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그림자꾼의 서재입니다.

이계의 몬스터가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그림자꾼
작품등록일 :
2020.05.17 02:24
최근연재일 :
2021.01.17 21:45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228,669
추천수 :
7,713
글자수 :
314,520

작성
20.08.27 22:46
조회
2,067
추천
113
글자
10쪽

새로운 준비

DUMMY

“와! 궁전에 와본 건 처음이에요! 그것도 황궁이라니!”


토니가 귀빈실을 두리번거렸다.

판자촌이 아닌 귀족들이 쓰는 귀빈실은 처음이었다.


토니는 흥분해 이것저것 만져보았다.

테라스와 연결된 창가를 열어보니, 저 멀리 도심의 거리와 커다란 외문, 외벽이 보였다.


토니는 눈을 반짝거렸다.


모래만 풀풀 풍기던 거리와 달리 이곳은 모래바람이 불지 않았다.


수도 근처에 둘러싸인 숲 덕분이었다.


“황제 폐하께서 서방 전체를 숲으로 만드신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인 모양이에요!”


현 황제인 카심은 서방의 전 지역을 대림(大林)화시키는 것이 오랜 꿈이자 목표였다.


하지만 수도 근처를 숲으로 만드는 데만 해도 수십 년을 보냈기에 황제의 꿈은 허망하게도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


토니는 멀린을 보았다.

자신의 말에 호응해주길 바라서였다.


“그럼 이야기나 나눠볼까.”


하지만 멀린은 먼저 해결하고 싶은 일들이 있었다.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보충하는 것이다.

멀린이 소파에 앉았다.

그 맞은편에는 제니가 앉았다.


토니는 자신의 말이 무시당하자 뿌루퉁한 표정을 짓고는 침대에 몸을 날렸다.


“필요하신 게 있으신지요.”


시녀들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시녀들은 물론, 시종장 또한 바짝 긴장했다.


황제의 어명이 내려진 탓이다.

무엇보다 악마들을 고문하며 데려온 것부터가 비상을 벗어난 이들이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멀린은 가볍게 손을 저었다.


“가벼운 마실 것을 부탁하지.”

“알겠습니다.”


시녀와 시종장이 급히 밖으로 나갔다.

멀린은 그 모습에 쓰게 웃었다.


“우리를 꺼리는군.”

“그야···. 반마들을 그렇게 끌고 왔으니까요.”

“귀중한 아이템 재료들이다. 무한정 자원을 죽일 수는 없지.”


예륨의 황제에게 줄 선물이기도 했다.

반마의 가죽은 가볍고 화염에 내성이 있다. 물리 저항력 또한 있기에 귀족이나 황제가 쓸 방어구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루비아와 게일을 위한 선물이기도 했다.

그들은 반마와 싸워 경험을 쌓아야 할 테니까.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지. 나는 네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리고 네 기록에 있는 나에 대해서도.”


멀린은 제니를 바라봤다.


그는 매우 궁금했다.

자신이 잊어버린 기억들, 그리고 제니가 지금껏 어떻게 지내왔는지에 대해 알고 싶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제니 또한 똑같은 심정이었다.

그녀는 눈앞에 있는 멀린이라는 사내가 궁금했고.

또한 그와 함께한 동료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도 알고 싶었다.


두 사람은 서로 아이템 창에서 기록을 꺼냈다.


토니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이 동시에, 그것도 허공에서 물건을 꺼내니 놀란 것이다.


둘은 한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옛 기억을 말하고, 기록을 보여주고 공유하며.

5년간 어떻게 살았는지.

50년간 어떻게 보냈는지를 나뉘었다.


멀린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제니 또한 멀린의 약혼자에 대해 모르는듯했다.


아쉬움에 제니의 과거들을 살펴봤고.


“...”


분노했다.


이 세상의 인간들이 제니를 배척했다.


또한 믿고 사랑했던 연인 역시 제니의 본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자식들을 버리고 도망쳤다.


그뿐인가?

남자는 제니를 밀고했다.

마녀라고 말이다.

결국, 제니는 크로스트 교단의 추격을 받았다.

그리고 추격대마저 죽게 되자, 아벨이 직접 나선 것이다.


‘역시 크로스트 교단의 뒤에 숨어 있던 거냐.’


뒤에서 숨어 루비아와 게일을 견제했던 세력.


아벨 그 또한 멀린과 같은 생각을 한 것이다.


신성한 마법의 힘 앞에서도 권력욕에 지배당한 성직자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아벨이 뒤를 봐주고 있는데 게일과 루비아는 단순히 사기꾼으로 보았겠지.


똑똑···.


“차를 가지고 왔습니다.”


토니가 침대에서 나와 문을 열었다.


시종이 안으로 들어설 때, 기묘한 분위기를 느끼며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멀린의 몸에서 짙은 살기가 뿜어졌다.


시종이 식은땀을 흘릴 때, 토니가 괜찮다며 웃음을 보였다.

시종이 든 쟁반을 들었다.


그 위에는 차와 다과가 올려져 있었다.


