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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빼미 님의 서재입니다.

스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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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41,702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6.08.08 23:42
조회
5,574
추천
46
글자
12쪽

prologue

DUMMY

도시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산속. 한 중년의 남자가 약수터에 있는 운동기구를 사용하며 운동을 하고 있었다. 땀을 흘리면서도 즐겁다는 듯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운동을 계속하던 남자는 멀지 않은 수풀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하얀 색의 무언가가 눈에 들어오자 운동하는 것을 중지한 채 수풀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응? 저게 뭐지?”


수풀 속에서 움직이고 있던 그 하얀색의 무언가는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을 알아차린 듯 일순간 움직임을 멈췄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남자는 운동기구에서 내려와서 천천히 도망을 칠 준비를 했다.


그런 남자의 생각을 알고 있다는 듯 하얀 색의 무언가는 수풀 속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고, 그 정체는 개를 닮았지만, 중형차 정도의 덩치에 어깨에 두 개의 칼날을 가진 거대한 괴물이었다.


그 괴물을 본 남자는 재빨리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하지만 괴물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은 빠른 움직임으로 도망치는 남자를 공격해 넘어뜨렸고, 순식간에 남자의 목을 물어서 숨통을 끊었다.


숨이 끊어진 남자의 시체에서 나오는 피로 목을 축이던 괴물은 얼굴을 들어서 눈앞에 보이는 도시를 바라본 후 낮게 으르렁거리며 남자의 시체를 버려둔 채 도시로 향하기 시작했고, 약수터에서 흐르던 물은 남자의 시체에서 나오는 피가 섞여 괴물이 내려가는 방향을 향해 소리 없이 흐르고 있었다.


다음 날. 산에서 벌어진 참극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산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초등학교에서는 하교가 시작됐고, 웃고 떠들며 집으로 향하는 아이들의 사이에서는 땅만 바라본 채로 우울한 표정으로 걸어가고 있는 민상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민상이의 뒤를 따라가고 있던 예린이와 호진이는 선뜻 민상이에게 말을 걸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도 기분이 안 좋은가 봐.”


예린이가 자신의 옆에 있는 호진이에게 귓속말을 건넸고, 호진이는 민상이를 잠시 살펴본 후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예린이의 의견에 동조했다. 두 아이는 민상이가 기분이 안 좋은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얼마 전 민상이네 집 애완견인 루이가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했는데, 아직 민상이는 루이의 죽음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예린이와 호진이는 서로를 바라보며 동시에 심호흡을 한 후 민상이에게 말을 걸었다.


“민상아. 같이 가자!”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은 민상이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고, 손을 흔들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두 명에게 힘없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민상이를 멈춰 세운 예린이와 호진이는 자연스럽게 민상이의 양옆에 선 후 다시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두 아이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나 어제 티브이에서 본 예능프로의 이야기를 하면서 걷고 있었지만, 민상이는 그런 이야기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듯이 그저 계속 땅만 바라보며 걷고 있었고, 예린이는 잠시 호진이와 눈빛을 교환한 후 조심스럽게 민상이에게 말을 걸었다.


“민상이는 오늘 어땠어?”

“···그저 그랬어.”


관심이 없다는 듯 무심함이 느껴지는 민상이의 대답에 예린이는 더는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고, 예린이가 실패한 것을 본 호진이는 재빨리 다른 질문을 이어갔다.


“민상아. 오늘 레전드 데이 들어올 거지? 그동안 나 혼자서 예린이 데리고 하려니까 힘들기만 하고, 재미가 없더라.”

“뭐야! 그렇게 말하면 내가 엄청 못하는 것 같잖아!”


예린이가 호진이의 말에 화난 척 이야기를 받았다. 이윽고 호진이는 세 명이 즐기던 VR 게임인 레전드 데이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루이가 죽기 전 언제나 세 명이서 웃고 떠들면서 했던 게임이기 때문에 하굣길마다 이야기하는 그들만의 주요 화제였었다.


“얼마 전에 레전드 데이 대규모 패치 했거든? 새로운 캐릭터들이랑 맵들이 나왔어. 굉장히 재밌겠지? 오늘 들어올 거야?”

“아니···아직 게임 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들어서.”

“어···그···그래.”

“난 먼저 갈게. 내일 보자. 얘들아.”


힘없이 돌아서는 민상이를 보며 예린이와 호진이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민상이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기에 그저 민상이가 가는 뒷모습만 바라보면서 외쳤다.


“그래! 내일 봐!”


