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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빼미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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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41,788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6.08.11 23:36
조회
2,228
추천
34
글자
12쪽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6)

DUMMY

한 남자가 자신의 ‘오더워치’를 통해 나타난 홀로그램 모니터에서 보여주고 있는 자료들을 살펴보며 하얀색의 복도를 걷고 있었다. 남자가 지나갈 때마다 복도를 지나가던 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고, 그런 인사를 받는 것이 익숙하다는 듯 남자는 사람들의 인사를 무시하면서 계속 자신이 갈 길만 가고 있었다.


남자가 살펴보고 있는 자료에서는 기괴하게 생긴 생체병기들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보여지고 있었고, 복도에서 벗어나 휴게실에 들어간 남자는 커피를 타기 시작하면서 흥미 있는 자료를 찾았는지 더 이상 자료를 넘기는 것을 중단하고, 잠시 자신의 흥미를 끈 자료에 집중하면서 손가락으로 자료의 왼쪽 구석에 있는 홀로그램의 폴더를 눌러대면서 그 생체병기에 대한 자료를 더욱 심도 깊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괜찮은 상품이군. 잘 만들어졌어. 이 상품의 담당자가 누구지?’


상품이라고 칭한 생체병기가 자신의 마음에 든 것인지 남자는 ‘빅 핸드’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생체병기를 담당하고 있는 자의 이름을 찾았다.


‘릭 그레이엄이라···.’


빅 핸드의 담당자를 찾은 남자는 이번에는 릭의 사진을 클릭하여 그에 대한 평가서를 읽기 시작했다.


‘회사에 입사한 지는 1년도 되지 않았는데 꽤 좋은 상품을 만들어 냈군? 어디 보자, 대학도 잘 나왔고, 학교에서의 성적도 좋았군. 아하. 회사에서 스카우트한 인재였었군? 흐음. 이 정도면 꽤 뛰어난 상품인데. 처음으로 만든 상품이 이렇게 잘 나오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아무래도 내가 한 번 직접 만나 봐야겠어.’


릭에 대한 평가서를 읽은 남자는 릭과 그가 만들어 낸 상품을 직접 확인하기로 마음먹은 후 오더워치의 홀로그램 모니터를 종료하고, 자신이 자료를 살펴보느라 식어버린 커피를 한입에 털어 넣으며 릭의 실험실로 향했다.


아직 신입이어서인지 릭의 실험실은 건물의 꽤 아래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남자는 실적이 없으면 위로 올라갈 수 없는 개발자만의 암묵의 룰이 참 쓸모없다고 생각하면서 엘리베이터로 향했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줄을 섰다.


“아! 로드님. 안녕하십니까.”


무심코 뒤를 돌아본 후 남자를 알아본 과학자가 자신에게 인사를 하며 손을 내밀었고, 남자는 그 과학자가 자신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아 악수를 받아주었다.


“반갑습니다. 스테판 박사님. 연구는 잘 되고 있습니까?”

“예, 잘 되고 있습니다. 이제 곧 전투실험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멋지군요. 부디 실험결과가 좋게 나오기를 바랍니다. 실험하고 있던 상품명이 ‘바질리스크’였던가요?”

“기억하고 계셨군요. 영광입니다.”

“당연하죠. 스테판 박사님이 만들어 내신 상품인데요. 저도 그 실험에 참관할 수 있을까요?”

“로드님께서 오신다고 하면 영광이지요. 실험날짜가···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스테판은 자신이 들고 있던 서류를 뒤지면서 실험날짜를 찾기 시작했고, 남자는 그런 스테판의 모습을 보며 한심하다고 생각했지만, 내색하지 않은 채 자신의 오더워치를 조작하여 간단하게 실험날짜를 알아냈다.


“아! 5일 후에 실험 일정이 잡혀있군요.”

“어이쿠. 죄송합니다. 요즘 들어 날짜를 자꾸 까먹는 일이 많아지니···. 제가 늙긴 늙었나 봅니다.”

“워낙 바쁘셔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신경 쓰지 마십시오.”


웃으며 스테판의 어깨를 가볍게 친 남자는 호의를 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속으로는 스테판을 경멸하고 있었다.


저렇게 서류를 잔뜩 가지고 다닐 바에야 자신처럼 오더워치를 사용하면 훨씬 편하고 간편할 텐데도 실험에만 빠져서 오더워치 같은 문명의 발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들이 오래전부터 해온 방식만을 고집하는 스테판 같은 사람은 남자가 경멸하는 족속 중 하나였고, 그는 그런 사람들을 ‘화석’이라고 부르며 은연중에 무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이 로드라는 높은 지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좋은 상품들을 만들어 내는 화석들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 최대한 자신이 경멸하는 것을 숨기고, 그들의 비위를 맞춰줘야 했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사람들은 남자가 먼저 탈 수 있도록 양옆으로 물러나면서 자리를 비켜주었고, 남자는 그들의 행동이 당연하다는 듯이 엘리베이터에 오른 후 스테판을 향해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스테판 박사님. 실험 일에 뵙겠습니다.”


