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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꾼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메시아의 능력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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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꾼
작품등록일 :
2020.01.24 10:58
최근연재일 :
2020.02.25 23:55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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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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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25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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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이방인

DUMMY

유마가 이 세상에 온 지 석 달이 넘어서고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혼란을 느꼈다.


‘게임 속이 아니야.’


전혀 다른 세상이다.

그 느낌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혼란은 곧 잦아들었다.

점차 익숙해져 갔다.

신기하게도 아이템 창을 열 수 있었으며.

게임 속 스킬 능력들 또한 사용할 수 있었다.

그 밖에도 여러 특이점이 발생했다.


‘성격이 달라졌어.’


이곳에 오고 성격마저 완전히 달라졌다.


‘내가 있던 사원까지 통째로 전이 되었다.’


유마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그나마 다행인 건 먹지도 마시지도 않아도 된다는 건가.’


유마는 메시아라는 고위 성직자로 전직했다.

반신반인(半神半人)으로서 성력만 충전된다면 별도의 물과 음식을 섭취하지 않아도 되었다.

문제가 있다면.


‘성력이 없어.’


성력이 거의 바닥을 친다는 것이다.

메시아란 직업은 성력을 모으는 것에 있어 신도가 필수적이다.

게임 속에서는 NPC를 개종시킬수록, 신도가 늘어남에 따라 성력이 증폭되었건만.

전혀 알 수 없는 세상에 떨어진 걸 암시하듯, 신도 수가 0이 되어버렸다.


‘우선 힘을 기르고 신자를 모으자.’


이곳에서 어떠한 위협이 기다리고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만약 돌아갈 길이 없다면 이 세상에서 살아가게 될 터.

힘을 기르고 확실히 적응해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깥을 나가도 사막뿐.

근처에는 도시나 마을이 없었다.


길을 알 수 없으니 무턱대고 여행을 하는 건 무모했다.

안전한 사원에서 정보를 수집해야 했다.

한데 이게 웬걸?

인간들이 직접 사원에 찾아왔다.

몬스터도 덤으로 왔지만.

아무리 약해진 유마라고 해도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이 세계에 대한 지식. 그걸 습득해야 해.’


유마는 석 달 만에 만난 인간들에게 호기심을 느꼈다.

그들과 말이 통했다.

감정을 가진 듯 표정이 가지각색으로 바뀌었으며,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그들은 NPC가 아닌 진짜 ‘인간’인 것이다.


‘하지만 이상해.’


게임 속 속성 때문일까.

그들과 자신은 다른 존재인 걸 깨달았다.

그렇기에 낯선 상대방을 보고도 저절로 하대가 튀어나왔다.


“솔리안, 솔리안 왕국이라···.”


유마는 옥좌에 앉은 채 난민들이 준 지도를 살펴봤다.

언어가 통하고 문자도 알아볼 수 있었다.


[번역] 스킬의 패시브 때문인 듯했다.

유마는 앞을 힐끔 쳐다봤다.

라슬론이라는 사내가 무릎 꿇고 고개를 조아리고 있다.


나이는 30대 중후반.

건장한 체구에 황갈색 피부, 하얀 머리와 붉은 눈을 가졌다.

라슬론이 식은땀을 흘리는 게 상당히 겁에 질려 있었다.


‘솔리안 왕국이라는 국가는 내가 아는 한 지구에도, 게임 속에도 없어. 역시 다른 곳이다.’


유마는 죽은 레드 오우거의 시체를 쳐다봤다.

난민들이 끙끙거리며 레드 오우거의 시체를 옮기려 안간힘을 썼다.

바닥에 더러워진 피를 깨끗이 닦아내고 오크가 버린 무기들을 수집했다.

유마가 더럽다고 하자, 난민들이 눈치를 보며 치우고 있는 것이다.


‘다른 세계의 인간, 몬스터인가?’

“저희를 구해주신 것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유마는 시선을 돌려 라슬론을 쳐다봤다.

라슬론은 말을 더듬거렸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라슬론은 긴장했다.

눈앞에 있는 존재는 인간이 아니다.

사원. 인간이 아닌 존재감. 강력한 힘.


‘그리고 스스로를 메시아-구원자-라고 칭했다.’


라슬론은 무신론자였지만.

지금은 생각을 달리했다.

눈앞에 있는 존재가 신이나 천사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하지만 유마라니,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신의 이름이야.’


잊혀진 신이라도 되는 걸까?


“정보를 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유마는 가볍게 대답했다.

라슬론과의 대화로 어느 정도 이 세상에 대해 파악했지만.

아직도 부족했다.


‘정보가 더 필요하다.’


유마는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갈 곳이 없다고 했나?”


유마는 라슬론을 쳐다봤다.

