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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빼미 님의 서재입니다.

스컬지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현대판타지

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41,797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6.08.16 23:03
조회
1,324
추천
20
글자
12쪽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5)

DUMMY

빈센트는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는 윤성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기 말이야···. 이제 내가 아는 건 다 말해줬으니 자네에 관해서 이야기해주지 않겠나?”


윤성은 빈센트의 질문에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나만 더 말씀해 주시면요.”


윤성의 대답을 들은 빈센트는 윤성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구시렁대면서 말했다.


“그래. 그래. 궁금한 게 뭔가?”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어르신을 왕은 왜 살려두고 있는 거죠?”

“아, 그거?”


빈센트는 대수롭지 않은 질문이라는 듯 자신의 상의를 들어 올려 윤성에게 자신의 가슴에 달린 기계장비를 보여주었다.


“이게 생추어리에서 달아놓은 건데 말이야. 내 심장에 연결돼있어서 만약 내가 사망하게 되면 ‘BIRD’를 보내거든, 내 위치를 알려주기도 하지만, 스컬지로 인해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관찰하는 게 내 임무라서 여기서 계속 처박혀 있어도 그쪽에서 ‘BIRD’를 보내는 일은 없어.”


빈센트는 자신의 상의를 다시 내리면서 설명을 계속했다.


“하지만 만약에 내가 죽게 되면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이 이 기계에 담겨 있어서 이것을 찾으러 온단 말이지. 그래서 저놈이 나를 못 죽이는 거야. 잘못하다간 자신의 왕국이 무너지게 될 수도 있으니까.”


빈센트의 설명에 윤성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


“그렇게 관찰할 거면 차라리 기계를 보내는 게 낫지 않습니까?”

“그렇긴 한데. 이 검은 성벽 안에서는 대부분의 기계장비는 사용을 못 하니까. 이 기계를 내 몸에 박아 넣은 이유가 나로 하여금 장비가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거든. 자신들이 설치한 블랙 캐슬 때문에 돈만 더 나가고 있는 거지.”


“그 ‘BIRD’라는 건 뭡니까?”

“생추어리의 특수부대원들이야. 하나같이 생체개조나 회사에서 만들어진 특수제품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상당히 강한 자들이지. 멤버마다 코드 네임으로 새들의 이름이 붙는다고 하더군. 뭐 나도 듣기만 했지 실제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 아! 아니다. 우리를 통솔하던 대장과 부대장이 그 ‘BIRD’의 일원이었지!”


윤성은 자신이 ‘BIRD’를 알고 있다는 것에 기뻐하는 빈센트의 행동은 무시하면서도 그의 설명이 이해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생추어리가 그렇게까지 한다는 건···. 이 사태가 그 ‘스컬지’라는 생체병기로 인한 게 확실하다는 거군요. 블랙 캐슬을 설치한 것도 그 이유를 감추기 위해서고···. 맞습니까?”

“그렇지. 이 사태가 생추어리에서 만든 생체병기 때문이라는 게 들통이 나면 회사가 망할 게 뻔하니까.”

“···그럼 그 스컬지가 퍼지게 된 원인은 뭡니까?”

“그건 나도 모르겠··· 잠깐만! 하나만 물어보겠다고 하고서 대체 언제까지 질문만 해대는 건가? 이제 자네 이야기도 좀 해보라고!”


윤성의 계속된 질문에 대답하느라 정신이 없던 빈센트가 자신이 윤성에게 당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화를 내자 윤성은 일단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이름 외에는 기억이 나는 것이 없어서, 무슨 실마리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만···. 죄송합니다.”

“응? 기억이 나는 게 없다고?”

“예. 이름 외에는 아무것도요. 제가 어떤 기계 안에서 눈을 떴는데. 그 뒤로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더군요.”

“흠. 자네가 눈을 떴다는 기계가 원통 모양 아니었나? 그 왜 있잖나. SF영화에서 우주를 여행하는 비행사들이 들어가서 잠을 자는 기계 같은 것 말이야.”


빈센트의 설명에도 윤성은 방 안에 짙게 깔렸던 어둠 때문에 기계의 형태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었고, 빈센트가 말하는 SF영화의 장면도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그 기계의 정체를 알고 싶은 마음에 수긍하는 척했다.


“네. 맞습니다. 그런 기계였던 것 같아요. 어르신은 그게 뭔지 아십니까?”

“아하하. 그 기계는 최고가의 기계인데. 자네 상당히 부자였던 모양이군···.”

“부자요?”


윤성이 빈센트의 대답에 반문하자 빈센트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 기계에서 자면 인체에 좋은 영양소를 품은 가스가 배출돼서 사람의 몸에 있는 노폐물을 빼내어 주고, 몸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시켜 주지. 다만···”


빈센트는 윤성을 놀리려는 것인지 손가락을 윤성에게 들이대면서 잠시 말을 멈췄고, 윤성은 그런 빈센트의 행동이 짜증났지만, 자신의 기억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지 모른다는 마음에 내색하지 않았다.