엘리베이터가 닫힐 때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던 사람들은 혼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간 남자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지만, 그것을 내색할 수는 없었다. 로드라는 지위는 이 거대한 회사에서 12명밖에 없는 최고위 간부였고, 좋든 싫든 자신들은 그의 눈치를 살피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자마자 웃음기를 없애고, 경멸이 담긴 표정으로 얼굴이 바뀐 남자는 주머니에서 스프레이를 꺼낸 후 자신의 손에 뿌리고, 손수건으로 손을 박박 닦기 시작했다.


“화석 따위와 악수를 하다니. 손이 썩는 기분이군.”


남자가 손을 닦는 사이에 목표 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에서 안내음성이 나오자 남자는 손수건을 엘리베이터 바닥에 내버린 후 냉정한 표정을 지으면서 엘리베이터를 떠났다.


“1306호실. 바로 여기군.”


릭의 실험실에 도착한 남자는 실험실의 문에 달려있는 벨을 눌렀고, 잠시 후 실험실의 문이 열리면서 릭이 당황한 모습으로 나오면서 남자를 반겨주었다.


“아···. 로드님. 아··· 반갑습니다. 어··· 그게 이곳 까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눈에 띄게 당황하는 릭을 보며 남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머저리’


하지만 남자는 속마음을 표현하지 않은 채 웃는 얼굴로 당황해하는 릭에게 말했다.


“자료들을 살피다가 괜찮아 보이는 상품을 발견해서 말이죠. 직접 상품을 보고···.”


말을 흐린 남자는 릭의 어깨를 두들겨주면서 여전히 웃음이 가득한 얼굴을 하면서 말을 이었다.


“여기 계신 창조주님께 설명을 듣고 싶어서요.”


남자의 말을 들은 릭은 크게 기뻐하면서 남자를 안내했고, 남자는 릭의 뒤를 따라갔다.


‘언제나 회사의 머저리들에겐 이 칭호가 잘 먹힌다니까···.’


릭의 안내로 실험실 안으로 들어간 남자의 눈에 투명하고 거대한 배양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 배양기의 안에는 여러 개의 선이 연결된 생체병기가 있었고, 그 생명체의 모습은 윤성이 싸웠던 번화가의 괴물과 많이 닮아있었다.


“···굉장하군요.”


남자는 빅 핸드에게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자신도 모르게 감탄하는 말을 내뱉었고, 그 말을 들은 릭은 감동을 받은 표정을 지으며 즐거움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남자는 그런 릭을 향해 고개를 돌린 후 질문했다.


“언제쯤 눈을 뜨죠?”

“아! 3주쯤 지나면 눈을 뜰 겁니다.”


남자는 흡족하다는 듯이 릭에게 다가가 어깨동무를 하면서 말했다.


“멋진 상품을 만드셨군요. 환상적입니다. 전투실험은 언제쯤 가능합니까?”

“아··· 저 그게··· 전투 실험의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나요?”

“예···. 아무래도 선배님들이 먼저 하셔야···.”


남자는 릭이 참 답답하다고 생각하면서 이 회사의 빌어먹을 그들만의 룰이 언제쯤 사라질지 참 궁금했다. 남자는 여전히 릭의 어깨동무를 풀지 않은 채 그를 배양기 앞으로 데려간 후 괴물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일단 일정에 맞춰서 눈을 뜨게만 하십시오. 전투 실험을 할 장소는 제가 만들어 드릴 수 있으니까요.”

“예? 그게··· 가능할까요?”


지위를 막론하고, 실험 일정을 마음대로 바꾸는 것이 무리라는 것은 아직 회사에 들어 온 지 얼마 안 된 릭도 잘 알고 있는 사항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릭에게 비열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조만간 멋지고 재미난 상황이 벌어질 겁니다. 거기에 이 상품을 투입하면 자동적으로 전투실험도 겸할 수 있을 겁니다.”


여전히 릭과 어깨동무를 하고 있던 남자는 배양기의 유리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면서 계속 말했다.


“아주 재밌는 상황이 말이죠···.”


배양기의 유리에 비치고 있는 비열하게 웃고 있는 남자의 얼굴은 바로 윤성이었다.


“으아아악!”


그 광경을 본 윤성이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윤성은 무의식적으로 황급히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마음만이 앞설 뿐 윤성의 몸은 주인의 의지를 거부했고, 그 영향으로 얻게 된 극심한 고통이 윤성의 몸을 짓누르고 있었다. 짧게 신음소리를 내면서 윤성은 다시 쓰러졌고, 고통에 신음하면서도 자신이 본 광경을 되새겼다.


‘뭐지? 방금 그건?’


윤성은 가까스로 목만 움직이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이 누워있는 곳은 난장판이 되어 있는 가게였다. 소파들이 간간히 놓여있고, 뒤엎어진 테이블들이 가게의 과거 존재가치를 증명해 주는 듯했지만, 사람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되었는지 군데군데 거미줄이 쳐지고 먼지가 한겨울에 내린 눈처럼 수북이 쌓여있었다.


