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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빼미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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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41,805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6.08.29 21:00
조회
958
추천
11
글자
12쪽

1부 검은 성벽 - 마굴 (3)

DUMMY

검붉은 연기가 사라진 꿈속에서 나가는 길을 찾는 듯 헤매고 있던 윤성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 목소리를 길잡이 삼아 꿈속의 세계에서 걸어 나왔다.


“윤성씨! 윤성씨! 일어나 봐요!”


윤성은 자신을 흔들고 있는 진아의 손길과 목소리를 들으며 눈을 떴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한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진아의 얼굴을 보자 안심이 들면서 옅은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잠이 오면 말씀하시라니까요.”

“아···. 미안해요. 제가 깜빡 졸았나 보네요.”


말을 마친 윤성은 몸을 일으켰고, 진아는 윤성을 마주 보고 앉은 채 여전히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무슨 슬픈 꿈이라도 꿨어요?”

“네? 아니요. 무슨···.”


진아의 질문에 당황해하던 윤성은 자신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느껴지자, 황급히 눈과 뺨을 닦으면서 괜찮다는 듯이 진아에게 말했다.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꿈을 꿨었나 보네요. 괜찮아요. 별것 아닙니다. 하하하···.”


진아는 또다시 자신을 향해 거짓 미소를 보이는 윤성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윤성씨는 언제나 괜찮다고만 하네요.”

“네? 제가 그랬었나요?”


모르는 척 대답하는 윤성에게 불만스럽다는 듯 진아는 팔짱을 끼면서 대답했다.


“괴물하고 싸우고 나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자신의 이야기를 별로 하지를 않네요. 정확하게는 자신의 고민을 말하지 않아요.”


정곡을 찔렸다는 듯 윤성의 얼굴에서 잠시 미소가 사라졌고, 진아는 윤성의 손을 살며시 잡으면서 말했다.


“고민이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저도 윤성씨한테 도움이 되고 싶으니까···.”


그리고 진아는 손가락으로 윤성의 뺨을 찌르면서 말을 이었다.


“그렇게 거짓으로 웃지 마시고요.”


윤성은 그런 진아의 말을 듣고 두려움이 더욱 커져가기 시작했다. 검붉은 연기가 사라지면서 윤성이 드디어 자신의 과거를 인정했다고 조롱하던 말이 떠오른 윤성은 이 검은 성벽을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자신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면서 윤성은 강한 자기혐오가 들었고, 이런 자신의 과거를 그 누구보다도 진아에게만은 들키고 싶지 않았다.


언제부터 이런 감정이 생겼는지 스스로도 몰랐지만, 왠지 진아를 보고 있으면 힘이 나고, 진아와 대화를 하면 웃음이 났다. 지금도 진아가 자신의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있었고, 자신을 신경 써주는 그녀가 고맙게 느껴지고 있었다.


윤성은 검붉은 연기가 진아를 사랑하느냐고 자신에게 물었던 것이 떠올랐다.


‘사랑? 사랑한 다라···.’


하지만 윤성은 자신이 진아를 사랑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고, 설사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고 해도 자신의 과거가 추악한 학살자일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 그녀에게 쉽사리 다가갈 수 없었다. 정확하게는 진아가 자신의 과거를 알고 난 후 자신을 혐오하거나 증오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말하고 싶을 때 말하세요. 옆에서 기다려 드릴 테니까요.”


윤성이 고민에 빠진 것을 본 진아는 여전히 윤성의 손을 잡은 채로 말없이 그의 옆에서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고, 그런 진아를 보고 있자니 윤성은 자신의 심장이 격렬히 요동치는 것을 느끼며, 더 이상 자신의 안에 숨기고 싶었던 말을 억누르지 못한 채 진아에게 말했다.


“···저는 대체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진아는 드디어 입을 연 윤성에게 물었다.


“윤성씨의 과거요?”

“네. 도저히 기억나지 않는 저의 과거요···.”


순간 놀란 표정을 지은 진아와 눈이 마주치자 또다시 두려움이 든 윤성은 그녀의 시선을 회피하며 자신의 과거가 기억나지 않는 척 거짓말을 했고, 진아는 윤성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윤성을 안쓰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왜 과거가 두려운데요?”


윤성은 여전히 진아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면서 오직 땅만 바라보며 어렵게 자신의 고민을 말하기 시작했다.


“제가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는지가 궁금해요. 하지만 궁금하면서도 두려워요. 좋은 사람이었을까? 나쁜 사람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떠올라요.”

“윤성씨는 좋은 사람이에요.”

“그럴까요? 제 과거가 어땠는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왜 저는 고급스러운 집의 지하실에서 잠을 자고 있었을까요? 그것도 고가의 기계 안에서? 왜 그 괴물과 싸움에서 다리에 치명상을 입었는데 멀쩡하죠? 마트에서도 총을 맞았는데, 그렇게 구타를 당했는데도 몸이 멀쩡해요. 저는 도대체 뭐죠? 도대체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는데 이러는 거죠? 과거에 이런···.”