라슬론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 그렇습니다.”


라슬론의 목소리가 힘겨웠다.

손목이 잘려나갔다.

천으로 꽁꽁 묶어 붕대처럼 했지만 한계였다.


피를 많이 흘려 빈혈이 오고 열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유마는 라슬론의 심각한 부상을 보고도 무감각했다.


‘게임 속성 때문인가? 인간성도 점차 상실되는 느낌이야.’


다친 인간을 보며 동정심마저 느끼지 못하는 거 같았다.

메시아가 인간을 넘어선 만큼 별개의 존재로 인식하는 거겠지.

유마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


“이곳에서 당분간 지내는 걸 허락하지.”

“정말입니까?”


라슬론의 얼굴이 밝아졌다.

아무래도 지낼 곳이 없었다.

낮에는 뜨거운 태양빛이 가득하고.

밤에는 얼어붙을 냉기가 흐른다.


물은 없으며, 피를 갈망하는 몬스터마저 있다.

솔리안 왕국은 그런 지옥이었다.

하루라도 푹 쉬며 물을 마실 수 있는 터전이 생긴다는 것.

그건 난민들에게 있어 꿈과도 같은 일이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하지.”

“가, 감사합니다!”


‘나로서도 정보가 더 필요하니까.’


유마는 이 세상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다.

난민들이라고 해서 이 세상에 대해 전부를 아는 건 아니겠지만.

인간사에 대해서는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난민들이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유마는 그들을 쳐다보다가 라슬론을 바라봤다.


‘불쾌한 냄새.’


짙은 어둠이 라슬론에게 뒤엉켜 있었다.

죽음의 기운이었다.

라슬론은 지쳤고. 죽음이 다가오고 있었다.

유마는 다가오라는 듯 라슬론에게 손짓했다.


“...?”


라슬론은 긴장했다.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레 유마에게 다가갔다.

몸이 휘청거렸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

무리한 행군에 탈수 증세까지.

바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라슬론은 정신력으로 버텨냈다.

어떻게든 눈앞에 있는 존재에게 실례를 범하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

유마의 앞에 도달했고, 라슬론은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 저기 무슨 일로 부르셨···.”


유마가 라슬론의 머리통을 움켜잡았다.


“무슨···!”


라슬론이 겁에 질렸다.

오우거의 사라진 머리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걱정 마. 치료하는 것뿐이다.”


유마의 손끝에서 방대한 성력이 흘러나왔다.


“헉-!”


라슬론은 입을 떡하니 벌렸다.

머리부터 시작해 발끝까지 성스러운 기운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으아아아아악!”


라슬론은 너무나도 낯선 힘에 공포심을 느꼈다.

그때, 손목이 욱신거렸다.


“어, 어, 어···!?”


라슬론은 볼 수 있었다.

잘려나갔던 손목의 붕대가 풀린다.

그 틈으로 뼈가 돋아나고 혈관이 생긴다.

근육이 자리 잡으며 새살이 돋아났다.


‘이, 이게 무슨···!’


유마가 손을 놓았다.

라슬론은 얼이 빠진 채 뒤로 물러섰다.


몸이 가볍다.

정신이 맑아졌으며, 피로감이 사라졌다.

무엇보다 잘린 손이 회복되다니?

잘린 부위의 재생은 포션으로도 회복술로도 불가능하다.


라슬론은 유마를 쳐다보며 급히 무릎 꿇고 머리를 바닥에 박았다.


“가, 감사하옵니다. 메시아시여!”


유마는 라슬론의 말을 무시했다.

그저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스킬 위력은 확실히 있어.’


회복술은 자신 있었다.

절단 부위 복구는 물론.

죽은 자마저 10분을 넘기지 않으면 소생할 수 있으리라.


‘성력이 줄어드는 감각을 익혔다. 어느 정도 성력을 유지할 수 있겠어. 게다가···.’


유마는 눈앞에 있는 이들을 쳐다봤다.

난민들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 차 있다.


‘이곳에서의 치료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겠군.’


아마도 절단 부위는 복원하지 못하나 보다.


`또한 선행을 베푸는 것으로 호의를 가졌을 터.’


난민들에게 잠자리를 제공하고 치료해주었다.

유마는 그들에게 신뢰를 얻고 진실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리라.

유마는 눈웃음을 지으며 난민들에게 말했다.


“그럼 편하게 쉬도록.”


* *


「쿠에에에엑!」


거친 사막 속에서 오크 하나가 창에 꽂혀 쓰러졌다.


“조잡한 오크 놈들뿐인가?”


모래바람 속에서 넝마를 두른 이들이 모여 있었다.

말을 탄 채, 가죽 갑옷을 입고 두건을 둘렀다.

