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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꾼의 서재입니다.

이계의 몬스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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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꾼
작품등록일 :
2020.05.17 02:24
최근연재일 :
2021.01.17 21:45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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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520

작성
20.09.18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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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아벨

DUMMY

“이럴 수가···.”


갑주를 입은 한 사내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군마를 탄 채 크로스트 교단의 왕도를 내려다봤다.

한때 위대한 레시아 신을 모신 찬란한 대도시.


위대한 왕들도 고개를 조아리고, 황제들마저 눈치를 보던 법황이 지배하던 세상의 중심지.


그러한 성전과도 같은 곳이 지금 불타오르고 있었다.


검게 그을려진 연기와 피비린내가 담긴 잔혹한 비명.

그리고 예륨의 함성과 괴물들의 괴성이 들려왔다.


라일라 제국의 황제, 유렌은 이를 악물었다.


깊은 신앙심과 신념을 지닌 유렌이었다.


오랜 인연 끝에 벗이라고 여겼던 법황 로한이 위험해 처해, 도움을 청하였으니.


이제 그 도움에 응하여 위험에서 구해줄 때였다.


“모두 무기를 들어라!”


유렌이 검을 뽑아들며 외쳤다.


“지금부터 이교도들을 토벌한다!”


유렌은 말고삐를 틀었다.

그리고 뒤를 쳐다봤다.


12만에 이르는 군대가 도열해 있다.


500이 넘는 기사와 4천이 넘는 기마대.

10만의 보병과 1만5천에 이르는 궁병들이 도열해 있다.


그들은 교단의 다급한 지원 요청에 쉬지 않고 달려왔다.


지쳐 쓰러질 듯 헐떡거렸지만.

눈앞에 처한 왕도의 상황을 보면 결코 휴식을 취할 시간이 없다는 걸 잘 알 수 있었다.


“나의 오랜 벗, 법황 로한이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에 응했다. 레시아의 뜻에 따라···!”


유렌은 말고삐를 다시 한 번 틀어 왕도를 침략하는 무리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저들에게 정의로운 심판을···!


검을 허공에 휘두르며 목청껏 외친다.

그에 따라 병사들이 응답하듯 입을 열어 외쳤다.


“저들에게 정의로운 심판···!”


그때였다.


펑-!, 무언가가 상대방 진형에서 쏘아 올려진다.


공기를 가르며 낮은 포물선을 그린다.

날아오른 건 쇳덩이였다.

둥글고 거대한 쇠공이 유렌이 있는 언덕, 병사들 사이에 떨어졌다.


쿠-!


콰직ㅡ!


유렌은 멈칫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비명이 울리고, 병사들이 푸른 폭발 속에 어우적 거리며 나가떨어진다.


온몸의 살점이 찢기고, 터져 사라졌다.


지독하리만큼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유렌은 굳어진 채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투석기도 닿지 않을 거리에서 어떠한 군대가 움직인다.


검은 머리, 붉은 눈을 가진 인종들.


‘노드인?’


그리고 그 뒤로 수많은 녹색의 난쟁이들이 있다.

그들이 녹색 거인들이 이용해 거대한 무언가를 옮기고 있었다.


기이한 룬 문양이 그려진 둥근 쇠공이다.


그리고 길쭉하고 구멍이 뻥 뚫린 기이하고 거대한 쇳덩이에 쇠공을 집어넣는다.


‘대포’에 ‘화약가루’를 넣고, ‘포탄’이 넣는다.

그리고 통나무로 있는 힘껏 쇠공을 밀어낸다.


오우거들은 자신들이 제작한 초대형 대포들을 도열해 갑자기 등장한 제국군을 향해 겨누었다.


“오, 때마침 적절한 시기에 도착했군.”


고블린 반장이 미노타우르스의 머리 위에 탄 채 말했다.

그 옆에는 오우거 슈렝이 있고, 슈렝의 손 위에 나비씨가 양반다리로 앉아 있었다.


아갈드 길드원들, 그리고 북방의 노드인이 합류했다.