동시에 큰 소리로 민상이에게 작별인사를 건넨 두 아이는 곧바로 레전드 데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두 아이와는 다르게 민상이는 바로 집으로 향하지 않은 채 번화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지나쳐가는 가게의 티브이에서는 최근 들어 애완동물들이 갑작스럽게 죽는 질병이 돌고 있다고 하면서 정부에서 원인 규명에 힘쓰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민상이는 뉴스에서 나오고 있는 슬픔에 잠긴 사람들을 보며 루이가 죽었을 때 루이를 붙들면서 울고 있던 자신의 모습이 다시금 떠오르면서 깊은 슬픔이 자신을 감싸고 오는 것이 느껴지자 도망치듯 자리를 떴고, 민상이가 떠난 가게의 티브이에서는 맹수의 습격으로 사망한 남자의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루이는 민상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집에서 키워 온 애완견으로 민상이가 태어난 때부터 함께 성장하며 자신의 옆을 지켜온 둘도 없는 친구이자 가족 같은 존재였다.


부모님이 맞벌이로 바쁜 와중에 언제나 자신과 함께하며 외로움을 달래주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언제나 반갑게 반겨주고, 친구들과 게임을 할 때도 자신의 옆에서 가만히 지켜봐 주고, 언제나 자신의 침대에서 같이 잠이 들었던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였다.


그런 루이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했고, 민상이는 루이와의 추억이 계속 떠올라 이 이별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죽기 바로 이틀 전 루이가 기침을 심하게 하기 시작하자 민상이의 부모님은 루이를 데리고 즉각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단순 기침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의사가 말해주었고, 온 가족이 안도하면서 루이를 집으로 데려왔었다.


하지만 동물병원에 다녀온 후 루이는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아무런 징조도 없이 아침에 꼬리를 흔들면서 가족들을 배웅하던 루이는 민상이가 집에 도착했을 때 싸늘한 시신이 되어있었다. 민상이는 그런 루이의 시신을 만져대며 눈물을 흘려댔고, 부모님이 집에 도착할 때까지 루이의 시체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민상이의 어머니는 루이의 죽음에 슬퍼하는 아들을 위로했고, 민상이의 아버지는 비록 불법인 것을 알지만 차마 루이를 태워버릴 수 없다는 생각에 몰래 마을 뒷산에 루이를 묻어주었다.


두 사람은 루이의 무덤에서 떠나지 않으려는 민상이를 억지로 떼어낸 후 집으로 향했고, 집에 도착한 민상이가 루이의 이름을 부르며 계속 울고만 있자 두 사람은 민상이를 자신들의 옆에 데려와 뉘였고, 계속 민상이를 쓰다듬어 주면서 위로해주었다.


바로 얼마 전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아직 민상이는 루이를 잃은 슬픔에서 헤어 나올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무덤 위치라도 기억해 놓을 걸···.’


민상이는 그리움에 루이의 무덤이라도 찾아가 보고 싶었지만, 그 당시에 우느라고 정신이 없어서 아버지가 루이를 어디에 묻었는지 기억하지 못했고, 그런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한 번 올라가서 찾아볼까?’


하지만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어둠이 내려앉은 뒷산의 모습을 본 민상이는 혼자서 루이의 무덤을 찾아가 보는 것이 너무 두려워졌다.


‘다음에 아빠랑 같이 가보지 뭐.’


그렇게 마음을 먹은 민상이는 뒷산에서 시선을 거둔 후 한숨을 쉬며 집으로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문득 몇 시인지 궁금해져서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해보고, 저녁 9시가 지난 것을 알게 되자 부모님께 혼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집을 향해서 전력질주로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집으로 달려가던 민상이는 문득 언제나 하교 시간에 걸려오던 부모님의 전화가 오늘은 왜 안 왔는지 의문이 잠깐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집을 향해 바쁘게 움직였다.


“다녀왔습니다!”


민상이는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자신의 귀가를 알리고 싶은 마음에 큰 목소리로 인사하며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부모님께 혼날 것을 염려했지만 그런 염려가 무색할 만큼 집안은 고요했고, 어두웠다.


‘에이. 아직 집에 아무도 안 왔나 보네.’


혼날까 봐 겁이 나서 집까지 뛰어온 게 아깝다는 듯 민상이는 혀를 차며 다시 스마트폰을 꺼내보았고,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까지 부모님은 언제나 혼자 집에 있는 민상이를 생각해서인지 하교 시간에 전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늦는 일이 생기면 언제나 연락을 해주시곤 했다. 하지만 오늘은 두 사람 중 아무도 전화를 하지 않았고, 문자도 와있는 것이 없었다.