윤성은 순간적으로 과거에 자신이 지금의 재앙을 초래한 사람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오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아내면서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진아는 그런 윤성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를 안아주면서 말했다.


“과거···. 중요하죠.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겠죠. 저는 그래도 윤성씨가 좋은 사람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확신할 수 있나요? 제가 과거에 그 왕 같은 놈이었다면 어떡하죠? 그 왕에게 잘난 듯이 그를 비난하고, 조롱했지만, 제가 과거에 그놈 보다 못했던···. 아니, 더 악랄한 사람이었다면 어떡해요?”

“그게 두려운가요?”

“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미쳐버릴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진아씨나 아이들의 눈을 바라볼 수가 없어요! 왠지···. 왠지 너무 미안해져서···.”


윤성은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을 미화시키며, 자신의 과거로 보이는 악몽들에 대한 이야기를 철저하게 숨기는 자신이 너무나도 추악하게 느껴졌지만, 진아에게 그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두려움을 이겨낼 용기가 도무지 피어오르지 않았다.


“괜찮아요. 윤성씨가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윤성은 진아의 말을 들으면서도 자신이 진아에게 현재 가장 듣고 싶은 말을 유도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아직도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었고, 진아는 그런 윤성의 얼굴을 붙잡고 자신에게 돌리면서 그와 눈을 마주쳤고, 단호한 눈빛으로 윤성을 보면서 말했다.


“자신의 과거가 무서우면 그냥 도망쳐요. 떠올리지 말아요. 과거가 어떻든 현재 윤성씨는 좋은 사람이에요. 괴물로부터 저희를 구해줬고, 마트에서도 저희를 도와줬어요. 사람들을 대피시키려고 노력도 했고요. 저와 아이들은 윤성씨 덕분에 그 지옥을 벗어났어요. 윤성씨 자신이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떠올리는 게 무서우면 더 이상 생각하지 말아요.”

“···그렇게 도망만 쳐도 괜찮은 걸까요?”


윤성의 질문에 진아는 윤성의 가슴에 손을 얹으면서 말했다.


“두려우시면 도망가셔도 돼요. 아니면 두려움에 맞서셔도 되고요. 윤성씨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제일 좋을 거예요. 윤성씨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어쨌으면 좋겠냐고, 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 마시고요.”


말을 마친 진아는 윤성의 손을 잡은 채 몸을 일으켜 세우기 시작했고, 윤성은 진아가 이끄는 대로 힘없이 휴게소 바깥으로 끌려나가기 시작했다.


비가 세차게 내리는 바깥으로 윤성을 끌고 온 진아는 손으로 물을 받아서 윤성에게 뿌리면서 말했다.


“일단 우울한 기분부터 날려버려요! 그래야 결론을 내리는 것도 더 쉬울 것 아니에요?”

“지금은 별로 그럴 기분이 아니···.”


윤성이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진아는 바닥에 있는 빗물을 발로 차서 윤성의 얼굴에 맞추면서 말했다.


“뭐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지금은 별로 내키지···.”


진아는 다시금 윤성에게 빗물을 뿌렸고, 이에 윤성은 조금씩 화가 나기 시작하는 것을 억누르려는 것인지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버렸다. 그 모습을 본 진아는 자신이 너무했다고 생각에 윤성에게 다가가 말했다.


“미, 미안해요. 제 딴에는 기분을 풀어주려고 한 건데···.”

“에잇!”


진아가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자 윤성은 기다렸다는 듯이 바닥의 빗물을 진아에게 뿌렸고, 진아는 이에 질 수 없다는 듯이 윤성에게 빗물을 던져대며 그의 공격에 반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빗속에서 서로의 몰골을 보고 웃으며 계속 장난을 치고 있었고, 두 사람이 노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웠는지 빈센트는 잠에서 잠시 깨어나 빗속에서 장난치는 두 사람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두 놈 다 미쳤군. 미쳤어···.”


그리고 빈센트는 주변에 남은 옷으로 귀를 틀어막으며 다시 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다.


흙과 물로 인해서 몰골이 말이 아니게 된 두 사람은 교대로 씻은 후 옷을 갈아입고, 불가에 누웠다. 진아는 피곤했는지 윤성의 허벅지를 베개 삼아 잠이 들었고, 윤성은 그런 진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생각에 잠겼다.


‘나는 어떻게 하고 싶은 거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윤성은 진아의 말을 되새기며 현재 자신이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하였고, 모닥불의 빛을 바라보며 악몽을 되새겼다. 그러자 미약하게 몸이 떨리기 시작했고, 윤성은 무심코 자신의 입을 가린 손에서 왕에게서 났었던 욕정의 냄새가 나는 것 같이 느껴졌다.