이제 곧 아르티오 군 역시 크로스트 교단의 왕도로 올 것이다.


“이야, 이거, 좋은데? 오자마자 대포를 시도하게 될 줄이야!”

“화약과 마법으로 만들어진 대포다. 이번처럼 실험할 기회는 없어!”

“제대로 기록하자고!”


고블린 플레이어들은 신이 났다.

생산직 직업을 가진 그들이다.

신무기를 시험할 절호의 기회는 그리 흔치 않다.

이번엔 제대로 뽕을 뽑으리라.


‘훈련 때도 제대로 작동했지만, 과연 전장에서, 그것도 평범한 인간들을 상대로 얼마나 위력을 뽐낼 수 있을까?’


고블린들은 기대감에 부풀어 올라 키득키득 웃으며 오우거 NPC에게 말했다.


“쏴.”

“명령-, 이다-!”


오우거들이 동시에 움직인다.

수십 개의 초대형 대포들이 언덕에 있는 제국군을 겨눈다.


“발-, 사-!”


오우거의 외침에 동시에 초대형 대포들이 불꽃을 뿜었다.


짙은 화약 냄새, 그리고 뿜어지는 검은 연기.


동시에 응축된 포탄이 화염에 밀려 앞으로 나아갔다.


포탄이 제국군 진형으로 떨어졌다.


포탄은 수십 명의 병사를 그대로 깔아뭉개고 갈아버린 채 전진.

그리고 땅에 떨어졌다.


“으아아아악!”

“뭐, 뭐야!”


제국군이 고개를 돌려 굴러들어온 쇠공을 바라봤다.


열기에 붉게 달아오른 쇠공.

잠시 후, 쇠공에 새겨진 룬 문자가 푸른 빛을 뿜기 시작했다.

그리고 터졌다.


쾅-!


쇠공이 있던 주변 50m가량에 있는 모든 걸 마나의 빛이 갈아버린다.

수많은 병사가 아우성칠 때, 퍼져나갔던 마나는 응축되어 소멸해버렸다.

그 주변엔 분쇄된 살집과 핏물만이 고였을 뿐.

그 누구도 생존하지 못했다.


“...”


기이하고도 두려운 무기였다.

황제 유렌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급히 고개를 돌렸다.


녹색 거인들이 깃발을 휘두른다.

그러자 다른 거인들이 움직이며 다시 포탄을 나른다.


‘아, 안 돼.’


“모두 진격하라!”


상대가 저 악마의 무기를 사용하게 둘 수는 없다.

급히 거리를 좁혀야 한다!


유렌의 외침에 병사들은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저 괴물들 사이로 진격하라고?


하지만 황제의 명을 어길 수는 없다.


각 지휘 계통의 지휘자들이 소리친다.


“모두 진격하라!”

“황제 폐하의 명이다!”

“진격!”

“돌진하라!”


유렌이 검을 움켜쥔 채 선두로 달린다.


그 뒤로 4천의 기병들이 뒤를 따라 달려나갔다.


“장전-.”


대포가 다시 겨누어지고.


“쏴-.”


대포에서 포탄이 발사되었다.

질주하던 기병대의 사이에 폭탄이 터진다.

푸른 마나가 소용돌이치며, 그 주변에 있던 인물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분쇄한다.


“달려. 달려. 달려!”


유렌이 목청껏 소리친다.

이미 뒤로 빠지기엔 늦었다.

지금은 살기 위해선 앞으로 나가야 했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달린다.

기병들은 겁에 질렸다.


‘가야 해, 좀 더 빨리...!’


아니면 자신들은 유해조차 남기지 못하고 죽으리라!


그때, 대포들의 포격이 멈췄다.


유렌과 기병대는 얼굴이 밝아졌다.


그래, 저 악마들의 무기는 먼 거리를 쏠 수 있지, 근거리에서는 그 효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거다.


약점을 알았으니, 이제 대처법도 생겼다.


