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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꾼의 서재입니다.

이계의 몬스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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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꾼
작품등록일 :
2020.05.17 02:24
최근연재일 :
2021.01.17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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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520

작성
20.08.13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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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웨어울프의 자손

DUMMY

‘강하군.’


멀린은 소년을 보며 생각했다.

겨우 10살 정도의 소년치고 상당한 위력이다.


‘하지만 너무 얕아.’


구울의 앞면이 갈라질 뿐 확실히 죽이지는 못했다.


“헉-!”


소년은 짧게 탄식했다.

구울의 갈라진 얼굴 사이로 눈알이 굴러가며 소년을 노려봤다.


“실프. 저 애를 도와줘라.”


멀린의 한 마디에 두건 사이에 있던 실프가 사라졌다.


구울이 손톱을 치켜세운다.

그대로 소년을 향해 내려쳤다.


“끼아아아악!”


소년, 토니는 날아오는 손톱을 보며 질끔 눈을 감았다.


‘끝이야!’


-조심해서 다녀오려무나.


토니는 할머니를 떠올렸다.

몸이 불편해 시골에 계시던 할머니다.


치료약을 사기 위해 잡일 등을 맡아 돈을 벌고 있었건만.

이렇게 위험에 빠질 줄이야.


그때 토니에게 산듯한 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머릿결을 부드럽게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구울의 손이 날아갔다.


“...!”


구울은 자신의 손목을 바라봤다.

깨끗이 절단된 단면.


가죽과 근육, 혈관과 뼈 등이 훤히 보였다.

해부학 사진처럼 깔끔하게 잘린 팔에서 썩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토니는 깜짝 놀라 구울을 바라봤다.

그 순간 토니의 머리 위로 실프가 날아와 앉았다.


‘뭐, 뭐야! 이건···!’


요정?

동화에서 나오는 요정인 걸까?


토니는 당황하다가도 앞을 바라봤다.


한쪽 팔을 잃은 구울이 분노한 표정으로 토니와 머리 위에 있는 실프를 노려봤다.


구울의 뺨이 찢어지고 턱이 벌어진다.

그리고 토니와 요정마저 삼킬 듯 다가왔다.


실프가 손을 한 번 휘저었다.

작은 바람이 한 번 불더니, 그대로 구울의 몸을 산산조각으로 찢어버렸다.

토막 난 시체가 사막에 흩뿌려졌다.


“너, 너 대단하구나!”


토니는 요정을 올려다봤다.


머리 위에 있어 잘 보이지 않았지만, 토니의 칭찬이 기쁜지 요정이 갸륵갸륵 웃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토니는 앞을 바라봤다.

수많은 구울들이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달려오고 있다.


굶주린 늑대처럼 빠른 다리를 가진 망자들이다.

저들을 따돌릴 수 있을 리가···.


그때, 토니의 머리 위로 로브가 씌워졌다.


“피부가 타겠구나.”


토니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기척조차 느끼지 못한 채 다가온 사내.


하얀 머리와 잿빛 피부, 황금빛 눈이 보인다.

그리고 긴 귀가 보였다.


‘아차, 내 손!’


토니는 급히 손을 인간형으로 돌렸다.

사내가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걸 보면 자신의 손을 제대로 보지 못했으리라.

토니는 속으로 안도하며 급히 사내의 손을 잡아당겼다.


“도망쳐요!”


토니가 힘을 주었지만.

사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보다도 힘이 장사잖아?’


도시에서도 자신보다 힘 쎈 사람이 없었다.

한데 이 사내는 자신보다도 월등히 강한 근력을 가지고 있었다.

사내는 토니를 내려다보며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나를 걱정해주는 것이냐?”

“다, 당연하죠! 헛소리 말고 빨리 도망···.”


그때 우렁창 목소리가 들려왔다.


“용감한 아타나토이들이여, 천사님을 보호하라!”


