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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41,781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6.08.24 20:38
조회
1,124
추천
16
글자
12쪽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24)

DUMMY

윤성 일행이 떠나간 왕국에는 여전히 죽은 눈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왕국 바깥의 괴물들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마트에 모인 대부분의 괴물들은 바리게이트 위에 올라와 유리창을 내리치고 있었는데, 윤성에게 말했던 것처럼 자신들이 노력해서 쌓은 바리게이트를 믿는 것인지 사람들은 괴물들을 막으려는 움직임도, 괴물들에게서 도망치려는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 중 오직 한 명. 왕만이 손톱을 깨물면서 창 바깥의 광경에 불안해하고 있었다. 윤성의 말에 비웃음을 날리고, 자신의 왕국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했지만, 괴물들이 창문을 내리칠 때마다 내심 불안한 마음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바리게이트가 뚫릴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왕은 다급히 근처에 떨어진 막대기를 짚으면서 자신의 왕좌로 향했고, 잠시 후 그곳에 도착하고 보니 자신의 기사들이 형길을 계속 간호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쓸모없는 놈들 같으니!’


왕은 윤성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것이 저 무능한 녀석들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그들에게 분풀이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긴 했지만,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에 다급하게 구석에 있는 창고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창고에 도착하여 비밀번호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가니 왕의 보물들이 찬란한 빛을 뽐내며 자신의 주인을 맞이했다. 창고에는 마트에 있던 귀금속들과 음식들. 그리고 충분한 양의 물이 있었고, 자신의 보물들을 확인한 왕은 몸을 부르르 떨면서 희열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 짐이 이 보물들을 두고 떠날 것 같아? 자고로 왕이 자신의 왕국을 버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지. 안 되고말고. 게다가 괴물들이 바리게이트를 뚫고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아? 어림도 없어. 짐은 살아남을 수 있어···. 살아남을 거야! 이곳은 나의 낙원이니까!”


왕은 자신의 보물들을 흡족하게 바라본 후 자신의 왕좌 옆에 있던 귀금속들을 옮기기 시작했고, 그의 기사들은 형길의 상태를 살피느라 왕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신경 쓸 겨를이 없는 듯 보였으며, 왕도 굳이 그들을 건드려서 자신의 시간을 빼앗기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창문만 보고 있던 자신의 왕국의 쓰레기들이 떠오른 왕은 윤성이 자신에게 외쳤던 말이 떠올랐다


‘잊지 마라! 네놈 스스로 왕국을 붕괴시킨 거라는 걸!!’


하지만 왕은 콧방귀를 끼면서 생각했다. 자신으로 인해서 이 왕국이 멸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괴물들이 자신의 왕국의 취약점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왕국 그 자체이기 때문에 자신만 살아남을 수 있다면 왕국은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왕국을 지키는 성벽은 완벽해. 그놈은 헛소리를 지껄인 거야.”


실제로 번화가의 괴물은 바리게이트를 뚫지 못하고, 언제나 마트 안의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군침만 삼키고 있었다. 거대한 괴물도 어쩌지 못한 완벽한 철옹성이 번화가의 괴물보다 작은 저런 녀석들에게 뚫린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 왕은 윤성의 말을 부정하듯이 느긋하게 창가 쪽으로 향했다.


왕의 눈에 윤성이 말했던 대로 구멍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괴물들이 보였지만, 왕은 느긋하게 그 모습을 구경하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절대로 못 뚫는다. 그렇게 거대한 괴물도 뚫지 못했던 성벽을 그것보다 조그만 저 녀석들이 뚫을 수 있을 리가 없어.’


하지만 왕의 바람과는 다르게 괴물들은 착실히 여러 곳에서 왕국의 성벽을 무너뜨리며 진입을 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왕과는 다르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든 것을 체념하고 있었다. 과거 마트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사람들이 죽어 나간 이후로 이 왕국에서 삶이라는 것을 느껴본 적이 없었던 그들은 죽었던 사람들의 원한 때문인지 모두 사람다움을 잃고, 왕에게 복종하며 하루에 한 끼를 먹는 것에 만족하면서 살고 있었다.


몸은 힘을 잃었고, 심장은 마음을 잃었고, 뇌는 생각을 잃었다. 그렇게 희망도 없이 그저 질기게 연명하고 있는 목숨이었다. 사람들 중에는 차라리 저 괴물들이 이곳을 뚫고 들어와 자신들의 질긴 목숨을 끊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


왕국으로 다가온 공포는 왕국 바깥의 괴물들을 매개체로 사람들의 마음에 파고들려고 노력했지만, 아직 사람들은 공포를 느끼지 못하면서, 비를 타고 다가오는 죽음의 전령이 도착하는 것만 기다리고 있었다.