거인은 몰라도, 기병대의 돌격으로 저 작은 녹색 난쟁이들을 모두 죽일 수 있으리라!


“음, 그다음 시작해볼까?”


고블린들이 손가락을 ‘딱딱-’ 튕겼다.


“어이, 덩치들, 성벽 대형.”

“명을-, 따르겠습니다-!”


오우거들이 바닥에 손을 짚었다.

순간 거대한 방패가 들어 올려진다.


그들이 서로 겹겹이 겹치며 대형을 이룬다.


유렌과 기병들은 달리다가도 멈칫 놀라며 말고삐를 틀었다.


흥분했던 말들이 앞발을 들어 올려 멈춘다.


유렌은 고개를 들었다.


5m에 이르는 강철 장벽이 줄지어 생겨났다.


그리고.


그 위에, 난쟁이들이 올라섰다.


손에 들린 건 작은 쇠로 된 막대기들.


그곳에 쇠공을 집어넣는다.


“...설마?”


그리고 겨누어진다.


유렌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친구들.”


고블린들이 머스킷을 겨누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오랜만에 인간사냥을 해보세!”


방아쇠는 당겨졌고.

유렌의 몸은 벌집이 되어 전사했다.


#


왕도의 거리를 천천히 진격하던 멀린은 하늘을 쳐다봤다.


하늘에서 하피들이 내려와 보고한다.


“슈렝 님과 나비씨 님, 그리고 고블린 반장님도 합류하셨습니다.”

“그런가.”

“루비아 님도, 게일 님도 이제 곧 합류할 것으로 보입니다.”

“수고했다.”


멀린의 말에 하피가 날아올랐다.

해골 코끼리가 발걸음을 멈췄다.


멀린은 앞을 바라봤다.


대성당이 보였다.

마치 거대한 제국의 황궁처럼, 높디높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 위에서는 성기사들과 기사들이 겁에 질려 무기를 겨누었다.


사로잡은 반마들을 고문해서 알아낸 결과.


법황이 있는 대성당, 그 예배당의 지하 깊숙한 곳에 악마 아벨이 있다고 했다.


그러니.


‘놈을 잡는다.’


멀린은 호흡을 통해 마나를 회복했다.

그리고 한마디 내뱉었다.


“뚫어라.”


멀린의 뒤로, 갑주를 입은 오우거들이 워해머를 든 채 성벽으로 다가갔다.


“쏴라!”


화살들이 빗발친다.


하지만 오우거의 갑옷은 물론, 빈틈에 있는 두꺼운 살가죽마저 제대로 뚫지 못했다.


오우거들이 워해머로 대성당의 성문을 후려쳤다.


쿵-! 쿵-! 쿵-!


강철 성문이 일그러진다.


성문 안쪽에서는 병사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막아! 막아!”


병사들은 대성당에 있는 물건들을 닥치는 데로 가져와 성문에 기대었다.

예배당의 의자는 물론, 레시아의 동상, 그리고 제단까지 모두 성문을 받는 데 애를 썼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성문이 일그러지고, 그리고 벌어졌다.


이제 대성당의 진입이 얼마 남지 않았다.


#


마녀 안나는 길거리에서 룬 문자를 새기고 있었다.

대규모 마법으로,

아군 병사들의 사기를 올리고. 힘과 민첩을 증폭시켜주는 스킬이었다.


안나가 룬 문자를 새길 때, 그녀의 양옆에서 호위하는 워리어 루리와 어쌔신 루루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어떤 마법을 쓰는 거예요? 안나 언니.”


루리의 질문에 안나는 웃으며 말했다.


“응, 대규모 마법을 쓸 거야. 아군은 힘과 민첩을 올려주고, 체력을 채워주지. 하지만 적은 기력을 소모하는 저주를 걸어.”


루리가 감탄하며 말했다.


“그럼 아군과 적은 어떻게 구분해요?”

“음, 뭐랄까. 엄청 복잡한데···.”


안나는 손가락으로 턱을 짚었다.

그녀는 마녀다.