예륨의 귀족들이 낙타를 타고 질주했다.

투구 대신 품에서 웃는 얼굴의 철가면을 꺼내 얼굴에 쓴다.

빠르게 질주하며 곡도와 창을 들었다.


그대로 멀린을 스쳐 지나갔다.


달려오는 구울을 향해 정확히 곡도를 내려쳐 목을 베어냈다.


긴 창이 구울들을 꿰뚫고 황량한 대지에 던져버린다.


토니는 갑자기 난입한 예륨의 귀족들을 쳐다봤다.


“사, 살았다!”

“맙소사, 황실의 아타나토이(불사자)들이잖아!”


상인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사자의 군단이여!”


루비아가 성검을 치켜든다.

빛이 뿜어지며 아르티오의 기사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검을 뽑고 대열을 이룬다.


달려드는 구울들을 방패로 밀어내고 창과 검으로 제압해 앞으로 나아갔다.


토니는 예륨의 귀족들과 아르티오의 사자의 군단을 번갈아 보았다.


‘들은 적이 있어.’


토니는 상인 일을 하며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카심 황제가 무예가 뛰어난 귀족들을 선발해 직접 창설한 아타나토이.

신화 속 천사들이 이끄는 ‘불사자’들을 모방해 만든 최정예 부대였다.


또한 아르티오의 사자의 군단.

빛의 성녀라고 불리는 루비아 왕녀의 직속 부대.

그들이 지금 눈앞에 있는 사내를 지키기 위해 위용을 떨치고 있었다.


“괜찮으냐?”


토니는 사내를 올려다봤다.


“네? 아, 넵! 괜찮아요!”


토니는 급히 멀린의 손을 놓았다.

그리고 급히 자신의 손과 멀린의 손을 번갈아 보며 안절부절못했다.


‘분명 귀족이야. 엄청나게 높으신 분이라고!’


그런데 거지꼴인 자신이 높으신 분의 손을 함부로 잡고 말았다.

자칫 잘못하면 손목이 날아가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그때, 멀린이 토니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사람을 걱정한 다라.”


토니는 머리를 헝클리는 멀린을 올려다봤다.

멀린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제니가 교육을 잘 시킨 모양이구나.”

“...!”


할머니를 알고 있어?


그때 구울을 사냥한 예륨의 귀족들과 사자의 군단이 되돌아왔다.

멀린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모두 토벌하였나이다. 멀린 님.”


그 말에 토니는 옛 일을 떠올렸다.


-그렇게 해서 멀린과 안나, 게일론과 슈렝, 나비씨, 고블린 반장은 아주 사악한 드래곤을 쓰러뜨렸답니다.


할머니가 옛날에 해주셨던 창작 동화 이야기.


“나의 이름은 멀린이다.”


그 이야기 속 인물이.


“제니는 잘 지내고 있느냐?”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


토니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밤이다.

하늘에는 부푼 상현달 두 개가 떠 있다.


‘다행이야. 보름달이 뜨지 않았어.’


토니는 속으로 안도했다.

다행히 내일 아침에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서방 국가, 예륨의 밤은 혹독한 추위에 모래마저 얼어붙는다.

황량한 사막 위에서 상인들은 모피를 둘러싼 채 발걸음을 옮겼다.


밤은 위험하다.

추위도 추위지만 구울들이 극성이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또다시 구울들이 나타날지 몰라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면서도 호기심에 토니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니? 토니!”

“저분은 도대체 누구야?”


상인들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일행들을 쳐다봤다.

아르티오 왕실과 예륨의 귀족들이 깍듯이 대하는 사내, 멀린을 보며 속닥거렸다.


분명 평범한 신분이 아닐 것이다.

상인들은 들뜬 표정으로 토니에게 물었다.


“엄청 높으신 분 같은데, 어떻게 너랑 아는 사이인 거냐?”


토니는 상인들의 말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고개를 돌려 멀린을 쳐다봤다.