한 편 왕국 바깥에서 구멍을 통해 바리게이트를 일부 무너뜨리는 데 성공한 괴물들은 앞발을 휘두르며 입구에 도달하는 길을 뚫기 시작했다. 괴물들은 여러 마리가 협력하여 결국 마트의 문까지 도달하는 길을 뚫은 것에 흡족해하며 탐욕스럽게 입을 핥고 있었다.


문제는 마트의 출입문 자체도 워낙 튼튼해서 여전히 괴물들이 힘을 합쳐야 할 듯 보였고, 현재 괴물들이 뚫은 길은 공간이 너무 좁아서 다수의 괴물이 지나갈 길이 생기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듯 보였다.


그 광경을 보면서도 왕은 흡족해하고 있었고, 괴물들이 자신의 왕국을 뚫지 못하고 있다고 여기면서 자신의 말이 옳았다는 것을 과시하고 있었다.


"거봐! 짐의 말이 맞잖아! 저놈들은 결코 왕국에 들어올 수 없다니까? 뭐 그래도 그 녀석이 왕국을 떠난 건 좋은 일이지. 짐의 왕국을 무너뜨릴지도 모르는 녀석이었으니까···. 아우 끔찍해."


왕은 자신을 함부로 다루던 윤성을 떠올리며 몸서리쳤고, 윤성이 데려간 진아와 아이들을 떠올리면서 잠시 한숨을 쉬었다.


‘이 괴물들이 지나가면 식량을 확보하는 데에 어려움이 좀 따르겠군. 어떡한다?’


하지만 왕은 고민을 그리 깊게 하지 않았다.


‘뭐 왕국의 쓰레기 중에 몇 명을 나가게 만들면 되겠지. 조교 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고, 나만 바깥으로 안 나가면 되는 거니까.’


생각을 마친 왕은 재미있는 구경을 하는 것처럼 휘파람을 불면서 창문을 통해 괴물들의 움직임을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때 왕의 눈앞에 하얀색의 균열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처음에 왕은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파악하지 못했다가 균열이 갑자기 빠른 속도로 퍼지기 시작하자, 시선을 돌려서 창문을 내리치고 있던 괴물들을 보았다.


‘어? 어? 무슨 일이지?’


구멍을 공략하던 괴물들은 창문을 타고 내려오는 균열을 파악한 후 결국 구멍을 포기하면서 다른 괴물들에게 합류해 함께 창문을 내리치기 시작했고, 괴물들이 힘을 합쳐 창문을 내리치고 있는 것을 본 왕은 경악했다.


‘안 되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창문을 가르고 있는 균열의 시작을 자신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왕은 괴물들이 일제히 타이밍에 맞춰서 창문을 두들기자 안절부절못하면서도 일단 상황을 더 지켜보기로 마음먹었다.


괴물들이 힘을 합쳐서 온 힘을 다해 창문을 내리친 결과 단단해 보이던 창문을 타고 내려오는 균열이 점점 크기가 더 커지면서 결국 군데군데 깨지는 곳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 틈 사이로 나오는 신선한 피와 살의 냄새가 괴물들을 더욱 흥분시켰다.


광란에 빠진 괴물들은 이제는 한꺼번에 창문에 몸을 부딪치기 시작했고, 번화가의 괴물도 쉽사리 부수지 못했던 창문은 결국 계속된 괴물들의 공세를 버텨내지 못했다.


“쨍그랑!”


창문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며 크고 두꺼운 유리의 파편들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괴물들은 그 광경에 환호했고, 사람들은 자신들의 눈앞에 떨어지고 있는 창문의 파편들을 보며 그 틈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데 성공한 공포에 몸을 휘감기며, 하나둘씩 천천히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공포와 함께 왕국에 입성한 것에 성공한 괴물들은 자신들을 맞이하는 듯 자신의 몸을 열어젖힌 창문으로 들어가면서 왕국에 펴져 있는 공기를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왕국의 공기에는 오랫동안 이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냄새가 퍼져 나오고 있었고, 사냥감의 냄새를 맡은 괴물들은 흡족하다는 듯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왕국에 울려 퍼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사람들의 몸은 미약하게 떨려오고 있었고, 왕은 괴물들이 자신의 왕국에 들어온 것에 성공하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으면서 믿어지지 않는 듯 고개를 세차게 좌우로 흔들고 있었다.


“아니야. 이럴 리가 없어. 내, 내 왕국이 함락될 리가···.”


그런 왕의 생각을 비웃듯이 괴물들이 지르는 승리의 함성은 끊이지 않았고, 그 소리를 들은 왕은 몸을 떨면서 억지로 다리에 힘을 주어 창고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어기적거리며 창고로 향하는 왕의 뒤에서 그의 기사 중 한 명인 치선이 헐레벌떡 다가오고 있었다.