‘이상하다···. 두 분이 오늘 무슨 일이 있으신 건가?’


어떤 일이 생긴 것일까 궁금해 하며 집으로 무심코 들어가던 그때 민상이의 발에 물 같은 것이 닿았고, 민상이는 찝찝함에 나지막이 욕을 하며 현관 불을 켰다. 하지만 밝은 곳에서 보니 민상이의 발을 적시고 있는 것은 물이 아니라 끈적한 붉은 액체였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민상이는 그 붉은 액체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고, 그대로 공포에 얼어붙었다. 민상이는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을 가까스로 움켜쥐며 112를 누르려고 했지만, 이내 손에서 스마트폰을 떨어뜨렸고, 긴장한 채로 조심스럽게 바닥에 떨어진 스마트폰을 집으려고 시도했다.


그때 어둠에 익숙해진 민상이의 눈에 현관 빛을 반사하며 밝게 빛나고 있는 긴 리본이 보였고, 민상이는 그 리본이 어떤 리본인지 단박에 알아차렸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루이에게 묶어주던 리본으로 루이는 언제나 귀찮아했지만 민상이가 예쁘다면서 자주 루이의 꼬리에 묶어줬던 그 리본이었다. 그리고 그 리본은 죽은 루이를 묻을 때 루이의 꼬리에 매달아 줬었다.


흔들거리는 리본을 따라 시선을 옮기던 민상이의 눈에 리본이 매달려 있는 하얀 꼬리가 보이기 시작했고, 조심스럽게 꼬리가 보이는 방으로 향한 민상이는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바쁘게 들썩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민상이는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루···루이니?”


민상이의 목소리에도 무언가는 민상이를 향해 돌아보지 않은 채 자신의 행동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침을 크게 꿀꺽 삼킨 후 민상이는 다시 조심스럽게 조금 더 큰 목소리로 말했다.


“루이? 너니?”


방 안에 있던 무언가는 민상이의 목소리에 반응한 것인지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윽고 민상이는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루이는 큰 개이긴 했지만, 어둠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녀석의 크기 정도는 아니었다. 민상이를 향해 걸어오는 녀석의 크기는 중형차 정도의 크기였고, 방 안에 있던 녀석이 루이가 아니라는 것을 안 민상이는 공포에 질려 입을 틀어막은 채 조심스럽게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지만 이미 너무 늦은 상태였다.


괴물은 민상이의 바로 앞까지 와있었고, 현관 불에 비친 그 괴물의 모습은 어딘가 루이와 닮아 보였지만 하얗던 털은 피와 흙먼지로 더럽혀져 있었고, 피가 흐르는 입은 사람의 손을 씹어대고 있었다.


그리고 민상이는 괴물이 씹고 있는 손에서 빛나고 있는 반지를 보고, 그 손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바로 아침에 자신을 학교로 데려다주던 어머니의 손이었다.


작가의말

처음 소설을 쓰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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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3부 표류하는 군도 - epilogue 17.12.23 328 5 13쪽
243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8) 17.12.21 219 2 15쪽
242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7) 17.12.19 185 4 14쪽
241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6) 17.12.16 176 2 15쪽
240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5) 17.12.14 200 2 13쪽
239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4) 17.12.12 199 3 13쪽
238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3) 17.12.09 215 2 12쪽
237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2) 17.12.08 216 3 13쪽
236 3부 표류하는 군도 - 가라앉는 섬 (1) 17.12.05 170 2 13쪽
235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13) 17.12.02 191 2 18쪽
234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12) 17.12.01 218 3 16쪽
233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11) 17.11.28 205 3 12쪽
232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10) 17.11.21 184 2 17쪽
231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9) 17.11.18 201 3 14쪽
230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8) 17.11.16 214 2 16쪽
229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7) 17.11.14 210 2 15쪽
228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6) 17.11.13 221 3 15쪽
227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5) 17.11.09 228 2 15쪽
226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4) 17.11.07 201 4 13쪽
225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3) 17.11.04 210 2 13쪽
224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2) 17.11.02 210 3 13쪽
223 3부 표류하는 군도 - 치유되지 않는 상처 (1) 17.11.01 233 2 15쪽
222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12) 17.10.28 249 3 17쪽
221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11) 17.10.26 197 2 14쪽
220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10) 17.10.24 217 3 14쪽
219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9) 17.10.21 232 3 15쪽
218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8) 17.10.19 243 2 13쪽
217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7) 17.10.17 231 3 15쪽
216 3부 표류하는 군도 - 재회 (6) 17.10.14 234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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