그때 멀린과 눈이 마주치자, 토니는 급히 시선을 돌렸다.


“저, 저도 몰라요. 하지만 할머니와는 잘 아시는 분 같아요.”

“제니 씨 하고?”


상인들은 서로 수군거렸다.


“거봐, 제니 씨 아무리 봐도 범상치 않은 사람이었다니까. 기품이 흘러넘쳤잖아. 게다가 나이에 맞지 않게 미인이고. 귀족 혈통인 게 분명해.”

“그러고 보니 글도 쓸 줄 알았지. 마을 아이들을 위해 동화책도 창작하셨으니까.”

“그럼 뭐야, 제니 씨가 귀족이면 토니도 귀족인 거야?”

“그렇게 되네?”

“맙소사, 정말로 동화 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된 거야? 평민으로 자란 귀족 혈통의 도련님이야기처럼?”


상인들이 토니를 쳐다봤다.

토니는 손사래를 쳤다.


“에이, 설마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토니는 조심스레 멀린을 흘겨봤다.


‘다만···.”


“동화 속 모험 이야기는 들어봤어요.”

“동화 속 모험 이야기?”


상인들이 서로 마주 보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허무맹랑한 동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설마 진짜였던 건 아니겠지?’


할머니, 제니가 들려준 이야기.


이형의 괴물들과 함께 다른 세계를 여행한 야야기다.


함께 인간과 대규모 전쟁을 했다거나.

사악한 악룡을 토벌하거나.

거신을 쓰러뜨리는 등.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다.


모두 동화 속 이야기.

현실과는 다르리라.


‘하지만 할머니가 말할 때는 무척이나 그리워하셨어.’


이야기하던 상인들이 멈칫했다.


“토, 토니! 토니!”


깊게 생긴 토니는 상인들을 바라봤다.


“왜요?”

“귀족님이야!”


토니는 굳어졌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을 때 멀린이 바로 옆에 서 있었다.


또?


다가오는데 아무런 기척도 소리도 듣지 못했다.


역시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다.


“잠깐 이야기 좀 할까 하는데, 괜찮겠나?”


#


-설마 나와 같은 동족이 있을 줄이야.


아주 예전의 일이었다.

어두운 밤, 2개의 초승달이 뜬 날이었다.


-하지만 반마는 아니군. 완벽한 늑대야. 괴물 그 자체로군!


작은 시골 마을이 불타오르고, 수많은 사람이 싸늘한 시체가 되어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온갖 기형의 생김새를 가진 악마들이 시체들을 야금야금 씹어먹고 있었다.


평화로웠던 마을이 지옥이 되었다.


제니는 웨어울프의 모습으로 서 있었다.

거친 숨을 내쉬며 온몸에 상처를 입은 채 품속에 작은 아기를 품고 있었다.


자신의 손자, 토니였다.


그리고 상대방을 노려봤다.


아름다운 미형의 악마다.


검붉은 뿔, 등 뒤를 뚫고 뻗어난 거대한 박쥐 날개.

뱀의 꼬리를 가진 존재.


‘아벨!’


제니는 눈을 부릅뜨며 시체 중 낯익은 이들을 발견했다.


아벨의 다리 밑에 놓인 자신의 아들과 딸.

제니는 분노했다.

하울링을 울부짖으며 피눈물을 흘린 채 아벨을 노려봤다.


-네놈이 감히···!

-이 반마를 탄생시킨 게 네 녀석이냐? 무섭도록 강력한 힘이더군. 하지만 인간들 사이에 살면서 본능을 억누르다니.


아벨은 비웃으며 말했다.


-하찮다. 자존심도 없는 짐승 같으니.

-닥쳐라!


제니는 아벨에게 달려들었다.

전력으로 질주하며 뛰어올라 아벨에게 손톱을 휘둘렀다.

....

...

..

쿵! 쿵!