“아마도 자네가 기억을 잃은 이유는 그 기계 때문일 거야. 그 기계에 너무 오래 있으면 기억상실증을 유발하기도 하거든. 하지만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건 그 기계에서 아마 두세 달은 잠들어 있을 경우인데···. 웬만한 사람들은 그 정도까지 잠을 자지 않아. 기껏해야 하루나 이틀 정도 자는 경우뿐이지. 아마 자네는 괴물들을 피하려고 그 기계에 틀어박혀서 계속 잠을 잤었나 보군. 쯧쯧.”


“어떻게 그 기계에 대해서 그렇게 잘 아십니까?”

“그야. 내가 그 기계의 개발에 참여했으니까. 물론 중간에 다른 프로젝트로 이동하긴 했지만···. 아마 자네가 잠들어 있던 기계는 내가 말했던 그 기계가 맞을 걸세. 이름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말이야.”


윤성은 빈센트의 설명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깨어난 집이 꽤 고급스러워 보였던 것과 만약 자신이 꿈속에서 보았던 그 ‘로드’라는 지위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그 기계를 소유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윤성은 아직도 자신이 검은 성벽 안에서 그 기계를 통해 자고 있던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스컬지를 이용한 이 재앙에 양심의 가책이 생겨 그 기계에서 잠을 잤던 것일까?


‘아니야. 내가 꾼 꿈이 실제 내 기억이라면 그런 양심의 가책을 느낄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

“그래서. 그 기계에서 눈을 떴고. 번화가의 괴물은 어떻게 죽였나?”


윤성의 생각을 방해하며 빈센트가 질문했고, 윤성은 한숨을 쉬면서 대답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운이 좋아서였습니다. 진아씨와 아이들이 그 괴물과 대치하고 있었는데, 제가 우발적으로 그 괴물에게 돌을 던져 주의를 끌었죠.”

“호오. 그래? 용감하군. 아하하! 그런데도 용케 살아 있구먼. 그 괴물을 본 사람들은 대게 순식간에 잡아먹히기 일쑤였거든! 아하하!”

“···네. 당해보니 이해가 가네요.”


윤성은 슬그머니 오른발을 만져보았고, 그때의 공포가 떠오르는 듯 무심코 말했다.


“확실히 그 괴물에게 오른발을 잡혀 던져졌을 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죠.”

“엥? 자네 그 괴물에게 잡혔었다고? 그런데 이렇게 멀쩡해?”

“네. 운 좋게 살아남았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때는 이제 오른발은 영원히 사용 못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자고 일어나니 다 낳아있더군요. 참 신기했어요. 그 기계에서 하도 오래 자서 그런 걸까요?”

“이상하네···. 그 기계에 그런 기능은 없었는데···.”


빈센트는 뭔가 떠올랐다는 듯 윤성에게 가까이 다가와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기 시작했고, 윤성은 그런 빈센트의 행동이 부담스러워서 얼굴을 뒤로 빼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윤성을 쳐다보던 빈센트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자네 혹시 ‘BIRD’인 것 아닌가?”

“예?”


빈센트는 윤성의 반응을 살피면서 말했다.


“···아닌가? 자네가 말한 대로라면 아마 ‘큐어’가 몸에 내장되어 있을 확률이 높거든?”


빈센트는 윤성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자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큐어라는 건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 그 부위를 재생하는 나노 머신을 말하네. 몸에 그것을 가지고 있으면 신체의 한 부위가 엄청 망가져도 하룻밤 정도면 원상복구 되거든, 물론 뇌나 심장 같이 다치면 치명적인 기관들은 제외되지만.”


빈센트의 설명을 들은 윤성은 자신의 다리를 만지면서 말했다.


“그 큐어라는 건 ‘BIRD’라는 자들만 가지고 있나요?”

“아니. 그건 아니지. 하지만 자네가 ‘BIRD’라면 번화가의 괴물을 죽인 것도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거든. 그런 인간 이상의 일을 할 수 있는 게 그들이니까. 아. 그리고 이제부터 몸조심해야 하네.”

“네? 왜죠?”

“그 나노 머신들은 한 번 치료를 하고 나면 연료가 바닥나서 작동하지 않거든. 아하하!”

“아, 그렇습니까? 앞으로는 주의해야겠군요.”


빈센트의 이야기에 윤성은 자신의 과거에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나는 대체 누구인 거지? 꿈속에 보이던 그자가 나의 과거인가? 아니면 생추어리의 특수부대원? 도대체 나는 과거에 누구였단 말이지?’


