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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꾼의 서재입니다.

이계의 몬스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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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꾼
작품등록일 :
2020.05.17 02:24
최근연재일 :
2021.01.17 21:45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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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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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4,520

작성
20.08.11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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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웨어울프의 자손

DUMMY

서방의 대제국.

수도 예륨의 대저택.


똑똑-.


늦은 밤 노크 소리에 게일은 문 쪽을 바라봤다.


이 시간에 누가 찾아온 것일까?

희미한 촛불 사이에서 게일이 말했다.


“들어오게.”


조심스레 문이 열렸다.

들어온 건 예륨인이었다.


황갈색 피부, 하얀 머리카락을 가진 30대 초반의 미인이다.


말을 못하는 하녀 데린이었다.


[아직 안 주무셨나요?]


한쪽 손가락을 움직이며 수화로 말한다.

다른 한 손에는 따뜻한 차와 다과가 올려진 쟁반을 들고 있었다.

데린은 미소를 지었다.


[예륨의 새벽은 춥습니다. 레시아 신께서 성자님을 걱정하실 겁니다.]


하녀 데린은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게일이 있는 탁자 위에 찻잔을 올려두었다.


데린의 배려에 게일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고맙네, 데린. 이런 늦은 밤까지 나를 위해···.”

[괜찮아요. 성자님을 모시는 게 제게 있어 큰 기쁨인 걸요!]


수줍어하며 큰 동작으로 수화하는 데린이었다.


[성자님과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저는···.]

“...”


게일은 데린을 쳐다봤다.


‘그녀와 만난 지 4년인가.’


5년 전, 각성했던 게일은 수많은 구중을 이끌고 망자들을 퇴치했다.


전장 속에서 다친 사람을 치료해주었고.

게일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만 갔다.

새로운 종교마저 탄생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크로스트 교단에서는 그런 게일을 ‘악마 숭배자’로 몰았다.

재판이 열리고 게일이 넘겨졌을 때, 게일은 지인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연명할 수 있었다.


-도망치십시오. 이건 광대들이 써놓은 연극입니다. 이미 유죄가 정해진 것이라고요. 법황 예하께서는 게일 님을 처형시킬 생각입니다. 도망치십시오. 어서!


덕분에 게일은 도망쳤다.

하지만 자신을 도왔던 자들은 무사하지 못하리라.


게일은 결국 크로스트 교단에서 추방되었다.

그리고 서방 국가로 도망쳤다.


아무것도 없이, 정처 없이 황량한 사막을 걷던 그는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쓰러졌다.


-물... 물...!


끝없는 갈증으로 생명을 잃어갈 때, 게일을 도와준 건 다름 아닌 ‘데린’이라는 사창가의 병 걸린 여인이었다.


그녀는 지극정성으로 게일을 돌보았고.

게일은 그 보답으로 데린의 병을 치료해주었다.


-성자님이시다!

-기적을 일으키셨다!


그리고 그 광경을 목격한 사창가의 사람들이 소리쳤다.

소동으로 인해 게일은 예륨의 병사들에게 붙잡혔다.


그리고 황제에게 끌려갔다.

설마 또 마녀재판이라도 벌어지는 걸까 했지만.


-레시아의 뜻이 함께하리라.


카심 황제는 게일을 거두었다.


그리고 황궁에서 머물도록 허락해주었다.

또한 게일의 요청에 따라 자신을 돌봤던 데린의 빚을 모두 갚고 전속 하녀로 두게 해주었다.


[제, 제 얼굴에 뭐가 묻어났어요?]


데린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아무것도 아니라네.”


그녀가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게일은 잘 알고 있었다.


다 늙은 이 노인네에게 호감을 느끼다니?

정말로 고마웠다.


하지만···.


게일은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이윽고 차갑게 식었다.

그는 그녀와 함께할 수는 없었다.


나이 차가 날뿐더러, 게일은 더는 누군가를 사랑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마음을 품지 말자.’


나는 성직자, 레시아 님을 섬기는 사제다.

그런데 사제가 욕망에 치우치다니?


천사님들이 자신에게 사명을 내렸거늘.


게일은 자신의 나약함을 탓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천사들이 내린 사명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이것도 나의 시련이다.`


그때, 촛불이 흔들리며 껴졌다.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왔다.


데린은 안절부절못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게일은 눈을 가늘게 뜨며 주변을 경계했다.


분명 창문은 닫쳐있다.


방의 문도 데린이 들어오며 닫은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촛불이 꺼지다니?


“...!”


게일은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이 느낌, 그래, 망자를 볼 때 느꼈던 감각이다.


게일은 조심스레 탁자 밑, 천으로 감싼 성배를 잡았다.


그때였다.


창가가 깨진다.


쨍그랑!


-끼아아아아아악!


깨진 창가로 들어온 건 이형의 괴물들이었다.