토니는 분위기를 읽을 줄 아는 아이였다.


급히 멀린에게 다가가 차를 건네주며 말했다.


“아저씨, 이거 봐요. 차예요! 엄청나게 비싼 거라고요!”


그제야 멀린은 살기를 없앴다.

멀린은 고개를 돌려 해맑은 표정의 토니를 바라봤다.


무표정하던 그가 손을 뻗어 토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제니는 그 모습에 기쁠 수밖에 없었다.

수십 년간 혼자 앓던 고민을 공유하고 또한 화를 내준 것이다.


제니로서는 멀린이 고마웠다.


눈치를 보던 제니가 말했다.


“아벨, 그를 어떻게 할 건가요?”

“글쎄.”

“아벨과 싸울 생각은 없는 건가요?”

“고민 중이다.”


아갈드의 계획을 방해했을뿐더러, 이제는 동료의 자식들마저 무참히 학살했다.

그것이 제아무리 기억을 잃고, 또한 악마로서의 본능에만 충실했다고 해도.

이는 용서받지 못할 죄였다.

만약 아벨과 싸우게 된다면 아갈드 길드 전체가 움직여야 할 것이다.


‘고민 중?’


제니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은인은 지금 아벨을 동료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망설이고 있으리라.


어쩌면 자신의 복수를 반대할지도 몰랐다.


“걱정 마라.”


제니는 고개를 들어 멀린을 바라봤다.


“네 복수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으마.”


생각이라도 읽는 걸까?

아니면 자신의 표정이 너무 티가 나는 걸까?


어찌 되었든 멀린의 말에 제니는 안심이 되었다.


제니는 자신이 너무 이기적이었나 싶어 후회가 밀려왔다.


분명 멀린에게도 사정이 있을 텐데···.


제니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차를 마셨다.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했다.

그때였다.


제니는 코를 킁킁거렸다. 그리고 귀가 움찔거리기도 했다.


낯선 냄새.

무언가 펄럭거리는 소리.

누군가가 이곳으로 날아오고 있다!


‘설마, 또 반마가···!’


제니는 경계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송곳니를 보이고 손이 짐승의 손으로 변할 때, 멀린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펄럭이며 무언가가 테라스에 착지했다.


“천사님이다!”


토니가 소리쳤다.

테라스에 착지한 건 하피였다.


하피가 난간에 발을 걸치고 무릎 꿇는다.

새의 날개를 곱게 땅으로 내리고, 고개를 숙여 멀린에게 예의를 올렸다.


“주인님.”

“...”


멀린은 묵묵히 차를 마시며 목소리를 들었다.


“아갈드의 주인님들이 항구에 도착하였습니다.”

“항구에 허락은?”

“이미 내려진 모양입니다. 정착한 배들을 치우고 있습니다. 다만 주인님들이 오랜 여행에 피곤해하십니다.”

“황제에게 직접 말해두도록 하지. 애들을 푹 쉴 수 있는 곳을 마련해달라고. 그리고 애들에게도 전해. 긴급회의를 열겠다고.”

“알겠습니다.”


하피가 다시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올랐다.

하피가 사라지자, 제니는 놀란 표정으로 멀린을 바라봤다.


“방금 그 아가씨는···. 동료인가요?”

“부하지.”


동료는 아니다.

NPC는 그저 명령에 따르는 일꾼이자 소모품일 뿐이다.


“그리고 동료들은 이제 곧 만날 거다.”

“그들이 왔나요?”

“그래. 궁금한가?”

“그건···.”


제니는 멀린의 눈치를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멀린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마중 가도록 하지. 너의 옛 동료들을.”


#


황제 카심은 급히 낙타를 타고 달렸다.

그리고 항구에 도착했다.


수많은 군함과 하물선이 있건만.


배들이 파도에 휩싸일 듯 출렁거렸다.


카심은 굳어진 채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는 숨 쉬는 것조차 잊었다.


거대한 배가 보였다.


지금껏 수많은 화물선과 군함을 보았지만.

눈앞에 있는 거대 군함은 비교 불가였다.

마치 거대한 성이 바다에 떠 있는 거 같았다.


덕분에 파도가 출렁이고, 모래사장의 모래들이 쓸려나간다.


거대 군함이 항구의 작은 배들과 모래들을 거칠게 밀어냈다.


콰지지직-!


나룻배들이 부서지고 뭉개진다.


미리 배들을 물렸건만, 민간인들이 사용하는 배들은 이야기가 늦어진 모양이었다.


거침없이 밀고 들어온 거대 군함.


항구에 정박한 군함에서 다리 갑판이 내려진다.


쿵! 쿵! 쿵!


웅장한 북소리가 메아리쳤다.


군함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거친 갑옷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메아리친다.


카심은 보았다.


2m는 될 듯한 녹색의 괴물들을.


“맙소사!”


온몸에 빈틈없이 철갑을 두르고 있다.

얼굴은 철판을 두른 투구를 쓰고 있었다.


무기는 하나같이 인간이 쓸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거대했다.