방금 빈센트가 말해준 큐어라는 나노 머신의 존재는 자신이 평범한 인물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끔 만들었지만, 동시에 윤성 자신의 과거에 대한 혼란만 더 안겨주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혼란 속에서 윤성의 마음 한구석에는 꿈속의 자신의 모습이 진짜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게끔 만들어 주었고, 윤성은 마음이 다소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네가 만약 ‘BIRD’라면 이 재앙을 멈출 수도 있을 텐데···.”

“멈출 수 있다고요? 이 재앙을?”


빈센트가 툭 던지듯 내뱉은 말에 윤성은 생각하던 것을 멈추고, 빈센트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래. 스컬지를 멈출 수 있는 치료제가 있거든.”


빈센트의 말에 윤성은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치료제? 이 재앙을 멈출 수 있다고?’


윤성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생각을 이어나갔다.


‘나 자신이 만들었을지도 모르는 이 재앙을···?’


윤성은 빈센트가 무슨 이야기를 한 것인지 쉽게 판단이 되지 않았지만, 이 재앙을 멈출 수 있다는 말은 윤성의 심장을 때리며 그가 혼란스러운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도록 만들었다.


“놀랐나 보군? 말이 없는 것을 보니.”


아직도 정신이 멍한 윤성은 빈센트가 말을 걸어도 대답을 하지 않았고, 빈센트는 여유롭게 윤성이 대답을 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어떤 치료제 말씀입니까?”


가까스로 입을 연 윤성은 빈센트가 말한 치료제가 어떤 것인지 먼저 물어보았다. 하지만 치료제라는 빈센트의 말에 생각에 잠겼던 윤성의 머릿속에서 한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현재의 사태의 원흉. 동물들을 괴물로 변하게 한 그 생체병기. 스컬지. 그 스컬지에 대한 치료제가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치료제라···. 내가 단어선택을 잘했는지 모르겠네만. 바깥에 있는 괴물들. 동물들이 변해서 된 그 괴물들을 없애는 방법이 있네.”


윤성은 차분하게 빈센트에게 질문했다.


“없애는 방법이요?”

“그래. 없애는 방법.”


윤성이 빈센트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기 전에 그는 말을 이어나갔다.


“스컬지가 만약 평범한 생체병기라면 어째서 블랙 캐슬 같은 성벽으로 막는다고 해서 전염이 막아질까? 왜 블랙 캐슬 바깥에는 전염병이 돌지 않는 걸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빈센트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왜 동물만 감염되고, 인간은 감염되지 않는 것일까?”


빈센트가 이야기한 것은 한번 생각해 볼 수도 있는 문제였다. 대게 동물에게 있는 질병이 사람에게도 옮겨지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아무리 생체병기라고 해도 인간에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먼저 스컬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지. 나도 이곳을 오기 전에 들은 것뿐이니. 다른 능력이 새로 탑재됐을 수도 있으니 너무 맹신하지는 말게나.”


빈센트는 차분하게 스컬지에 대해 윤성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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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1부 검은 성벽 - 마굴 (9) 16.09.01 856 11 13쪽
34 1부 검은 성벽 - 마굴 (8) 16.08.31 882 11 12쪽
33 1부 검은 성벽 - 마굴 (7) 16.08.31 833 11 12쪽
32 1부 검은 성벽 - 마굴 (6) 16.08.30 864 10 12쪽
31 1부 검은 성벽 - 마굴 (5) 16.08.30 1,004 14 13쪽
30 1부 검은 성벽 - 마굴 (4) 16.08.29 1,086 13 12쪽
29 1부 검은 성벽 - 마굴 (3) 16.08.29 958 11 12쪽
28 1부 검은 성벽 - 마굴 (2) 16.08.26 1,033 13 12쪽
27 1부 검은 성벽 - 마굴 (1) +1 16.08.25 1,224 14 13쪽
26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25) 16.08.24 1,189 16 13쪽
25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24) 16.08.24 1,125 16 12쪽
24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23) 16.08.23 1,165 14 13쪽
23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22) 16.08.22 1,120 15 13쪽
22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21) 16.08.22 1,092 13 12쪽
21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20) 16.08.19 1,041 15 13쪽
20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9) 16.08.19 1,267 14 13쪽
19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8) 16.08.18 1,070 14 14쪽
18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7) 16.08.17 1,231 14 13쪽
17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6) 16.08.17 1,315 18 14쪽
»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5) 16.08.16 1,325 20 12쪽
15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4) 16.08.16 1,397 19 15쪽
14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3) 16.08.14 1,438 23 13쪽
13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2) +4 16.08.14 1,637 21 12쪽
12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1) 16.08.14 1,628 25 12쪽
11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0) 16.08.14 1,643 24 13쪽
10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9) 16.08.13 1,811 26 13쪽
9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8) 16.08.12 1,816 28 14쪽
8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7) 16.08.11 1,973 27 13쪽
7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6) +1 16.08.11 2,229 34 12쪽
6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5) +3 16.08.10 2,352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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