓누른 건 거대한 짐승의 팔을 가진 괴물이었다.

양의 머리, 소의 발굽을 가진 악마는 손아귀에 쥔 사제의 머리통을 들었다.

쩍 벌어진 입에 넣었다.


와직-!


머리통을 씹어먹었다.

로한은 머리통이 없는 사제의 몸뚱어리를 보며 쓰게 웃었다.


“내 동생이라 아꼈거늘, 너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였구나. 네 녀석도 게일에게 홀린 것이냐? 그 악마 숭배자에게?”


‘더는 이 세상을 어지럽힐 수는 없다. 게일과 루비아 왕녀, 그 둘을 처리해야 해.’


이미 루비아는 자유로워졌다.

게일마저 그녀와 합류하게 된다면 골치 아파진다.


로한은 고개를 돌려 반악마를 바라봤다.

인간과 인큐버스의 피를 이어받아 태어난 괴물.


게일과 루비아가 칭하는 천사라는 존재가 어떤 속임수를 썼는지 모르나, 그들을 배제해야 했다.


로한은 반악마를 보며 말했다.


“위대한 피를 이어받은 고귀한 자여.”


반악마가 먹던 걸 멈추고 로한을 힐끔 쳐다봤다.


“부탁이 있나이다.”


#


덜컹거리는 마차 안이다.

바깥에서는 환호성과 왕도 전역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멀린은 정면을 주시했다.

건너편에 앉은 루비아가 잔뜩 긴장해 있다.


“두려우냐?”


멀린의 말에 루비아는 쓰게 웃었다.


“조금 그렇습니다.”

“나는 겁나 긴장되는데!”


멀린은 옆에 앉은 안나를 쳐다봤다.

안나가 철부지처럼 흥분해 콧방귀를 낀다.

안나는 몹시 흥분해 있었다.


당연하겠지.

이제 자신의 힘을 감출 필요가 없었다.

섬이 아닌 대륙에서 마법을 마음껏 사용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녀로서는 마법을 쓰고 싶어 근질거릴 것이다,


그때, 마차가 멈췄다.

거짓말처럼 백성들의 환호성도 멈췄다.


미닫이창이 열리며, 노드 전사가 보였다.


“비헤름의 왕이시여, 도착하였나이다.”


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차 문이 열린다.

멀린이 내리고 루비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루비아는 그런 멀린의 손을 잡고 살며시 마차에서 내렸다.

그 뒤로 안나가 내린다.


꽃잎이 휘날린다.


조금 전 환호성이 거짓말이라는 듯 조용했고.

종소리만이 메아리쳤다.


왕도의 길목마다 수많은 백성이 서 있다.


그녀가 마른 침을 삼키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 뒤로 멀린과 안나, 황금사자 우르와 수백의 노드 전사들이 따라갔다.


루비아가 지나갈 때마다 백성들이 하나, 둘씩 무릎 꿇는다.


“...-!”


아르티오의 성직자들은 하늘을 바라보며 성가를 부른다.


루비아는 백성들 하나, 하나를 훑어봤다.

모두가 자신에게, 천사들에게 경외심을 가졌다.


그리고.


하늘에서 천사-하피-가 내려와 행진에 합류했다.


멀린의 모습이 바뀌었다.

팔과 다리가 짐승의 것으로 바뀌고, 머리 위로 뿔이 돋아났다.


뒤를 따르던 노드 전사들이 [야수화]가 진행되며, 반인반수의 모습이 되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성스러움을 느끼며 백성들이 두 손 모아 기도를 올린다.


아르티오의 왕의 행진이오.

천사들의 행렬이었다.


루비아는 두려웠던 감정을 잊었다.

참으로 어리석은 걱정이었다.


이 아르티오를 지킨 것이 바로 이들, 천사들이다.


도망치던 백성들도 보았을 것이다.


이들의 무력과 마법을, 그리고 기적을.


루비아는 고개를 돌렸다.


왕도의 저 건너편.

언덕 위에 있는 탑이 보인다.


그곳에서 이곳을 지켜보고 있는 사내가 보였다.


한때 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였으나, 지금은 유폐된 왕자.


`걱정마세요. 오라버니. 이 왕국을 제가 지혜롭게 다스릴 테니.`


루비아는 탑에서 시선을 때어냈다. 더는 망설이지 않았다.

이제 굳은 결의와 함께 자신의 책무를 받아들려야 했다.


그녀가 도착한 곳은 왕의 대전.


아르티오의 귀족들이 서 있다.

옥좌에 앉아 있던 베롬 왕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종장이 천으로 감싼 성검을 들고 왔다.


루비아는 베룸 왕 앞에서 무릎 꿇어 고개를 숙였다.


“루비아 아르티오. 나의 첫 번째 딸이여.”


베룸 왕은 흐뭇한 미소로 말했다.


“그대에게 묻지, 앞으로 신의 축복에 따라 이 나라를, 이 아르티오 왕국을! 지혜롭게 다스릴 수 있음을 맹세하는가?”