윤성은 그 가게에 있던 것으로 보이는 소파에서 담요를 덮은 채로 누워있었고, 아까 꿈에서 깨면서 떨어진 물수건이 윤성의 뺨을 적시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자신의 주변 광경을 살펴본 후 윤성은 한숨을 쉬면서 생각했다.


‘그게 꿈이었다고?’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생생했던 그 광경에 윤성은 절로 몸서리가 쳐지고 있었다. 사람들을 대하던 그 남자의 모습. 그리고 그 남자가 흡족하다는 듯 보고 있던 그 괴물. 그리고 배양기의 유리에 비치던 그 남자의 비열한 얼굴이 너무나 생생하게 다가왔었다.


‘꿈이라고 하기엔 뭔가 달랐어. 마치···.’


윤성은 자신일지도 모르는 꿈속의 남자가 스프레이로 닦던 손을 바라보면서 꿈속의 남자가 한 것처럼 손을 움직여 보았다. 너무나도 익숙한 그 행동에 윤성은 소름이 끼치며 생각을 이어나갔다.


‘과거의 기억인 것처럼···.’


혼란스럽기 시작한 윤성은 자신이 과거의 기억 중 하나를 끄집어낸 것인지 궁금했지만, 왠지 아무에게도 이 꿈의 내용을 말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꿈속에서 자신이 봤던 빅 핸드라는 이름의 배양기의 그 괴물은 바로 자신과 싸웠던 그 괴물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했었고, 꿈속의 남자가 말했던 재미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일단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게 좋겠어.’


생각을 굳힌 윤성은 더는 방금 꾼 꿈을 떠올리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다가 문득 뭔가가 계속 창문을 때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돌려 창문을 쳐다보았다. 바깥에는 수많은 빗줄기가 창문에 부딪히면서 힘을 잃은 채 흘러내리고 있었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지 창문에 비치는 번화가의 건물들에는 빛이 들어오는 곳이 없었다. 불이 꺼진 채 어둠과 동화되어 있는 건물들의 모습은 쓸쓸함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정신이 드셨나 보네요.”


그 쓸쓸함에 이끌려 한참을 창밖의 건물들을 쳐다보던 윤성은 여자의 목소리를 듣고, 놀라며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너덜너덜한 군복 바지에 검은색 나시티를 입은 여자가 서 있었고, 그녀는 눈을 뜬 윤성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여자는 윤성의 머리에서 떨어진 물수건을 주운 후 창문으로 다가가 수건에 다시 물에 적시고 몇 번을 짜낸 다음 그의 이마에 얹어주었고, 자신의 이마에 물수건을 올려주는 여자의 얼굴이 낯이 익었던 윤성은 잠시 생각에 잠겼고, 곧 그 여자가 괴물의 앞에서 아이들을 보호하던 그 여자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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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31 evolutio..
    작성일
    16.10.12 20:59
    No. 1

    아니면 ,라도 좀 빼시던가...ㅠ ,를 언제 써야 하는지 좀 헷갈려하시는것 같군요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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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1부 검은 성벽 - 마굴 (9) 16.09.01 856 11 13쪽
34 1부 검은 성벽 - 마굴 (8) 16.08.31 882 11 12쪽
33 1부 검은 성벽 - 마굴 (7) 16.08.31 833 11 12쪽
32 1부 검은 성벽 - 마굴 (6) 16.08.30 864 10 12쪽
31 1부 검은 성벽 - 마굴 (5) 16.08.30 1,004 14 13쪽
30 1부 검은 성벽 - 마굴 (4) 16.08.29 1,086 13 12쪽
29 1부 검은 성벽 - 마굴 (3) 16.08.29 958 11 12쪽
28 1부 검은 성벽 - 마굴 (2) 16.08.26 1,033 13 12쪽
27 1부 검은 성벽 - 마굴 (1) +1 16.08.25 1,224 14 13쪽
26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25) 16.08.24 1,189 16 13쪽
25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24) 16.08.24 1,125 16 12쪽
24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23) 16.08.23 1,165 14 13쪽
23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22) 16.08.22 1,120 15 13쪽
22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21) 16.08.22 1,092 13 12쪽
21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20) 16.08.19 1,041 15 13쪽
20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9) 16.08.19 1,267 14 13쪽
19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8) 16.08.18 1,070 14 14쪽
18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7) 16.08.17 1,231 14 13쪽
17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6) 16.08.17 1,315 18 14쪽
16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5) 16.08.16 1,324 20 12쪽
15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4) 16.08.16 1,397 19 15쪽
14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3) 16.08.14 1,437 23 13쪽
13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2) +4 16.08.14 1,637 21 12쪽
12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1) 16.08.14 1,628 25 12쪽
11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0) 16.08.14 1,643 24 13쪽
10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9) 16.08.13 1,811 26 13쪽
9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8) 16.08.12 1,816 28 14쪽
8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7) 16.08.11 1,973 27 13쪽
»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6) +1 16.08.11 2,229 34 12쪽
6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5) +3 16.08.10 2,352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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