이 세상에 오고 나서 알 수 없는 마법 지식들이 머릿속 각인되어 새겨져 있다.

본인이 마법 지식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남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잘 가르치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안나가 고민하던 그때였다.

어쌔신 루루가 멈칫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골목길.


스산한 기운들이 느껴졌다.


“...뭐야.”


안나도 그 기운을 느꼈는지 골목길을 쳐다봤다.

그리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골목길에 터벅, 터벅 걸어 나오는 이가 있다.


여인도, 남자도 반할 만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사내였다.

검은 박쥐 날개와 긴 뿔, 악마의 꼬리를 가진 자였다.

안나는 그를 보자 넋이 나가기를 잠시, 모든 마력을 뿜어냈다.


“아벨!”


안나는 분노에 얼룩진 목소리를 내뱉었다.


“루루, 루리. 녀석을···!”


그녀의 주변으로 룬문자가 새겨진다.


“죽여!”


마력이 폭주하며, 안나의 지팡이에 모여들었다.


워리어 루리는 안나를 보호하기 위해 대검을 들었다.

어쌔신 루루는 환영을 일으켜 자신의 분신, 그리고 안나와 루리의 분신을 만들어 적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멀린은 피해를 최소한으로 하라고 했지만.’


안나는 마력을 한계치까지 끌어 올렸다.


머리가 혼미해졌다. 심장이 터질 거 같다.

목과 이마에는 핏대가 돋아났다.


‘이 도시의 일부가 날아간다고 해도···.’


안나는 분노로 아벨 노려봤다.


‘녀석을 죽일 거야.’


제니의 가족을 몰살시킨 책임을, 아벨 그는 져야 했다.

안나는 지팡이를 땅에 내려찍었다.


하늘이 갈라진다.

그 사이로 지옥문이 열리고, 검은 수백 개의 손이 떨어져 내린다.


“안나···.”


아벨은 그런 지옥문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안나를 마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의 사랑.”


검은 손길이 아벨을 휘감았다.




오타 맞춤법 지적해주시면 감사드립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작가의말

좋은 주말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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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에필로그 - 마지막 전쟁 (완) +42 21.01.17 1,122 64 10쪽
61 아벨 +46 20.11.29 1,052 60 9쪽
60 아벨 +20 20.11.01 1,152 56 9쪽
59 아벨 +22 20.10.09 1,424 65 9쪽
58 아벨 +18 20.09.28 1,462 70 11쪽
» 아벨 +16 20.09.18 1,622 75 11쪽
56 침략 전쟁 +13 20.09.15 1,587 76 10쪽
55 침략 전쟁 +10 20.09.12 1,689 80 12쪽
54 침략 전쟁 +18 20.09.09 1,713 82 12쪽
53 침략 전쟁 +18 20.09.07 1,790 89 10쪽
52 새로운 준비 +34 20.09.05 1,932 106 13쪽
51 새로운 준비 +16 20.09.02 1,941 93 10쪽
50 새로운 준비 +13 20.08.31 1,922 103 14쪽
49 새로운 준비 +21 20.08.27 2,068 113 10쪽
48 새로운 준비 +7 20.08.25 2,104 94 12쪽
47 웨어울프의 자손 +11 20.08.23 2,228 98 13쪽
46 웨어울프의 자손 +11 20.08.21 2,207 101 11쪽
45 웨어울프의 자손 +13 20.08.18 2,274 106 10쪽
44 웨어울프의 자손 +19 20.08.16 2,350 113 13쪽
43 웨어울프의 자손 +16 20.08.13 2,393 122 11쪽
42 웨어울프의 자손 +14 20.08.11 2,462 115 11쪽
41 또 다른 어둠 +13 20.08.09 2,555 110 13쪽
40 또 다른 어둠 +15 20.08.07 2,586 112 11쪽
39 또 다른 어둠 +17 20.08.05 2,698 109 13쪽
38 또 다른 어둠 +13 20.08.04 2,767 114 11쪽
37 또 다른 어둠 +13 20.08.01 3,001 10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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