손에는 붉은 창을 움켜잡고 있다.

주변에는 레드 오크들의 시체가 널려 있었다.

평범한 오크보다 2배는 강하다는 레드 오크.

그들을 사냥하고도 피해를 전혀 입지 않은 기병 부대.


“쓰벌, 노예사냥이나 좀 할까 했더만. 설마 놓쳐버린 건 아니겠지?”


붉은 창 기병대.

용병단의 이름이었다.

그들은 용병 일을 했으나.

동시에 도적 일도 마다치 않았다.


“도망친 마을 녀석들이 이곳으로 향한 게 확실한가?”


100여 기의 기병을 이끄는 두목, 발칸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부하가 발칸과 나란히 서며 말했다.


“그렇다니까요. 대장. 짐수레를 발견했습니다. 이 근처가 확실해요.”

“그런데 쥐새끼 하나 보이지 않는군. 다 오크에게 먹힌 건가? 하지만 레드 오크 놈들은 왜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거지?”


레드 오크.

그들은 무식하기는 했지만, 조악한 제련 기술을 가지고 있다.

조잡한 무기라도 있어야 하건만.

잡은 오크에게서는 그 어떤 무기도 발견되지 않았다.


“겁에 질려 있었어. 사냥이라도 당한 건가?”

“설마요. 그 마을 사람들이 대항할 힘이 있었다면 우리를 쳤겠지요.”

“우리를 친다고 그들이 살아남을까?”

“물론 아니지만요. 그래도 오크이지 않습니까. 어찌어찌 해서 싸워 이긴 거겠지요.”

“수만 해도 50마리가 넘는 오크들이야. 100명조차 되지 않는 난민 놈들이 대항했을 리가 없지”

“운이 좋았던 거겠죠. 아니면 마을 사람 중 힘을 숨긴 실력자가 있었다거나.”


발칸은 부하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리고 유쾌하게 웃었다.


“하하! 네놈의 유머 감각은 계속 느는군! 정말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실력자. 그래, 이왕이면 마나를 쓰는 은퇴 기사가 있다던가 마법사가 있었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 싸워 보면 아주 화끈하고 재밌었을 거야!”

“대장이야말로 농담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기사나 마법사는 꺼리는 존재입니다. 뭐, 대장보다는 못하겠지만요.”


발칸은 목에 힘을 주었다.


“당연하지. 솔리안에서 나를 이길 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웃음을 터트리던 발칸의 시선이 앞으로 향했다.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노예들이 어디로 도망쳤는지 이제 알 거 같군.”


모래 폭풍이 잦아들었다.

그 속에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모래 폭풍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사원.

만약 난민이 오크들을 피했다면 저곳으로 향했을 것이다.

발칸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창을 들었다.


“이제 노예사냥을 시작하자-!”


발칸을 선두로, 기병대가 사원이 있는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모두 좋은 명절되시고, 건강한 새해 되시길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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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솔리안의 왕도 +28 20.02.23 12,776 414 12쪽
26 솔리안의 왕도 +28 20.02.22 13,345 459 13쪽
25 솔리안의 왕도 +22 20.02.21 13,654 457 13쪽
24 솔리안의 왕도 +39 20.02.20 14,069 509 13쪽
23 괴수 조련사 +72 20.02.19 13,900 559 12쪽
22 괴수 조련사 +15 20.02.19 12,979 429 14쪽
21 괴수 조련사 +37 20.02.18 14,258 457 14쪽
20 셀베르크 영지 +33 20.02.17 14,579 532 13쪽
19 셀베르크 영지 +44 20.02.16 14,994 495 12쪽
18 셀베르크 영지 +27 20.02.15 15,475 462 13쪽
17 셀베르크 영지 +29 20.02.14 16,512 493 14쪽
16 새로운 변화 +83 20.02.07 19,938 609 12쪽
15 새로운 변화 +27 20.02.06 18,326 570 13쪽
14 새로운 변화 +59 20.02.06 18,258 625 13쪽
13 새로운 변화 +41 20.02.05 18,582 597 16쪽
12 새로운 변화 +47 20.02.03 18,835 595 12쪽
11 새로운 변화 +33 20.02.02 19,398 544 13쪽
10 게르트 영지 +20 20.02.01 19,141 516 12쪽
9 게르트 영지 +35 20.01.31 19,344 489 11쪽
8 게르트 영지 +34 20.01.30 19,760 508 12쪽
7 게르트 영지 +26 20.01.29 21,282 506 12쪽
6 게르트 영지 +24 20.01.28 23,534 586 13쪽
5 이방인 +31 20.01.27 23,606 566 12쪽
4 이방인 +20 20.01.27 24,076 588 12쪽
» 이방인 +38 20.01.25 26,818 60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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