회색 가죽에 인간 형태를 갖춘 존재.

긴 팔과 낫 모양의 날카로운 손톱을 가진 망자, 구울이었다.


게일은 성배를 들었다.

그리고 목청껏 외쳤다.


“천사님들의 가호가 함께하리니-!”


성배가 빛을 뿜었다.

광렬한 빛과 함께 구울들이 튕겨 나갔다.


벽에 부딪히며 바닥에 쓰러진다.


재가 되어 불타 소멸했다.


“어머, 어머. 세상에나.”


게일은 고개를 들었다.

창가에는 아름다운 여인이 우뚝 서 있다.

하지만 그녀가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신비한 힘을 가졌다길래 와봤더니, 정말이잖아? 속임수는 없는 거니? 세상에 마족도 아닌데 마법이라니!”


등 뒤로 나온 4개의 박쥐 날개, 그리고 엉덩이에 뻗어나온 긴 뱀의 꼬리.


뱀의 가죽을 피부처럼 두르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이 긴 혓바닥을 날름거렸다.


“데린, 나의 뒤로 오너라.”


데린은 급히 게일의 뒤에 숨었다.

게일은 여인을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맙소사, 이 악마는 도대체···!’


여태껏 좀비만을 사냥했던 게일이다.

이렇게 직접 악마를 마주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렇군. 아일란스 섬에서 천사님들이 대륙으로 나오셨던 이유가 이거였나!’


얼마 전 이야기를 들었다.

천사들이 직접 나서서 왕녀 루비아를 구해내고 그녀를 왕위에 올렸다고.


천사들은 아는 것이다.

사악한 악마들이 등장했다는 것을.


게일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그때, 게일의 방으로 병사들이 들이닥쳤다.

악마, 아벨의 딸인 서큐버스 릴리스는 힐끔 병사들을 보다가 게일을 쳐다봤다.


“이런, 근육질 많은 수컷들이네. 모두 나랑 즐기지 않겠어?”


그녀의 달콤한 말에 마력이 담겼다.

예륨의 병사들이 현혹되어 비틀거리고는 바닥에 하나둘씩 쓰러졌다.


눈꺼풀이 무거워지며 잠들려 할 때쯤.


“레시아 님의 축복이 있나니!”


게일은 성배를 치켜든다.

빛이 발휘되며 잠들던 병사들이 제정신을 차렸다.

서큐버스 릴리스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신기하네. 내 마법을 무효화해? 너 뭐야?”


릴리스는 게일을 보며 뱀의 입술을 핥았다.


“네 녀석이 짐승의 악마로구나. 예륨의 마을을 불태운다는!”

“어머, 나는 수컷들과 놀고 싶은 거뿐이었어. 태울 생각은 없었다고.”


릴리스는 게일의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게일이 성배를 들고 외쳤다.


“천사들의 가호가 함께하리니-!”


예륨의 병사들의 검에 빛의 입자가 모여들었다.

희미한 성력이 담긴 무기들.


릴리스는 식겁했다.


“혐오스러운 힘이야. 로한이 왜 네 녀석을 죽이려 한 건지 알겠어.”

“뭐?”


로한?

법황 로한!


대놓고 배후 세력을 말하는 릴리스를 보며 넋이 나간 게일이었다.


그 모습에 릴리스는 웃음을 터트렸다.


“노인은 내 취향은 아니지만, 그 힘을 더럽히고 싶어졌어. 다시 만날 때는 쾌락을 느끼며 죽게 해줄게.”


릴리스는 날갯짓하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게일은 식은땀을 흘렸다.


‘나로는 저 악마를 죽일 수 없다. 천사님들의 도움이 필요해!’


게일은 고개를 틀어 병사에게 말했다.


“여행 채비를 준비하도록. 천사님들을 마중 나간다.”


#


멀린은 낙타를 탔다.

예륨의 귀족들과 그의 호위병들.

그리고 루비아와 아르티오의 사자의 군단 일원들이 사막을 횡단했다.


-나는 섬으로 돌아갈게. 애들 데리고 예륨 제국으로 가면 되는 거지?

-그러도록 해, 사막은 힘든 여행이니까. 차라리 뱃길로 가는 게 더 좋을 거다.


안나는 아일란스 섬으로 돌아갔다.

아갈드 길드의 다른 인원들과 합류, 예륨 제국으로 갈 예정이었다.


“미치겠군.”

“히, 힘들어.”

“더워.”


아르티오의 병사들은 거친 숨을 내쉬었다.

사막이다.

모래에 푹푹 빠지는 다리에 체력이 고갈되어 갔고.

뜨거운 태양에 목마름이 올라왔다.


“왕녀님, 물을 드십시오.”


난생처음으로 낙타라는 생물을 타본 루비아는 고개를 돌렸다.

기사 하이먼이 물을 준 것이다.


“고마워요.”


루비아는 감사를 표하며 물병을 들어 마셨다.