“저···전하. 지금 저 소리가 무엇입니까?”


왕은 잠시 치선을 돌아본 후에 말없이 창고 안으로 몸을 숨겼다. 치선은 왕의 행동에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왕이 서 있었던 자리로 가서 바깥의 광경을 보고 경악했다.


왕국 안으로 천천히 여유로운 모습으로 입성하고 있는 괴물들의 모습을 본 치선은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왕을 돌아봤지만, 이미 왕은 창고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은 상태였다.


다급하게 창고에 다가간 치선은 문을 열려고 시도했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고 창고의 문에 달린 작은 창문 사이로 왕은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치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치선은 애절하게 문을 두들기면서 다급하게 외쳤다.


“전하! 저희도···저희도 들어갈 수 있게 해주십시오!”


자신의 외침이 왕에게 들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치선은 간절한 눈빛으로 왕에게 계속 애원했다.


그 모습을 본 이환은 재웅에게 형길을 맡긴 후 치선에게 다가가 물었다.


“무슨 일이야? 왜 전하께서 창고에 들어가 계신 거야? 넌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고?”


치선은 절망에 사로잡힌 눈빛을 이환에게 보내며 손가락으로 창문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네···네가 한 번 직접 봐봐.”


이환은 치선이 가리킨 창문으로 다가간 후 괴물들이 가득한 광경을 목격하자 평소의 그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창고로 다가와 치선과 함께 문을 두들겼다.


“으아아! 살려주세요! 전하! 살려주세요!”


재웅은 그 광경을 보진 못했지만, 이환과 치선이 보이는 행동을 보고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형길의 뺨을 때리면서 그가 정신을 빨리 차리도록 손을 쓰기 시작했다.


창고 안에 들어가 있는 왕은 이환과 치선이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도 남았다. 힐끗 창고 안에 있는 식량과 물을 가늠해 본 왕은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애원하고 있는 이환과 치선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다.”


이환과 치선은 왕이 말하는 것이 들리지 않았지만, 왕의 눈빛과 입 모양, 그리고 결코 열어주지 않는 문을 보면서 왕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우리를 버렸구나!’


결론에 도달한 이환과 치선은 왕의 배신에 분노하면서 창고 문을 발로 차면서 절규했다.


“이 자식! 문 열어! 문 열라고! 그동안 너를 위해서 개처럼 일했던 우리를 이렇게 버릴 수 있어?! 이 개자식아! 문 열어! 문 열라고!”


왕의 배신에 대한 이환과 치선의 분노와 증오가 담긴 외침이 울려 퍼지고 있었지만, 이미 그들의 눈앞에 있던 왕은 창고 안으로 들어가 여유롭게 육포를 씹으며, 맥주를 마셔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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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1부 검은 성벽 - 마굴 (8) 16.08.31 882 11 12쪽
33 1부 검은 성벽 - 마굴 (7) 16.08.31 833 11 12쪽
32 1부 검은 성벽 - 마굴 (6) 16.08.30 864 10 12쪽
31 1부 검은 성벽 - 마굴 (5) 16.08.30 1,004 14 13쪽
30 1부 검은 성벽 - 마굴 (4) 16.08.29 1,086 13 12쪽
29 1부 검은 성벽 - 마굴 (3) 16.08.29 958 11 12쪽
28 1부 검은 성벽 - 마굴 (2) 16.08.26 1,033 13 12쪽
27 1부 검은 성벽 - 마굴 (1) +1 16.08.25 1,224 14 13쪽
26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25) 16.08.24 1,189 16 13쪽
»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24) 16.08.24 1,125 16 12쪽
24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23) 16.08.23 1,164 14 13쪽
23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22) 16.08.22 1,120 15 13쪽
22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21) 16.08.22 1,092 13 12쪽
21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20) 16.08.19 1,041 15 13쪽
20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9) 16.08.19 1,267 14 13쪽
19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8) 16.08.18 1,070 14 14쪽
18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7) 16.08.17 1,231 14 13쪽
17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6) 16.08.17 1,315 18 14쪽
16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5) 16.08.16 1,324 20 12쪽
15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4) 16.08.16 1,397 19 15쪽
14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3) 16.08.14 1,437 23 13쪽
13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2) +4 16.08.14 1,637 21 12쪽
12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1) 16.08.14 1,628 25 12쪽
11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10) 16.08.14 1,643 24 13쪽
10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9) 16.08.13 1,811 26 13쪽
9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8) 16.08.12 1,816 28 14쪽
8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7) 16.08.11 1,973 27 13쪽
7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6) +1 16.08.11 2,228 34 12쪽
6 1부 검은 성벽 - 작은 왕국 (5) +3 16.08.10 2,352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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