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벨
“뭐야, 이놈들···. 괴물이잖어!”
마족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분명 이쪽이 수로는 압도적 우위를 두고 있다.
또한 악마로서 마법과 주술을 함께 사용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숨조차 쉬지 못해 독기에 중독되거나 피부가 녹아내릴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녹색 피부를 가진 괴물들.
이들은 멀쩡했다.
오히려 자신들의 마법과 주술을 무식하게 힘으로 깨뜨려버렸다.
그뿐인가?
강력한 힘으로 휘두르는 무기들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인간의 무기로는 상처조차 내지 못하는 가죽과 껍질을 너무나도 쉽게 찢어발겨 버린다.
마족들이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마족들의 모습은 인간의 내면에 있는 공포를 끌어내기에 적절한 생김새였다.
산양의 머리, 혹은 용의 뿔, 소의 발굽 등.
신화 속 모습의 괴물들과 흡사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녹색 괴물들과 비교한다면 자신들은 어린애 수준에 불과하리라.
도끼와 메이스, 워해머를 든 오크와 오우거들이 고개를 치켜든다.
어둠 속에서 광기 어린 붉은 눈빛이 불타오른다.
그들의 무기에는 마족의 핏방울이 묻어 툭툭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마족들이 뒷걸음질 쳤다.
그린스킨들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마무리하도록 하지."
"경험치 좀 쌓아보자!"
그린스킨들이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들의 존재감에 마족들은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오히려 사기가 꺾여 몸을 떨 뿐이었다.
“도, 도망을···.”
그때,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쾅-!
화염과 함께 먼지 구름이 폭풍처럼 지하 세계를 덮쳤다.
“뭐야···!”
“피해···!”
갑자기 일어난 폭발에 마족들이 허둥거리며 도망쳤지만.
이윽고 화염에 휩싸여 불타 죽어 나갔다.
“방패 들어!”
오크들이 방패를 든다.
하지만 덮쳐지는 화염에 버티지는 못했다.
몸이 점차 밀려 나가며 화염에 온몸이 먹혀든다.
그때, 오우거들이 방패를 내려찍고 서로 부축해주었다.
이윽고 화염이 사라지고.
그들은 앞을 바라봤다.
마검과 성검이 교차했다.
불꽃이 튀기며 멀린과 아벨이 서로 검을 휘둘렀다.
서로의 검이 부딪치면 그 주변 지형이 바뀌어나갔다.
오크와 마족들은 굳어진 채 그 모습을 지켜봤다.
“아벨 님과 동등하게 싸우고 있잖아?”
“저놈은 도대체 뭐지?”
마족들은 경악 어린 목소리를 내뱉었다.
오크들은 멀린과 아벨의 싸움을 보며 탄식했다.
“저게 아벨 님인가?”
“님 자는 빼, 배반자 놈이다.”
“모두 사격 준비.”
오크들은 자신들이 가진 머스킷을 준비했다.
적어도 지원 사격으로라도 해서 멀린에게 도움을 주려는 것이다.
‘어떻게 할까.’
멀린은 눈앞에 있는 아벨을 쳐다봤다.
아벨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형편없군. 멀린!”
`나를 알고 있군.`
멀린은 호기심이 동했지만.
망설임은 없었다.
멀린은 눈을 가늘게 떴다.
아벨은 자신의 승리를 장담한 듯하다.
점차 멀린이 밀려나는 것을 보며 아벨은 미소를 지었으나,
“어···?”
이윽고 코를 킁킁거리더니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안나의 냄새. 왜 너에게서······!”
“오랫동안 함께 있었으니까. 누군가와는 달리.”
멀린은 미소를 지으며 아벨을 도발했다.
아벨의 창백한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마검에 더욱 힘을 가하자 멀린이 쥔 성검이 밀기 시작했다.
바닥이 금이 가며 부서진다.
‘...강해.’
역시 인큐버스.
마족답다.
100년간 이 세계에서 인간을 먹고 커왔을 거다.
그에 비해 멀린은 이제 겨우 6년 정도를 머물렀을 뿐이다.
‘하지만···.’
아벨과 달리 멀린은 그를 상대하기 위해 단련해 왔다.
또한 그에게는 게일론이 함께했다.
ㅡ마치 어린애 같군.
해골 가면에서의 안광이 눈웃음을 짓는다.
ㅡ그렇기 때문에 허술하기 짝이 없어. 이놈을 죽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바닥에 룬 문자가 그려졌다.
그곳에서 뼈로 된 쐐기들이 솟구친다.
그대로 아벨의 몸을 꿰뚫었다.
ㅡ응?
게일론의 안광이 아벨에게로 향했다.
몸이 벌집이 되었는데도, 놈은 광기에 찌든 눈빛으로 멀린을 밀어붙이고 있다.
ㅡ기분 나쁜 놈이로군. 통증이 없는 건가?
“마족이야. 살아는 있지. 통증도 느낄 거다. 다만···.”
광기 때문에 고통조차 잊었으리라.
이건 인큐버스가 아니라 버서커가 아닌가?
ㅡ힘에서 밀리는군.
“그럼 거리를 벌려야지.”
멀린은 뒤로 물러섰다.
룬 문자들이 바닥에 생겨나며, 스켈레톤들과 나무줄기들이 소환되었다.
그리고 아벨을 향해 달려들었다.
스켈레톤이 든 칼날과 메이스, 도끼날이 아벨에게 파고든다.
나무줄기들이 아벨을 구속하기 위해 채찍질을 했다.
아벨은 그런 스켈레톤을 과자 부스러기처럼 부수며 나무줄기들을 베어 나아갔다.
멀린과 거리를 좁히려 한다.