“제니 선생님!”

“...”


제니는 살며시 눈을 떴다.

그녀는 몸을 일으켰다.

부스스 긴 회색 머리카락을 떨어뜨렸다.


눈가에는 이슬이 맺혀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끔찍한 악몽이야.’


제니는 눈물을 닦아내고 방 안에 있는 거울을 보았다.


회색 머리카락과 파란 눈, 30대 초반의 여인이 보인다.


밤을 지새워 피로감에 눈그늘이 생겨나 있다.


그녀는 가슴팍에 붕대를 감고, 다리를 나무 막대에 지탱하고 있었다.


‘...참으로 비참하구나.’


복수도 못 한 채 도망치는 신세였다니.

제니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지팡이를 짚었다.


“제니 선생님! 일어나세요!”


옷을 갈아입고 문을 바라봤다.

노크 소리와 함께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전에 상인 일을 하던 제니였다.

지금은 불치병에 의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선생님! 토니가 왔어요!”


‘토니라고?’


그제야 무표정하던 제니의 표정이 밝아졌다.

자신의 손자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제니는 급히 지팡이를 짚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토니와 함께 나란히 서 있는 인물을.


제니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사내를 쳐다봤다.

참으로 독특하게 생긴 인물이다.

어느 국적의 인물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묘하게도.


“오랜만이로군.”


낯이 익었다.


“...”


제니는 입을 살짝 벌렸다.

가슴이 두근거리며 옛 그리움이 찾아왔다.

알 수 없는 두통이 밀려왔다.


눈앞에 있는 인물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

혼란이 가중되어 머리가 어지럽다.

하지만 묘하게도 기분이 좋았다.


그 감정 때문일까?

무표정하던 제니의 표정이 변했다.


“오랜···. 만이에요.”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밝은 목소리로 미소 짓고 입을 열었다.


“멀린.”




오타 맞춤법 지적해주시면 감사드립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작가의말

좋은 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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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에필로그 - 마지막 전쟁 (완) +42 21.01.17 1,119 64 10쪽
61 아벨 +46 20.11.29 1,051 60 9쪽
60 아벨 +20 20.11.01 1,151 56 9쪽
59 아벨 +22 20.10.09 1,419 65 9쪽
58 아벨 +18 20.09.28 1,459 70 11쪽
57 아벨 +16 20.09.18 1,619 75 11쪽
56 침략 전쟁 +13 20.09.15 1,584 76 10쪽
55 침략 전쟁 +10 20.09.12 1,687 80 12쪽
54 침략 전쟁 +18 20.09.09 1,710 82 12쪽
53 침략 전쟁 +18 20.09.07 1,784 89 10쪽
52 새로운 준비 +34 20.09.05 1,928 106 13쪽
51 새로운 준비 +16 20.09.02 1,939 93 10쪽
50 새로운 준비 +13 20.08.31 1,920 103 14쪽
49 새로운 준비 +21 20.08.27 2,066 113 10쪽
48 새로운 준비 +7 20.08.25 2,100 94 12쪽
47 웨어울프의 자손 +11 20.08.23 2,224 98 13쪽
46 웨어울프의 자손 +11 20.08.21 2,206 101 11쪽
45 웨어울프의 자손 +13 20.08.18 2,273 106 10쪽
44 웨어울프의 자손 +19 20.08.16 2,349 113 13쪽
» 웨어울프의 자손 +16 20.08.13 2,393 122 11쪽
42 웨어울프의 자손 +14 20.08.11 2,460 115 11쪽
41 또 다른 어둠 +13 20.08.09 2,553 110 13쪽
40 또 다른 어둠 +15 20.08.07 2,585 112 11쪽
39 또 다른 어둠 +17 20.08.05 2,696 109 13쪽
38 또 다른 어둠 +13 20.08.04 2,765 114 11쪽
37 또 다른 어둠 +13 20.08.01 3,000 10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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