‘무섭다. 내 과거를 남들이 아는 게 두려워···.’


윤성은 욕정의 냄새가 느껴지는 것 같은 손으로 주먹을 쥔 후 자신의 얼굴에 가져다 댔고, 괴롭다는 듯 미간을 찡그리면서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도망만 치고, 두려워만 하는 것도 이제 지겨워!’


그때 윤성의 귀에 아이들이 잠꼬대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간단하게 쩝쩝거리는 소리였지만, 윤성은 자동적으로 아이들에게 시선이 꽂힌 후 평온하게 잠을 자는 그 아이들에게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죄책감이 들었고, 또한 책임감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최소한의 속죄···.’


윤성은 이 재앙을 막을 수 있다는 빈센트의 말이 다시금 떠오르면서 자신이 이 재앙을 초래한 자이고, 그것을 되돌릴 수 없다면. 이 아이들과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속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주먹을 쥐고 결심했다.


‘이제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겠어! 이 재앙을 막아야해!’


굳게 쥔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윤성은 더는 망설이지 않고, 흔들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다짐을 하자 윤성은 자신이 꿈에서 본 것이 실제로 자신의 과거인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기억을 잃기 전의 자신이 정말로 그런 추악한 존재였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윤성은 꿈에서 나온 대로 자신이 그런 사람이 맞고, 이 재앙을 초래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과거를 알고 진아와 다른 이들이 그를 경멸한다고 해도, 그 자신이 지은 죄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과거를 확인할 수 있는 곳과 이 재앙을 막을 수 있는 곳이 같은 장소라는 것을 알고 있는 윤성은 그곳으로 가기로 마음먹었고, 그런 윤성의 마음에 호응하듯이 비가 점점 그치며 해가 돋아나기 시작했고, 검은 구름을 가른 빛이 윤성의 몸을 감싸주었다.


햇살에 눈이 부신지 잠을 자던 일행들은 하나 둘씩 눈을 뜨기 시작했다. 진아는 윤성의 허벅지를 베개 삼아서 자고 있던 것에 화들짝 놀라며 일어섰고, 빈센트는 그 모습을 능글맞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박사님.”


윤성이 그런 빈센트를 조용하게 불렀고, 빈센트는 눈썹을 꿈틀거리면서 대답했다.


“응? 왜 그러는가?”


윤성은 몸을 일으켜 빈센트에게 다가간 후 굳은 결심을 한 얼굴로 말했다.


“이 재앙을 막을 수 있다는 방법. 자세히 알려주세요.”

“자···자네 그럼?”


빈센트는 윤성의 말에 남아있던 잠의 기운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느끼며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고, 윤성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네. 이 재앙을 막는 것. 저도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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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1부 검은 성벽 - 마굴 (9) 16.09.01 857 11 13쪽
34 1부 검은 성벽 - 마굴 (8) 16.08.31 882 11 12쪽
33 1부 검은 성벽 - 마굴 (7) 16.08.31 833 11 12쪽
32 1부 검은 성벽 - 마굴 (6) 16.08.30 864 10 12쪽
31 1부 검은 성벽 - 마굴 (5) 16.08.30 1,004 14 13쪽
30 1부 검은 성벽 - 마굴 (4) 16.08.29 1,086 13 12쪽
» 1부 검은 성벽 - 마굴 (3) 16.08.29 959 11 12쪽
28 1부 검은 성벽 - 마굴 (2) 16.08.26 1,033 13 12쪽
27 1부 검은 성벽 - 마굴 (1) +1 16.08.25 1,225 14 13쪽
26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25) 16.08.24 1,189 16 13쪽
25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24) 16.08.24 1,125 16 12쪽
24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23) 16.08.23 1,165 14 13쪽
23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22) 16.08.22 1,120 15 13쪽
22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21) 16.08.22 1,092 13 12쪽
21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20) 16.08.19 1,041 15 13쪽
20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9) 16.08.19 1,267 14 13쪽
19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8) 16.08.18 1,070 14 14쪽
18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7) 16.08.17 1,231 14 13쪽
17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6) 16.08.17 1,315 18 14쪽
16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5) 16.08.16 1,325 20 12쪽
15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4) 16.08.16 1,397 19 15쪽
14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3) 16.08.14 1,438 23 13쪽
13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2) +4 16.08.14 1,637 21 12쪽
12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1) 16.08.14 1,628 25 12쪽
11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0) 16.08.14 1,643 24 13쪽
10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9) 16.08.13 1,811 26 13쪽
9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8) 16.08.12 1,816 28 14쪽
8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7) 16.08.11 1,973 27 13쪽
7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6) +1 16.08.11 2,229 34 12쪽
6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5) +3 16.08.10 2,352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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