그러면서도 힐끔 예륨의 병사들을 쳐다봤다.


이 더위 속에서도 사슬 갑옷을 입고 있다.

그 위에 두건과 서코트를 걸친 채다.


긴 창과 방패, 휘어진 곡도를 든 그들은 지친 기색이 없었다.


‘역시···. 하나같이 엄청난 실력을 갖췄어.’


귀족들은 물론, 병사마저 평온해 보인다.

황량한 사막에서 대제국을 일군 예륨인이다.


힘을 제외하면, 체력과 민첩함은 아일란스의 노드인보다도 뛰어날 것이다.


‘멀린 님도 멀쩡하시구나.’


멀린은 땀 한 방울조차 흘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 주변으로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부는 거처럼 보였다.


‘그러고 보니 왜 변방의 작은 마을을 들렀다 간다고 하신 거지?’


루비아는 멀린이 한 말을 떠올렸다.


-정보 하나가 들어왔다. 왕도 근처의 변방에 옛 인연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예륨의 수도 옆, 변방의 도시에 잠깐 들렀다 가기를 원했던 멀린이다.


혹시 그곳에 아는 지인이라도 있는 걸까?


그때, 루비아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멀린의 두건 사이에서 작은 날개 달린 인간이 보였다.


바람으로 이루어진 정령, 실프였다.


‘작, 작은 요정님이시다!’


루비아가 동화 속 이야기를 떠올릴 때였다.


“저, 저건···!”


두건을 쓴 루비아가 고개를 틀었다.


“사, 살려주시오!”


수십 명의 사람이 사막에서 도망치고 있다.

하나같이 등에 커다란 짐을 든 상인들이다.


“살려···!”


그리고 그 뒤를 쫓아오는 언데드들.

루비아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와이트와는 달라!’


좀비와는 다르다.

온태양 빛을 이겨내기 위해 진화한 듯, 피부가 질긴 회색 가죽으로 되어 있다.

손톱은 길게 자라나 낫처럼 되어 있고.

긴 팔에 의해 2족 보행이 아닌 4족 보행으로 상인들을 쫓고 있다.


“도와줘야 한다!”


루비아가 성검을 뽑아들었다.


루비아의 말에 멀린이 상인들을 바라봤다.

그중 가장 어린 소년.


“사, 살려주세요!”


황갈색 피부에 하얀 머리의 예륨의 소년이었다.

지친 듯해 보인다.

그리고 가장 뒤처져 있다.


그 이유가 훤히 보였다.


성인보다도 4, 5배는 많아 보이는 짐.


10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 소년의 몸집보다도 배는 큰 짐을 들고 도망치고 있다.

그리고 와이트가 달려들어 짐들을 물어뜯었다.


“아, 안 돼!”


소년은 급히 몸을 틀었다.

그리고 멀린은 눈을 빛냈다.


“하, 할머니에게 드릴···.”


모래가 부는 바람 사이에서 소년의 팔이 변했다.


“약이란 말이야!”


짐승의 손.

늑대의 팔을 억지로 인간의 것으로 변이된 것처럼 손가락이 치켜 올라간다.


길고 날카로운 손톱이 구울을 할퀸다.


섬광과 함께 구울의 머리가 5갈래로 찢겼다.

멀린은 그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찾았다.’


서방, 예륨에 있는 옛 아갈드의 길드원.

소년은 웨어울프 ‘제니’의 손자였다.




오타 맞춤법 지적해주시면 감사드립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작가의말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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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아벨 +46 20.11.29 1,052 60 9쪽
60 아벨 +20 20.11.01 1,152 56 9쪽
59 아벨 +22 20.10.09 1,424 65 9쪽
58 아벨 +18 20.09.28 1,462 70 11쪽
57 아벨 +16 20.09.18 1,621 7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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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침략 전쟁 +10 20.09.12 1,689 80 12쪽
54 침략 전쟁 +18 20.09.09 1,713 82 12쪽
53 침략 전쟁 +18 20.09.07 1,790 89 10쪽
52 새로운 준비 +34 20.09.05 1,932 106 13쪽
51 새로운 준비 +16 20.09.02 1,941 93 10쪽
50 새로운 준비 +13 20.08.31 1,922 103 14쪽
49 새로운 준비 +21 20.08.27 2,068 113 10쪽
48 새로운 준비 +7 20.08.25 2,104 94 12쪽
47 웨어울프의 자손 +11 20.08.23 2,228 98 13쪽
46 웨어울프의 자손 +11 20.08.21 2,207 101 11쪽
45 웨어울프의 자손 +13 20.08.18 2,274 106 10쪽
44 웨어울프의 자손 +19 20.08.16 2,350 113 13쪽
43 웨어울프의 자손 +16 20.08.13 2,393 122 11쪽
» 웨어울프의 자손 +14 20.08.11 2,462 1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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