묵직한 발걸음을 보이며 일백의 오크들이 좌우로 정렬한다.


그 뒤로 철갑을 두른 기병, 켄타우로스들이 깃발을 든 채 걸어 나왔다.

선두로 선 자가 뿔나팔을 불었다.


부우우우우우웅ㅡ!


도시 전역에 울리는 나팔 소리.


그리고 등장했다.


그 존재들이.


“천...사들?’


카심은 숨이 턱 막히는 듯했다.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한마디였다.

하지만 말과 달리 속은 달랐다.


‘괴물들!’


천사가 아닌 괴물들처럼 보였다.


1m 30cm 정도의 녹색 피부의 땅꼬마가 걸어 나온다.

하지만 작다고 무시할 존재가 아니다.


하얀 사제복을 입고 손에는 커다란 지팡이와 성경책을 쥐고 있다.

익살스러운 표정과 달리 몸에서 뿜어지는 성스러움은 경외심마저 느껴졌다.


그뿐인가, 4m가 넘는 녹색 거인도 있다.

등에는 도축용 거대한 만도를 짊어지고, 검은 가죽을 온몸에 두르고 있었다.

거인은 덩치에 비해 아무런 기척도 발걸음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챙이 넓은 고깔모자를 쓰고 지팡이를 든 신기한 미녀와 그녀의 곁을 따르는 짐승의 귀를 가진 남녀도 보인다.


그리고···.


“고양이?”


장화를 신고 챙이 넓은 깃털 달린 고양이가 걸어 나온다.

허리춤에는 레이피어를 차고 있었다.


애완동물 정도인 거겠지.


그들을 바라보던 카심은 굳어졌다.

따라온 병사들도 움츠러들고 말았다.


카심이 탄 낙타는 겁에 질려 고개를 저으며 날뛸 정도였다.


공포가 전염되어 카심 또한 생전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그때, 어떤 사내가 괴물들에게 걸어나갔다.


하햔 백발과 잿빛 피부, 황금빛 눈을 가진 다크 엘프.


멀린이 그들에게 다가가자, 선두로 선 켄타우로스가 뿔나팔을 입에서 땠다.

그리고 목청껏 소리쳤다.


“위대하신 아갈드의 주인-.”


처처척-!


일백의 오크들이 무릎 꿇고 고개를 숙였다.


켄타우로스들이 좌우로 비켜서며 허리를 숙여 그 사내를 찬양했다.


“멀린 님을 뵙나이다!”




오타 맞춤법 지적해주시면 감사드립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작가의말

무협을 한 번 써보고 싶은데...크윽, 용어랑 한자가 너무 어렵네요;; 나중에 한 번 도전해 봐야할 거 같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계의 몬스터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작품 관리를 위해 비공개될 예정입니다! 23.05.24 52 0 -
공지 죄송합니다. 25일까지 휴재입니다. +5 20.09.21 630 0 -
공지 연재주기 비정규 연재입니다~! +6 20.08.01 1,045 0 -
공지 지도입니다. +6 20.05.17 5,548 0 -
62 에필로그 - 마지막 전쟁 (완) +42 21.01.17 1,122 64 10쪽
61 아벨 +46 20.11.29 1,052 60 9쪽
60 아벨 +20 20.11.01 1,152 56 9쪽
59 아벨 +22 20.10.09 1,424 65 9쪽
58 아벨 +18 20.09.28 1,462 70 11쪽
57 아벨 +16 20.09.18 1,621 75 11쪽
56 침략 전쟁 +13 20.09.15 1,587 76 10쪽
55 침략 전쟁 +10 20.09.12 1,689 80 12쪽
54 침략 전쟁 +18 20.09.09 1,713 82 12쪽
53 침략 전쟁 +18 20.09.07 1,790 89 10쪽
52 새로운 준비 +34 20.09.05 1,932 106 13쪽
51 새로운 준비 +16 20.09.02 1,941 93 10쪽
50 새로운 준비 +13 20.08.31 1,922 103 14쪽
» 새로운 준비 +21 20.08.27 2,068 113 10쪽
48 새로운 준비 +7 20.08.25 2,104 94 12쪽
47 웨어울프의 자손 +11 20.08.23 2,227 98 13쪽
46 웨어울프의 자손 +11 20.08.21 2,207 101 11쪽
45 웨어울프의 자손 +13 20.08.18 2,273 106 10쪽
44 웨어울프의 자손 +19 20.08.16 2,350 113 13쪽
43 웨어울프의 자손 +16 20.08.13 2,393 122 11쪽
42 웨어울프의 자손 +14 20.08.11 2,461 115 11쪽
41 또 다른 어둠 +13 20.08.09 2,555 110 13쪽
40 또 다른 어둠 +15 20.08.07 2,586 112 11쪽
39 또 다른 어둠 +17 20.08.05 2,698 109 13쪽
38 또 다른 어둠 +13 20.08.04 2,767 114 11쪽
37 또 다른 어둠 +13 20.08.01 3,001 10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