“맹세합니다.”


굳은 의지가 담긴 한마디에 베룸 왕은 만족했다.


베룸 왕이 시종장이 든 천으로 감싼 성검을 조심스레 들었다.


“그대가 이 나라의 왕이 되었음을...”


베룸 왕이 성검을 루비아에게 내밀었고.

루비아는 조심스레 성검을 잡아 들었다.


“알리노라.”


검에서 성스러운 빛이 흘러나왔다.

귀족들이 홀린 듯 루비아를 쳐다봤다.


“루비아 여왕 폐하 만세.”


베룸 왕의 목소리에 시종장이 외쳤다.


“루비아 여왕 폐하 만세-!”


귀족들이 본능적으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마음속 깊숙이, 신앙심을 깃들어 있던 외침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루비아 여왕 폐하 만세ㅡ!”

“아르티오 왕국은 영원하리라ㅡ!”


#



왕위 즉위식 이후, 연회가 시작되었다.

귀족들이 루비아 왕녀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다.


그리고 멀린과 안나, 하피들에게는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왕궁의 넓은 홀에 황금 사자가 우르가 배를 깔고 앉아 잠들었으며, 그 모습을 귀족들은 넋이 나가 한참을 바라봤다.


“진짜 동물원이 따로 없다니까?”


안나의 말에 멀린은 동의했다.

모두가 자신들을 바라봤다.

그것도 상당히 오랫동안.

흥미롭다는 듯이.


“그래도 악마보단 천사가 좋지.”


분명 효과는 있었다.


‘몬스터’로서의 모습을 보였음에도, 아르티오의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루비아의 신성함 앞에 몬스터의 이면은 오히려 신성함과 신비로움을 부각해주었고.


정말로 신의 사자들로 보이게끔 인식을 끌어냈다.


이제 아갈드 길드원들은 이 아르티오의 땅을 밟을 수 있다.

좀 더 많은 문화를 접하고.

다양한 인간과 대면하며.

몬스터의 본능에 지지 않을 이성을 가질 수 있다.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 나간다.’


그때, 멀린은 기묘한 시선을 느꼈다.

시선이 느껴지는 방향을 쳐다봤다.


아르티오인이 아니다.


황갈색 피부, 하얀 머리를 가진 인종.

두건을 쓰고 있는 귀족들이 모여 있다.

서방 국가인 예륨 제국의 귀족이다.

분명 성직자 게일이 망명해 있는 국가였다.


그들이 루비아 왕녀에게 인사를 올린 후, 멀린을 쳐다보고 있었다.


단순히 호기심과는 다른 눈빛.

잠시 후, 예륨의 귀족들은 문을 열고 파티장을 나갔다.


“잠깐, 산책 좀 갔다 올게.”

“응? 그럼 같이···.”


안나가 자라에 일어서자 멀린이 고개를 저었다.


“일이야.”

“아, 조심해서 다녀와.”


안나는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멀린이 자리를 떴다.


방문을 열고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복도 모퉁이를 돌았을 때, 예륨의 귀족들이 무릎 꿇고 기다리고 있었다.


“대천사, 멀린 님을 뵙나이다.”




오타 맞춤법 지적해주시면 감사드립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퇴고하느라 늦어버렸네요;;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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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아벨 +20 20.11.01 1,152 56 9쪽
59 아벨 +22 20.10.09 1,424 65 9쪽
58 아벨 +18 20.09.28 1,461 70 11쪽
57 아벨 +16 20.09.18 1,621 7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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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침략 전쟁 +10 20.09.12 1,689 80 12쪽
54 침략 전쟁 +18 20.09.09 1,713 82 12쪽
53 침략 전쟁 +18 20.09.07 1,789 89 10쪽
52 새로운 준비 +34 20.09.05 1,932 106 13쪽
51 새로운 준비 +16 20.09.02 1,940 93 10쪽
50 새로운 준비 +13 20.08.31 1,921 103 14쪽
49 새로운 준비 +21 20.08.27 2,067 113 10쪽
48 새로운 준비 +7 20.08.25 2,104 94 12쪽
47 웨어울프의 자손 +11 20.08.23 2,227 98 13쪽
46 웨어울프의 자손 +11 20.08.21 2,207 101 11쪽
45 웨어울프의 자손 +13 20.08.18 2,273 106 10쪽
44 웨어울프의 자손 +19 20.08.16 2,349 113 13쪽
43 웨어울프의 자손 +16 20.08.13 2,393 122 11쪽
42 웨어울프의 자손 +14 20.08.11 2,461 115 11쪽
41 또 다른 어둠 +13 20.08.09 2,555 110 13쪽
40 또 다른 어둠 +15 20.08.07 2,586 112 11쪽
39 또 다른 어둠 +17 20.08.05 2,698 109 13쪽
» 또 다른 어둠 +13 20.08.04 2,767 1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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