마치 성난 들소처럼 주변을 보려 하지 않고 오직 멀린만을 노렸다.
ㅡ어지간히 원수를 졌나 보군.
“미안하지만 기억이 안 나.”
기억할 가치도 없을 테고.
ㅡ이대로면 당할 텐데?
“그럴 리가.”
멀린이 시선을 옆으로 옮겼다.
“모두 조준-!”
오크들이 커다란 머스킷을 겨누었다.
“발사-!”
콰콰콰쾅-!
불꽃이 튀기며 은과 룬이 새겨진 탄환이 아벨의 몸에 직격했다.
머리가 터지고.
몸이 산산조각이 난다.
오크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효과 있···!”
순간, 터졌던 살점과 피들이 모여든다. 아벨의 몸이 재생되고 육체를 다시 형성했다.
‘초고속 재생.’
마족의 능력이다.
멀린은 마나를 집중했다.
아벨은 멀린의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마검이 멀린의 목을 향해 내려치는 순간.
“이프리트.”
쿵-!
불꽃이 바로 옆에서 솟구친다.
거대한 알덩이가 소환되고, 불꽃의 알이 깨지며 거대한 팔이 튀어나왔다.
쩍 벌어진 갈고리 같은 화염의 손아귀가 아벨을 짓눌렀다.
ㅡ소환자여. 오랜만이로군.
알이 깨지며 불꽆의 왕관을 쓴 존재가 튀어나왔다.
불꽃의 정령왕, 이프리트가 눈동자를 이글거렸다.
#
습하고 어두운 지하 감옥이었다.
구속구에 매달린 안나의 앞으로 검은 그림자가 넘실거렸다.
갑자기 느껴지는 인기척에 안나는 앞을 바라봤다.
꿈틀거리는 무언가가 벽에서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기괴한 동물의 모습을 한 반마들이다.
“있다!”
“이게 아벨 님이 말한 마녀인가?”
“우리들의 어머니가 될 자?”
“아니, 그렇지 않아. 내가 가질 테니까!”
“아벨 님에게 살해당할걸?”
“상관없어. 더욱 강한 힘을 가질 수 있다면.”
그들의 눈빛에는 욕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벨과 평범한 인간 여자 사이에서 낳은 이들마저 강력한 괴물이 된다.
그럼 아벨과 같은 힘을 가졌다는 이 여자와 관계를 맺고 아이를 낳는다면 어떤 괴물이 나오겠는가!
생각만 해도 짜릿했다.
마족들이 안나에게 다가갔다.
그들의 손이 안나에게 향할 때, 안나의 마력이 폭주했다.
강력한 마력.
구속구가 금이 가고 부서졌다.
가녀린 팔을 뻗어 마족의 얼굴을 움켜잡았다.
“뭐···!”
그 순간 반마의 얼굴이 부풀어 올라 터져버렸다.
옆에 있던 동료가 죽자, 남은 반마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틀어 안나를 쳐다봤다.
안나의 붉은 눈이 번쩍이며 반마를 노려봤다.
등골이 오싹한 살기!
반마는 몸을 움츠리며 뒷걸음질 쳤다.
‘맙소사, 저건 정말로 괴물···!’
안나가 손을 휘둘렀다.
가지처럼 가느다란 손이건만.
반마의 두꺼운 가죽을 뚫고 몸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상반신과 하반신이 갈라진 반마는 그대로 쓰러졌다.
“후우···. 후우···.”
안나는 심호흡을 했다.
마력을 무리하게 폭주시켰다.
하지만 그 덕에 구속구를 풀 수 있었다.
안나는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내 빗자루는 어디에 있을까? 입을 로브는?
그녀는 감옥 문을 열었다.
그리고 펼쳐진 하얀 방.
빛하나 들어오지 않는 방이었지만.
마녀인 그녀는 낮처럼 훤히 보였다.
수백 개는 될 듯한 초상화들.
모두 안나의 그림이다.
“미친 변태 스토커 같으니!”
안나는 욕을 내뱉었다.
그녀는 넓은 홀 한구석에 유리로 전시된 자신의 로브와 빗자루를 발견했다.
안나는 유리를 깨고 로브와 빗자루를 챙겼다.
어서 멀린에게로···!
그때 안나의 시선이 닿는 게 있었다.
바로 근처에 있는 서재.
아벨이 안나에 대해 기록한 서적들이었다.
안나는 살며시 서적들을 둘러봤다.
그리고 인상을 찌푸렸다.
[안나와의 데이트···.]
[안나와 현실에서 만났을 때···.]
[안나와 한 이야기···.]
"미친!"
안나는 손을 획 들어 올렸다.
불꽃이 새겨졌다.
이 방 전체를 불태울 생각이었다.
그때, 폭음이 들려오며 방 전체가 흔들렸다.
안나는 휘청거릴 때, 서재에 있던 책들이 와르륵 떨어졌다.
안나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떨어진 책 중 활짝 펼쳐져 있는 서적.
[9월 5일, 안나가 한 남자를 데리고 왔다.]
안나는 멈칫 놀라며 천천히 허리를 굽혔다.
[그녀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바로 이 남자야. 이 남자가···."]
손을 뻗어 서적을 잡아들어 올렸다.
["나와 미래를 약속한···."]
안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남자야." 나는 인정할 수 없었다. 안나가 이상한 남자를 데리고 왔고, 그를 향해···.]
안나는 페이지의 끝 부분을 바라봤다.
["약혼자"라고 칭했다.]
오타 맞춤법 지적해주시면 감사드립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완결이 얼마 남지 않았건만, 연재가 불안정할 거 같습니다 ㅠㅠ
그래도 완결까지 끝까지 가보려고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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